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38)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38화(738/768)
738.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시험의 중압감에서 벗어난 학생들은 언제나 자유를 만끽하기 마련이다.
시험 결과가 어떻든 말이다.
시험이 끝난 다음 주.
3학년의 첫 번째 수업은 전투학 수업이었다.
다들 다소 느슨해진 분위기 속에서 언제나처럼 빈틈없는 모습을 한 셀리아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리고는 오늘 수업 내용을 체크했다.
“오늘은 모의전이라고 했었지?”
그 말에 옆에서 천으로 자신의 무구를 정성스럽게 닦고 있던 넬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역시 교수님들이야. 중간고사가 끝났다고 살짝 느슨해진 애들 분위기를 확실하게 잡기 위해 바로 모의전을 준비한 걸 보면 말이야.”
셀리아가 훗- 하고 웃었다.
게다가 오늘 모의전은 특히나 의미가 깊었다.
이유는 바로 전력을 다하는 실전과도 같은 모의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루메른의 모의전은 언제나 실전을 방불케 한다.
때로는 크게 다치거나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전투도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셀리아가 오늘의 모의전을 기대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전력을 다하는 모의전은 순수하게 실력에만 의지하는 게 아니다.
가진 무구.
즉, 자신이 가진 모든 수단을 쥐어짜 내는 모의전이었다.
이 경우에는 실력뿐만 아니라 장비의 영향도 받는 만큼 평소와는 충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그랬기에 기사학과 학생들은 평소와 다르게 각자의 무기를 손질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천을 내려놓은 넬라가 빙긋 웃었다.
“마침 잘 된 것 같아. 이번에 모닝스타를 새로 맞췄거든.”
그렇게 말하며 붕붕- 제자리에서 모닝스타를 휘둘러보았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전에 거랑 뭐가 달라진 거야?”
한 남학생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대답을 대신 한 건 셀리아였다.
“소리를 들어보니까 더 무거워진 것 같은데?”
“맞아. 이걸로 적의 머리를 좀 더 쉽게 박살 낼 수 있어.”
살짝 수줍게 웃으며 말하는 넬라.
3학년 최고의 미녀라 불리는 만큼 그 웃음은 청순가련해 보였다.
물론 그 손에 쥐어진 흉악스러운 물건 덕분에 그런 생각은 싹 가셨지만.
“그나저나.”
셀리아가 미간을 좁혔다.
“그 자식이라면 이런 날에 일찍 나와서 쓸데없이 흉흉한 살기를 내뿜을 텐데 오늘따라 보이지 않네.”
“그 자식? 아아, 듀란?”
고개를 끄덕인 넬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일리아나도 안 보이네?”
일리아나가 딱히 수업에 일찍 오는 타입은 아니지만 모의전 같은 활동적인 수업은 일찍 오는 편이었다.
그런 가운데 기사학과생들이 모여 있는 곳 앞으로 아바드가 지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기사학과 여학생들 입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오늘따라 더 잘생겨 보인다.”
“듀란도 좋지만 난 역시 아바드가 더 좋아. 인상이 부드럽잖아?”
“맞아.”
“나 3학년 되고 나서 아바드랑 거의 대화를 못 해 봤어.”
“훗, 난 같은 파티라 해봤는데.”
“으윽! 부럽다.”
3학년 최고의 미소년 중 한 사람이었던 아바드는 최근 소년티를 벗어던지며 조금씩 어른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그 외모 역시 더욱 빛을 발하게 되어 추종자들이 늘어난 상황이었다.
“흥. 다들 한심해.”
셀리아가 코웃음을 쳤다.
“적의 외모를 칭찬해서 어쩌자는 거야? 그리고 저 느끼한 버터가 뭐가 좋다고.”
“요즘 들어 아바드에게 좀 쌀쌀맞아진 것 같다? 그래도 최근에는 분위기 좋았잖아.”
넬라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셀리아가 인상을 썼다.
“그런 적 없거든?”
“후훗, 그래 그렇다고 해두자.”
넬라가 입을 막고 작게 웃었다.
“그나저나. 그 쥐방울 같은 게 오늘은 웬일로 안 보이네.”
어지간하면 아바드와 붙어 있는 첼시가 보이지 않자 셀리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랑 같이 오려는 거 아니야?”
“그런가?”
턱을 괸 셀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연무장 입구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응? 웬일로 일리아나랑 듀란이 같이 오네?”
넬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관심 없다는 표정을 짓던 셀리아 역시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듀란과 일리아나는 각각 대검과 경갑옷을 가지고 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 물건들이 하나 같이 범상치 않다.
기사학과생들 모여 있는 자리로 온 듀란이 아무렇게나 털썩 주저앉고 검을 내려놓자 남학생들이 주변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야, 듀란 그거 뭐냐?!”
“대체 무구 등급이 뭐야?”
