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68)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69화(768/768)
769.
“기가 막혀서, 너희는 할 일들이 그렇게 없어?”
팔짱을 낀 셀리아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눈앞에서 시선을 피하는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그중 유일하게 당당하게 눈을 또랑또랑 뜬 첸 시아가 대답했다.
“하지만 재미있어 보였는걸요?”
눈을 치켜뜬 셀리아가 첸 시아의 양 볼을 꼬집었다.
“너 요즘 꼬인 성격을 너무 드러내는 거 아니야?”
“아파요.”
“아프라고 하는 거야!”
한마디 해준 셀리아가 한숨을 쉬고 손을 놓았다.
첸 시아가 빨개진 볼을 감싸 쥐며 커다란 눈을 깜빡였다.
“그래서? 날 미행한 이유가 뭐야?”
“오늘 가린군이 셀리아 양에게 고백할 것 같은 느낌이라서요.”
“응?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자, 이제 우리는 빠져 줘야 할 것 같은데요?”
첸 시아가 생글생글 웃으며 다른 이들을 떠밀었다.
“난 저 멍청이가 차이는 모습을…… 읍읍?”
“네네. 방해되니까 가자고요.”
첸 시아가 아리스의 입을 틀어막고 질질 끌고 갔다.
셀리아가 영문을 몰라 당황하는 사이 가린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이윽고 두 사람만 남게 되자 셀리아가 가린을 바라보았다.
“저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크흠!”
가린이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셀리아 제르딩거.”
“응?”
“나는 아무래도 네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것 같다.”
그 말에 셀리아가 붉은 눈을 크게 떴다.
“너와 친구 이상의 사이가 되고 싶어. 지금 당장 어렵다면 차차 너라는 사람을 알아가고 싶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셀리아가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심사숙고하기 시작했다.
가린은 그런 셀리아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이윽고 셀리아가 말했다.
“미안해, 가린. 깊게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나는 이미 마음에 있는 상대가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네 마음에는 답해 줄 수 없을 것 같아.”
한없이 진지한 얼굴로 진심을 담아 말한 셀리아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런 셀리아를 보며 가린이 씁쓸하게 웃었다.
“진심을 다해 대답해 줘서 고마워. 그래도 좋은 친구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어.”
“응. 나도야.”
셀리아가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바라보던 가린이 그 손을 잡고 악수를 나누었다.
“뭐야! 질질 짜는 걸 예상했는데!”
그때 뒤편에서 아리스가 발끈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에 셀리아의 이마에서 힘줄이 솟아올랐다.
“이것들이……! 이게 장난인 줄……”
“내 바보 동생은 내가 처리하도록 하지.”
가린이 그대로 아리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아악! 오, 오빠! 아니! 오라버니! 놔주세요! 내가 잘못했어요! 아아아악!”
팔이 비틀린 아리스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
어둠이 찾아오고 거리에 불이 하나둘 켜졌다.
그런 집중 하나인 허름한 술집.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즐겁게 술을 마시는 단골 손님이 많은 술집이었다.
그 주점 구석에 레오와 리시나스가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런 곳 말고 좋은 곳도 많은데.”
“뭐 어때? 난 이런 곳이 친숙하고 좋은데 뭐.”
레오의 말에 리시나스가 생글생글 웃으며 맥주를 마셨다.
시원스럽게 맥주를 들이킨 리시나스가 슥- 입을 닦고 안주를 콕 집어 입에 넣었다.
원래라면 리시나스 같은 미인이 있다면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어야 했지만 그걸 잘 아는 리시나스가 마법으로 존재감을 지운 덕분에 편하게 술을 마실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레오와 잔을 부딪친 리시나스가 잔에 담긴 맥주를 모두 입에 털어 넣었다.
“주인 아저씨. 한 잔 더요.”
“옙~!”
주인이 기분 좋게 대답하더니 다가와 맥주잔을 내려놓았다.
“아가씨. 기분 좋은 일 있으신가 봅니다?”
“오늘 기분이 좀 좋네요.”
턱을 괸 리시나스가 비시시- 웃고 맥주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떠들썩한 술집을 훑어보더니 중얼거렸다.
“영웅의 쉼터 같네.”
“말이 영웅의 쉼터지. 생각해보면 흔한 술집이었잖아.”
“불행의 상징과도 같은 너랑 날 받아줬던 술집이 흔했다고?”
“하긴.”
레오는 가드스론에 있었던 자신의 단골 술집을 떠올렸다.
엘프가 운영하는 허름한 술집.
카일이 리시나스의 파티에 합류하고.
당시 불행의 상징이었던 살아남는 영웅과 어리석은 자를 받아줬던 유일한 술집이었다.
이후 아르히 파티가 활약을 하고 루나와 아르온…… 드웨노가 합류하고 더 이상 두 사람이 불행의 상징이 아니게 되었던 이후에도 꾸준히 이용했던 곳이다.
그리고 아르히 파티가 최후의 만찬을 벌였던 곳이기도 했다.
