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63)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64화(763/768)
764.
“고생하겠군.”
레오는 저 멀리 보이는 엉망이 된 레틴의 청사를 보며 말했다.
스틱스의 두 번째 성녀와 안식의 기사단 토벌은 성공했다.
다행스럽게도 인명 피해는 다친 이를 제외하고는 전무한 수준이었다.
튜센 기사단을 이끈 시스 지그마가 발 빠르게 대응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침입의 상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반파된 청사와 무너져 버린 건물들까지.
레틴이 입은 피해는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강력한 마족들이 공격해 왔는데 이 정도 피해로 끝난 게 기적이지요.”
시스가 빙긋 웃었다.
“이 모든 게 위대하신 지혜의 왕, 리시나스님의 은총과 그 누구보다 늠름하고 강하신 폐하 덕분입니다.”
“그래도 피해가 상당하잖아?”
레틴은 관광 도시다.
이번 사태로 인해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면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레오의 말에 시스가 말했다.
“온천도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왔고…… 결정적으로 지혜의 왕께서 친히 왕림해주신 덕분에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볼 겁니다.”
시스가 껄껄 웃었다.
전투가 일단락 된 후.
마족의 공격으로 혼란에 빠진 레틴이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리시나스 덕분이었다.
사람들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노리고 한 거겠지만.’
철저하게 계산을 하고 움직이는 리시나스의 성격상.
자신의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파악하고 레틴의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일 거다.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화려하게 빛까지 내뿜으며 등장할 리 없으니까.
마치 여신 같던 리시나스의 등장을 떠올리던 레오가 물었다.
“그래도 대관식은 미루는 게 좋지 않을까?”
레센텅 사람들에게는 갑작스러운 마족의 침입도 당황스러울 텐데 대관식까지 생긴다면 혼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대관식은 진행돼야 합니다. 비록 규모를 작게 하더라도 미룰 수는 없습니다. 레센텅에는 폐하가 필요합니다.”
그 말에 레오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왕이라는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
나라 하나를 책임질 그릇이 되지 못 한다.
레오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건 차라리 셀리아가 더 어울리지. 오랫동안 이곳을 다스려온 당신이 왕위에 올라도 되고.”
“그럴지도 모르죠.”
“근데 왜 날 그렇게 왕으로 만들지 못해 안달이야? 설령 내가 이곳의 왕이 아니라도 난 이 땅이 위기에 처한다면 도울 거야”
“분명 왕이라 함은 대중의 위에 서서 군림하고, 지배하고 이끄는 자를 말하지요.”
그런 면에서 볼 때.
레오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것만이 왕의 덕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자. 그 또한 왕의 덕목을 갖춘 사람이죠. 아니. 사실 전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왕의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스가 고개를 조아렸다.
“이끄실 필요 없습니다. 훌륭한 왕이 되려 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분명 레오님이 왕위에 오르시는 것만으로도 레센텅의 사람들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평생을 바쳐 레센텅을 지켜온 기사는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그런 시스를 보며 한숨을 쉰 레오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데페세르를 닮았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후드를 쓰고 있던 리시나스가 말했다.
데페세르.
어릴 때부터 리시나스를 돌봐줬던 골드 드래곤으로 재앙의 시대가 된 이후에도 리시나스를 믿고 지지해줬던 몇 안 되는 드래곤이었다.
“닮았지.”
레오의 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 리시나스가 그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거인왕이 가드스론을 침공 해왔을 당시 목숨을 잃었다.
‘나에게 평화를 되찾은 이후에 대해서도 생각 해두라고 조언을 많이 해줬었지.’
레오는 눈을 감고 그리운 목소리를 떠올려 보았다.
‘후계자 문제에 대해서도 잊으시면 안 됩니다. 리시나스님.’
“후계자 문제에 대해서도 잊으시면 안 됩니다. 레오님.”
레오 뒤에 따라붙은 시스가 잔소리하듯 말했다.
그 말에 레오가 한숨을 푹 쉬었다.
“오늘 보니 레오님의 반려로서 어울리시는 분들이 많던데 진지하게 생각해주십시오.”
그 말에 레오가 힐끗 리시나스를 바라보자 리시나스가 생글생글 웃었다.
이윽고 워프 게이트 입구에 다다랐다.
“그런데 폐하. 아까부터 묻고 싶었는데 얼굴은……?”
“싸우다 좀 다쳤어.”
“저런. 힐러를 불러올까요?”
“됐어.”
레오가 혀를 차고 워프 게이트에 들어갔다.
“크흠!”
“크흐흐흡!”
워프 게이트에 들어서자마자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린 쪽을 보자 루니아와 클로에가 레오의 시선을 피하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엘레나는 머리카락을 살살 꼬며 특유의 비웃는 듯한 얄미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아! 레오 선배님의 얼굴이……!”
레아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어쩔 줄 몰라 했고 워레든은 평소처럼 관심 없다는 듯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루카는 곤란하다는 듯 볼을 긁적였다.
마지막으로……
“형님은 어떤 모습이든 멋있습니다!”
