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33)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33화(733/768)
733.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레오와 리시나스가 복도를 걷고 있을 때.
두 사람 앞으로 멜리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루메른 교수의 모습이 아닌 드래곤 로드 모습으로 대영웅들 앞에 선 멜리나는 레오에게 꾸벅 인사를 한 후 리시나스를 보았다.
그런 멜리나를 보고 리시나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는 사이.
멜리나는 오른쪽 가슴을 세 번 두드린 후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굽혔다.
드래곤의 고유 예법이었다.
“위대하신 지혜의 왕, 리시나스님을 뵈옵니다. 저는 부족하지만 현재 드래곤 로드의 직을 맡고 있는 멜리나라 하옵니다.”
평상시 여유로움과 웃는 낯을 잃지 않는 멜리나였지만 지금 만큼은 굉장히 긴장한 상태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지혜의 왕 리시나스다.
특히나 멜리나는 리시나스의 세계를 공략해 그녀의 힘을 계승하기까지 한 드래곤이다.
그런 만큼 리시나스에 대한 경외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긴장하고 있는 멜리나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너 앞으로 내민 무릎 방향이 틀렸는데?”
“네?”
레오의 지적에 멜리나가 화들짝 놀라더니 허둥지둥 무릎을 바꾸려 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밟고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전혀 드래곤 로드답지 않았다.
마치 긴장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
실제로 외관 역시 힘을 봉인해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그 모습이 더욱 부각 되었다.
낭패 어린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멜리나를 보고 리시나스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가렸다.
“푸훕.”
멜리나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자 리시나스는 고개를 돌리고 숨죽여 웃었다.
파들파들 어깨를 떠는 모습이 웃음을 많이 참고 있는 듯했다.
“추, 추태를 보여서 죄송합니다.”
멜리나가 고개를 꾸벅 숙이자 레오가 그런 멜리나의 머리를 토닥였다.
“추태긴 하지. 처음 내가 용족 예법으로 인사할 때는 노친네 같았다고 했던가? 좀 연습하지 그랬냐?”
“레, 레오님.”
당황하는 멜리나를 보며 레오가 큭큭- 낮게 웃었다.
“흠흠.”
그사이 진정을 한 리시나스가 멜리나를 향해 인사했다.
오른쪽 가슴을 두드리며 무릎을 굽히고 고개를 숙인다.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예법.
그 단순한 행동에 기품마저 느껴졌다.
“나도 만나게 되어 영광이에요, 드래곤 로드 멜리나. 리시나스라고 해요.”
“펴, 편하게 대해주세요. 리시나스님. 제가 너무 송구스럽습니다.”
멜리나가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하며 계속 고개를 숙였다.
현존하는 최강의 영웅이라 평가받는 멜리나였지만 리시나스 앞에서는 한없이 어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멜리나를 보며 리시나스가 생긋 웃었다.
“그럼 편하게 대하도록 할게.”
그렇게 말한 리시나스는 멜리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 리시나스의 시선에 멜리나는 굳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그냥 조금 신기해서 바라보는 거니까.”
리시나스는 앞으로 다가가 멜리나의 왼쪽 눈가에 손을 뻗었다.
멜리나는 리시나스의 손이 살에 닿자 생물의 온기가 아닌 영령 특유의 이질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멜리나는 리시나스가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 이해하고 감고 있던 왼쪽 눈을 떴다.
“와, 다른 사람이 내 마나를 품고 있다니, 신기한걸. 이게 히어로 레코드의 힘이구나.”
리시나스가 감탄했다.
지식욕의 화신답게 리시나스는 눈앞의 현상에 대한 큰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부족하지만 리시나스님의 힘을 계승했습니다.”
“전혀 부족하지 않아. 오히려 너 같이 대단한 드래곤이 내 힘을 계승해서 줘서 기뻐.”
진심이 담긴 리시나스의 순수한 칭찬에 멜이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리시나스님의 강림 소식을 듣고 부족하게나마 저와 제 후계자가 리시나스님의 환영회를 준비했어요!”
“정말?”
리시나스가 진심으로 기뻐했다.
“네. 안내해드릴게요.”
멜이 앞장서서 환영회를 준비한 곳으로 향했다.
잠시 후.
문 앞에 선 엔이 리시나스를 향해 공손하게 인사했다.
“엔키니아스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던 멜리나와 다르게 너무 긴장한 엔은 감정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채 딱딱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너무 긴장한 나머지 오른쪽 가슴이 아닌 왼쪽 가슴을 두드리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리시나스는 자신의 실수에 굳어버린 엔키니아스에게 괜찮다고 격려 해주고 레오에게 작게 속삭였다.
“카일, 후대 아이들은 왜 이렇게 예법이 엉망이야?”
“그 소리 왜 안 하나 했다.”
레오가 작게 고개를 젓는 사이.
멜리나와 엔이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쪽에 꾸며진 방을 본 리시나스는 곤란한 미소를 지었다.
