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54)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55화(754/768)
755.
한파가 불어닥친 데비앙의 수도 데앙의 뒷산.
이곳에는 평소 평민들에게도 개방된 거대한 온천이 자리 잡고 있었다.
평상시라면 가족끼리의 짧은 여행이라든가 휴가를 위해 많은 사람들로 붐볐을 곳이다.
하지만 내전이 일어나고 갑작스러운 한파가 불어닥쳐 온천이 모두 얼음물이 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그곳에 데비앙에 파견을 온 루메른과 세이룬의 학생들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레오는 자신의 방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밖에는 외부 정원에 모인 학생들이 각자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훈련 외에도 루메른과 세이룬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엘프 사회에서 인간 문화가 유행하기 때문일까?
루메른 학생들과의 교류에 세이룬은 특히나 진심이었다.
세이룬 학생들의 숫자는 루메른 쪽보다 월등히 많았는데 대부분은 1, 2학년들이었다.
1학년을 제외하고 정예로 뽑아온 루메른과는 대조적이었다.
‘하긴. 우리는 에레보스의 조각을 찾기 위해 왔으니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루메른과 달리 세이룬은 이번 내전 개입을 일종의 현장 학습으로 여기는 듯했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루나가 바라던 것일지도 모르지.’
다양한 종족과 교류하고 세상을 아는 것.
마법사에게는 그 누구보다 중요한 덕목이다.
엘프들의 폐쇄적인 성향을 생각한다면 인간 문화의 유행은 결코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었다.
‘뭐, 적당히란 게 없는 건 확실히 문제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레오는 세이룬 여학생들이 여러 명 모여 있는 쪽을 봤다.
그곳에서는 아바드가 특유의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엘프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여전히 루메른 최고의 미남 후보로 거론되는 아바드였다.
예전에도 루세전 같은 교류전에서도 세이룬 학생들이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당시에는 엘프 특유의 자존심 때문에 적극적으로 말을 거는 학생은 없었지만 지금은 대놓고 호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세이룬 뿐만 아니다.
다른 학교와도 교류전이 있을 때 늘 인기가 많았던 아바드다.
“인기인은 좋겠군.”
레오가 피식 웃었다.
똑똑-
“들어 와.”
레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문이 살짝 얼렸다.
그 뒤로 빼꼼 얼굴을 내민 건 에이란이었다.
“시, 실례합니다.”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오자 그 뒤로 첸 시아와 클로에가 따라 들어왔다.
에이란이 루메른에 교환학생으로 왔을 때 같은 기숙사에서 지낼 때 자주 어울렸던 멤버다.
“무슨 일이야? 다 같이.”
“에이란이 물건 잃어버렸는데 네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해서.”
클로에의 설명에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뭘 잃어버렸는데?”
“그건 아직 못 들었어. 에이란, 뭘 잃어버린 거야?”
클로에의 물음에 에이란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그…… 아주 중요한 책인데요…… 그러니까…….”
“중요한 책? 혹시 마도서야?”
책이라는 말에 클로에의 푸른 눈이 특유의 지적 호기심으로 빛난다.
그와 반대로 첸 시아의 검은 눈동자는 의구심으로 물들었다.
“에이란 양. 혹시 즐겨 읽던 소설 같은 걸 찾아 달라는 말은 아니죠?”
“아, 아니에요! 소설은 맞지만……! 아, 아무튼 그런 걸 레오님께 찾아달라고 할 리 없잖아요!”
에이란이 기겁하며 발끈했다.
“소설? 무슨 소설?”
클로에가 영문을 몰라하자 첸 시아가 말했다.
“관능 소설이요.”
“뭐?”
클로에가 벙찐 표정을 지었고 에이란은 울상을 지으며 첸 시아의 입을 틀어막으려 했다.
하지만 신체 능력이 에이란보다 떨어지는 루니아라면 모를까.
첸 시아의 입을 막는 건 매우 어려웠다.
에이란은 도리어 첸 시아에게 손목을 붙잡혀 제압당했다.
“그의 거친 손바닥이 나의 부드러운 배를 쓰다듬…….”
“아악! 아악! 아악!”
