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62)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63화(762/768)
763.
번쩍-!
거대한 얼음 조각과도 같은 성녀가 섬광에 휩쓸렸다.
아니, 섬광이라고 하기에는 그 빛은 뭔가 달랐다.
일순간 시력을 빼앗는 환한 빛이 아니었다.
그 빛은 정확하게 회색을 띠고 있었다.
“저 마법은……. 대체 뭐야?”
루니아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별의 마법 같은데……?”
클로에는 그 곁에서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클로에의 말처럼 저 마법이 별의 마법 같다는 건 다들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저 별의 마법의 형태를 한 누군가의 고유 마법이라는 것만 깨달을 수 있을 뿐이었다.
그때 워레든이 중얼거렸다.
“닮았군.”
모두의 서신이 워레든에게 향했다.
“레오 플로브가 사용하는 회색의 마나와 닮았다.”
“아. 확실히! 그럼 저 마법은 레오 선배의 고유 마법일까요?”
레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사라지고 있어.”
“뭐?”
하지만 이어진 루카의 말에 모두의 시선은 다시 레오에게로 향했다.
루카의 말대로 레오의 마법에 당한 아메리올의 몸은 서서히 조각조각나 분해되고 있었다.
그 회색빛에 노출된 주변 건물 중 파괴되는 것은 없었다.
레오의 마법이 피해를 준 건 오직 아메리올 뿐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리시나스가 주먹을 쥐었다.
‘처음 보는 마법이지만……. 카일의 마법이 분명해.’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 저 마법은 시작의 영웅 그 자체와 닮아 있었으니까.
어딘지 모르게 삭막한 옅은 회색빛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쓸쓸함과 그리움까지 주었다.
고유 마법은 마법사의 심상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 회색빛은 카일의 삶과 닮아 있었다.
‘나를 만나기 전의 카일.’
모든 것을 잃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살아남는 영웅 카일의 빛바랬던 내면.
위대한 시작을 알리기 직전의 내면.
‘종언과 이노센트를 융합시켰구나.’
리시나스는 마법의 정체를 단번에 꿰뚫어 보았다.
악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무로 되돌리는 기적에 가까운 힘.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다.
저 마법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마법을 완성 시키는데 사용된 술식이 종언과 이노센트.
루나가 만든 마법이다.
하지만 그 두 술식을 융합시켜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내는 건 오롯이 레오의 능력이었다.
절대적인 파괴의 마법인 종언과 그저 순수할 뿐인 마법, 이노센트를 융합할 수 있을 거란 사실은 루나조차도 감히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느새 마법사로서의 카일의 경지는 천재였던 루나의 바로 뒤까지 닿아 있었다.
새삼 거리가 느껴진다.
나아가는 레오와 남겨진 채 제자리에 덩그러니 선 자신의 거리가.
‘더 나아갈 수 없으니 이 차이는 분명 더 벌어지겠지.’
-리시나스.
“응. 왜.”
엘시가 조심스럽게 리시나스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놀랐다.
리시나스는 웃고 있었다.
-슬프지…… 않나요?
“응? 왜 슬퍼야 한다고 생각해?”
-그야…… 레오와의 거리를 느꼈을 테니까요.
지금은 기적적으로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적의 순간은 영원하지 않다.
아르온, 루나, 드웨노…… 그리고 리시나스까지.
누군가 됐든 기적 같은 순간은 끝을 고해왔고 그럴 것이다.
리시나스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엘시는 앞서 떠난 아르온과 루나, 드웨노의 심정을 알지 못했다.
그들이 어떤 심정으로 레오를 봤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에 엘시, 자신이었다면.
‘슬프고 비참했을 것 같아.’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이와의 거리감이.
함께 할 수 없다는 현실이 절망스럽고 원망스러웠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리시나스에게서는 조금도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다.
오히려 한없이 기뻐하며 웃고 있다.
“기쁠 수밖에.”
-네?
“옛날에 내가 했던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거든.”
-거짓말이요?
“응. 거짓말이 아니면 당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었으니까.”
-…….
“어떻게든 사람들을 속여야 했지.”
-하지만 그 거짓말들은 이제 진실이 되었잖아요.
“그래. 하지만 내가 사기꾼이었다는 사실만은 변함없어.”
리시나스가 완전히 사라진 회색의 빛을 보며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제 진실만을 말하는 영웅이 나타난 거야. 그리고 그게 카일일 거라는 사실이…….”
한점의 거짓 없이 리시나스가 말했다.
“난 너무 기쁘고 자랑스러워.”
자신은 되지 못한, 더 이상 될 수 없는 영웅이 될 카일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떨린다.
-……새삼 반했나요?
“……응. 가서 껴안아 주고 싶을 만큼.”
-만나러 가죠.
“그래.”
리시나스가 웃으며 카일에게 향했다.
***
아메리올은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인지조차 하지 못한 채 소멸했다.
