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55)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56화(755/768)
756.
워프 게이트에서 빛이 번쩍였다.
게이트 위로 모습을 드러낸 이들이 아래로 내려왔다.
게이트를 관리하던 마법사는 게이트 앞으로가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기본적으로 마탑에서 관리하는 워프 게이트는 모두 이어져 있다.
하지만 같은 국가 내를 이동하거나 가까운 주변국을 이동할 때나 자주 사용된다.
거리가 멀수록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만약 장거리 이동을 한다면 미리 언질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랬기에 게이트 관리자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대륙 서북부 끝에 있는 레틴으로 동부에 있는 데비앙 왕국에서 갑작스럽게 긴급 이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게이트 이용 자체가 거부될 수도 있다.
물론 이번 이용자들의 경우에는 상부에서 지시가 있었기에 이용 허가 자체는 이미 나 있었던 상황이지만.
마법사의 물음에 선두에 선 레오가 말했다.
“나는…….”
“응? 허어어억!”
워프 게이트를 관리하던 마법사가 기겁했다.
그는 마탑 소속이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레센텅 지방의 관리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레오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국왕 폐하!”
마법사가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 외침에 워프 게이트를 오가며 일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리더니 이내 레오를 발견하고는 모두 놀라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한 나라의 국왕이 있으니까 좋네. 보통 사전에 말도 없이 워프 게이트로 입국하면 절차가 까다로운데. 귀찮은 입국 심사 안 받아도 되겠어.”
엘레나가 키득키득 웃었다.
“다들 일어나요.”
그 말에 사람들이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다들 할 일들 하세요. 지금 일이 많을 거 아니에요.”
레틴은 온천으로 유명한 관광 도시다.
그 온천이 문제가 생겼으니 현재 레틴 전체는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잘못하다가는 도시 전체의 경제가 휘청거릴 수도 있다.
레오가 워프 게이트 입구로 향했다.
그런 레오의 뒤를 따라 함께 온 일행이 움직였다.
그러자 걸음을 멈춘 레오가 말했다.
“왜 날 따라와?”
“무슨 소리야?”
레오는 손으로 입국 심사를 하는 곳을 가리켰다.
“입국 심사해요.”
그 말에 엘레나가 인상을 썼다.
“레오군이랑 같이 있는데 무슨 입국 심사야.”
“안 받아도 되는 건 나고. 다른 사람들은 절차에 따라 받아야죠.”
“음! 확실히 그렇죠.”
릴이 고개를 끄덕였다.
“법은 지키라고 있는 거니까.”
뒤를 이어 세이룬 대표인 루니아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입국 심사장으로 향했다.
혼자 레오 앞에 남은 엘레나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사이에 이 정도 편의도 못 봐줘?”
“원래 제일 높은 사람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했어. 네가 이 나라 왕인 건 아니잖아?”
“…… 너 요즘 단둘이 있을 때 노골적으로 반말한다?”
“싫으면 연상 취급해 줘?”
“…….”
한마디도 지지 않는 레오를 한 번 노려본 후 엘레나가 코웃음을 치고 입국 심사장으로 향했다.
“어리광 좀 받아 주지 그래?”
그때 레오의 그림자에 모습을 숨긴 리시나스가 말했다.
“쟨 어리광을 받아 주면 머리끝까지 기어오를 녀석이라 안 돼.”
그 말에 리시나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입국 심사는 금방 끝났다.
애초에 신분이 보장된 루메른과 세이룬 학생들이기에 심사 자체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웅 사관 학교의 학생증은 어느 곳에서든 최고의 신분증이기 때문이었다.
워프 게이트 건물을 나가니 시스 지그마가 기사들을 대동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루메른과 세이룬의 학생 여러분. 레틴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시스 지그마가 직접 마중을 나온 걸 본 루메른과 세이룬의 학생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엄청난 명성을 가진 영웅인 시스가 직접 마중을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일국의 왕이 방문해도 누리기 힘든 호사다.
“폐하, 청사로 모실까요?”
시스의 물음에 레오가 말했다.
“곧바로 조사를 시작할 거야.”
그렇게 말한 레오가 말했다.