에이란이 악에 가까운 비명을 내지르며 첸 시아의 목소리를 덮어버렸다.
‘베르키아와 비하르도 자주 저렇게 서로를 놀리곤 했는데. 그때도 주로 베르키아가 당하는 쪽이었지만.’
“첸 시아. 그만 놀려.”
“네~”
레오의 말에 순순히 대답하며 첸 시아가 에이란의 손을 놔주었다.
귀까지 빨개진 에이란이 어깨를 파들거렸다.
“그래서? 정확하게 뭘 찾아 달라는 거야?”
“그…… 제가 창작 활동을 조금 해봤는데요……. 제가 쓰던 소설이 사라져서요.”
“사라져? 어쩌다가?”
“그…… 압수당했다고 해야 하나…….”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말하는 에이란을 보며 레오는 누가 압수 해갔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녀석이야?”
“……네.”
레오가 말하는 그 녀석이란 리시나스였다.
“그 녀석이 왜 압수했는데?”
“…….”
“알아야 나도 찾아주지.”
레오의 말에 에이란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이내 질끈 감았다.
“그…… 카일님과…… 루나님에 관한 이야기를 소설로…….”
“뭐? 에이란! 설마 카일님과 루나님을 가지고 이상한 소설을 쓴 거야?!”
“너무 자기 욕망에만 충실하면 천벌 받아요.”
클로에가 경악했고 첸 시아가 진지하게 말하자 에이란이 울상을 지었다.
“그런거 아니에요! 이상한 소설이 아니라 그냥 연애 소설이란 말이에요!”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혀를 찼다.
‘아무리 에이란이 독서 취향이 이상해도 그런 소설을 쓰진 않겠지.’
그렇다면 그냥 평범한 연애 소설일 것이다.
‘그 녀석이 그런 걸 신경 쓰고 있었나?’
우웅-! 우웅-!
그때 방 한구석에 있는 마법 통신 수정구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레오가 다가가 수정구를 건드리자 한 중년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랜만이옵니다, 강녕하게 지내시옵니까? 폐하.]“오랜만이네요.”
[저는 이제 폐하의 신하이옵니다. 존대를 거두어 주십시오.]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텅컨 왕국의 기사단이자 레센텅 지방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던 튜센 기사단의 단장, 시스 지그마였다.
이전 겨울 방학 당시 레오가 레센텅 지방을 물려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시스 지그마 역시 텅컨 왕족의 혈통인 레오를 따르게 되었다.
존대를 하지 말라는 시스 지그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레오가 물었다.
“대관식 준비는 잘 돼가나?”
[예. 착실하게 준비되어가고 있습니다. 루메른의 여름방학 이 끝나고 이곳에 오시게 되면 폐하께서는 레센텅의 정당한 주인이 되실 겁니다.]“빠르네.”
[빠르다니요.]시스는 정색했다.
[원래라면 지난 겨울 방학 때 권좌에 오르시고 신 아르히 왕국을 선포했어야 합니다! 한참 늦습니다!]진심으로 분한 표정을 짓는 시스를 보며 레오가 혀를 찼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첸 시아가 말했다.
“와, 그러면 여름방학이 끝난 후부터는 레오 도령을 폐하라고 불러야 하는 건가요?”
“음……. 왕이라. 뭔가 많이 어색할 것 같은데.”
“대단하세요! 레오님! 우으……. 왕이 되시면 쉽게 말 걸기 힘들어진다거나 그런 건 아니죠?”
클로에가 고개를 갸웃거렸고 에이란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레오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샨의 차기 황제랑 차기 북부 마탑주. 그리고 엘살베키아의 차기 의회장이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레센텅 지방은 확실히 좋은 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동부의 주인인 샨과 세계에 대륙에 다섯 개뿐인 마탑.
그리고 엘프 세력의 거대한 지방인 엘살베키아의 최고 권력자가 될 세 사람에 비교한다면 새롭게 건국될 아르히 왕국은 작은 축에 속했다.
수정구 너머로 세 여학생을 본 시스는 환하게 웃었다.
[오오. 폐하의 친구분들이시군요.]“안녕하세요, 크림슨 웨이브, 시스 경.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클로에가 대표로 인사했다.