“에네안씨는 어떻게 지냈으려나.”
“그 엘프 성격상 꾸준히 그 자리에서 술집을 운영하지 않았을까?”
“아. 그럴 것 같아.”
리시나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맥주를 홀짝이며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어쩌면 우릴 계속 기다렸을지도 모르지.”
“…….”
영웅의 쉼터에서 카일과 리시나스를 받아 주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멸망하는 세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장에서 싸운 영웅이라면 누구나 쉴 곳이 필요하다는 에네안의 지론 때문이었다.
비록 허름한 술집이라도 영웅들에게 잠시간 쉴 곳이 되어 주겠다는 신념에 의해 운영되었던 가게다.
어떤 의미에서는 대영웅들에게 있어 안식처이기도 했다.
“마지막에 돌아오면 술 공짜라고 했었는데.”
“그 엘프. 한 번을 서비스 준 적이 없었지.
“맞아, 맞아. 루나와 드웨노가 돌아오면 가게 망하게 해주겠다고 막 소리쳤잖아.”
옛날이야기를 하며 마음껏 웃고 떠들었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술잔을 비웠을 때쯤.
“……나한테는 눈 깜짝할 사이인데 5000년이라…….”
리시나스가바닥이 보이는 맥주잔을 살랑살랑 흔들며 중얼거렸다.
황금색의 맥주가 찰랑인다.
“카일. 되살아났다는 걸 알았을 때 무슨 기분이었어?”
“엿 같았지.”
“왜?”
“그 빌어먹을 에레보스를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끝장내야 했으니까. 그걸 또 해야 하나 싶어서 기분 더러웠어.”
“아하하하하.”
리시나스가 웃음을 터트리고 입에 술을 털어 넣었다.
“거짓말.”
“…….”
“기대한 거 아니야?”
리시나스가 레오와 눈을 마주쳤다.
“다른 친구들도 되살아나지 않았을까? 하고.”
리시나스가 술잔을 내려놓았다.
“난 그랬을 것 같아. 나뿐만이 아니지.”
기억을 가진 채 환생했다는 기적.
그렇다면 내심 기대를 했을지 모른다.
다른 이들도 환생했을 거라고.
비록 평화를 누리지 못하고 죽었지만.
다시 태어나 평화를 누릴 거라고.
“혹은…… 혹여 먼저 태어났을지 모를 다른 사람들의 흔적을 역사 속에서 찾으려 했거나.”
다른 누구도 아닌 대영웅이다.
만약 다시 환생했다면 역사에 누가 보더라도 대영웅들이라면 알아볼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환생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지독한 외로움과 슬픔을 느꼈을 것 같아.”
레오는 말없이 술만 홀짝였다.
‘내가 걱정할까 봐 일부러 솔직하게 말하지 않겠지.’
속마음에 묻어 둘 뿐이다.
“다들 보고 싶네.”
먼저 죽어갔던 동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분명 히어로 레코드를 통해 기적적으로 이 평화로운 세상을 한 번씩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간은 다시 가지지 힘들겠지.’
잠시라도 힘든 내일을 잊고 웃고 떠들던 시간.
힘든 내일이 사라진 지금에서는 절대 누릴 수 없는 시간.
“우중충한 이야기는 집어치워.”
“응. 그러네. 좋아. 그럼 카일. 첫사랑 이야기 좀 해봐.”
리시나스가 생긋 웃었다.
그런 리시나스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없다니까.”
“어라? 순순히 말 안 하시겠다? 그럼 나부터 말할게.”
리시나스가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자세를 바로잡았다.
“내 첫사랑은 너야, 카일.”
“…….”
“놀랍지? 그치?”
“너 취했냐?”
“응.”
까르르르- 웃는 리시나스를 보며 레오가 한숨을 쉬었다.
“첫사랑도 못 이루고 죽은 불쌍한 내가 있잖아? 그러니 첫사랑 이야기 좀 해 봐.”
테이블 밑에서 리시나스가 발끝으로 레오의 발을 툭툭 쳤다.
그런 리시나스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없어.”
“에이.”
“진짜 없어.”
레오가 입에 술을 털어 넣으며 말했다.
“내가 사랑할만한 사람들은 모두 사랑하기 전에 죽었거든.”
“…….”
그 말에 리시나스가 입을 다물더니 깊게 한숨을 쉬고는 테이블 위에 엎드렸다.
“첫사랑이 시작되기도 전에 상대가 죽은 시작의 영웅 카일과 첫사랑이 마음도 못 알아주고 죽은 지혜의 왕. 둘 중 누가 더 불행하지?”
“난 환생했으니 엄연히 더 불행한 건 너 아닐까?”
레오의 말에 리시나스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니. 레오 플로브로서의 삶은 빼야지. 순수하게 카일의 삶으로서만 평가해야 해.”
“……어렵네.”
“빌어먹게 어렵지. 우리 둘 다 너무 불행했다고!”
쾅-!
테이블을 한 번 내려친 리시나스가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주인장! 여기 한 잔 더 주세요!”