“지금부터 레틴 지하를 조사할 거야. 강렬한 냉기의 근원지를 찾으면 연락을 줘.”
레오와 함께 레틴으로 온 학생은 루메른이 네 명, 세이룬이 세 명이었다.
루메른에서는 엘레나, 릴, 클로에, 워레든이 세이룬은 루니아, 레아, 루카 세 사람이 함께했다.
모두 마법에 조예가 깊거나 정령술을 잘 다뤄 지하 밑 탐색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는 학생들이었다.
“해가 질쯤에 레틴의 청사로 모여.”
***
인적이 없는 골목으로 들어온 레오가 무릎을 꿇고 그림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텁-
그림자 속에 있던 리시나스가 레오의 손을 잡고 나왔다.
흑룡의 용언 마법이었다.
그때 두 사람 사이로 퐁-! 하고 작은 불꽃이 일더니 손바닥만 한 사이즈가 된 이스타가 나타났다.
-용납할 수 없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나의 가호를 받아온 땅이다! 이 땅의 온천은 나에게 있어 성수와 마찬가지란 말이다!
“온천이 성수라고?”
레오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자 이스타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내가 온천을 제공해주면 그 은혜에 이곳에 사는 인간들이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내 위업을 대변해주는 온천이 성수인 건 당연하지 않나!
-흥. 고작 뜨거운 물 가지고 사람들의 환심을 사다니. 싸구려 같은 생각이네. 천박한 변태 정령.
-닥쳐라! 구정물 덩어리 같은 것!
-뭐라고?! 맹약자여! 이 무례한 정령이 나에게 폭언을 내뱉었어요! 응징해 주세요!
원수 사이라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불과 물의 대정령이 사나운 기세를 내뿜었다.
둘 다 크기는 손바닥만 했지만 그 기세는 심상치 않았다.
대정령씩이나 되는 존재들이 소리쳐서 싸우자 레오는 두통이 몰려오는 걸 느꼈다.
-너희 둘 다 조용히 해.
그런 두 사람 사이로 라르엘이 모습을 드러냈다.
-할망구는 빠져!
-늙은이는 빠져요!
-이것들이!
-라르엘. 참아요.
눈이 뒤집힌 라르엘이 두 대정령을 응징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엘시는 당황하며 그런 라르엘을 말렸다.
여기서 라르엘까지 날뛰면 레오의 두통이 더 심해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
그 모습을 바라보던 리시나스가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손바닥을 펼쳤다.
리시나스의 마나가 엮이더니 파리채 모양이 만들어졌다.
슈- 팍! 팍!
자신들을 향해 파리채가 휘둘러지자 이스타와 운디네가 기겁하며 피하려 했다.
하지만 리시나스는 익숙하다는 듯 어렵지 않게 도망치는 두 대정령을 격추시켰다.
바닥으로 추락한 두 대정령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동그래진 피오라가 다가가더니 부리로 쪼아댔다.
그 모습을 보며 키르안이 말했다.
-돼지야. 걔들은 먹는 거 아니야.
“삐갸아아아악!”
돼지라는 말에 격분한 피오라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키르안을 쫓으려 했지만 키르안은 냉큼 날아오른 후였다.
-우하하하! 또 살쪄서 날지도 못하지? 이 닭둘기 피닉…….
콱-!
-컥!
리시나스는 그런 키르안을 밟아 제압했다.
-헉! 파리채 같은 걸로 대정령들을 때려잡는 것도 모자라 요정을 밟다니! 저도 해주세요! 저도 때려주세요!
모습을 드러낸 아티가 리시나스의 바짓단을 잡았다.
그런 아티를 보며 리시나스가 빙긋 웃었다.
“아티라고 했지?”
-네!
“맞는 걸 싫어하게 만들어 줄까?”
우지직-
섬뜩한 물음에 아티가 굳어버렸다.
그러더니 레오 뒤에 숨어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맹약자들이 조용해지자 레오는 두통이 가시는 걸 느꼈다.
세 명의 환수와 네 명의 대정령이 한바탕 소란을 일으키기 시작하면 레오로서도 두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리시나스가 빙긋 웃으며 묻자 레오가 관자놀이를 누르며 말했다.
