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41)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41화(741/768)
741.
중간고사가 끝난 그다음 주.
원래라면 시험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학생들로 학교 분위기는 아주 가벼워야 정상이었다.
“사알…… 려…… 줘어어…….”
시계탑 기숙사 공용 휴게실.
엎어진 2학년 소환학과의 샤샤가 죽어가는 얼굴로 애원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사학과 학생들도 가까스로 기숙사에 복귀하고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보며 팔짱을 낀 쥬엔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후후훗, 한심한 소환학과와 기사학과 녀석들 그게 뭐 힘들다고.”
“……우리도 죽을 것 같은데?”
“쥬엔, 너도 다리가 떨리고 있어…….”
그 말대로 2학년 중 유일하게 일어나 있는 쥬엔의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억지로 일어나 있는 거였다.
그 말에 쥬엔이 눈을 부릅떴다.
“일어서 있다는 게 중요해!”
“쥬엔! 왜 그렇게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냐?”
팍-!
“꺄흥!”
칼이 다가와 어깨를 툭 치자 쥬엔이 그대로 바닥에 무너져내렸다.
“어……. 미안.”
칼이 볼을 긁적이며 사과하자 쥬엔이 원망 어린 눈으로 칼을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칼이 품에서 분무기를 꺼내더니 쥬엔에게 촥촥- 뿌렸다.
“뭐예요?”
“칼 만물상점 특제 근육통과 마나통 완화약.”
칼이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오늘 막 완성했지.”
“오……! 통증이 진짜 완화되었어요!”
쥬엔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역시 칼 선배의 약은 잘 듣네요.”
감탄하며 몸을 일으키는 쥬엔의 손을 잡아준 칼이 씩- 웃었다.
“서포터는 내 전문이니까.”
그 모습을 본 여기저기서 주문이 빗발쳤다.
“카, 칼 선배님! 저도 뿌려 주세요!”
“저도……!”
그 말에 칼이 품에서 주머니를 꺼냈다.
“뭐예요?”
칼이 빙긋 웃었다.
“싸게 모십니다, 고객님들.”
“쥬, 쥬엔은 무료로 치료해 주셨잖아요!”
“흥! 부러우면 너희도 멘토를 잘 고르지 그랬어!”
쥬엔은 동급생들을 향해 혓바닥을 쏙 내밀었다.
그렇게 칼은 마법학과 학생들은 물론이고 다른 학과 2학년들을 치료해 주며 요금을 받았다.
한쪽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엘레나가 말했다.
“칼.”
“네, 엘레나 선배.”
“나도 뿌려줘.”
“예! 예! 지금 갑니다!”
칼이 활짝 웃으며 통증 완화 약병이 잔뜩 담긴 손수레를 밀며 엘레나에게 달려갔다.
곡소리를 내는 건 2학년들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학년들 역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칼은 두둑해진 돈주머니를 보고 헤벌쭉 웃었다.
“그렇게 좋아요?”
쥬엔이 어이가 없다는 듯 묻자 칼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돈은 항상 옳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짤랑- 짤랑- 주머니를 흔들어 보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1학년들이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언니. 우리도 내일 전투학 수업에서 리시나스님과 싸우게 되겠죠?”
1학년 대표, 페레나의 물음에 손톱을 관리하던 엘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엘리자가 후-! 손톱에 바람을 가볍게 불 때였다.
“1학년들은 모의전을 안 한다고 하던데?”
“꺅?!”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페레나가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노, 놀랐잖아요!”
“아, 미안.”
페레나가 항의하자 칼이 빙긋 웃었다.
“칼.”
“왜?”
“마실 거 있어?”
“당연히 있지.”
칼이 빙긋- 웃으며 수레에 손을 뻗을 때였다.
“여기 있어요.”
쥬엔이 냉큼 끼어들어 칼의 수레에서 음료를 찾았다.
“밀크티 맞으시죠?”
쥬엔이 생긋 웃으며 엘리자에게 마실 음료를 건넸다.
엘리자는 그런 쥬엔을 빤히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음료병을 받았다.
“잘 아네. 칼의 종업원을 해도 되겠어?”
“칼 선배를 많이 도왔으니까요.”
쥬엔이 빙긋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볼을 긁적이던 칼이 페레나에게 말했다.
“1학년은 모의전 대신 특별 수업이 있다고 하더라.”
페레나에게 일정을 알려준 칼이 손을 내밀었다.
“뭔가요?”
“정보료.”
“얼마인데요?”