대륙 서부에서도 명성이 높은 튜센 기사단의 단장이자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기사 영웅.
“시스 경의 이야기는 저도 많이 들었어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에이란 역시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오러의 힘에 의해 중년의 외모를 하고 있지만 시스는 노인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나이다.
텅컨 왕국이 멸망한 이유는 타르타로스와의 전쟁 때문.
나라가 멸망하는 와중에도 레센텅 지방을 수호해온 시스였기에 그가 쌓아 올린 위업은 굉장히 많았다.
그가 쌓아 올린 위업은 종족을 가리지 않고 존중받아야 마땅했다.
[오히려 제가 영광스럽군요. 이렇게 아리땁고 미래가 창창한 영웅 후보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요.]시스는 기껍게 웃었다.
[이 만남이 저는 너무도 안도가 됩니다.]“안도요?”
첸 시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만나는 영웅이 자신들을 보고 안도한다는 게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요?”
첸 시아의 물음에 시스가 빙그레 웃었다.
[폐하께서는 곧 아르히 왕국의 왕좌에 오르실 분이십니다.]“그렇죠.”
[새로운 왕국을 공고히 하려면 역시나 후계자 문제가 중요해서요.]레오는 혀를 찼다.
세 소녀의 얼굴은 묘하게 변했다.
[부족하나마 아르히의 안주인으로 어울릴 이들을 추려 추천드렸지만……. 폐하께서는 도통 관심이 없으셨습니다. 폐하의 어머니 되시는 레이나 공주님과도 상담을 해보았지만 그저 웃으시면서 알아서 잘하실 거라고만 하셨었죠. 늙은이의 쓸데없는 노파심이지만 후사가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시스가 환하게 웃었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친구분들이 많으신 걸 보니 괜한 걱정이었군요!]“민망한 이야기는 둘이서만 하도록 하지.”
[참참. 이런 실례가! 레이디들 앞에서 이 늙은이가 주책이었군요.]“…….”
“…….”
첸 시아와 클로에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저…… 그…….”
그때 에이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혼혈도…… 후계자가 될 수 있나요?”
레오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에이란을 바라보았고 획! 고개를 돌린 첸 시아와 클로에는 입을 뻐끔거렸다.
[오오! 에르사르의 후계자께서 폐하의 후계자를 낳아주신다면 우리 왕국으로서는 크나큰 홍복이지요!]“아, 아니! 그냥 호기심이에요! 호기심! 제가 인간 문화를 잘 몰라서 궁금해졌던 것뿐이에요! 제가 낳겠다는 게 아니라!”
“끌어내.”
“레오님! 오해하지 마세요! 그냥 호기심이에요! 이상한 생각 같은 건 안 했어요!”
“상황 이상하게 만들지 말고 나와!”
“제가 이상한 소설 좀 그만 보라고 했죠?”
클로에와 첸 시아에게 양팔이 붙잡힌 채 에이란은 절규하며 끌려나갔다.
레오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정말 제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군요. 하긴. 한참 혈기 왕성한 나이시니…….]“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연락을 한 이유나 말해.”
레오의 말에 시스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 레틴 여기저기서 이상 사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이상 사태?”
[예. 온천이 식고 있습니다.]레틴.
레센텅 지방에서 최고로 발전된 도시로 옛 텅컨의 수도이자 새롭게 건국될 왕국, 아르히의 수도이기도 한 곳이다.
특징으로는 온천으로 유명한 관광 도시라는 것.
“…….”
온천이 식는다는 말에 레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얼거나 하지는 않나? 갑자기 한파가 불어닥친다거나.”
레센텅 지방은 대륙 북부와 가까운 만큼 추운 지방이다.
[날씨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다만 마법사의 진단으로는 지하 깊은 곳에 지열이 빠르게 식고 있다고 합니다.]시스의 보고에 레오가 생각에 잠겼다.
지열이 빠르게 식는다는 말에서 무언가 떠올랐다.
“곧 가도록 하지.”
[예? 폐하께서 학업 도중에 오실 것까지는 없습니다. 그저 이상 사태이기에 보고 드렸을 뿐…….]“아니.”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