“역시 최강의 소환사답네.”
“넌 은근히 소환수들에게 무른 면이 있구나?”
“나야 대정령급 맹약자야 엘시가 전부였고 최고위 환수도 알부스 뿐이었으니.”
“하긴……. 성격이 많이 유한 소환수들이긴 했지.”
-리시나스는 소환수들을 잘 다루는군요.
엘시가 감탄하자 레오가 말했다.
“옛날 이 녀석이 계약했던 정령들은 하나 같이 성질머리가 더러웠으니까.”
세계가 멸망하는 와중에도 같은 소환사와 맹약할 수 없다고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던 자존심의 화신들이었다.
그리고 환수의 경우에는 성질머리가 더럽기로 유명했던 피닉스 왕 카타리우다.
지금 레오가 맹약한 소환수들은 귀엽게 보일 수준의 자존심과 성격들을 가졌던 게 리시나스의 맹약자들이었다.
“그런 것들이 대정령 자리를 꿰차고 환수왕 자리를 꿰찼던 걸 보면. 확실히 세상에 망조가 들긴 했었던 것 같아. 그치?”
레오의 말에 리시나스는 차마 반박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 대단한 성격들의 정령과 환수를 무력으로 진압했던 게 리시나스다.
리시나스는 바닥에 축- 늘어져 있는 이스타와 운디네를 각각 양손에 잡았다.
“너희들이 해줄 일이 있어.”
-뭔가요?
운디네가 목을 움츠리며 묻자 리시나스가 말했다.
“지금 이 땅에 온천이 식어가고 있다면. 가능성은 둘 중 하나야. 온천수가 이동하는 땅 자체가 차가워졌거나. 아니면 온천의 원천에 문제가 생겼거나.”
-그렇지.
이스타가 팔짱을 꼈다.
“땅에 문제가 생긴 곳은 학생들이 탐색하고 있어. 그러니 우리는 온천수가 흘러나오는 곳을 자극해 볼 생각이야.”
-어떻게 하면 되지?
“온천수를 매개로 이스타의 열기를 역으로 땅속으로 흘려보낼 생각이야.”
그 말에 운디네가 흠칫 했다.
-잠깐만요! 그러면 제가 저 빌어먹을 불덩어리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소리잖아요!
“그렇지.”
-싫어요! 절대 싫어요! 차라리 저 병아리 피닉스랑 할래요!
“정령과 환수는 효율이 나오지 않아. 정령과 정령이 가장 효율이 좋지.”
-그래도!
-나도 싫은데.
이스타도 얼굴을 구기며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합이 맞는 두 정령을 보며 리시나스가 웃었다.
“싫어? 그럼 좋게 만들어 줘?”
-…….
-…….
그 협박에 두 대정령이 몸을 떨었다.
그 모습을 보며 엘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래도 되는 걸까요? 강압적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보통은 안 되지. 대정령은 단순히 강한 힘을 지닌 존재가 아닌 자신이 다스리는 원소의 왕이니까.”
아무리 대정령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종속 관계가 형성될 수는 없다.
그건 삼대 환수 역시 마찬가지다.
레오가 자신의 맹약자들을 진정시키는데 시간이 걸리는 이유였다.
“하지만 리시나스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왜요?
“저 녀석은 세계의 왕이니까.”
신들이 영웅의 호칭에 ‘왕’ 이라고 이름붙인 유일한 존재.
한때 세계를 짊어졌었다.
지배를 위한 건 아니었지만 어찌 되었든 세계를 책임진다는 의미였기에 리시나스는 세계의 왕으로 인정받았다.
“그건 세계의 주인이라는 의미이기도 해.”
군림하고자 하면 절대의 권세를 가질 수도 있다.
눈에 보이는 힘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힘.
“녀석의 명령은 절대에 가까워.”
-세상에. 그건 마치 신들의 권능 같잖아요?
“맞아. 권능에 가깝지.”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온은 초감각과 무술로. 루나는 마법으로. 드웨노는 무기를 만드는 능력으로 신의 영역……. 기적에 다다른 존재라면.”
레오는 리시나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녀석은 사람을 이끄는 자질로 신의 영역에 들어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