“8실링.”
“비싸네요.”
“네 언니 밀크티값도 포함이야.”
페레나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 칼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이용 부탁드립니다~”
쾌활하게 말한 칼이 쥬엔을 잡아끌었다.
“가자, 쥬엔. 나중에 봐~ 엘리자.”
칼이 넉살 좋게 인사하고 자리를 떠났다.
***
데비앙 왕국.
“대륙 동부에 자리 잡은 거대 왕국으로서 대륙 동부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란 말이지?”
“네.”
레오의 물음에 멜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륙 동부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는 비하르가 건국한 샨이라는 곳 아니었어?”
리시나스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레오가 대답했다.
“사정이 조금 복잡해. 샨은 일반적인 제국과는 거리가 멀거든.”
“음?”
리시나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레오가 멜리나를 바라보았다.
시선을 받은 멜리나가 대륙 동부 정세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실제로 대륙 동부의 패권국은 샨 제국이에요. 하지만 샨은 동부 제일의 국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단 한 번도 주변국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는 나라에요.”
“왜? 이 정도로 거대해지려면 정복 활동을 했다는 소리일 텐데?”
“샨은 대대로 그림자로서 배신자들을 처단해 왔어요. 그중에는 국가의 핵심 권력층도 있었는데 그런 사태가 발생하면 샨은 그 국가를 지도에서 지워왔죠.”
샨과 거리가 먼 왕국들은 주변국으로 흡수되었지만 샨과 국경이 맞닿은 국가 중에는 자연스럽게 샨에 흡수된 지역도 많았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서 샨은 자연스럽게 거대한 영토를 가지게 된 것이다.
정복 전쟁과는 결이 다른 성장.
그렇다 보니 샨은 자신들의 강력한 국력을 외부로 행사하지 않는 국가로 유명했다.
샨의 황제들 역시 거대 제국의 황제로서가 아닌 그림자들의 우두머리로서의 정체성이 더욱 강했다.
“그렇게 역사상 가장 고요하고 관대한 제국 샨이 탄생한 거예요.”
“그 침묵하는 샨을 대신해 현재 동부에서 실질적으로 패권을 행사하는 것이 샨 다음으로 거대한 영토를 지닌 데비앙이라는 거구나.”
리시나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하르의 후손들은 대대로 신념을 지키며 살아왔구나. 힘들었을 텐데.”
리시나스가 쓰게 웃자 레오가 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워했을 거야. 첸 시아를 보면 알잖아?”
“……그래.”
리시나스가 지도의 샨 제국을 쓸어보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데비앙의 위치를 확인했다.
대륙 동부의 가장 북쪽에 자리 잡은 데비앙은 샨과 국경을 맞닿고 있지 않았다.
동서남으로는 작은 왕국과 공국들만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북쪽으로는 엘프의 영토와 국경을 맞대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데비앙은 오래전부터 엘프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국가였다.
세계에서 엘프들과 교역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세력이었고 그 덕에 막대한 부를 축적해 온 국가이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주변에 위협 요소가 존재하지 않은 상황이고 지리적으로도 완벽한 국가였다.
그렇게 샨의 눈치를 보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세력을 만든 데비앙이었다.
그렇게 대외적으로 실질적인 패권국의 지휘를 가지고 있던 데비앙은 최근 내전 상태에 돌입했다.
데비앙의 왕이 죽은 이후 세자였던 제1왕자가 자연스럽게 왕위를 계승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1왕자가 최근 군대를 이끌고 타르타로스와의 전투에서 전사했어요.”
멜리나의 말에 리시나스가 한숨을 쉬었다.
“그다음은 뻔하겠네.”
“네.”
상황이 그렇게 되자 세자 다음으로 강한 권력을 쥐고 있었던 1공주와 2왕자 왕좌를 건 내전에 휩쓸리게 된 것이다.
수도에서 시작된 전쟁에 이미 수도는 엉망이 되었고.
이후 수도를 중립 지대로 선포하고 국가가 동서로 분단되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대륙 동부 역시 그 혼란에 휩쓸리게 됐는데.
대륙 동부의 인간 국가는 샨을 제외하고 모두 데비앙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대륙 동부는 인간 국가가 세력을 키우기 힘든 곳이다.
대륙 극동은 드워프의 영역이고 데비앙을 제외한 그 외에는 대부분 거대 제국 샨의 영토.
그리고 남은 몇 안 되는 땅을 여러 국가들이 나눠 가진 상황이다.