레오는 소리가 나도록 쯧- 혀를 찼다.
방 한가운데 커다랗게 [두 분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팡- 팡-!
뒤에 있던 멜리나와 엔이 축하용 폭죽을 터트렸다.
레오의 머리 위로 폭죽에서 나온 꽃가루가 떨어졌다.
“부족하지만 급하게 준비해 봤어요.”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멜리나를 보며 레오가 빙긋 웃었다.
“우리 좀 전에 이혼했는데.”
“……네?”
일순간 멜리나와 엔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잠시 후 두 드래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그런 둘을 향해 리시나스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힘들게 준비했는데 미안하게 됐네. 근데 이 자식 말대로 우리 이혼했어.”
그 말을 들은 멜리나와 엔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너희 드래곤이 아니라 카멜레온이냐?”
“저, 저희가……. 크……. 크크크나큰……. 겨, 결례를……. 흐엉…….”
“메, 멜리나님!”
혼절까지 해버린 멜리나를 엔이 다급히 부축했다.
“난 괜찮은데……. 미안하게 됐네.”
리시나스가 안타까운 얼굴로 중얼거리며 레오를 바라봤다.
레오는 깊은 고민에 잠긴 채 둘을 보고 있었다.
‘뭐야? 이 녀석도 나름 마음이 복잡한 건가?’
“리시나스.”
“왜?”
리시나스가 모른 척 부름에 답했다.
그런 리시나스에게 레오가 물었다.
“방금처럼 얼굴이 하얗거나 파랗게 질리면 드래곤 본체도 색이 변해?”
“……넌 그딴 게 궁금한 거냐?”
“갑자기 궁금해져서.”
“그냥 나가 죽어.”
짜증이 난 리시나스는 멜리나와 엔이 준비한 케이크를 레오의 얼굴에 문대버렸다.
***
늦은 새벽.
방으로 돌아온 레오는 가구를 제외하고는 깔끔하게 치워진 방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급하게 침대 하나와 소파 하나를 덩그러니 가져다 놓긴 했지만 가뜩이나 살풍경했던 방 안은 을씨년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넌 옛날이나 지금이나 방이 왜 이런 거야?”
“누구 덕분에 문제아 둘이 내 방에서 난동을 부렸거든.”
소파에 앉은 레오가 혀를 찼다.
그리고 리시나스에게 턱짓했다.
“넌 침대에서 자.”
그 말에 리시나스가 피식 웃었다.
“영령이 무슨 침대에서 자?”
물리적인 힘은 행사할 수 있지만 영령은 육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루나 때가 특별했던 거다.
당시 루나에게는 육체가 될만한 그릇인 ‘코메테스’가 있었으니까.
그때와 달리 리시나스는 육체가 될만한 그릇이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신경 쓰여서 그래.”
퉁명스럽게 말한 레오를 잠시 바라보던 리시나스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파는 편하게 잘 수 있는 크기였다.
레오는 아공간에서 칠흑의 망토를 꺼냈다.
그걸 본 리시나스가 눈을 크게 떴다.
“그 망토가 지금까지도 남아 있어?”
“히어로 레코드의 공략 보상이야. 루메른이라는 녀석이 내 세계를 공략해서 얻은 거라고 하더라.”
“아, 그래서 이렇게 멀쩡하게 남아 있는 거구나.”
리시나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오는 망토를 이불처럼 덮으며 누웠다.
“할 이야기가 많지만 오늘은 좀 피곤하거든? 그러니 이만 자자.”
“말 안 해도 자려고 했어.”
레오의 말에 리시나스가 혀를 차고 침대에 누웠다.
잠시 후.
레오의 고른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침대에 누워 있는 시늉을 하던 리시나스가 몸을 일으켰다.
사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은 그저 영령이니까.
몸을 둥실 띄운 리시나스가 자고 있는 레오 앞까지 날아왔다.
곤히 잠든 레오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리시나스는 다시 침대로 날아갔다.
‘나도 루나처럼 육체가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리시나스는 점점 의식이 꺼지는 걸 느꼈다.
***
클로에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눈을 뜬 클로에가 몸을 일으키고 눈을 비볐다.
“후아암.”
클로에가 늘어져라 하품했다.
뭔가 깊은 잠에 빠졌다가 일어난 느낌이었다.
“우와, 클로에도 하품을 저렇게 하네?”
그러다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클로에가 흠칫 정신을 차렸다.
일리아나가 신기하다는 얼굴로 빤히 클로에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리아나, 네가 어떻게 내 방에……?!”
“여기 네 방 아니야. 엘리자 말에 의하면 징벌방이래.”
일리아나 외에도 방 안에는 다른 여학생들이 있었다.
“우리가 왜 징벌방에 있어?”
당황한 클로에를 보며 셀리아가 물었다.
“클로에. 기억 안 나?”
“응? 무슨 기억?”
“와, 리시나스님이 빙의했었다는 게 사실이었나 보네?”
