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7)
【77】76.
“젠장.”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레오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지만, 몸이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오러와 영력도 바닥났어.’
조금 전 공격을 막아낼 때 남은 힘을 모두 쏟아부었다.
레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페어리 랜드…….”
이미 과거의 영광을 잃고 삭막함만이 남은 요정들의 고향을 보며 레오가 휘청거렸다.
중심을 잃고 뒷걸음질 치던 레오는 허리춤에 무언가 닿는 걸 느꼈다.
뒤에는 작은 돌로 만들어진 단상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건 단검이었다.
레오의 눈이 크게 뜨였다.
흔해 보이는 단검이었다.
하지만 레오는 이 단검을 알고 있었다.
‘그 건방진 꼬맹이가…… 그때는 필요 없다고 하더니.’
대영웅들이 마지막 원정을 떠나기 전.
카일이 베르키아에게 건넸던 물건.
위급할 때 쓰라며 넘겨 줬지만, 자신은 이제 어린애가 아니라고 새침하게 반응했었다.
시작의 영웅, 카일과 관련된 영웅의 유물.
즉, 카일의 영웅의 세계를 여는 열쇠였다.
‘헬 카이저가 이곳을 노렸던 이유가 이거 때문이었군.’
레오가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수천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단검은 멀쩡했다.
살아생전 주인이 매우 아꼈다는 게 느껴졌다.
파지직-!
레오가 단검을 쥐자 실로드의 마력이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우웅-!
하지만 이내 단검 속에 깃든 마력이 반응했다.
오래전, 카일이 남겼던 마력이 수천 년 만에 주인에게 반응했다.
쿵-! 쿵-! 쿵-!
스켈레톤 킹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후.”
온몸을 휘몰아치는 자신의 마력에 레오가 가볍게 미소 지었다.
화악-!
레오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쿠궁!
우웅-!
그워어어어어어-!
휘몰아치는 마력이 스켈레톤 킹을 튕겨냈다.
쿠구구궁-!
쓰러진 스켈레톤 킹.
레오는 그걸 보고 마법 술식을 만들었다.
지금의 레오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거대한 마력이 반응했다.
‘어떤 마법이든 단 한 번을 쓸 수 있겠군. 무슨 마법을 써야 하지.’
고민하는 그때 멍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루니아와 에이란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 그게 좋겠군.’
지잉-!
머리 위로 거대한 회색의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레오의 고유 마법-바이블이 발동된 것이다.
‘원본에는 못 미치겠지만 그래도 저 애들에게는 큰 선물이 되겠지.’
회색의 마력은 이내 찬란한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주변 일대가 마치 새벽이 찾아온 것만 같았다.
“아…….”
루니아와 에이란의 몸이 떨렸다.
이 정체 모를 별의 마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문헌에 의하면 그 마법이 사용되면 세상은 새벽 별빛으로 물든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별의 마법, 최강의 주문.”
루니아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위대한 성운의 시조의 상징.
“종언.”
별빛이 스켈레톤 킹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워어어어어어어어!
상식을 초월하는 별의 힘에 스켈레톤 킹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분쇄되었다.
레오가 주먹을 쥐었다.
콰악-!
공간이 일그러지며 분쇄된 스켈레톤 킹의 모습이 사라졌다.
화악-!
거짓말처럼 어둠이 찾아왔다.
털썩-!
레오가 힘겹게 주저앉았다.
“레, 레오!”
루니아가 힘겹게 몸을 이끌고 다가왔다.
조금이나마 기력을 회복한 에이란도 엉금엉금 기어 왔다.
“너희들 괜찮아?”
“지금 우리 걱정할 때야? 네가 제일 엉망이잖아!”
“레오님! 루니아 양! 저는 두 분이 해낼 거라고 믿고 있었어요!”
에이란이 훌쩍였다.
“당연하지! 그나저나 방금 그 마법 대체 뭐야! 그거 마치 전설 속에 나오는……!”
“이 단검에 깃든 마법 같았어.”
레오가 이제는 힘을 잃고 평범한 단검이 되어 버린 검을 힘겹게 들어 올리며 말했다.
“대영웅과 관련된 물건 같아.”
루니아와 에이란이 숨을 삼켰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발견이다.