레오는 검을 거두며 무표정한 얼굴로 엘레나와 릴에게 다가왔다.
“역시 형님입니다! 군단장급의 마족을 혼자서 물리치다니요!”
릴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레오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군단장급? 장난해?”
“예?”
“놈의 위치나 흑마력을 본다면 군단장급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실질적인 능력은 그냥 덜떨어진 마족 나부랭이일 뿐이었어.”
만약 이미 토벌된 실라투나나 기아스가 조금 전 토벌된 아메리올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절대 이렇게 허무하게 토벌되지 않았을 것이다.
가진 힘은 절대적인 전투 역량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레오의 기준으로 두 번째 성녀 아메리올은 그냥 힘만 센 멍청이였다.
“……수준이 너무 높은 거 아니야?”
엘레나가 인상을 쓰자 레오가 피식 웃었다.
“지금의 두 사람의 힘으로는 토벌하기 불가능했겠죠. 하지만 사실이에요.”
“대체 넌 군단장급을 어느 기준으로 맞추고 있는 거야.”
“재앙의 시대에 존재했던 군단장급요.”
“…….”
지금 시대에도 군단장이 출몰하면 주변 일대의 국가는 멸망에 가까운 위협을 느낀다.
이제는 한 명을 제외하고 토벌된 3대 군단장의 경우에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공포로 군림했다.
“지금 시대 탄생한 군단장들이 군단장인가? 군단장인 척하는 고위 마족이지.”
그런데 이 남자에게는 허들이 너무 높다.
“망할 꼰대.”
엘레나가 작게 꽁알거렸다.
그에 레오가 엘레나에게 다가가 귀를 잡아당겼다.
“아야야야얏! 너 선배에게 이게 무슨 짓이야! 릴! 어서 이 인간에게서 멀어져.”
“가만히 있어.”
“죄송합니다, 엘레나 선배. 저에게는 형님의 명령이 우선입니다.”
“이게 하극상을……! 아아아아아악!”
레오가 이제는 귀 위에 있는 엘레나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엘레나가 마구 비명을 지를 때였다.
“크게 다친 사람은 없나 보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리시나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헛! 리시나스님!”
릴이 차렷! 하더니 리시나스를 향해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그 덕분에 릴에게 업혀 있던 엘레나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엉덩방아를 찍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엘레나가 소리치자 릴이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엘레나 선배. 리시나스님 앞이에요. 예의를 차리세요.”
평소에는 릴을 자기 멋대로 휘두르던 엘레나였지만 대영웅들 앞에서는 오히려 릴에게 휘둘렸다.
이를 갈며 릴을 바라보던 엘레나가 끅-끅- 거리며 웃음을 참는 레오를 보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아저씨가 진짜!’
아무래도 자신을 놀리는 게 재미있는 모양이다.
장난감이 된 기분을 느끼며 엘레나가 속으로 생각했다.
‘진짜 딱 한 대만 때려주고 싶다!’
엘레나가 속으로 이를 갈 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리시나스가 빙긋 웃었다.
그리고 레오에게 다가갔다.
뚜벅- 뚜벅- 탁탁탁탁탁- 확-!
레오가 미처 반응하기 전에 전속력으로 달리더니 그대로 날아 레오의 얼굴에 드롭킥을 작렬시켰다.
퍽-!
엘레나와 릴이 입을 뻐끔거렸다.
그대로 튕겨 나간 레오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레오가 이를 빠득 갈자 리시나스가 싸늘한 얼굴로 자기 가슴팍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싸늘하게 말했다.
“이 정도로 끝난 걸 다행으로 알아.”
코웃음을 친 리시나스는 엘레나와 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엘레나는 쌤통이다라는 표정을 지었고 릴은 영문을 몰라했지만 리시나스가 칭찬해 주자 그저 좋다고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얼굴을 구긴 레오는 그대로 바닥에 퍼질러 누워 주변에 굴러다니던 얼음덩어리를 주워 얼굴에 올렸다.
-리시나스.
‘응.’
-껴안아 주고 싶다고 안 했나요?
‘그러고 싶었는데 미안한 구석이 1도 없는 얼굴을 보니까 한 대 걷어차고 싶었어.’
그 말에 엘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휘오오오오오-!
대륙 동부.
타르타로스와의 국경 지대.
데비앙의 자랑이자 [강철의 요새]라는 이명을 가진 영웅.
라사원 로벳이 드높은 성벽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자글자글한 얼굴과 푸석푸석한 하얀 머리카락, 오른쪽 눈을 가린 안대가 인상적인 노인이었다.
이미 노쇠한 영웅.
하지만 빛나는 왼쪽 눈동자는 그가 단순히 늙은 영웅이 아니라 오랜 세월 이 동부 방면을 마족들로부터 지켜온 영웅이자 여전히 건재한 철벽이라는 사실을 보는 이들에게 상기시켜주고 있었다.
그때 짙은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이 성벽 위로 올라왔다.
“사령관님!”
