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57)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58화(757/768)
758.
쩌저저적-
땅이 얼어붙고 있었다.
그 시작은 레틴의 중앙.
폐허가 된 정화의 궁전에서 솟아오른 얼음 기둥이었다.
레틴의 청사에 일하는 관리들은 이상 사태를 느끼고 빠르게 대피했다.
쩌저적-
그런 그들을 노리기라도 하듯.
냉기는 바닥을 얼리며 빠르게 덮쳐왔다.
“꺄아아악?!”
“어, 얼른 뛰어!”
그건 말 그대로 혹한의 해일과도 같았다.
혹한의 해일은 곧 청사를 넘어 주변 일대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청사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쳤다.
털썩-
그때 달리던 중년인이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아, 아빠!”
앞서 뛰어가던 소녀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난 신경 쓰지 말고 뛰어! 어서!”
중년인이 다급히 소리쳤다.
어느새 다가온 혹한의 해일은 중년을 덮치기 직전이었다.
“아빠!”
“이 바보!”
소녀는 울면서 달려와 아버지를 일으켜 세웠다.
중년인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늦었다!’
눈을 질끈 감으며 딸을 품에 안을 때.
화르르르륵-! 퍼어어엉-!
어디선가 날아든 불꽃이 혹한의 해일을 날려버렸다.
치이이이익-!
강력한 열기와 냉기가 만나 자욱한 수증기를 만들어 냈다.
중년 남성과 딸이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뚜벅뚜벅-
수증기를 헤치고 붉은 머리카락의 소녀가 다가왔다.
“괜찮으세요?”
루니아가 손을 뻗어 중년 남성을 일으켜 세웠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엘프님 덕분에 살았어요!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눈물을 그렁거리며 감사 인사를 하는 부녀를 보며 루니아가 빙긋 웃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그 부드러운 미소에 부녀는 불안감이 눈 녹듯 사라지는 걸 느꼈다.
이 어찌 아름답고 늠름한 소녀란 말인가?
루니아를 바라보던 딸은 이내 헉-! 숨을 삼켰다.
“호, 혹시 성운을 쫓는 자 루니아 엘 룬드아님 아니세요?”
“맞아요.”
루니아가 고개를 끄덕일 때.
휘오오오-!
루니아가 쏘아낸 불꽃에 밀려났던 냉기가 또다시 불어닥쳤다.
“어서 물러나세요.”
“예, 옙.”
부녀가 사람들이 도망친 곳으로 달려갔다.
그러면서 루니아 쪽을 힐끗거렸다.
루니아는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기 충분할 정도로 아름다운 영웅이었다.
계속해서 눈길이 가는 건 어찌 보면 본능에 가까웠다.
그때.
부녀 앞으로 거한이 나타났다.
감정을 느끼지 않는 듯한 무표정에 바위 같은 몸.
결정적으로 인상이 험악했다.
중년 남자는 굳어버렸고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딸꾹질했다.
워레든이 손바닥을 펼쳤다.
화르르르륵-!
“방해되니까 얼른 사라져라.”
“죄, 죄송합니다!”
부녀는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불의 정령을 소환한 워레든이 정령을 컨트롤하여 마법 술식을 그렸다.
그리고……. 꽈아아아앙-!
루니아 앞에 거대한 폭발이 치솟았다.
그에 밀려오던 혹한의 해일이 다시 한번 밀려났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화르르르르륵-!
소용돌이치던 불꽃이 루니아 주변을 휘감기기 시작했다.
“후읍!”
심호흡한 루니아가 양손을 치켜들었다.
루니아의 붉은 눈은 혹한의 해일 저 너머를 향하고 있었다.
루니아의 붉은 눈에서 일순간 불꽃이 튀었다.
워레든이 내뿜은 정령의 불꽃이 루니아의 불꽃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플레임 웨이브!’
그 순간 루니아는 별의 마법을 해방했다.
시뻘건 불꽃의 파도가 높이 치솟더니 혹한의 해일을 꿰뚫었다.
화악-!
냉기가 모조리 날아갔다.
워레든은 피부가 화끈해지는 걸 느끼며 루니아 곁으로 다가갔다.
끝없이 진격하던 혹한의 해일이 자취를 감추었다.
확-!
불꽃을 거둔 루니아가 힐끗- 워레든을 올려다보았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었어?”