푸른빛이 감도는 대검.
평상시 듀란이 가지고 다니던 모이라 왕국의 가보인 라이트닝 스톰도 대단한 물건이었지만 이건 격이 달랐다.
남학생들의 물음에 듀란이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시끄럽다.”
그리고 눈을 감아버렸다.
그 불친절함이 하루 이틀은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야속했다.
그러자 학생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일리아나에게 향했다.
이미 일리아나 주변에는 기사학과 여학생들이 잔뜩 모여든 상황이었다.
“일리아나, 그 갑옷 대체 뭐야?”
“어디서 난 거니?”
“와, 진짜 예쁘다!”
“등급은?”
탄성이 쏟아졌다.
평상시에도 주목받는 걸 좋아하는 일리아나가 그에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신기 등급이야!”
“뭐?”
“듀란의 대검 역시 신기 등급의 무구야. 아르온님이 사용하던 거래!”
모두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아, 혹시 거인왕 토벌의 공략 보상.”
“훗.”
일리아나가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와아아아!”
“진짜 대단하다!”
“나 한 번만 만자 볼래!”
“어허, 안 돼. 손때 타.”
일리아나가 경갑옷을 품에 꼭 안았다.
그때.
화악-!
신발에 달린 날개 장식이 펄럭이며 첼시가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날아왔다.
가볍게 산책하듯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지만 그 속도는 심상치 않았다.
탁-!
이윽고 마법학과 중앙에 착지한 첼시 주변으로 역시나 마법학과생들이 모여들었다.
“오오오!”
“첼시 이거 뭐야!”
“와! 이것도 드웨노님이 만든 물건이야?”
“응!”
첼시가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그때마다 풍압이 발생했다.
그걸 본 학생들이 감탄했다.
‘단순히 빠르게 이동하는 신발이 아니구나.’
그 외에도 칼과 엘리자 역시 공략 보상으로 받은 드웨노의 무구를 가져오자 연무장 분위기는 떠들썩해졌다.
“오라버니, 미안하지만 오늘 모의전 1등은 내가 차지할 거예요.”
첼시가 의미심장하게 웃자 아바드가 빙긋 웃었다.
“나도 쉽게 안 질 거야.”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셀리아가 코웃음을 쳤다.
“꼭 있다니까. 평소에는 자신 없어 하다가 좋은 장비가 생기면 호기로워지는 애들이.”
아주 작은 중얼거림이었지만 바람에 민감한 첼시의 귓가에는 그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획- 돌려 셀리아를 바라보는 첼시.
셀리아는 그런 첼시를 지지 않고 노려보았다.
‘뭐야?’
하지만 평상시와는 조금 달랐다.
평소라면 쌍심지를 켜고 이를 부득부득 갈고 달려들었을 첼시였지만 오늘만큼은 도리어 측은지심 어린 눈으로 셀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셀리아는 그 눈빛이 더욱 거슬렸다.
“뭘 봐?”
셀리아가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첼시를 보며 사납게 묻자 첼시가 발을 들어보더니 말했다.
“넌 이런 거 없지?”
“…….”
아주 단순한 도발이었지만 효과는 훌륭했다.
“아아, 없는 자의 질투란.”
“이게!”
“난 질투는 늘 추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로 생각이 달라졌어. 불쌍해.”
“누가 질투를 하고 누구더러 불쌍하다는 거야!”
“너.”
셀리아가 첼시에게 달려들자 첼시가 냉큼 도망갔다.
“너 거기 안 서?!”
“어디 잡아 봐라.”
혓바닥을 쏙 내밀며 얄밉게 달아나는 첼시.
푹-!
“윽?”
하지만 앞을 보고 가지 않다가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첼시는 당황했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었지만 부딪힌 이는 충격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안면 전체를 뒤덮는 부드러움에 첼시가 다급히 고개를 들자 첸 시아가 빙긋 웃고 있었다.
“앞을 보지 않고 뛰면 위험해요.”
“첸 시아! 그 망할 꼬맹이 붙잡고 있어!”
셀리아가 으르렁거리며 달려들려 할 때 누군가 뒤에서 셀리아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들어 올렸다.
“오늘은 왜 또 싸워?”
“레오 이거 안 놔?! 이런 굴욕적인 자세로 날 들지 말라고!”
바닥에서 다리가 떨어진 셀리아가 왁왁 소리쳤다.
레오가 피식 웃으며 내려주자 셀리아가 그대로 달려들었다.
“레오! 왜 저번 의뢰에 날 데려가지 않고 첼시를 데리고 갔던 거야!”
눈에 불꽃이라도 튈 것 같은 살벌한 목소리로 묻는 셀리아를 보며 레오가 덤덤히 대답했다.
“임무에 첼시가 더 어울렸으니까.”
“나도 충분히 잘할 수 있었다고!”
“그래, 그래.”
