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43)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43화(743/768)
743.
레오를 필두로 한 루메른 학생들은 데비앙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이미 학교에는 레오가 새로운 임무를 떠난다는 소문이 쫙 퍼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 멤버는 이전보다 더욱 호화로웠다.
이미 레오는 학생들 사이에서 논외로 취급되는 인물이다.
그런 만큼 학교의 최강을 논할 때 자연스럽게 후보군에서 빠지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엘레나와 릴.
루메른의 공식적인 1, 2인자가 이번 임무 원정에 출전한다는 소식은 커다란 화제를 만들었다.
아카데미의 최강 전력이라 평가받는 1인자와 2인자가 함께 파티를 맺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기 때문이다.
레오 역시 방에서 준비가 한창이었다.
갈아입을 옷을 챙기고 무구를 점검하던 레오가 멈칫했다.
그리고 빤히 리시나스를 바라보았다.
소파 위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과자를 먹던 리시나스는 그 시선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내 무구는 대부분 망토의 아공간에 있거든.”
칠흑의 망토의 망토는 에레보스 토벌대, 아르히가 완전체의 모습을 갖추기 훨씬 전부터 레오와 함께 해온 물건이다.
그런 만큼 레오는 루메른이 공략 보상으로 얻은 칠흑의 망토를 리안에게 건네받은 그 순간부터 칠흑의 망토에 무구를 보관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칠흑의 망토에서 무구를 꺼내는 게 가장 익숙했기 때문이다.
환생을 한 이후에도 많은 전투를 치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레오 플로브로서 치른 전투의 숫자는 전생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런 만큼 레오는 여전히 카일 때처럼 칠흑의 망토에 물건을 수납하는 방식이 가장 손에 익었다.
“그런데 네가 현신의 매개체로 쓰고 있잖아.”
레오의 말에 리시나스가 슬쩍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확실히 리시나스는 자신의 가죽으로 만든 칠흑의 망토를 매개로 현신한 상황이었다.
“루나는 자신의 매개체였던 코메테스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던데. 너도 그럴 수 있어?”
“아니. 나는 네 망토의 능력을 끌어낼 수 없어.”
“왜?”
“루나와 나는 같은 영령이라도 상태가 다르거든.”
“상태가 다르다?”
“맞아.”
고개를 끄덕인 리시나스는 레오의 방 한편에 있는 간이 칠판 앞으로 다가가 분필을 들었다.
“지금부터 영령술에 관한 특별 강의를 해주겠어.”
그렇게 말한 리시나스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5000년 전 미리미리 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5000년 전 나한테 영령술 재능이 없다고 말한 건 너였잖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배우라고 했잖아.”
“루나가 자기한테 마법 배우라고 아우성이었잖아. 실제로 그때는 내가 영령술을 배우는 것보다 마법을 배우는 게 더 효율적이었고.”
확실히 영령술의 재능이 빵점이었다 보니 루나에게 마법을 익히는 게 당시에는 더 능률적이었다.
‘루나 녀석.’
당시의 일을 떠올리며 리시나스가 한숨을 쉬었다.
당시의 루나는 마법도 마법이지만 그 이전에 어떻게든 레오와 단둘이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리시나스가 영령술에 재능이 없는 레오를 굳이 가르치려 했던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으니까.
옛날 일을 떠올리던 리시나스가 칠판에 간단하게 루나의 그림을 그렸다.
“루나의 경우에는 미련을 가진 형태로 5000년 동안 자신의 무덤가에 잠들어 있었어.”
칠판 상단에 재앙의 시대라고 쓴 리시나스는 루나와 재앙의 시대 사이에 선을 하나 그었다.
“그리고 너와 영령 계약을 맺음으로써 코메테스를 매개로 다시 이 땅에 모습을 드러냈던 거지.”
그렇게 말한 리시나스는 루나의 옆쪽에 자신의 그림을 그렸다.
“그와 반대로 난 5000년 전 죽었을 때 미련을 남기지 않았어.”
재앙의 시대와 자신 사이에 선을 그은 리시나스는 그사이에 X 표시를 했다.
