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71)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71화(771/844)
771.
스틱스의 지하 신전.
이곳은 오래전, 죽음의 빙결 닉스가 재앙의 불꽃 에레보스에게 삼켜지기 전 만들어진 고대의 신전이었다.
훗날.
절대 녹지 않는 얼음, 불멸의 존재 닉스가 다시 부활 할 것이라는 믿음을 통해 만들어진 장소.
닉스를 따르는 스틱스의 안식처 중 한 곳에 과거 닉스를 섬겼던 신도들이 얼어붙은 채 잠들어 있었다.
그러한 얼음 신전 한가운데 비통의 성자, 아케톤이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이 세상에 무의미하게 왔다 무의미하게 사라질 이들에게 애도를…….”
뚝- 뚝-
“여신의 품에 안기지 못하고 사라진 자들에 여신의 자애가 함께 하기를…….”
아케톤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언젠가 세계가 진정한 죽음의 축복을 맞이 하기를…….”
그는 진심으로 세계에 대한 비통함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에레보스와 타르타로스가 세계를 불태우는 건 세계를 흔적도 없이 소멸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지배 따위에는 관심 없다.
그저 자신들 마저도 세계를 태울 장작으로 사용돼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로 되돌아가는 것.
그에 반해 닉스와 스틱스가 원하는 건 세계를 영원불멸의 형태로 만드는 것.
시간이 흐르지 않는 절대 녹지 않는 얼음 속에 갇혀 그저 살아생전의 모습을 유지한 채 영원한 죽음을 맞는 것.
형태만 다를 뿐 모두 종말이다.
불태워 없애는 것과 얼려 보관한다의 관점의 차이 일뿐.
하지만 그랬기에 타르타로스와 스틱스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두 집단이 바라는 건 결국 종말이지만 그 형태는 완전히 극과 극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상의 주민의 관점에서 온건적인 이들은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스틱스였다.
세상의 형태를 영원 불멸의 상태로 멈추는 것인 만큼.
그들은 완전한 승리까지 세계를 닉스가 바라는 아름다운 형태로 가꿀 필요성을 느꼈다.
그랬기에 까마득한 과거.
그들은 지상의 최대 규모의 종교로서 군림했다.
인간은 닉스를 섬겼으며 그 외의 종족들 역시 닉스를 여신으로 섬겼다.
스틱스의 마족들은 여신의 사도로 추앙 받았으며 닉스는 사람들에게 영원을 약속한 신으로서 숭배 받았다.
그들의 근원이 ‘악’ 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당시 지상의 주민들은 개의치 않았다.
그저 자신이 살던 시대의 달콤한 한순간을 취해있을 뿐이었다.
‘무릇 가축이란 그래야 옳지.’
비통의 성자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스틱스가 인간을 지배했던 이유.
그건 인간이 이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그들 입장에서 추악하지만 그 중에는 빛나는 영혼을 가진 이들이 있다.
또한 보다 완벽한 형태로 세계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선 조화로울 필요가 있었다.
그랬기에 그들은 인간을 다스렸다.
마치 가축처럼.
인간뿐만 아니다.
그들을 섬겼던 대부분 지상의 존재들을 그렇게 취급했다.
비통의 성자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앞에 펼쳐진 건 얼음 속에 갇힌 무수히 많은 지상의 주민들이었다.
이들 모두가 닉스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들이다.
강대한 힘을 가지고 언젠가 세계를 종말로 이끌 대전쟁에 자신을 바칠 자들.
세계의 위대한 죽음에 초석이 될 스틱스의 위대한 전사들이었다.
그들을 지나 아케톤은 지하 신전의 가장 깊숙한 곳에 도달했다.
그 앞에 있는 거대한 문.
이곳은 다름 아닌 죽음의 빙결, 닉스가 기거하는 곳.
“위대한 여신이시여. 당신의 피조물이 당신의 알현하기를 간청하나이다.”
무릎을 꿇은 아케톤이 고개를 조아렸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여신의 대답은 없었다.
그에 아케톤이 의문을 느끼는 순간.
콰아아앙-! 화르르르륵-!
“……!”
거대한 문이 파괴되고 검은 불꽃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재앙의 불꽃!”
눈을 부릅뜬 아케톤이 흑마력을 일으키려는 순간.
고오오오오오-!
무시무시한 냉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하더니 검은 불꽃을 억누른다.
그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건 창백한 하얀 피부에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오오오! 닉스시여……!”
아케톤이 그런 닉스를 향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릴 때 에레보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리석구나, 닉스여.
“어리석은 것은 당신입니다. 에레보스.”
닉스는 싸늘한 목소리로 에레보스를 쏘아붙였다.