타르타로스에서 이런 사건을 일으켜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돌아가지, 나 마력이 완전 바닥났는데.”
“저도 회복 마법을 못 쓸 것 같아요. 일단 레오님의 응급 처치부터……!”
루니아와 에이란이 곤란해할 때였다.
[야! 카일! 이것 봐! 내 날개 찾았어!]키르안이 작은 종잇조각을 들고 날아왔다.
[분명 내 날개인데! 이거 대체 어떻게 봉인되어 있는 거야?]키르안이 툴툴거리며 종이조각을 낑낑거리며 잡아당겼다.
그걸 보던 루니아가 깜짝 놀랐다.
“잠깐! 그거 히어로 레코드 조각 아니야?”
놀라는 키르안을 보며 레오가 퍼득 무언가를 떠올렸다.
‘실로드가 봉인해놓은 게 이 단검뿐만이 아니라고?’
“키르안, 줘 봐.”
레오가 다급히 말했다.
그 말에 키르안이 레오에게 날아가 히어로 레코드 조각을 건넸다.
레오의 손바닥에 히어로 레코드 조각이 닿는 순간.
[히어로 레코드 오픈. ■■의 세계. 챕터: ■■-■■■]레오의 눈에 낯익은 문구가 떠올랐다.
화악-!
그 말과 함께 주변이 밝은 빛에 휘감겼다.
“윽?”
“이, 이게 대체…….”
주변은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초목이 우거진 울창한 숲속.
“에레보스를 쓰러트릴 거라고?”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니아와 에이란이 고개를 돌리고 굳고 말았다.
그곳에 있는 건 엘프 소녀였다.
그 엘프 소녀는 너무도 유명한 누군가를 꼭 빼다 닮아 있었다.
엘프 소녀는 툴툴거리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마법으로 상처를 회복시킨 그녀는 레오 쪽을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세 사람의 상처가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엘프 소녀는 그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말을 내뱉었다.
“너 혹시 또라이니?”
루니아와 에이란은 입을 떡 벌렸고 레오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뭘 잘못 먹었길래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엘프 소녀는 눈앞의 인간에게 큰 흥미를 드러냈다.
“그래도 뭐, 좋아. 에레보스 토벌! 나에게 딱 어울리는 목표네! 마음에 들어. 너희 파티에 합류할게.”
자신만만하게 웃은 엘프 소녀가 손을 내밀었다.
“■■이라고 했지? 내 이름은 루나! 장차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존재가 될 몸이니 날 파티로 받아들인 걸 영광으로 알도록!”
화악-!
세상이 일그러지며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바, 방금 그건!”
“루나님이셨어요! 이건 혹시 루나님의 히어로 레코드인걸까요!”
루니아와 에이란아 잔뜩 흥분했다.
‘아니. 이건 내 히어로 레코드야.’
일전에 영웅학 실습 시간에서 봤던 것과 똑같았다.
‘루나와 내가 만났던 시절의 기록.’
레오는 몸이 회복된 걸 느끼며 히어로 레코드를 내려다보았다.
‘이걸로 확실해졌어.’
레오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타르타로스 놈들은 대영웅들의 기록을 지우고 있어.’
***
몸을 추스른 레오 일행이 숲을 빠져나가기 시작할 무렵.
엘살베키아의 대의회에서 병사들이 왔다.
레오가 사용했던 ‘종언’의 마력을 느끼고 페어리 포레스트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깨닫고 급하게 병사들을 파견한 것이다.
그중에는 할린드와 헤르디움도 있었다.
레오를 발견한 할린드의 눈은 더 없이 싸늘해졌다.
헤르디움은 학교의 최고 우등생들이 밤에 숙소를 빠져나갔다는 말을 듣고 개탄했다.
세 사람은 그 자리에서 근신 처분을 받고 대의회 방에 갇히게 되었다.
명목상으로는 근신이었지만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세이룬의 학생중에…… 타르타로스에 협력하는 자가 있었단 말입니까?”
헤르디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
“네. 저희도 믿고 싶지 않았지만…….”
“아아.”
조심스럽게 대답하는 루니아를 보며 헤르디움이 얼굴을 감쌌다.