“내가 영령으로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던 건 히어로 레코드가 있었기 때문이야.”
히어로 레코드를 통해 과거의 자신과 이야기하고 과거의 자신의 도움을 받아 레오와 이야기했다.
‘그때 미련이 생긴 거지.’
눈앞의 남자와 함께 하고 싶다는 미련.
속으로 혀를 찬 리시나스가 레오를 보며 말했다.
“나와 루나의 차이를 알겠어?”
“루나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영령이고 넌 그렇지 않다?”
“맞아. 바로 그거야.”
리시나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과 루나 얼굴 그림 밑에 간단한 레오의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난 5000년 전 마지막 순간에 네게 드래곤 하트를 넘겼어. 결국 내 마나는 네 것이라는 뜻이야. 그건 내가 영령이 되었어도 변함없어.”
리시나스가 레오를 바라보았다.
“그런 만큼 같은 영령 상태라도 루나가 훨씬 더 자유롭게 많은 걸 할 수 있는 거지. 코메테스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던 건 루나가 네 마나가 아닌 코메테스에 깃들어 있던 루나 본인 스스로의 마나를 사용해 이 세상에 머물렀기 때문일 거야.”
확실히 레오는 루나와의 영령 계약을 통해 루나가 이 세상에 머무는 계기만 마련했을 뿐이다.
루나가 이 세상에 더 이상 남아 있지 못하게 된 건 코메테스에 있는 자신의 마력을 모두 소모했기 때문이었으니까.
자신의 미련인 베르키아에 대한 걱정을 완전히 떨쳐냈기 때문이 아니다.
‘베르키아를 향한 루나의 마음은 어머니의 마음과도 같았으니까.’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은 좀처럼 쉽게 떨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나 의외로 여린 구석이 많고 불안감도 많이 느끼는 루나의 성격상 더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떠나는 최후의 순간에는 그 마음을 이겨냈지.’
베르키아를 믿고 레오를 믿은 것이다.
레오가 리시나스를 바라보았다.
리시나스 역시 비하르가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리시나스는 비하르를 굳게 믿었다.
“루나와 다르게 난 타인의 마나로 현신을 하고 있는 셈이니까. 루나보다 자유롭지 못해. 내가 망토의 기능을 끌어내지 못하는 건 그 이유 때문일 거야.”
“하긴 어떤 의미에서 난 네 마스터이기도 하니까.”
“누가 너 같은 걸 마스터로 여겨?”
‘무의식 속의 네가.’
얼굴을 구기는 리시나스를 보며 레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물론 리시나스의 자존심상 절대 레오를 마스터로 여기진 않을 것이다.
레오 역시 그런 관계는 사절이었다.
자신과 리시나스는 대등한 관계니까.
잠시 리시나스를 바라보던 레오가 말했다.
“그럼 나는 어떨까?”
“응?”
“나는 망토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론상으로는 가능할 것 같은데?”
그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레오가 리시나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뻗어 리시나스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아공간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그에 레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별 반응이 없는데?”
“음? 손은 날 이루고 있는 핵이 자리 잡은 부분이 아니라서 그런가?”
“핵이 어딘데?”
“드래곤 하트가 있는 곳.”
“그렇다면.”
레오의 시선이 잠시 리시나스의 오른쪽 가슴에 머물렀다.
리시나스가 빙긋 웃었다.
“죽을래?”
“전에도 만졌었잖아.”
“그땐 그때야.”
“닳는 것도 아니면서.”
“음흉하긴.”
“음흉한 생각 전혀 없거든? 흠? 그럼 등으로는 안 되나?”
레오가 리시나스의 등 쪽을 건드려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반응은 없었다.
레오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을 때 한숨을 쉰 리시나스가 레오의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 쪽으로 잡아당겼다.
가장 처음 손바닥으로 전해진 건 천의 질감이었다.
그리고 그 너머의 감촉이 느껴지기도 전에 레오의 손이 리시나스의 가슴을 파고 들어갔다.
“웃?!”
리시나스의 몸이 살짝 굳었다.
레오는 감탄했다.
“신기하네. 모습은 다른데 망토 안에 손을 넣은 느낌인데?”