조금의 악의도 없는 순진무구한 릴의 말이 속을 긁는다.
혀를 찬 레오가 워프 게이트에 올랐다.
“크흠!”
“음흠흠!”
루니아와 클로에가 웃음을 참으며 그 뒤를 따랐다.
시스는 그 모습을 보며 빙긋 웃었다.
“다녀오십시오. 폐하. 돌아오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번쩍-!
워프 게이트가 발동하며 레오 일행이 모습을 감추었다.
***
데비앙의 수도, 데앙.
루메른과 세이룬 학생들이 머물고 있는 온천.
이곳은 두 학교의 교류의 장으로 변한지 오래였다.
셀리아는 세이룬의 남학생, 가린과 검투를 하고 있었다.
번쩍-! 카앙-!
셀리아의 빠른 찌르기를 가린이 방어해냈다.
내리던 눈발이 흩날리고 허공에서 두 사람의 눈이 얽힌다.
잠시 후 무기를 거둔 셀리아가 말했다.
“좋은 승부였어. 상대해줘서 고마워.”
“나한테도 너와의 승부는 큰 도움이 된다.”
가린이 조금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에이란이 말했다.
“뭐랄까. 늘 느끼는 거지만 셀리아 양은 검술까지도 불꽃 같네요.”
“제르딩거 가문의 특성이죠.”
옆에서 따뜻한 차를 홀짝이며 첸 시아가 빙긋 웃었다.
셀리아는 머리에 쌓여 녹은 눈을 털어내며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격한 움직임 덕분에 추운 날씨에도 뺨은 상기 되었으며 숨은 약간 흐트러져 있었다.
“후아! 세이룬 마검사들은 움직임이 묘해. 보통 마검사는 일리아나처럼 한쪽으로 치우치기 마련인데. 세이룬 마검사들은 검술과 마법 모두 벨런스가 잘 잡힌 느낌이야.”
셀리아가 감탄하며 말했다.
“지금까지 세이룬은 별의 마법을 더 중요하게 여겼으니까요. 마법을 검술에 접목시키는 방법으로 검술을 많이 발전시켰죠.”
“응. 그래서 뭐랄까. 평소에 접하는 검술이랑 달라서 도움이 많이 돼.”
눈을 빛내며 향상심을 보이는 셀리아를 보며 빙긋 웃은 첸 시아가 수건을 건넸다.
“우선 좀 닦아요. 이런 날 땀이 식으면 감기 걸려요.”
“최근 리시나스님의 얼음물 수련 덕분에 어지간하면 안 추운데.”
“그래도요.”
첸 시아의 말에 리시나스가 땀을 닦았다.
“크흠! 에, 에이란.”
그때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가린이 에이란을 불렀다.
“무슨 일인가요? 가린.”
에이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린에게 다가갔다.
가린의 주변에는 다른 세이룬 남학생들이 긴장된 얼굴로 모여 있었다.
가린이 에이란에게 작게 속닥거렸다.
그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린 에이란이 다가왔다.
“셀리아 양.”
“응? 왜.”
“셀리아 양에게는 연인이이 되시는 분이 있으신가요?”
“없는데.”
“네? 셀리아 양처럼 멋진 사람이 연인이 없다고요?”
“응.”
거기까지 말한 셀리아가 미간을 좁혔다.
“생각해 보면 난 남자친구는 고사하고 고백이나 편지 같은 것도 받은 적 없잖아?”
“셀리아 양의 평소 이미지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죠.”
“내 이미지가 어때서? 애초에 넌 많이 받잖아.”
“제가 뭘 많이 받아요? 우리 동급생 중에는 넬라 양이 가장 인기가 많은걸요. 그 뒤로는 클로에 양, 그다음이 엘리자 양. 그다음이 저예요.”
“……내가 일리아나랑 같은 수준이라니.”
셀리아가 참담한 얼굴로 말하자 첸 시아가 딱 잘라 말했다.
“일리아나 양도 인기 많아요.”
“뭐?! 왜!”
셀리아가 발끈했다.
“남학생들에게 물어봐요.”
“으윽!”
일리아나에게 졌다는 사실에 셀리아는 분함을 느꼈다.
사실 셀리아 본인만 모르는 사실이지 그녀는 인기가 굉장히 많았다.
‘애초에 1학년 때 몇 번 고백 받았는데 자기가 거절한 거면서.’
물론 본인은 상대가 고백했는지도 알지 못했다.
‘좋아하는 이상형이 누구냐고 물으니 레오 도령이라고 콕 집어 말한 게 결정적이었지.’
셀리아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1학년 때 가장 친숙했던 남학생이자 자기 사촌인 레오를 이상형이라고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후 레오의 행보가 워낙 전설적인 수준이 되다 보니 남학생들이 쳐다보지도 못하는 여학생이 되어버렸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에이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셀리아 양은 대단한 가문의 아가씨이니 가문에서 정한 정혼자분이 있는 거죠?”
“그런 사람도 없는데.”