그 상황에서 거대한 힘을 지닌 데비앙이 오랜 세월 세력을 유지한 덕분에 대륙 동부의 대부분 국가는 데비앙과 종속 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런 데비앙이 내전 상태에 들어가자 소국들은 재빠르게 제1공주파와 제2왕자파에 줄을 댔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대륙 동부 국가들 사이에도 빠르게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 것이다.
데비앙의 내전이 대륙 동부의 전쟁에 도화선이 된 셈이었다.
샨 제국은 이 상황을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외부 일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이건 대륙 동부의 패자인 샨의 오랜 전통이자 질서였다.
샨의 철저한 중립이 대륙 동부의 질서를 유지해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샨이 섣부르게 움직인다면 그 질서가 무너지고 더 큰 혼란이 초래될 수도 있었다.
“에레보스의 조각은 왜 하필 이런 곳에 둥지를 튼 거야?”
“그 망할 불덩어리가 하는 짓거리가 다 그렇지. 존재 자체부터가 해악이잖아.”
레오가 짜증스럽게 말하자 리시나스가 맞장구를 쳤다.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멜리나는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시대의 사람들에게 에레보스는 절대적인 공포의 존재다.
그랬기에 에레보스를 세계의 위협 이전에 바퀴벌레 정도로 취급하는 두 사람의 대화가 신기했다.
‘역시 대영웅님들의 대화는 엄청나구나.’
멜리나가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레오와 리시나스는 쉴 틈 없이 에레보스를 욕했다.
그 모습을 보며 멜리나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왜 웃어?”
“아니요, 두 분 참 사이가 좋으신 것 같아서요.”
그렇게 말한 멜리나가 말했다.
“그래서, 두 분 언제 다시 재결합하시는 건가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레오가 인상을 쓰자 멜리나가 말했다.
“며칠 전에 두 분 금슬이 참 좋아 보였거든요. 화해하셨으니 이혼은 취소인 거죠?”
그 말에 레오가 손을 뻗어 멜리나의 뺨을 잡아당겼다.
“왜, 왜요?”
“그럴 일 없어. 애초에 난 사기 결혼을 당한 거라고. 사실대로 말하면 이혼이 아니라 결혼 취소지. 누굴 억울하게 이혼남으로 만들어?”
레오가 사나운 표정을 짓자 멜리나가 울상을 지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엔입니다.”
“들어와.”
벌컥-
엔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레오님. 교장이 찾습니다.”
“교장이?”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엔을 따라 방을 나갔다.
두 사람만 남게 되자 멜리나가 말했다.
“리시나스님. 레오님과 재결합하실 거죠?”
그 말에 리시나스가 빙긋 웃었다.
“멜리나, 나도 그땐 머리가 어떻게 되었던 거야. 내 최악의 실수 중 하나란다. 누가 저딴 자식이랑 결혼을 하고 싶겠어?”
“네? 그럼 레오님은 루나님과 이어지는 건가요?”
멜리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응? 뭐라고?”
리시나스가 빙긋 웃었다.
“그러니까 레오님은 루나님과…….”
리시나스는 손을 뻗어 레오에게 잡혔던 멜리나의 반대쪽 뺨을 잡아당겼다.
“다시 말해 볼래?”
“레오님에게는 리시나스님이 가장 잘 어울려요”
그 말에 리시나스가 뺨을 놔주었다.
양 뺨을 문지르며 멜리나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
루메른의 교장.
리이나는 방으로 찾아온 레오를 보며 말했다.
“레오 학생. 루메른으로 의뢰 하나가 들어왔다.”
“절 지명한 의뢰인가 보네요.”
“맞아.”
리이나가 혀를 찼다.
“데비앙의 제1공주 측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왔다.”
“루메른은 중립이란 걸 그쪽이 모르진 않을 텐데요?”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리이나가 혀를 찼다.
“상황이 복잡해졌거든.”
“지금보다 더 복잡해졌다고요?”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리이나가 깊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2왕자 파에서 세이룬을 끌어들였다.”
“세이룬?”
느닷없는 엘프 영웅 사관 학교의 개입에 레오가 미간을 좁혔다.
“세이룬에서 파병된 이는 세이룬의 학생회장인 루니아 엘 룬드아다. 그래서 데비앙에게 널 지목한 거지.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지?”
리이나의 말에 레오가 한숨을 쉬었다.
“개판이란 소리네요.”
“아주 정확해.”
레오의 한숨에 맞춰 리이나도 마주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