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34)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34화(734/768)
734.
[지혜의 왕, 리시나스 재림!]루메른 시계탑 기숙사는 아침부터 신문부가 뿌려대는 신문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아마 루메른 뿐만이 아닐 것이다.
소식을 접한 세계 전체가 경악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와! 대박! 지혜의 왕! 리시나스님이래! 리시나스님!”
“아르온님과 루나님에 이어 리시나스님이 재림하셨다니……. 드웨노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세에 오셨구나.”
모두가 신문을 바라보며 대영웅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대격변의 시대가 온 것에 감탄했다.
모두가 그 사실에 전율하고 있을 때였다.
“호외요! 호외!”
신문부 학생이 다급히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엘레나는 신문을 흔들었다.
“소란 떨지 마. 이미 보고 있으니까.”
5학년 동급생인 신문부 부장을 보며 엘레나가 시큰둥하게 말하자 그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리시나스님 소식 아니야! 드웨노님 소식이라고!”
“응?”
엘레나는 새롭게 인쇄된 오늘 두 번째 신문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헤드라인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신의 대장장이, 드웨노님의 재림?”
느닷없이 두 명의 대영웅이 재림했다는 말에 엘레나는 입을 벌렸다.
“정말입니까! 엘레나 선배?”
릴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달려왔다.
또 한 번 루메른 전체를 강타한 드웨노의 소식에 학생들을 빠르게 신문을 읽어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거인왕 토벌?!”
“이게 무슨 상황이야!”
“그러니까……! 드웨노님이 거인왕을 토벌하고 사라지셨다는 거지?”
“언제? 대체 언제 그런 일이 있었어!”
“왜 전혀 몰랐지?”
신문을 읽은 학생 전원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신문을 든 학생들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잠깐! 나 아직 못 봤어!”
“빨리 다음 장 넘겨!”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심각한 얼굴로 신문을 읽고 있던 셀리아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신문을 옆에 학생에게 주었다.
“오오!”
“나 줘! 나 줘!”
그리고 신문에 관심을 두지 않고 식사하기 바쁜 두 동급생에게 다가갔다.
“거인왕 토벌 시기가 너희가 레오랑 임무를 나갔을 때랑 겹치는데? 혹시 너희 뭐 아는 거 있어?”
셀리아의 물음에 일리아나가 다리를 꼬고 팔짱을 끼더니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아는 거? 많지! 어떤 게 궁금해? 역사에 남지 않은 드웨노님의 모습? 아니면 역시나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세계를 구하는데 헌신했던 위대한 영웅들? 그것도 아니면 거인왕 토벌에서의 내 활약상?”
“헉! 뭐야? 너 드웨노님을 직접 만나 뵌 거야?”
“거인왕과 싸웠다고?”
“이야기 좀 해 봐!”
“궁금하면 이 일리아나 라덴님을 경배해 보거라!”
일리아나는 주변에 모여든 학생들 때문에 콧대가 높아져 고개가 뒤로 젖힐 지경이었다.
일리아나뿐만 아니었다.
학생들은 당시 레오와 함께 임무를 나갔던 학생들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2학년들은 루크를 붙잡고 닦달했다.
“루크 말 좀 해봐!”
쥬엔의 말에 루크가 당황했다.
“아, 아니. 아이나나 하비든도 있는데 왜 나한테만?”
“아이나는 재미없고 하비든은 재수 없으니까요.”
샤샤가 빙긋 웃으며 이유를 설명했다.
아침부터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가운데 듀란이 짤막하게 말했다.
“드웨노님과 함께 거인왕과 직접적인 전투를 한 건 레오 플로브다.”
그 말에 학생들이 납득이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레오라면 그럴 수 있지.”
“걘 아르온님과 루나님이 강림했을 때도 같이 싸우지 않았냐?”
“이쯤 되면 레오는 이미 살아 있는 전설급 영웅 아니야?”
“지금까지 위업만 보면 충분하지.”
“달리 시작의 영웅의 후계자겠어?”
대영웅-개벽의 영웅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세대 속.
대외적으로 다른 대영웅들의 후계자들 역시 이미 영웅의 반열에 오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레오는 다른 누구보다 특출났다.
“그런데 레오는 왜 안 보이냐?”
그때 있었던 일을 당사자에게 직접 듣고 싶은데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첸 시아도 보이지 않는데?”
기사학과 학생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셀리아가 그 의문에 대답해주었다.
“레오라면 학생회장 일로 루메리아 시티에 나갔어. 첸 시아는 보조를 위해 따라갔고.”
***
루메리아 시티 선착장을 내린 리시나스가 크게 숨을 들이켰다.
“상쾌하네.”
생긋 웃은 리시나스가 선착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거리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거리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오가며 활기가 넘쳐났다.
세계의 중심이라 불리는 루메리아 시티인 만큼.
인간 외에도 엘프와 드워프, 수인들이 드문드문 섞여 있었다.
