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40)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40화(740/768)
740.
리시나스의 꼬리에 얻어맞고 날아간 일리아나가 몸을 일으켰다.
‘고, 공성추로 얻어맞은 것 같아……!’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
말 그대로 몸이 바스러지는 느낌.
근육을 움직일 때마다 퍼지는 격통 때문에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쿵-!
리시나스가 땅으로 내려오자 지축이 울렸다.
일리아나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리시나스가 내뿜는 드래곤 피어에 압도되어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패닉에 빠진 일리아나의 머릿속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이대로 항복을 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순순히 포기해야 하나?
‘반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때 머릿속으로 레오의 모습이 떠올랐다.
거기까지 생각한 일리아나는 혼란스럽던 머릿속이 진정되는 걸 느꼈다.
‘반장이었다면…….’
콱-!
검을 움켜쥐고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켰다.
‘맞서 싸웠을 거야!’
일리아나의 눈동자에 투지가 어렸다.
‘리시나스님을 자세히 봐!’
지금까지 리시나스의 공격을 정통으로 맞은 건 단 한 번.
물론 스치거나 피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만 일리아나는 어쨌든 리시나스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피할 수 있다면 반격할 수 있다는 소리야.’
우웅-!
마력이 일렁인다.
그에 따라 용언 마법이 발동되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빛의 섬광에 일리아나가 몸을 움직였다.
‘집중해!’
일리아나의 눈이 자신을 노리는 빛의 궤적을 쫓았다.
‘빛의 마법은 내 주특기잖아!’
미세한 마력의 파동.
빛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일리아나는 리시나스의 복잡한 마법 공격을 모두 회피했다.
그 놀라운 움직임에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콱-!
일리아나가 손을 움켜쥐었다.
그와 함께 아공간이 열리며 일리아나의 장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악문 일리아나가 그대로 리시나스를 향해 창을 투척했다.
화악-! 번쩍-!
빛의 탄환이 되어 날아가는 일리아나의 장창.
마법과 오러로 무장한 장창은 그대로 리시나스에게 꽂혔다.
콰아아아앙-!
빛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일리아나의 공격은 리시나스의 비늘에 막혀 허무하게 튕겨 나갔다.
하지만 엄청난 속도로 리시나스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일리아나가 검을 휘둘렀다.
“하아아아아압!”
기합과 함께 일리아나의 오러가 리시나스를 베려는 순간.
리시나스가 손으로 그대로 일리아나를 짓눌러버렸다.
콰가가가가강-!
처참하게 짓밟힌 일리아나를 보며 3학년들이 눈을 질끈 감았다.
“…… 이렇게 크시면서……. 이 반응 속도는 반칙이잖아요…….”
일리아나의 말에 손을 치운 리시나스가 빙긋 웃었다.
[끝났니?]스윽-
그 질문에 일리아나는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 일리아나가 검을 들어 올렸다.
“설마요.”
검을 겨눈 일리아나가 웃었다.
리시나스가 내뿜는 드래곤 피어는 여전했다.
하지만 일리아나는 조금 전처럼 공포에 질려 있지 않았다.
‘만용인가?’
일순간 그렇게 생각했지만 일리아나의 눈에는 명백하게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공포를 잊은 게 아니다.
극복한 것이다.
[넌 충분히 네가 할 수 있는 걸 했어.]리시나스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도망치다가 반격까지 성공했다.
물론 그 공격이 아무런 타격이 없었지만 지혜의 왕을 상대로 이렇게 싸운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리시나스 역시 어린 소녀에 불과한 일리아나가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일리아나는 더 싸우려고 했다.
움직이지 않는 몸을 쥐어 짜내며 포기하지 않는다.
조금 전까지 공포에 질려 어떻게든 도망치려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제가 그렇게 똑똑한 편은 아니지만요…….”
일리아나가 웃었다.
“조금 전까지는 그냥 도망만 치고 싶었는데 지금은 포기하고 싶지 않아졌어요.”
[왜?]“지금 여기서 포기하면 다음번에도 똑같이 포기해 버릴 거 같거든요.”
정말로 문득 든 생각이었다.
이 두려움에 맞선다면.
좀 더 나아갈 수 있을 거란 기대감.
“게다가…….”
[게다가?]“반장이라면 분명 포기하지 않았을 거예요.”
[…….]리시나스는 말없이 일리아나를 바라보았다.
‘반장……. 카일이라면 이랬을 거라…….’
리시나스의 눈에 비친 일리아나에게는 다양한 면이 보였다.
두려움에 맞서는 아르온의 모습.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루나의.
흔들리지 않는 드웨노의 모습.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레오의 모습.
마지막으로……. 절망 앞에서도 희망을 찾는 자신의 모습.
‘그랬구나.’
