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67)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68화(767/768)
768.
“첼시와 결혼해달라고?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갑자기는 아니야.”
아바드가 빙그레 웃었다.
레오는 일단 이 꽃미남 친구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들어보기로 했다.
“루메른의 입학시험 날 이후부터 첼시가 널 많이 따랐었잖아.”
첫 만남 당시에는 셀리아와 함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으르렁거리던 첼시였지만 입학식 이후로는 레오에게 큰 호감을 보였다.
“구체적인 목표가 없었던 첼시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 역시 너야, 레오.”
아바드가 커피를 홀짝였다.
그는 친구에게 빙그레 웃었다.
“너랑 함께라면 첼시의 인생은 빛날 거야.”
“내가 없더라도 걘 혼자서 충분히 빛날 수 있어.”
“그것도 그렇지. 하지만 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해. 결정적으로.”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는 레오를 보며 아바드가 말했다.
“내 동생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첼시 정도면 훌륭한 신붓감 아닌가?”
아바드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외모도 훌륭하고…… 능력도 출중하고 성격은…… 뭐,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자신이 호감을 가진 이들에게는 굉장히 잘하잖아. 그 아이는 분명 더 아름다워질 거야.”
아바드가 빙그레 웃었다.
“너에게 나쁜 제안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너무 애라서 관심이 안 가는데.”
“첼시는 너랑 한 살밖에 차이 나지 않잖아? 네가 연상 취향이었던가?”
아바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면 딱히 학교 선배들에게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거기까지 생각한 아바드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 네가 어른스럽다는 건 알지만…… 대체 어느 정도까지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냥 지금은 누군가를 사귈 생각이 없다는 것 정도만 이야기 해두자.”
“왜?”
“깊게 파고들지는 마.”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셀리아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셀리아 역시 너에게 마음이 있다면 나도 최대한 도울게. 그러니 내 결혼 이야기는 하지 말아 줘.”
아바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경고해 두는데.”
“응?”
“만약 셀리아랑 사귀게 되면 졸업 전에 사고만 치지 마라. 그건 나도 수습하기 힘들다.”
“그런 걱정은 왜 하는 거야?”
아바드가 웃음을 터트리자 레오가 말했다.
“리스 형님 사고 친 거 잊었어? 그거 때문에 외삼촌들이 머리를 싸매더라고. 거기에 더 보태고 싶지는 않아. 특히나 셀리아는 두 분이 금이야 옥이야 하는 아가씨잖아.”
엄한 것 같으면서도 셀드 제르딩거는 딸을 굉장히 아낀다.
사고 치면 르왈린의 후계자고 나발이고 입에 거품을 물고 칼을 들고 달려올 것이다.
“레오. 나나 셀리아는 가문을 위신을 늘 중요하게 생각해. 그리고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셀리아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우등생이야.”
아바드가 빙긋 웃었다.
“내가 학교 다니면서 염문설을 뿌린 적이 있었나?”
입학 때부터 가문과 실력을 제쳐두고 외모 때문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아바드다.
실제로 잊을만하면 학년 가리지 않고 고백을 받는 미남임에도 염문설 같은 건 난 적이 없다.
그만큼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관리했다는 뜻이다.
아바드의 말에 레오가 혀를 찼다.
“니엘 선배랑 마첼 선배는 우등생이 아니라서 사귀게 된 줄 알아?”
셀리아의 호위기사인 니엘과 아바드의 최측근 마법사 마첼.
제르딩거와 르왈린을 대표하는 가신 가문으로서 그들 역시 제르딩거와 르왈린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우등생으로 학교생활을 보내왔다.
“마첼과 니엘 선배가 무슨 상…… 잠깐.”
헛웃음을 터트리던 아바드가 멈칫했다.
“설마…….”
“맞아.”
꾹 참아왔던 감정이 터진 둑처럼 한 번에 와르르 쏟아진 결과였다.
“항상 너희 나이를 생각하라고.”
“우리 나이가 무슨…….”
“불붙기 딱 좋은 나이잖아.”
한번 붙은 불은 쉽사리 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불장난이 무섭다.
“이야기 끝났으면 먼저 일어날게. 넌 어떻게 할래?”
“음. 난 숙소로 돌아갈게.”