“5000년 전, 당신의 기억을 보고 당신이 실패한 이유를 알았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불태우려는 천박한 당신의 광기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던 거였어요.”
죽음의 빙결의 눈에 혐오감이 깃들었다.
“다른 다섯 악신을 불태우고 절대악이 된 결과가 고작 그것이라니. 새삼 당신이라는 존재에게 실망할 구석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 천박한 광기에 집어 삼켜졌던 주제에 말은 잘하는군.
콰아아아아아-!
검은 불꽃이 강대한 화력을 내뿜었다.
하지만 그 화력은 이내 주변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닉스의 냉기에 억눌렸다.
“소용 없습니다. 이제 주도권은 완전히 내게 있습니다. 당신은 사념의 파편에 불과해요. 이제 세계는 완전한 형태의 죽음을 맞이 할 겁니다.”
-과연 그럴까?
에레보스가 낮게 웃었다.
-어차피 넌 살아남는 영웅에게 토벌 될 뿐이다.
“아뇨. 전 시작의 영웅과 싸우지 않겠어요.”
-재미있군. 한낱 필멸자에게 엉덩이라도 흔들겠다는 뜻이냐?
“천박한 당신이나 할법한 생각이군요.”
닉스가 비웃음을 날렸다.
“그의 고결함은 영원히 변치 않고 칭송받아야 마땅하다는 걸 당신의 기억을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놈을 어떻게 회유할 생각이지?
“그에게 이 세상 전부를 약속할 생각입니다.”
-크흐.
에레보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으흐흐. 흐하하하하하하하! 나와 대영웅들의 싸움을 보고도 그런 생각을 하다니! 누가 천박한지 모르겠군!
“무슨 뜻이죠?”
-대영웅들이 무엇을 위해 나와 맞서 싸웠는지 정말 알지 못하는 것인가!
“당신의 손아귀에서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였죠.”
-크흐흐흐! 지상의 존재를 가축으로 보면 이렇게까지 상대를 이해할 수 없게 되는군.
에레보스의 사념이 닉스를 웃었다.
-그래. 어디 뜻대로 마음껏 해봐라. 사념의 파편으로 네 최후를 지켜보마.
몸의 주도권을 더 이상 뺏어 올 수 없다고 생각한 에레보스의 사념이 이윽고 사라졌다.
“여신이시여……. 방금 그것은 대체……?”
“히어로 레코드를 보았습니다.”
닉스는 손바닥을 펼쳤다.
그 위에는 타버린 히어로 레코드의 조각이 있었다.
“시작의 영웅, 카일. 그가 어떻게 에레보스를 쓰러트릴 수 있었는지 궁금해서요.”
“알아내셨습니까?”
“네. 역시나 그는 특별한 힘의 소유자였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보고 궁금해졌죠. 에레보스와 그의 싸움은 어땠는지. 그래서 내 몸에 새겨진 에레보스의 기억을 엿보았습니다.”
비록 닉스의 몸이었지만 오랜 세월 에레보스의 일부분으로서 존재해왔다.
그랬기에 닉스의 몸에는 에레보스의 사념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에레보스에게 육체를 다시 빼앗길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닉스는 에레보스의 사념을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비통의 성자여.”
“예, 여신이시여.”
“시작의 영웅 카일은 그 누구보다도 위대하고 고결한 존재입니다.”
“여신께서 그렇게 말한다면 정말 대단한 자인가 보군요.”
“예. 그는 영원불멸하는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존재였어요.”
닉스의 말에 아케톤은 놀랐다.
스틱스의 수장이자 닉스의 최측근인 그 조차도 세계의 주인이라는 칭호를 얻진 못했다.
“그 정도로 고결한 존재가 이미 죽었다니……. 이 어찌 안타까운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아케톤은 비통함을 느꼈다.
역시 세계는 잘못 되었다.
죽은 후 사라진다는 덧 없는 최후를 맞이하다니.
닉스의 은총을 받았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그가 죽음을 맞이하는 건 세계가 완전한 모습이 된 이후였을 것이다.
아케톤의 말에 닉스가 빙그레 웃었다.
“괜찮아요. 운명은……. 시작의 영웅을 버리지 않았어요.”
“예? 그게 무슨……?”
“레오 플로브.”
닉스의 눈이 빛났다.
“그가 바로 시작의 영웅 카일의 환생입니다.”
***
‘뭐냐? 이 힘은.’
피의 성자, 플레게톤은 자신을 힘으로 짓누르고 있는 리시나스를 보며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지상의 주민이 가질 수 있는 힘이란 말인가?’
“이 도마뱀 따위가아아아아악!”
화르르르륵-!
그때 불의 성녀 퓌리가 시뻘건 불꽃을 내뿜었다.
“불 태워주마!”
화르르륵-!