리시나스가 눈을 감았다.
확실히 전해져 오고 있었다.
자신을 포함한 대영웅이라 불리는 이들이 추구했던 것들이.
그것들을 한 대 모아 이 학교의 교훈처럼 한계를 아득히 넘어선 소녀를 보고 있자니 미소를 참을 수 없었다.
번쩍-
밝은 빛과 함께 리시나스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합격.”
“전……. 그냥 당하기만 했는데요?”
“정말 나한테 한 방 먹일 작정이었니?”
웃음을 터트린 리시나스가 일리아나의 머리를 토닥여 주었다.
그와 함께 일리아나의 몸이 회복되었다.
“오오.”
일리아나가 한결 편해진 얼굴을 할 때 리시나스가 말했다.
“기대된다, 네가 어떤 영웅이 될지.”
그 말에 일리아나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지혜의 왕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다니?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엄청난 명예였다.
수줍게 웃은 일리아나가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했다.
리시나스는 그런 일리아나의 등을 떠밀어줬다.
헤실헤실 웃으며 일리아나가 자리로 돌아갔다.
“자, 그럼. 다음은 듀란 모이라.”
모의전이 마무리된 걸 본 알비의 호명에 모두의 시선이 듀란에게 향했다.
듀란이 주먹을 움켜쥐자 스파크가 튀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듀란이 리시나스를 향해 정중하게 인사했다.
모의전이 시작되었다.
“반장! 반장! 나 리시나스님이 칭찬해 주셨다!”
일리아나가 활짝 웃으며 레오 앞으로 달려와 방방 뛰었다.
“부럽지? 부럽지?!”
“부럽네.”
“에헴!”
가슴을 활짝 펴고 어깨를 으쓱거리는 일리아나를 보며 레오가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칼이 말했다.
“리시나스님께 칭찬도 듣고, 좋겠다.”
“오호호호! 그래! 더 부러워하도록.”
“진짜 부럽네.”
“그러게요.”
“엥?”
첼시와 첸 시아도 거들자 일리아나가 당황했다.
“너희 왜 그래 평소 같았으면 코웃음 치거나 한 마디 했을 거잖아? 왜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건데?”
“아니, 진짜 부러워서.”
“맞아요.”
첼시와 첸 시아의 어두운 반응이 이어지자 일리아나는 겁에 질려 레오의 뒤에 숨었다.
“바, 반장. 얘들 이상해!”
지금 이 모의전은 개인의 실력으로 판가름 되는 시험이 아니다.
자신이 배운 걸 총동원해 지혜의 왕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시험.
그런 만큼 첼시도 첸 시아도 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더더욱 기다리고 있는 건 레오의 특훈.
“너, 너무 부담스러워 하지마! 너희도 분명 인정받을 수 있을 거야!”
결국 일리아나가 첼시와 첸 시아를 다독이는 진귀한 풍경이 펼쳐졌다.
‘저렇게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당겨주며 나아가는 거지.’
그 모습을 조금 흐뭇하게 바라보던 레오가 이윽고 다시 연무장을 바라보았다.
듀란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
모의전이 마무리된 학생들은 모두 힘겨운 걸음으로 기숙사로 돌아갔다.
모의전이 끝났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어두컴컴한 밤이 되어 있었다.
연병장에 남은 리시나스는 기지개를 켰다.
“끄응~ 몸을 푸니까 기분이 좋네.”
상쾌한 미소를 짓는 리시나스에게 다가간 레오가 물었다.
“어때? 3학년들은.”
“모두 대단했어.”
리시나스가 환하게 웃었다.
“그중에서도 몇몇 특출난 아이들은 더 대단했지. 너도 고생이 많았겠다.”
3학년들이 누구의 영향을 받았는지 알아보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리시나스의 말에 레오가 한숨을 쉬었다.
“고생이 많지. 덕분에 네 생각이 많이 났어.”
리시나스가 키득키득 웃었다.
“그래서? 파티 구성원은 조금 떠올렸어?”
“셀리아와 아바드, 첸 시아와 클로에. 워레든. 우선 이 다섯은 데리고 갈 거야.”
리시나스가 이번 모의전을 한 이유는 지금 시대의 영웅 후보생들의 실력을 확인해보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데비앙 왕국에서 활약할 인원들을 직접 선발하기 위해서였다.
에레보스의 조각 중 하나가 부활을 했고 활동을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마냥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지혜의 왕으로서 조각 하나를 끝장내리라 다짐한 리시나스였다.
“내일은 4학년들인가?”
리시나스가 콧노래를 불렀다.
“즐거워 보이네.”
“즐겁지. 5000년과 다르게 지금 시대에는 인재가 넘치잖아.”
“하긴.”