신기함을 느끼며 레오는 손목을 틀어 아공간 내부를 휘저으며 여러 무구들을 잡아봤다.
탁-!
마지막으로 검이 잡혔을 때.
“빠, 빨리 빼!”
리시나스가 다급히 말했다.
그에 레오가 다급히 검을 뽑았다.
그리고 휘청거리는 리시나스를 부축했다.
“괜찮아?”
“이 느낌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어.”
가쁜 숨을 헐떡이며 리시나스가 레오의 부축을 받고 몸을 일으켰다.
“네 영혼이 너무 선명하게 느껴져.”
“난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리시나스가 심호흡을 했다.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아무래도 이것도 일종의 혼의 교감인 모양이야. 네 영혼이 내 영혼으로 들어오는 느낌이었어.”
리시나스로서도 처음 겪어보는 경험이었다.
“괜찮냐? 일단 포스테리타스는 꺼냈는데.”
레오는 드웨노가 만든 검을 보여주며 말했다.
“크게 힘든 건 아니야. 그저 익숙하지 않은 느낌에 놀랐을 뿐이야.”
리시나스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았다.
그런 리시나스에게 이것저것 챙겨 준 레오가 맞은 편에 앉았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뭘 그렇게 빤히 봐?”
그때 리시나스의 뾰족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에 레오가 말했다.
“아니, 갑자기 루나의 말이 떠올라서.”
“루나는 갑자기 왜?”
“그 녀석이 말하더라고. 자기는 부자고 넌 가난하다고. 그게 무슨 뜻인가 싶었는데 이제 알겠…….”
레오는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끝나기 전에 리시나스가 드롭킥으로 레오의 명치를 갈겼기 때문이다.
리시나스가 레오의 멱살을 잡아 올린 채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깊은 밤임에도 학생회장의 방은 오랫동안 소란스러웠다.
***
타르타로스와의 전쟁은 어떤 의미에서 매 순간순간이 명예로운 전투였다.
물론 전장에 참전한 이는 그 순간순간마다 생존을 걸고 공포와 치열하게 맞서 싸운다.
하지만 그들은 인외의 존재.
세계의 근본적인 적.
타르타로스의 군대에겐 탐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의 목적은 오직 하나.
세계의 멸망.
그렇기에 그들은 기쁜 마음으로 전쟁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자신들의 죽음이 곧 세계의 멸망에 다가간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기에.
그들에게 있어 세계와의 전쟁은 곧 성전이었다.
단 하나의 목적만을 향해 달려가는.
그렇기에 타르타로스와의 전쟁에서는 단 하나만 생각하면 됐다.
적을 쓰러트리는 것.
그리고 그렇게 전투에서 살아남는 순간.
명예가 기다린다.
세계를 위해 목숨을 건 자라며 칭송이 쏟아진다.
하지만 인간과 인간끼리의 전투에서 그런 건 없다.
대부분의 전쟁이 그러하듯.
전쟁은 높으신 분들의 탐욕에 의해 일어난다.
타르타로스와의 전투는 명예롭다.
그렇기에 전투에 참전하는 이들은 자신들을 다잡기 위해 명예를 부르짖는다.
하지만 인간과의 전투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명예를 부르짖는다.
타인에게 명예를 강요한다.
어쩌면 그건 전장에 나서는 이들이 다르기 때문일지 몰랐다.
인간과의 전장에서 죽어가는 대부분의 이들은 타르타로스와의 전쟁에서 보호받는 일반인들이다.
평상시에는 전투와 관련 없는 농민들이 대부분이다.
싸우고 싶어서 전장에 끌려 나온 게 아니다.
그랬기에 원치도 않으며 의미도 없는 명예를 강요받는 것일지도 몰랐다.
“적들이 후퇴한다! 추격하여 간악한 제 2왕자를 따르는 저 악적들을 물리쳐라!”
“와아아아아아아!”
선두에 선 기사가 검을 높이 쳐들며 소리쳤다.
그는 제 1공주파의 거물로서 이 전쟁에서 100명에 달하는 기사의 목을 벤 것으로 명성을 높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실력을 가진 만큼 베어 넘긴 병사들의 숫자는 끝도 없다.