그 풍경은 언뜻 보기에 가드스론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가드스론 역시 무수히 많은 사람과 모든 종족이 모여 있던 곳.
하지만 역시나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었다.
“평화롭죠?”
리시나스 곁에 다가간 첸 시아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리시나스의 입매가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다.
“응. 그러네.”
대답한 이후에도 리시나스는 하염없이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레오가 품에서 시계를 꺼내 보고는 말했다.
“감상에 그만 빠져 있고 움직이자.”
그 무신경한 말에 첸 시아가 레오를 나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표정이 왜 이렇게 반항적이야?”
레오는 그런 첸 시아의 코를 손가락으로 꼬집었다.
“왜 애를 괴롭혀.”
리시나스가 인상을 쓰며 레오의 손등을 찰싹- 때렸다.
그런 리시나스를 보며 레오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시간 없어. 빨리 움직여.”
그렇게 말한 레오가 인파 속으로 걸어갔다.
“어제 싸우신 것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러신 걸 테니까 리시나스님은 너무 마음 상해하지 마세요.”
코를 문지르며 살짝 맹맹한 소리로 말하던 첸 시아가 조심스럽게 리시나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레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리시나스를 보고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기분 안 상하셨어요?”
“나 기분 상했을까 봐 신경 써준 거야? 누굴 닮아서 이렇게 귀여울까?”
리시나스가 인형처럼 첸 시아를 끌어안아 올렸다.
그리고 첸 시아의 머리에 뺨을 비비며 진심으로 즐거워했다.
‘숨 막혀.’
드래곤의 강한 완력에 첸 시아가 조금 괴로움을 느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지었다.
그런 첸 시아를 놓아준 리시나스가 말했다.
“저래 보여도 신경 써주는 거야.”
“네?”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이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거지. 저래 보여도 은근히 친절하거든.”
“확실히.”
레오가 무신경하게 신경 써준다는 사실을 떠올린 첸 시아가 감탄했다.
“레오 도령을 잘 아시네요.”
“잘 알 수밖에.”
리시나스가 지겹다는 듯 말했다.
“가장 오래된 파트너인걸?”
그렇게 말한 리시나스가 레오의 뒤를 따랐다.
첸 시아는 그런 리시나스의 뒤를 따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파트너.’
첸 시아는 멀리 걸어가는 레오의 등을 바라보았다.
‘나도 언젠가 레오 도령과 그런 관계가 될 수 있을까?’
***
촤악-!
“너무 아름다우세요!”
첸 시아가 감탄하며 말했다.
그 말에 커튼을 열고 나온 리시나스가 생긋 웃으며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현재 세 사람이 온 곳은 다름 아닌 루메른의 교복을 전문적으로 맞추는 브레스리거.
교복점에 온 이유는 다름 아닌 리시나스의 교복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브레스리거의 재단사 네라 역시 감탄하며 리시나스를 바라보았다.
“왜 루메른에 이런 분이 있는지 몰랐을까요?”
밤하늘 같은 검은 머리카락과 흑요석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그에 대비되는 백옥 같은 피부.
일평생 브레스리거를 운영하며 무수히 많은 학생들을 보아온 네라다.
그중에는 영웅의 자리에 오른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단연 리시나스만큼 아름답고 기품있으며 고귀한 분위기를 가진 이는 없었다.
말 그대로 신의 시대에 나오는 여신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인식 저해 마법에 의해 리시나스가 지혜의 왕이라는 걸 알지 못하는 네라로서는 그저 이런 학생을 자신이 이때까지 몰랐다는 사실에 개탄할 뿐이었다.
“당점을 또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교복을 맞춘 리시나스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거리로 나갔다.
그리고 옷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루나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러웠었는데.”
어릴 때 학교를 다녔던 루나와 달리 리시나스는 어둠 속에서 흑룡으로서 자질을 배웠다.
“어떤 것 같아?”
리시나스가 레오를 바라보며 묻자 레오가 빙긋 웃었다.
“잘 어울려.”
레오의 말대로였다.
외모를 10대 후반.
레오의 또래로 설정한 리시나스는 아름다움의 화신과도 같았다.
첸 시아 역시 감탄했다.
‘확실히 루나님도 아름다우셨지만…….’
루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매력이었다.
루나가 친근한 느낌이라면 리시나스는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을 내뿜고 있었다.
첸 시아가 힐끗- 레오를 바라보았다.
지혜의 왕과 성운의 시조의 사랑을 받은 남자.
‘세상을 구한 남자라면 확실히 이런 분들이 사랑하시는구나.’
첸 시아가 살짝 목을 움츠릴 때.
“나잇값 못하고 꼴값 떨긴.”
레오가 싸늘하게 비웃자 리시나스는 망설임 없이 레오의 얼굴에 드롭킥을 날렸다.
군더더기 없는 아름다운 몸동작.
하지만 그 위력은 살벌함 그 자체였다.
“가자, 첸 시아.”