“병사들에게 겨울 장비는 모두 지급되었나, 부관?”
“네. 하지만 이 이상 기후가 얼마나 갈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겨울 장비로 완전 무장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라사원의 부관인 위니 쉔은 몸에 수인의 피가 흐르는 혼혈이었다.
그 역시 무쇠 발톱이라는 이명을 가진 영웅으로서 오랜 세월 라사원을 보필하며 동부 방면을 지켜온 군인이었다.
이 동부 방면에는 병사들이 감당할 수 없는 고위 마족이나 거대한 괴물들만 쳐들어오는 게 아니었다.
엄청난 숫자의 하위 마족과 하위 몬스터들이 해일처럼 밀려오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영웅들과 그들을 따르는 기사, 마법사, 소환사가 막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들만으로는 그만한 숫자를 모두 상대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이 동부 전선에서만큼은 병사들 역시 엄연히 영웅들과 같은 중요한 전사들이었다.
그런 만큼 전투 이외에 전력 손실이 나지 않게 철저하게 준비가 되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겨울 장비였다.
겨울날 북부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찬바람으로부터 병사들을 지켜주는 중요한 물자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눈이 녹고 날씨가 더워지기라도 한다면 병사들의 움직임을 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라사원은 병사들에게 겨울 장비로 완전 무장을 시켰다.
일전에 날씨가 한 번 풀렸던 걸 생각한다면 과한 처사가 될 수도 있었다.
위니 쉔의 말에 라사원은 품에서 쪽지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걸 의아한 얼굴로 받은 위니 쉔은 편지의 인장을 확인하고는 굳었다.
“이건……!”
“드래곤 로드의 인장이다.”
라사원이 덤덤히 말했다.
“침묵의 용은 영웅들에게 가끔 조언을 하곤 하지. 평상시에는 침묵하지만……. 그녀가 입을 열 때 그 말을 무시한 영웅치고 목숨을 잃지 않은 영웅을 보지 못했지.”
라사원 역시 몇 번이고 드래곤 로드의 조언을 받았다.
그리고 그 당시마다 불가능에 가까웠던 타르타로스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헌데……. 이상하군요. 이런 조언이라면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했어도 괜찮았을 텐데요?”
겨울 장비로 바꾼 것에 의문을 느끼는 하급 지휘관들이 많다.
만약 공식적으로 서문을 보냈다면 그 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이런 번거로운 방식을 사용했다는 것에 위니 쉔은 의아함을 느꼈다.
“왜 그런지 아느냐?”
“예?”
“그녀가 공식적으로 입을 열게 되면…… 그건 조언이 아니라 명령이 되기 때문이다.”
라사원의 남은 눈이 현명하게 빛났다.
“부관…… 아니. 위니야. 기억해두렴.”
“예.”
“아무리 위대한 존재라 할지라도 명령은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당장에는 듣겠지. 하지만 드래곤 로드는 조언을 하는 존재이지 우리를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야.”
지금 당장은 동부 전선에 관련된 문제이니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만약 이해관계가 얽힌 일이라면?
“아무리 정당한 명령이라 할지라도 분쟁……. 그래. 특히 우리나라의 내전과 같은 상황에 함부로 개입을 하게 되면 어느 한쪽은 반발하게 되겠지.”
“…….”
“그렇게 되면 명령을 내린 자의 권위는 상실된단다.”
“……지금은 혼란의 시대입니다. 이 혼란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합의를 하면…….”
“불가능해. 애초에 드래곤들이 군림했다면 모를까. 그들이 조언자로……. 선별자로 세계의 역사에서 한 발자국 물러선지 어언 5000년이란다.”
사람들의 뇌리에 드래곤은 이미 지켜보는 자다.
“그들이 군림하려 한다면 더 큰 반발을 불러올 게 뻔해.”
“어렵군요.”
“어렵지.”
라사원이 한숨을 쉬었다.
“지금 시대는 세계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정당한 왕이 필요한 시대야.”
혼란한 세계를 한곳으로 결속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왕이 필요하다.
“그런 왕이 존재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납득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거예요.”
위니 쉔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 사실상 불가능하지. 하지만 또 모르지.”
라사원이 빙그레 웃었다.
“이 세계를 구원으로 이끄신 지혜의 왕께서 다시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지금. 그분께서 그러한 왕을 선택해주실지도.”
“네?”
“그분은 세계를 구한 영웅을 선별한 분이 아니시더냐. 세계를 이끌 왕을 선별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라사원이 껄껄 웃을 때였다.
쿵-!
작은 진동이 울려 퍼졌다.
아주 미약한 진동.
하지만 초월자의 영역에 이르러 영웅의 자리에 오른 라사원과 위니 쉔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내가 늙어서 그런데…… 충격은 어디서 시작되었느냐?”
“……서쪽입니다.”
“서쪽?”
쉔이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서쪽은 평생을 바쳐 그가 지켜 온 땅이었다.
“……심상치 않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