퓌리의 불꽃이 리시나스를 덮쳤다.
그걸 보고 퓌리가 흉악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화르르륵-
폭발하듯 뿜어진 불꽃은 너무나 쉽게 리시나스의 손으로 모여들었다.
그걸 본 퓌리가 눈을 부릅떴다.
“어, 어떻게……!”
“확실히 답답하기는 하네.”
리시나스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마나가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한참 부족해.”
그 말에 상황을 지켜보던 레오가 혀를 찼다.
기량과 기술적으로 레오는 전성기 시절을 아득히 넘어섰다.
하지만 한 가지, 마나만큼은 아직 닿지 못했다.
‘육체의 그릇은 아직 완성되지 못했으니까.’
이건 레오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오직 시간만이 답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군단장은 토벌할 힘은 가지고 있었다.
리시나스는 결국에 레오와 계약을 맺은 영령.
리시나스의 최대 마나 출력은 레오의 힘을 넘지 못한다.
‘뭐, 전성기의 우리가 워낙 강했으니까.’
리시나스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도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째서 드래곤 따위가 그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는 거지!”
퓌리가 악을 쓰듯 내뱉었다.
“와, 신선해. 나 이런 이야기는 타르타로스 마족들에게도 들어 본 적 없어.”
“너만 들어 본 적 없겠냐? 나도 신선해.”
리시나스가 신기해하자 레오도 시큰둥하게 말했다.
“우리가 살았던 시대는 이상했잖아. 강하지 않으면 멸망했던 시대니까.”
마족들 역시 지상의 주민들의 강함을 당연시 여겼던 시대다.
그 시대가 이어져 영웅의 시대가 되었다.
“너희가 살았던 시대가 얼마나 옛날인지는 모르겠는데.”
레오가 플레게톤과 퓌리를 내려다보며 비웃음을 날렸다.
“지금 이 시대를 만들기 위해 5000년 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알아? 그리고 그 시대를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5000년 동안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노력했는지 너희는 아마 상상할수도 없겠지.”
레오는 저 멀리, 루니아를 필두로 한 영웅 후보생들이 싸우는 곳을 턱으로 가리켰다.
“너희가 영웅이랍시고 자랑스럽게 내놓은 저것들 수준을 보니까 알겠어. 저거 가축이지?”
덩치만 큰 가축.
보호받고 관리받아 보기 그럴듯한 마족의 애완동물.
“저런 것들이 우리 꼬맹이들을 이길 수 있을리 만무하지.”
레오가 비웃음을 날렸다.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시련에 대비하기 위해 나날이 실력을 키워온 영웅 후보생들이다.
비록 아직 완전히 개화하지 못해도 가축 따위에 패배할 정도로 약하지 않다.
결정적으로.
“이쪽에 대해서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은 너희 수준도 알만해.”
타르타로스와는 격이 다르다.
플레게톤과 퓌리가 군단장급의 괴물이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레오와 리시나스 입장에서는 힘만 센 바보일 뿐이었다.
“과거의 영광에만 취한 멍청이들 만큼 상대하기 쉬운 것도 없지. 애초에.”
레오가 빙긋 웃었다.
“너희 타르타로스에게도 진 패배자들이잖아?”
플레게톤과 퓌리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물들었다.
“우린 그 타르타로스에게 이겼거든? 너희 같은 패배자 따위가 상대하기에는 과분한 적이란 소리야.”
“노예 종족 주제에 뚫린 입이라고……!”
콱-!
그때 리시나스가 퓌리의 팔을 뜯어버렸다.
“캬아아아아악?!”
“지금 누구 더러 노예라는 거야?”
리시나스가 싸늘한 목소리로 뜯어낸 퓌리의 팔을 자신의 그림자 속으로 던졌다.
콱! 콰드득! 콰가각!
리시나스의 그림자 속에 빨려들어간 퓌리의 팔이 형태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뜯겨나갔다.
“넌 찢어 죽이는 게 좋겠다.”
리시나스가 퓌리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일으키며 사납게 말했다.
그 존재감에 압도 된 퓌리의 몸이 덜덜 떨렸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중얼거렸다.
‘끝났군.’
리시나스가 진심으로 화가 난 이상 살기는 글렀다고 봐야 했다.
리시나스에게서 시선을 뗀 레오가 영웅 후보생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불현듯 과거가 떠오른다.
에이란과 첸 시아를 통해 베르키아와 비하르의 모습이 떠오르자 희미하게 미소가 지어졌다.
기억은 좀 더 과거로 향했다.
언제였더라?
나에게도 저랬던 시절이?
과거의 자신을 떠올랐다.
그때를 떠올리던 레오가 중얼거렸다.
“잘 컸네, 우리 꼬맹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