“뭘 말하는 거지?”
“아까 그 부녀. 내버려 뒀어도 잘 도망갔을 텐데 겁줄 필요가 있었냐는 거야?”
“방해되는 건 사실이었다. 또한 너에게 시선을 주느라 굼뜬 상태였고.”
워레든이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네가 지나치게 안심을 시키니 상황을 잊은 거겠지.”
“공포에 질려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다는 용기를 얻는 게 더 좋지 않아? 넌 좀 더 웃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
루니아가 손가락 하나로 자신의 입가를 올려 미소를 만들어보았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안심시켰다는 대영웅, 루나.
그 모습은 루니아의 이상과도 같았다.
“난 너처럼 내숭을 잘 부리지 못한다만?”
“아앙? 내숭?”
루니아가 살벌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고오오오오오-!
혹한의 해일이 사라졌던 곳에서 지독한 한기가 몰려왔다.
루니아가 손바닥을 펼쳐 불꽃을 만들어 냈고 워레든 역시 정령들을 소환했다.
터벅- 쩌저적- 터벅- 쩌적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자를 본 루니아가 미간을 좁혔다.
“여자?”
그건 창백한 푸른 피부를 가진 여성이었다.
미형의 얼굴.
하지만 흰자위가 없는 푸른색 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한 느낌을 주게 만들기 충분했다.
“마족인가?”
“본 적 없는 마족인데?”
타르타로스의 마물은 크게 네 개의 형태로 나뉜다.
마물형, 언데형, 거인형, 인간형.
그들은 각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눈앞의 특성을 지닌 마족은 두 사람으로서는 처음 보는 종류의 것이었다.
모습을 드러낸 마족은 손을 모으더니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아아……. 위대한 스틱스의 주인 닉스께서 부활하셨도다……. 그분의 은총에 따라 스틱스의 주민들이여. 일어날지어다!”
쩌저저적-
여성의 주변의 땅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콱!
그 얼어붙은 땅을 뚫고 손이 튀어나왔다.
그걸 본 루니아가 중얼거렸다.
“이거…… 꽤 기괴한 광경인데?”
“준비해라. 온다.”
바닥을 뚫고 나온 얼음 인간들이 포효를 내지르며 루니아와 워레든을 향해 달려들었다.
***
비슷한 상황은 얼음 기둥 주변에서 속출하고 있었다.
콰직-!
릴은 배틀 해머를 이용해 눈앞에 달려드는 얼음 인간의 머리통을 박살내 버렸다.
훙훙훙훙훙-
릴이 손가락으로 배틀 해머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바람의 정령의 힘까지 더해져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하는 배틀 해머.
배틀 해머를 돌리고 있는 릴의 발이 바닥에서 살짝 떨어졌다.
그리곤 눈을 빛내며 배틀 해머를 회전시키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후아아아아아아앙-!
그와 동시에 배틀 해머를 든 릴이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나아갔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각-!
릴은 눈앞에 있는 모든 얼음 인간들을 분쇄하며 나아갔다.
그걸 보던 레아가 떡 입을 벌렸다.
“루, 루메른의 정령사분들은 다 저렇게 싸우는 건가요?”
“그럴 리가 있니? 쟤가 이상한 거야.”
엘레나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좀 사람 같은 기술을 써야 괴수라고 안 놀리지.”
릴은 충실한 정령술 기술과 뛰어난 육체적 능력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독창적인 기술을 많이 만들어 냈다.
문제는 그 독창적인 기술들이 하나 같이 인간을 벗어난 무언가처럼 보이는 기상천외한 것들이라는 점이었다.
지금도 배틀 해머를 추진력 삼아 얼음 인간들을 분쇄하는 모습은 기괴해 보이기 충분했다.
잠시 릴을 바라보던 엘레나가 눈을 가늘게 뜨고 얼음 인간들을 소환하고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창백한 푸른 피부를 가진 여인은 독실한 신도처럼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고 앉은 채 기도하고 있었다.
그 입에서는 닉스라는 존재에 대한 찬양이 끝없이 흘러나왔다.
“레아라고 했지?”
“네.”
“다른 곳의 전황이 어떤지 확인하고 와 줄래?”
현재 일행은 세 개 조로 나뉜 상황이었다.
엘레나와 릴.