“신기하네요.”
에이란이 순수하게 신기함을 느끼며 종종종 가린에게 다가갔다.
“오오오오!”
그러자 가린 주변에 몰려 있던 세이룬의 남학생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동급생들이 가린의 어깨를 툭툭 쳐준다.
“왜 저래?”
셀리아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에이란이 고개를 저었다.
“셀리아 양이 연인이 없다고 하니 저러던데요?”
“왜?”
“글쎄요…… 아, 혹시 가린은 셀리아 양을 좋은 라이벌로 여기는 게 아닐까요?”
“응? 내가 연애 같은 걸 하면 실력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건가?”
“그런 것 같아요. 가린도 검술에 굉장히 진심이거든요.”
“이거 좋은 대련 상대를 얻은 것 같은데.”
“가린도 참. 셀리아 양은 연인을 사귄다고 실력이 떨어질 사람이 아닌데 괜한 걱정을 하네요.”
셀리아와 에이란이 멋대로 생각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첸 시아가 진지하게 생각했다.
‘이 두 사람 바보인가?’
연애 쪽으로는 머리가 조금도 굴러가지 않는다.
특히나 평소에 이상한 소설을 잔뜩 읽는 주제에 이런 면에서는 까막눈인 에이란은 신기할 정도였다.
귀띔이라도 해줄까 고민하던 첸 시아가 피식 웃었다.
‘재미있을 것 같으니 내버려 두자.’
그렇게 말하며 세 사람은 정원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어떤 장면을 본 셀리아가 우뚝- 굳었다.
그곳에는 가린의 쌍둥이 여동생인 아리스 트이나가 아바드의 등을 떠밀고 있었다.
“마법 가르쳐 주면 부탁 들어주기로 했지? 도시로 가자. 도시로.”
“앗. 아리스. 도시로 가는 거면 우리도 같이 가면 안 돼요?”
“응. 안 돼.”
에이란의 말에 아리스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바드는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단 둘이 도시로 가는 건…….”
“왜? 아바드. 여자친구 없다면서?”
“없지.”
“그럼 괜찮은 거 아니야?”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리스.
“흥!”
셀리아가 코웃음을 치며 다른 쪽으로 갔다.
그런 셀리아를 보며 에이란이 당황한 얼굴로 쫓아갔다.
첸 시아는 아바드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준 후 셀리아의 뒤를 쫓았다.
“왜, 왜 그러세요? 셀리아 양?”
“몰라!”
“그러지 말고 순순히 인정해요. 셀리아 양. 아바드 군에게 마음 있다고.”
“누가 그런 버터를 좋아한다고! 애초에 그 녀석은 르왈린의 후계자라고!”
셀리아가 발끈했다.
“누가 누굴 좋아한다고?”
그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 레오님! 오셨군…….”
“들어보세요. 레오 도령. 셀리아 양이 있…….”
환하게 웃는 에이란과 한숨을 쉬는 첸 시아는 레오의 얼굴을 보고는 굳어버렸다.
셀리아도 입을 떡 벌리고 레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풉……! 킥! 키킥!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셀리아가 손가락질까지 해대며 레오의 얼굴을 보고 깔깔 웃었다.
“너! 너! 왜 점박이가 돼서 왔어? 누구한테 맞았어?!”
너무 웃은 나머지 배를 부여잡고 눈물까지 흘리는 셀리아.
그 모습을 보며 뒤에서 최대한 웃음을 참던 루니아와 클로에가 생각했다.
‘저렇게 막 대놓고 웃을 수도 있구나.’
‘이럴 때 보면 사촌이란 게 좋아. 저런 것도 되고.’
레오의 얼굴을 본 모두가 그렇게 생각을 할 때였다.
‘저렇게 웃으면 안 될 텐데.’
레오를 점박이로로 만든 장본인, 리시나스가 속으로 혀를 찼다.
아니나 다를까.
“너도 이렇게 만들어 달라고?”
“악! 이거 놔!”
레오에게 붙잡힌 셀리아가 비명을 내질렀다.
***
“무슨 일인가? 첫 번째 성자여.”
눈처럼 하얀 순백의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가 기도를 하고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그에 기도를 멈춘 첫 번째 성자가 말했다.
“두 번째 성녀, 아메리올이 소멸했다.”
“타르타로스 짓인가?”
말을 건 남자, 세 번째 성자가 분노를 드러냈다.
“아니. 인간의 짓이다.”
“인간? 그 하등한 노예 종족이 어찌 성녀를 소멸시킬 수 있단 말인가?”
세 번째 성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대가 변했다. 세 번째 성자여.”
몸을 일으킨 첫 번째 성자가 몸을 돌렸다.
그의 손바닥 위에 있는 것은 작은 조각이었다.
“그건 뭐지?”
“히어로 레코드라는 것이다.”
“히어로 레코드?”
“가증스러운 천상의 신들이 만든 아티팩트지.”
첫 번째 성자가 히어로 레코드 조각을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지금 시대에는 영웅이라는 것들이 존재하는 모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