레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토벌대 인원을 구성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던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레오가 기숙사 방으로 향하는 문을 열자 리시나스가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눈앞에 있는 그림을 발견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굳어버렸다.
“아……? 드웨노?”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 생동감이 넘치는 그림.
당혹스러운 눈으로 그 그림을 바라보는 리시나스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드웨노의 세계에서 공략으로 얻은 그림이야.”
“아아……. 그런데 드웨노 말고 이 정도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있다니……. 놀라운데?”
리시나스가 감탄하며 드웨노 옆에 그림 속 드웨노처럼 똑같이 그림을 그리는 엘프를 바라보았다.
“이건 드웨노의 솜씨인데?”
리시나스는 두 그림의 화풍이 다르다는 걸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두 그림은 어딜 내놔도 손색이 없는 예술 작품이었다.
“누구야?”
“드웨노가 사랑했던 엘프.”
리시나스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세히 이야기 해줘! 자세히!”
평소의 리시나스 답지 않게 흥분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모르는 친구의 옛날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 리시나스의 반응에 레오가 드웨노와 엔니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와……. 그래서 그 변태가 아름다운 것에 집착하게 됐구나.”
감탄하던 리시나스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 엘프에게도 그런 괴팍한 요구를 했겠네?”
“누드모델이 되어 달라는 요구는 엔니하에게 배운 것 같던데?”
“천생연분이었군.”
리시나스가 혀를 찼다.
그러면서 턱을 괴고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죽은 이후에라도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어서.”
진심으로 안도하던 리시나스가 물었다.
“그래서? 드웨노의 후계자라는 아이는 어떤 아이야?”
“여자 드웨노.”
“걘 어쩌다가 그렇게 됐어?”
“난들 아냐? 근데 예술 쪽으로 재능은 영 꽝이야. 드웨노가 예술을 때려치우라고 했을 정도니까.”
“절대 안 듣지?”
“어떻게 알았어?”
“여자 드웨노라면서.”
리시나스가 키득키득 웃었다.
“아르온의 후계자는?”
“있어, 고양이 녀석.”
아르온과 정반대의 성격인 아르의 이야기를 들으며 리시나스는 눈을 반짝였다.
“루나의 후계자는? 기억 속에 어렴풋이 있어서 얼굴은 기억하는데.”
“루나 녀석이랑 똑같아.”
“……알만하네.”
리시나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린 평화의 시대가 돼도 똑같네.”
“달라질 게 뭐가 있어?”
리시나스의 말에 어깨를 으쓱거린 레오가 말했다.
그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리시나스가 차를 탔다.
그리고 찻잔에 따르며 레오에게 준 후 자신의 찻잔에도 차를 따라 마셨다.
그리고 말없이 드웨노와 엔니하의 그림을 감상했다.
그런 리시나스에게 레오가 물었다.
“그래서, 네 미련은 뭐야?”
“응?”
레오가 차를 홀짝였다.
“네가 루나처럼 네 미련이 무엇인지 모를 거란 생각은 안 드는데?”
“비밀인데.”
리시나스가 빙긋 웃자 레오가 미간을 좁혔다.
“뭐길래?”
“궁금해?”
“뜸들이지 말고 말할 거면 말해.”
레오가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차를 홀짝였다.
“알을 낳고 싶어.”
“푸흡! 쿨럭! 쿨럭!”
사레가 들린 레오가 미친 듯이 기침했다.
“농담이야. 웃겨? 뭘 그렇게 당황하는 거야?”
레오는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농담도 농담 나름이지. 루나 녀석도 그런 농담은 안 한다고!”
항의를 한 레오가 숨을 돌렸다.
그리고 빤히 리시나스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뭘 봐?”
리시나스가 미간을 좁히자 레오가 턱을 쓰다듬었다.
“아니, 알이라고 해서.”
“음흉한 생각이라도 드나 봐?”
“그런 게 아니라. 새삼 생물학적으로 네가 도마뱀이란 생각이 들어서.”
“너 이리 와. 아주 죽여 줄 테니까.”
싸늘한 표정이 된 리시나스가 레오에게 달려들어 명치에 드롭킥을 갈겼다.
쓰러진 레오 위로 리시나스가 올라타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두 사람이 한참 드잡이질을 할 때였다.
“리시나스님! 레오님! 밤늦게 죄송해요! 보고드릴 게 있…… 어서…….”
문을 열고 방에 온 멜리나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는 멈칫했다.
소파 위에서 레오의 위에 올라탄 리시나스를 잠시 바라보던 멜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실례했습니다.”
그리고 문을 닫고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엔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로드님. 보고는?”
“조금 있다 드리자.”
“네?”
“두 분 어쩌면 재결합하실지도 몰라!”
멜리나가 눈은 기대감에 부푼 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