그렇게 베어 넘긴 이들 중에는 용기를 강요받기를 거부해 물러서는 아군 병사들도 여럿 있었다.
우우웅-!
기사의 몸에서 선명한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트레니코니 공주님의 명예를 위…….”
번쩍-!
쩌엉-!
“크악?!”
그리폰에 탄 채 검을 휘두르던 기사가 그리폰에서 튕겨 날아갔다.
추하게 바닥을 나뒹군 기사가 눈을 부릅뜨고 그리폰 위를 바라보았다.
주인이 떨어졌으면 응당 날뛰어야 할 그리폰은 조용히 누군가를 태우고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흘러내릴 것 같은 은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호수처럼 깊은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순백의 갑옷으로 무장한 그녀는 마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전장의 여신을 연상시켰다.
결정적으로 귀가 뾰족했다.
“엘프!”
기사가 눈을 부릅뜨며 살기를 드러냈다.
그런 기사를 향해 엘프 여인, 에이란이 말했다.
“이 전투는 여러분의 승리입니다. 제 2왕자파의 병사들은 후퇴할 것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피를 흘리는 건 무의미합니다.”
“닥쳐라! 간악한 엘프! 감히 인간의 전쟁에 개입하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
기사는 일갈하며 살기를 드러냈다.
그런 기사를 보며 에이란이 그리폰에서 내려왔다.
“세상이 넓은 걸 알려주마! 우물 안 엘프여! 진짜 전쟁을 경험한 나! 레카리트의 검 앞에 무릎 꿇게 해주마!”
100명의 기사를 베어낸 그는 자신의 공적에 취해 있었다.
그는 영웅 사관 학교 출신은 아니었다.
한때 그렇듯 꿈을 꾸긴 했지만 그의 재능으로는 입학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그의 눈에는 진한 열등감이 어려 있었다.
‘세이룬이라 하더라도 결국 영웅 후보생이 아닌가!’
코웃음을 치며 오러를 활성화시키고 달려가려는 순간.
쩌억-!
그의 검이 오러째로 두 동강이 났다.
“무슨……?”
그가 경악할 때.
쩡-!
에이란이 검면으로 기사의 투구를 후려갈겼다.
눈을 까뒤집고 기절한 기사를 보며 에이란이 당황했다.
“괘, 괜찮으세요? 저 보고 우물 안 엘프라고 하길래 굉장한 실력을 가지신 줄 알고 저도 모르게 힘껏……. 저, 저기요? 수, 숨 쉬시는 거 맞죠?”
잔뜩 당황한 에이란이 기사를 불렀다.
하지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으아아아악!”
“마녀다! 마녀가 레카리트 경의 목을 베었다!”
“후퇴하라!”
그 모습을 봄 제 1공주파의 병사들이 기겁하며 도망쳤다.
“마, 마녀라뇨! 이 사람을 죽였다뇨! 오해에요! 보세요! 여기 숨 쉬시잖아요! 이분을 데려가세요!”
에이란이 울먹거리며 레카리트를 들어 올리고 병사들을 쫓았다.
에이란은 마녀라는 흉악한 이명으로 불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기절한 채 축 처진 레카리트를 붙잡고 병사들을 좇는 건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히이이익! 시체를 부리는 마녀다!”
“사, 살려 주세요! 저 무시무시한 마녀로부터 절 구해주십시오! 성운의 시조시여! 용자시여! 시작의 영웅이시여!”
농민으로 구성된 병사들은 에이란의 모습에 공포에 질리고 말았다.
그런 농민들을 보며 에이란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루나님과 아르온님! 그, 그리고 카일님은 절 엄청 귀여워하신다구요!”
하지만 그 외침은 전장 속에서 공허하게 울려 퍼질 뿐이었다.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며 후퇴하던 제 2왕자파 병사들은 전율했다.
“세, 세이룬의 엘프는……. 시체를 저런 식으로 농락하는구나…….”
“아, 아군이라 다행이다!”
“아군이라도 무서워!”
단 한 번의 전투로 에이란은 시체의 마녀라는 별명을 얻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