“옙~!”
“그래서? 첫사랑이 되기 전에 죽은 사람은 누구야? 나? 루나?”
“날 좋아했던 사람이 너희 둘만 있겠냐?”
리시나스가 얼굴을 팍 구겼다.
“널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
“그 녀석은 너랑 달리 자기 마음을 숨길 생각을 안 했거든.”
“설마 고백했는데 찼어? 우우! 쓰레기!”
리시나스가 야유하자 레오가 혀를 찼다.
“고백해야 마음 있는지 아냐?”
“그래서? 언제 만난 사람이야?”
“첫 동료야.”
그 말에 리시나스가 턱을 괴었다.
“듀오 파티였어?”
“다섯이었어.”
“우리랑 똑같네?”
“조금 달랐어. 순수하게 인간으로 이루어진 파티였거든.”
레오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17살 이맘때쯤에 만났군.”
그때도 여름이었다.
지독할 정도로 더운…… 세상이 멸망해가던 시절의 여름.
“17살 파릇파릇하던 시절의 카일이라. 상상이 안 가네.”
새로운 맥주잔을 들어 올리며 리시나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때는 목표가 있었어?”
“있었지.”
“뭔데?”
“비웃을 것 같아서 말 안 할래.”
“안 비웃을게.”
“거짓말 하지마.”
“내 드래곤 하트에 맹세해.”
리시나스가 자신의 오른쪽 가슴에 손을 올리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리시나스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세상을 구하는 영웅.”
“풉! 푸흐흐흡!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됐네! 세상을 구하는 영웅! 꺄하하하하! 그런데 진짜 안 어울린다!”
뭐가 그렇게 웃긴지 주정뱅이가 된 리시나스는 배를 부여잡고 마구 비웃었다.
“이 망할 도마뱀이! 드래곤 하트에 맹세는 어쩌고……!”
“난 이제 드래곤 하트가 없거든. 왜냐면 너한테 줘서!”
“이 망할 사기꾼이!”
옛날이야기를 하며 밤은 깊어 갔다.
결국 술집의 마지막 손님이 된 레오와 리시나스는 술집 2층에 있는 방을 빌렸다.
레오는 리시나스를 어깨에 들쳐 메고 2층으로 올라갔다.
“카일의 꿈은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었데요. 아~ 낯부끄러워라~”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리시나스는 계속해서 레오를 놀려댔다.
술에 취한 리시나스에게 시달릴 대로 시달린 레오는 해탈한 표정을 지으며 리시나스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짐짝처럼 리시나스를 침대 위에 던지고 방을 나가려 했다.
덥석-!
그때 리시나스가 손을 뻗어 레오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리고 우악스러운 힘으로 잡아끌어 레오를 침대 위에 앉혔다.
“카일.”
“왜.”
리시나스가 레오 옆에 앉더니 그대로 레오의 얼굴을 품에 안았다.
느닷없이 리시나스의 품에 안긴 레오가 눈을 크게 떴다.
“……힘들었지?”
레오를 품에 껴안은 리시나스가 하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결국에는 혼자 에레보스와 싸운 것도…….”
“…….”
“혼자 환생해서 다시 싸울 준비를 하는 것도…….”
“…….”
“많이 힘들었을 거야.”
“너 취했어.”
“응. 취했어.”
리시나스가 품에서 레오를 땠다.
그리고는 레오의 이마에 이마를 댔다.
숨결이 맞닿는다.
이윽고 입술이 포개진다.
리시나스의 팔이 레오의 목을 휘감았다.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지려는 찰나.
쿵-!
갑자기 큰 폭음과 함께 진동이 울렸다.
레오와 리시나스가 멈칫했다.
리시나스가 웃었다.
“괜찮아, 별일 아닐…….”
쿵! 콰가가강!
“별일…….”
콰가가가강! 쿠가가강!
거대한 충격파가 건물을 때리는 게 느껴졌다.
얼굴을 감싸 쥔 레오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리시나스는 말없이 일어나 흐트러진 옷을 가다듬었다.
레오는 마나로 술기운을 태웠다.
충동이 억제되고 냉정함을 되찾았다.
그와 함께 술기운에 의해 막혔던 감각이 활성화 되었다.
“일단 상황 좀…….”
“……인…….”
“리시나스?”
“……다.”
감각을 되찾자 리시나스의 중얼거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무조건 죽인다.”
원한 섞인 목소리로 이를 빠득빠득 가는 리시나스를 보며 레오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이윽고 흐트러졌던 복장을 평소의 완벽한 차림으로 되돌린 리시나스가 그대로 창문을 걷어찼다.
“찢어 죽인다!”
창밖으로 드래곤 피어가 섞인 포효가 데앙의 밤하늘 위에 울려 퍼졌다.
세계의 정점에 선 왕의 분노에 주변의 공기가 주눅든다.
가히 용자의 하울링에 버금갈 수준의 포효였다.
화악-!
그대로 창문을 박차고 나서는 리시나스를 레오가 다급히 따라나갔다.
“같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