레오가 품에서 막대 사탕을 꺼내 왁왁- 소리치는 셀리아의 입에 넣어주었다.
콰득-!
“애 취급하지 마!”
셀리아는 그 사탕을 그대로 씹어 박살 내 버렸다.
그런 셀리아의 머리를 토닥여 준 레오가 첸 시아를 바라보자 첼시를 붙잡은 첸 시아가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왔다.
“왜 애를 놀려?”
“아얏!”
레오가 꿀밤을 때리자 첼시가 울상을 지었다.
“그치만. 셀리아가 먼저 시비 걸었단 말이야.”
그 말에 레오가 말했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거야. 그리고 좋은 무구가 실력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건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윽.”
레오의 말에 셀리아가 움찔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 내가 흥분했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첸 시아가 말했다.
“자, 이제 두 사람 다 손잡고 화해해요.”
“우리가 애야?”
“맞아! 애 취급하지 마!”
첸 시아의 말에 동시에 발끈하는 두 사람.
셀리아와 첼시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자 레오가 헛웃음을 쉬었다.
“가끔 난 내가 보모가 된 것 같다니까.”
“후훗, 그래도 또래 같아 보이고 좋잖아요?”
첸 시아가 빙긋 웃으며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레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너도 그 또래야.’
***
수업 전.
드웨노의 세계 공략자들에 의해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공략자들에게 많은 학생의 부러움이 담긴 시선이 꽂힐 때.
전투학 담당 교수들이 연무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 수업은 미리 공지했던 대로 모의전이다.”
알비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명단을 확인했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다.”
“대진표는 안 짜나요?”
클로에가 손을 들고 묻자 알비가 말했다.
“짤 필요가 없다. 호명한 학생은 연병장 위로 올라가도록.”
드넓은 연병장을 턱짓하며 알비가 입을 열었다.
“일리아나 라덴!”
“훗! 이 몸이 1등인가!”
일리아나가 우쭐하며 자신이 입은 갑옷은 톡톡- 두드려 보았다.
그리고는 자신만만하게 씩- 웃더니 연병장 위로 냉큼 올라갔다.
의욕이 가득한 눈으로 알비가 다음 학생을 호명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대충 의자에 앉은 알비는 말없이 연병장 위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에 일리아나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알비 교수님, 제 상대는요?”
그 말에 대신 대답한 건 레오였다.
“앞을 봐.”
“뭐?”
레오의 말에 일리아나는 물론이고 학생 전체가 정면을 바라보았다.
일리아나는 그대로 굳어 버렸고 학생 전체는 헛바람을 들이켰다.
사락-
그곳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책을 읽고 있었다.
“에이, 농담이지?”
일리아나가 어색하게 웃을 때.
탁-
리시나스가 책을 덮었다.
“일리아나 라덴이지? 최선을 다해보렴.”
“살려주세요.”
“응, 안 돼.”
그에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던 일리아나가 뺨을 철썩 때리더니 결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래! 내 최선을 시험해보는 거야! 한계에 부딪혀 보는 거야!”
“어머, 좋은 자세네.”
박수를 쳐준 리시나스가 빙긋 웃었다.
그리고.
고오오오오오오오-!
거대한 마나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레오가 중얼거렸다.
“처음부터 세게 나오네.”
쿠구궁-!
연무장 전체의 지축이 울려 퍼졌다.
일리아나의 고개가 점점 뒤로 젖혀졌다.
그리고 목이 아프다는 생각이 들 때쯤 ‘챙그랑-’ 손에 쥐고 있는 무구를 자신도 모르게 떨어트렸다.
털썩-
이윽고 일리아나는 그대로 게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본체, 흑룡의 모습으로 돌아간 리시나스가 날갯짓했다.
후아아아앙-!
거센 폭풍이 일리아나의 몸을 낙엽처럼 날려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옆에 있던 셀리아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절한 거 아니야?”
“기절한 척 같은데? 뭐 설령 진짜 기절했다고 해도 안 봐 줄 것 같지만.”
“뭐?”
“저대로 짓밟아 버릴 것 같은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리시나스가 거대한 본체를 이끌고 날아가 일리아나를 밟아버리려 했다.
“끼아아아아아악?!”
기절한 척하던 일리아나가 미친 듯이 굴러 가까스로 그 공격을 피했다.
그런 일리아나를 보며 흑룡의 모습을 한 리시나스가 위엄있게 웃었다.
[너희의 가능성을 보여 봐라, 애송이들.]쩌억-!
리시나스가 입을 벌렸다.
번쩍! 쿠가가가강-!
브레스가 일리아나를 노렸다.
“살려 줘!”
일리아나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그 모습을 본 학생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킬 때였다.
“아무래도 오늘.”
모두의 시선이 레오에게 향했다.
자신에게 쏠린 동급생들의 시선에 레오가 부드럽게 웃었다.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