“셀리아가 신경 쓰이지 않아?”
“신경 쓰이지.”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긴 했지만 역시나 꽤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그녀의 사생활에 대해 이야기할 입장은 못 되잖아?”
“덤덤한 척하기는.”
피식 웃은 레오가 가게를 나섰다.
딸랑- 딸랑-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레오가 사박- 사박- 대로를 걸었다.
그런 레오 곁에는 어느새 리시나스가 함께 하고 있었다.
“연애 상담을 제법 잘해주네. 자기 연애에 관해서는 까막눈이었으면서.”
“그러니까 그건 너랑 루나가 티를 안 낸 거라니까.”
레오가 툴툴거렸다.
그런 레오를 보며 코웃음을 치던 리시나스가 문득 가판에서 팔고 있는 막대 사탕에 시선을 잠시 주었다.
그 순간 레오가 가판으로 가더니 막대 사탕 하나를 사 왔다.
“먹어.”
“웁?!”
그리고는 리시나스의 입에 넣어주고는 유유히 걸어갔다.
눈을 동그랗게 뜬 리시나스가 사탕을 문 채 레오 곁으로 다가갔다.
“왜 사 온 거야?”
“너랑 내가 몇 년을 같이 있었는데. 척 봐도 먹고 싶어 하는 걸 모르겠냐?”
‘얜 이런 쪽으로는 진짜 눈치가 엄청 빠르단 말이야.’
리시나스가 살짝 뚱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눈치가 좋으면서 자신의 감정은 왜 못 알아차려줬나 살짝 얄밉다.
내전으로 인해 어수선했던 데앙의 거리는 내전이 끝날 기미가 보이자 희망적인 분위기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내전이 종식된 건 아니지만 싸움이 멈추기 직전은 사람들이 가장 희망찬 시기다.
그 덕에 야시장도 열리는 등 데앙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밝았다.
야시장을 돌아다니며 레오와 리시나스는 노점상에서 여러 물건들을 구경하고 사거나 다트 던지기 같은 게임으로 상품을 타며 시간을 보냈다.
일상적인 분위기에 리시나스는 가슴이 뛰는 걸 느꼈다.
“와, 이거 뭔가 평범한 데이트 같잖아?”
“데이트 맞잖아.”
“뭐?”
레오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리시나스를 바라보았다.
“넌 그럼 지금 우리가 하는 게 뭐라고 생각한 거야?”
“음…….”
당황하던 리시나스가 이내 배시시 웃었다.
“그러네. 데이트였네.”
기분이 좋아진 리시나스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루나랑도 이렇게 놀았어?”
“놀았지. 뭐, 그 녀석은 계속 술을 마셨지만.”
“루나답네.”
리시나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었다.
레오와 나란히 걷던 리시나스가 힐끗- 레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직 앳된 얼굴.
하지만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어려 보이지 않는다.
붉은 노을에 붉은 눈이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즐겁네.’
그토록 리시나스가 꿈꿨던 평범한 일상.
그 속에서 누리는 행복.
‘시간이 영원히 멈췄으면 좋겠네.’
실없는 생각을 하던 리시나스가 손을 뻗었다.
그리고 레오의 손을 잡았다.
걸음을 멈춘 레오가 리시나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리시나스는 그런 레오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생긋 웃고는 팔짱을 꼈다.
레오가 한숨을 쉬었다.
“그때도 이렇게 했으면 나도 알아차렸을 거 아니야.”
“어지간히 억울한가 보네.”
리시나스가 피식 웃자 레오가 인상을 썼다.
“억울하지. 너랑 루나 녀석 때문에 새파랗게 어린 후배놈들이 나보고 등신이니 병신이니 하잖아.”
“누가?”
“네 후계자와 루나 녀석 후계자.”
“아아.”
“정작 지들도 루메른을 좋아하는 주제에 고백도 못한 것들이…… 아주 그냥 다음에 보면 머리를 밀어버릴 거야.”
“아하하하하하!”
리시나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다가 문득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셀리아다.”
그 말에 레오도 셀리아를 발견했다.
리시나스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우리도 살짝 구경할까?”
***
야시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인간과 엘프를 멀리서 바라보는 무리가 있었다.
“와, 뭔가 분위기 좋네요.”