“리시나스님? 아!”
클로에는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 기억을 떠올리며 깜짝 놀랐다.
잠시 후.
끼익-
방문이 열리고 멜리나가 들어왔다.
“멜 교수님?”
“응? 멜 교수님이 누구죠? 전 드래곤 로드 멜리나라고 합니다.”
멜이 드래곤 로드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본인이 끝까지 부정을 하고 있기에 다들 모른 척할 뿐이었다.
그런 만큼 이렇게 공식적으로 자신이 드래곤 로드라는 걸 밝히니 학생들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 멜리나가 말했다.
“여러분을 징벌방에 데려온 것은 여러분이 잘못한 게 있기 때문이 아니에요.”
멜리나가 빙긋 웃으며 여학생들을 안심시켰다.
그런 멜리나를 향해 엘리자가 물었다.
“리시나스님 때문인가요?”
“맞아요.”
멜리나가 환하게 웃었다.
“요 며칠간 리시나스님게서는 클로에 양의 몸을 빌리셨답니다.”
그 말에 클로에가 입을 뻐끔거렸다.
“그 사실을 외부로 발설하지 말라는 건가요?”
셀리아의 물음에 멜리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리시나스님이 강림하신 건 공식적으로 발표될 예정입니다. 물론 리시나스님이 루메른에 머무시는 게 알려지면 시끄러워질 수 있으니 공식적으로는 드래고니아에 머무시는 걸로 하겠지만요.”
“공식적으로 머무시는 걸로 하기로 했다는 건 무슨 말이지?”
일리아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첼시가 말했다.
“비공식적으로는 다른 곳에 머무신다는 소리겠지. 가령 루메른이라든가.”
“아하!”
일리아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루나와 아르온 때는 엘프와 수인의 대영웅인 만큼 두 종족을 통제할 명분이 없어 존재를 숨겼다.
조용하게 현시대를 즐기고 싶은 대영웅들을 사람들에게 시달리게 할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리시나스는 드래곤의 대영웅.
드래고니아라면 성지 순례 같은 걸 하고 싶다고 찾아올 수도 없다.
“근데 드래곤들이 루메른으로 성지 순례 같은 걸 오면 어떡하죠?”
일리아나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멜리나가 빙긋 웃었다.
“하고 싶으면 해보라죠.”
“…….”
그 말에 학생들은 새삼 눈앞의 존재가 드래곤들의 정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그리고 여러분을 따로 부른 건 이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그럼……?”
“리시나스님이 어떤 분을 좋아하는지 여러분은 알고 있죠?”
“네! 제가 상담까지 해드렸어요!”
일리아나가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활짝 폈다.
그런 일리아나를 보며 멜리나가 웃었다.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하지 마세요.”
“네? 혹시 실수로 하게 되면요?”
“하면 많이 혼내줄 거예요.”
일리아나가 목을 움츠렸다.
확실히 어떤 의미에서는 대영웅들의 명예가 걸린 이야기인 만큼 함부로 하기에는 민감한 이야기다.
“비밀을 알고 있는 남학생들에게도 이 이야기를 전해두었어요.”
“남학생들은 누가 아나요?”
“칼 군, 아바드 군, 레오 군이 알고 있답니다. 그러니 여러분.”
멜리나가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렸다.
“꼭 비밀 지켜야 해요?”
***
짹짹-
새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고 그와 함께 햇살이 눈가를 괴롭히자 오는 신경질적으로 덮고 자던 망토로 얼굴을 덮으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망토는 온데간데없고 몸 위에서 묵직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이건 또 뭐야?’
손을 뻗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물체에 손을 댄 레오는 손바닥을 타고 느껴지는 부드러움에 인상을 썼다.
‘사람 맨살?’
자신의 맨살은 아니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레오는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팍을 베고 자고 있는 리시나스를 발견하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얜 왜 아무것도 안 입고 이러고 있는 거지?’
그렇게 생각할 때 리시나스의 눈이 파르르 떨리더니 떠졌다.
그리고 레오와 눈이 마주쳤다.
입을 멍하니 벌린 리시나스가 몸을 일으켰다.
긴 생머리가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레오 위에 걸터앉은 채로 자신의 몸을 살피던 리시나스가 자신의 뺨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카일! 나 육체가 생겼어.”
“아무래도 내 망토가 루나의 코메테스 같은 역할을 한 모양이네.”
확실히 리시나스의 가죽으로 만든 물건인 만큼 리시나스 육신의 매게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카일!”
리시나스가 환하게 웃으며 카일의 목을 감싸 안으며 매달렸다.
“저기, 기쁜 건 알겠는데. 이러면 내가 좀 곤란하거든.”
“아…….”
리시나스가 얼굴을 붉히더니 그대로 레오에게서 떨어지더니 침대로 달려갔다.
그리고 이불로 몸을 가렸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다른 곳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변태가 왜 리시나스와 루나 녀석을 모델로 집착했는지 알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