클로에와 루카.
루니아와 워레든.
레아는 세 개 조를 오가며 상황을 파악하고 전파하는 전령 역할을 맡게 되었다.
엘레나의 지휘였다.
또각- 또각-
엘레나가 기도를 하는 여인에게 다가갔다.
“릴. 엄호해.”
그 말을 남긴 엘레나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손가락 끝으로 여인을 가리켰다.
휘익- 콰가가가가가가강-!
손가락을 가볍게 휘젓자 여인의 발밑에서 거대한 불꽃의 기둥이 치솟았다.
캬아아아아아아악!
여인이 공격당하자 얼음 인간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엘레나에게 달려들었다.
릴은 배틀 해머를 휘둘러 그런 얼음 인간들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엘레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불꽃이 걷혔지만.
그곳에는 좀 전과 변함없는 자세로 기도를 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걸 본 엘레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것도 태연할 수 있나 볼까?”
그리곤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손가락을 튕겼다.
콰가가가가가가-!
그러자 이번엔 땅에서 용암이 치솟았다.
수십 마리의 라바 스네이크.
용암은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뱀처럼 입을 쫙 벌리고 여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철퍽! 쩌저저저저적-!
용암의 뱀이 여인에게 닿기 전 뱀은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그걸 본 엘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확실해졌네.”
“알아내신 게 있으십니까?”
“응. 근데 좋은 소식은 아니야.”
엘레나가 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여자. 군단장급의 마족이야.”
그 말에 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
레오와 리시나스는 빠르게 얼음 기둥을 향해 다가갔다.
그 와중에 리시나스가 정령을 소환했다.
천 명의 하급 정령들이 동시에 소환된다.
아무리 하급 정령이라 할지라도 천 마리의 정령을 동시에 소환하는 건 어지간한 정령사는 시도도 못할 일.
하지만 리시나스는 그걸 어렵지 않게 해냈다.
소환한다고 해도 제대로 컨트롤 하는 건 더욱 힘들었다.
“얘들아.”
리시나스의 말에 자기들끼리 노닥거리던 여러 속성의 정령들이 일제히 차렷 자세를 취했다.
“사람들의 대피를 도와줄래?”
빙긋 웃으며 말하자 정령들이 일제히 경례를 하고 흩어지기 시작했다.
“언제봐도 경이롭군.”
“너도 할 수 있어. 카일.”
“난 여러 정령을 동시에 소환하는 건 체질적으로 안 맞아.”
혀를 차는 레오를 보며 리시나스가 키득키득 웃을 때였다.
휘오오오오-!
눈앞에 설풍이 몰아쳤다.
레오와 리시나스가 걸음을 멈추었다.
쩌저저저적-
거대한 얼음의 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그그그그- 쿵-!
얼음 문이 열리며 그 속에서는 중무장을 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창백한 푸른 피부를 가진 기사들.
그들을 본 레오의 눈이 가늘어졌다.
‘하나하나가 고위 마족이다.’
그중 가장 선두에 있는 자는 장송의 대공 아트칸과 비견 될 정도의 최고위 마족이었다.
따각- 따각-
얼음 말에 올라탄 최고위 마족은 서늘한 눈으로 레오와 리시나스를 내려다보더니 말했다.
“어리석은 필멸자들이여. 그대들은 죽음을 관장하는 위대한 여신! 닉스의 두번째 성녀! 아메리올님의 안식 기사단을 알현했다. 어서 무릎을 꿇고 경배…….”
콱-!
최고위 마족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섬광이 번뜩였다.
쿵-! 떼구르르르-
목이 잘려 바닥에 떨어진 마족의 머리가 레오 앞으로 굴러왔다.
텁-!
레오는 그 마족의 머리를 밟았다.
“이……. 필멸자 따위가……!”
“군단장급도 아닌 주제에 뭐가 어쩌고 어째?”
레오는 머리를 밟은 발에 힘을 가했다.
꽈악-! 빠드득-
최고위 마족의 머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너희나 무릎 꿇고 경배하시지.”
콱! 챙그랑-!
이윽고 마족의 머리가 산산조각났다.
그 모습은 본 레오가 싸늘한 비웃음을 날렸다.
“너희 눈앞에 있는 건 너희를 영원히 끝장내줄 대영웅님들이시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