“뭐, 뭔가 핑크빛 분위기인데요?”
“그러게. 진짜 분위기 그럴듯하다.”
“아이씨…… 안 되는데. 저 자식 눈에서 눈물 쏟아지는 걸 봐야 하는데.”
첸 시아와 에이란, 루니아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아리스는 발을 동동 굴리고 있었다.
아무리 영웅 후보생이니 뭐니 해도 한참 사랑이란 걸 동결한 나이의 소녀들인 만큼 셀리아와 가린의 데이트를 몰래 지켜보는 와중에도 몰입하게 된 것이다.
물론 전혀 몰입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분위기가 좋나? 그냥 평상시의 셀리아인데?”
클로에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첸 시아가 측은한 표정을 지었다.
“클로에 양. 마도서랑 이상한 어려운 책만 읽지 말고 연애 소설도 좀 읽고 그래요.”
“맞아. 책을 골고루 읽어야지. 특정 책만 읽으면 에이란처럼 머리가 이상해진다?”
“넌 에이란이 읽는 책 좀 읽어야겠다.”
“제 소설책들이 어때서요?”
에이란이 울상을 짓자 울컥한 클로에가 말했다.
“에이란, 지금 책 있어?”
“아공간에 한 권 있어요.”
“줘 봐.”
“어머? 순진한 클로에 양에게는 굉장히 자극적일 텐데요?”
첸 시아가 생글생글 웃으며 클로에를 놀렸다.
코웃음을 친 클로에가 에이란에게 책을 받았다.
그리고 책갈피가 꽂혀 있는 부분을 펼쳤다.
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읽은 클로에가 코웃음을 쳤다.
“뭐야? 별거 없네.”
“저 페이지에는 무슨 내용이 써 있어요?”
“주인공과 여주인공이 혼욕하는 내용이요.”
“이상하다? 이 정도면 클로에 양에게는 충분히 자극적일 텐데?”
“웃기고 있네. 난 직접 해보기까지 했거든?!”
울컥한 클로에는 자신도 모르게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해버렸다.
클로에를 놀리던 소녀들이 일순간 벙쪘다.
“……헙?!”
기겁한 클로에가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혼욕을 해봤다고요? 누구랑요?”
안면에 미소를 띤 첸 시아가 클로에에게 바짝 얼굴을 들이밀었다.
“혹시 그 대상이 레오 도령인가요?”
“그…… 그…….”
“뭐야! 대체 너희 무슨 관계야!”
“자, 자세히 이야기 해주세요!”
루니아와 에이란도 득달같이 달려들어 소리쳤다.
“와…… 루메른 애들 장난 아니네…….”
아리스가 멍하니 중얼거릴 때였다.
“너희. 여기 몰래 숨어서 뭘 하고 있는 거야?”
“가린이 셀리아한테 고백할 것 같길래 몰래 훔쳐보고 있었…… 헉?!”
뒤에서 들려온 싸늘한 목소리에 생각 없이 대답하던 아리스가 기겁하며 뒤돌아봤다.
그곳에는 셀리아가 흉흉한 기세를 흩뿌리며 서 있었다.
***
야시장이 내려다보이는 지붕 위.
“저것들 뭐 하는 거야. 쯧.”
레오가 혀를 찼다.
“흐응?”
그때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레오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리시나스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었다.
“말해두겠는데. 사고였어.”
“흐응? 좋겠어? 예쁜 소녀들이 너 좋다고 해서?”
“질투하냐?”
“질투는.”
코웃음을 친 리시나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리시나스를 보며 레오가 혀를 찼다.
“어떻게 하면 기분 풀래?”
“별일이네. 네가 내 기분도 신경 써주고.”
킥- 하고 웃은 리시나스가 고민하더니 빙긋 웃었다.
“네 과거 이야기 해줘.”
“내 과거 이야기?”
“그래. 가령 첫사랑 이야기 같은 거.”
“그런 거 없는데?”
“어련하겠어? 어쨌든 네 과거 이야기가 궁금해졌어. 맨정신으로 하긴 힘들겠지?”
리시나스가 레오를 잡아끌어 일으켰다.
“이제 곧 밤도 오는데.”
그 말대로 어둠이 다가오고 있었다.
리시나스가 빙긋 웃었다.
“술 한잔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