리시나스가 코웃음을 치며 첸 시아를 데리고 갔다.
그 모습을 보며 첸 시아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어떻게 두 분의 사랑을 받으시는 거지?’
“대체 걘 저 등신을 왜 좋아하는 거야!”
뿌득-
리시나스의 이 가는 살벌한 소리에 첸 시아가 생각했다.
‘아, 생각하는 건 다 똑같구나.’
물론 두 사람은 설마하니 루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건 꿈에도 몰랐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레오는 한숨을 쉬며 두 사람을 따라갔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군.’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레오는 첸 시아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리시나스를 바라보았다.
그러는 사이 첸 시아가 말했다.
“리시나스님.”
“왜?”
“너무 레오 도령에게 화내지 마세요. 저래 보여도 리시나스님을 위해 최고급 식당 전체를 예약하셨는걸요.”
“쟤 돈 많아?”
“저래 보여도 일국의 왕이세요.”
“출세했네.”
리시나스가 코웃음을 쳤다.
“그래도 리시나스님과 조용히 식사를 즐기려고…….”
“저 녀석은 조용하게 식사 하려고 식당을 통째로 예약한 게 아니야.”
“네?”
리시나스의 말에 첸 시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첸 시아가 리시나스의 뜻을 알게 된 건 저녁 식사 시간이 다 되어서였다.
“잘 먹었어.”
리시나스가 우아하게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첸 시아는 멍하니 눈앞에 쌓아 올려진 그릇의 개수를 바라보았다.
직원들이 그릇을 치우며 ‘루메른 학생들은 다르긴 다르구나’ 라며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루메른 학생이라고 이렇게 많이 먹는 건 아닌데.’
리시나스는 거의 혼자서 식당의 식재료를 고갈시켰다.
레오는 익숙하다는 듯 커피를 홀짝였다.
“입맛에 맞아?”
“응. 맛있었어.”
턱을 괸 리시나스가 생긋 웃었다.
드래곤인 리시나스는 기본적으로 대식가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루나가 술에 사족을 못 쓰는 것처럼 리시나스는 맛있는 음식을 좋아했다.
대식을 하는 와중에도 기품을 잃지 않았다.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리시나스가 중얼거렸다.
“꿈만 같네.”
리시나스가 눈을 살짝 감았다.
이렇게 평화롭게 쇼핑을 하고 맛있는 밥을 먹는다.
평범한 일상.
‘아니. 최소한 나에게는 평범하지 못했던가?’
선망하고 선망해 왔던 세계.
믿을 수 없는 이 현실에 리시나스가 입을 열었다.
“결국 떠넘기기만 했네.”
“뭐가?”
“세상을 구하는 것.”
‘우리는 세상을 구원할 거야.’
언제나 신념처럼 리시나스가 끌어 안고 있었던 그 말.
‘미안……. 혼자 떠안게 해서.’
하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에는 미안하다는 말밖에 전할 수 없었다.
“그거 알아? 처음 네게 손을 내밀 때. 사실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은 없었어.”
그때는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때는 카일을 포섭하기 위한 거짓말만 했다.
“결국 처음 했던 약속도 지키지 못했고.”
살아남는 영웅으로 만들지 않겠다던 자신의 약속은 결국 지키지 못했다.
“세상을 구한 건 결국 우리가 아니라. 너였어.”
리시나스가 평화를 되찾은 세상을 보며 말했다.
“고마워, 카일. 다 네 덕분이야.”
리시나스가 웃으며 말하자 레오가 말했다.
“뭔 개소리야? 나 혼자 했냐?”
“응?”
“그때도 말했지만 나 혼자 한 게 아니야. 내가. 네가. 우리가 한 거지.”
레오가 리시나스를 바라보았다.
“우리 여정이 고작 나 한 사람 덕분에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호락호락한 여정이었냐? 그랬다면 되살아 난 이후에 이 고생도 안 하고 있겠지.”
석양이 레오의 하얀 머리카락을 비춘다.
“그리고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확신하듯 말하던 네가 실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는 걸 말이야.”
“뭐?”
리시나스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그럼 왜 내 손을 잡은 거야?”
“속은 거지.”
레오가 혀를 찼다.
“사기를 치는 건 알고 있는데. 듣다 보니 어느 순간 긴가민가하더라고. 결국에는 그게 진짜일 수도 있겠다고 나도 모르게 믿게 되더라.”
레오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리시나스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넌 네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었잖아? 그럼 된 거야.”
레오가 리시나스에게서 시선을 떼고 석양을 바라보았다.
“그러니 질리도록 봐 둬. 네 거짓말로 구한 세상을.”
그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이 풍경을 리시나스가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미소가.
“네가 내뱉은 거짓말을 진짜로 바꾸는 건 더럽게 힘들었으니까.”
‘하아 진짜…… 이 자식은…….’
리시나스가 살짝 뚱한 얼굴로 턱을 괴었다.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