믿을 힘든 일이었지만 숲에서 발견된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시체가 라우타라는 것을 알아냈다.
라우타를 먹어 치웠던 반지가 양분으로 삼고 필요 없어진 시체를 뱉어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체에서 사령술을 익힌 흔적이 발견되었다.
한편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할린드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세이룬에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세이룬에도…… 라면 루메른에서 역시 같은 일이 있었습니까?”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루메른 상부에서 입단속을 시켰지만요.”
오랫동안 루메른 교수로서 있었던데다가 레오의 담임인 할린드는 루메른 상부에게 중간고사 때 있었던 사실에 대해 언질을 받았었다.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세이룬의 상부에서 결정하겠죠. 루메른은 세이룬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
헤르디움이 굳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레오 플로브.”
할린드의 싸늘한 시선에 레오에게 향하자 루니아와 에이란이 자신도 모르게 딸꾹질을 했다.
루메른 통곡의 벽.
고학년들의 공포, 할린드의 서슬 퍼런 기세를 처음 맛본 두 여학생은 순간 겁에 질렸다.
물론 익숙한 레오는 덤덤히 할린드의 말을 기다렸다.
“반장으로서 숙소를 무단이탈한 죄가 크다는 건 알고 있지?”
“예.”
“원래라면 당장 학교로 돌려보내고 교칙회의에 회부될 안건이다.”
“…….”
“하지만 공적이 공적인 만큼 교내 봉사 시간 100시간으로 봐 주도록 하겠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게 있으면 말 해보도록.”
할린드의 말에 웃음을 참았다.
‘아무리 봐도 할린드 교수님은 애들을 잘 챙겨 준다니까.’
교칙은 교칙이지만 담당 학생의 활약에 뿌듯해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마지막 날은 반 전체가 자유 시간 정도는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수학여행이니까요.”
원래라면 수학여행 마지막 일정까지 빡빡한 일정으로 가득했다.
레오의 말을 듣고 멈칫한 할린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전날 저녁부터는 선만 안 넘는 선에서 자유 시간을 주도록 하지.”
5반 애들이 들었다면 난리가 날 소식이었다.
레오가 슬그머니 웃는 사이 헤르디움도 헛기침을 했다.
“루니아 학생, 에이란 학생도 처벌을 받아야죠.”
“네? 선생님~ 우리는 시조님의 히어로 레코드와 시조님과 연관된 물건을 구했는데요? 봐 주세요.”
“아, 안 됩니다! 교칙은 교칙……!”
“선생님~”
루니아가 칭얼거렸다.
선생으로서 학생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헤르디움이지만 워낙 학생들에게 잘 해주다 보니 학생들은 헤르디움에게 어리광을 많이 부렸다.
자기도 모르게 그 어리광을 자주 받아 주다 보니 할린드와 같은 압도적인 카리스마는 가지지 못했다.
헤르디움이 조금 부럽다는 눈으로 할린드를 바라보았다.
“근신은 오늘 하루 까지다. 내일부터 수업을 한다고 해도 오늘 있었던 일에는 함구하도록.”
할린드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할린드와 헤르디움이 방을 나섰다.
말이 근신이자 오늘 하루 동안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라는 말이었다.
“으허! 큰일 나는 줄 알았네!”
루니아가 벌러덩 누우며 진 빠지는 소리를 냈다.
“그, 그래도 대단한 모험이었어요. 마치 영웅담을 본 것만 같아요.”
에이란이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치! 대단했지! 특히나 시조님의 얼굴을 뵈었잖아!”
벌떡 일어난 루니아가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레오! 너도 대영웅을 본 게 이번이 처음이지?”
“아니.”
“뭐?”
“다른 대영웅님을 본 적이 있나요?”
“루메른에서 영웅의 세계에서 리시나스를 본 적이 있어.”
“와, 대박.”
“부러워요!”
루니아가 감탄했고 에이란은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루니아와 에이란은 루나에 대해 신나게 떠들었다.
‘네 바람처럼 됐네.’
레오는 루나는 떠올렸다.
밤하늘의 별처럼. 어두운 세상에 빛을 밝히고 싶다고 했던 친우를 떠올리며 레오는 웃음을 터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