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72)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72화(772/844)
772.
“흐읍!”
사내의 거대한 팔뚝이 꿈틀거렸다.
그의 손에 쥐어진 거대한 대검에서 강력한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그걸 본 첸 시아가 빠르게 사내와 거리를 좁혔다.
키이이이잉!
공기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
‘꽤 용감했다만, 어리석은 선택이야.’
자신을 향해 망설임 없이 돌격하는 첸 시아를 본 남자는 자신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어린 소녀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것뿐이라 생각했다.
첸 시아는 공기조차 찢어발기는 파쇄의 칼날이 자신이 덮쳐오는 걸 느꼈다.
스륵-
하지만 첸 시아는 눈을 감고 더욱 강하게 땅을 박찼다.
그걸 본 사내의 눈이 부릅! 뜨였다.
화악-!
파쇄의 칼날에 뛰어든 첸 시아가 그대로 빈틈을 찾아내 달려들었다.
“말도 안 되는!”
경악성을 내지른 사내가 황급히 거리를 좁히는 첸 시아를 견제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첸 시아가 사내의 품으로 파고드는 게 빨랐다.
‘눈을 감고 있어?!’
그런 첸 시아를 보며 사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뻑-!
첸 시아의 주먹이 사내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작고 여리여리한 주먹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위력은 아득했다.
물은 흐름.
물은 많이 흐를수록.
또 그 흐름을 오래 막아둘수록 강해진다.
마치 둑처럼 물의 오러를 흘려보내지 않고 손끝에 가두었던 첸 시아의 한방은 묵직하고 강력했다.
거기에 더해.
휘릭-!
첸 시아가 주먹을 비틀어 꽂아 넣자 급류가 생긴 것처럼 거대한 회전력이 발생했다.
“끄억!”
사내의 입에서 뒤틀리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콰가가가가가가강-!
그대로 튕겨 나간 사내의 몸은 건물을 몇 채나 뚫고 날아갔다.
“후아.”
첸 시아가 숨을 내뱉으며 눈을 떴다.
그녀가 눈을 감은 이유는 지극히 간단했다.
‘초감각.’
그것이 바로 첸 시아가 초감각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첸 시아의 초감각은 아주 기초적인 입문 단계에 불과했다.
또한 초감각의 영역에 들어서는 감각 역시 ‘촉각’ 뿐인 불완전한 상태.
‘아르온님과 레오 도령은……. 이런 영역에서 사는구나.’
어둠에 친숙한 첸 시아가 일시적으로 시각을 차단하여 얻은 초감각.
그렇게 얻은 불완전한 초감각만으로도 신세계처럼 느껴졌다.
첸 시아가 감탄할 때.
쿵-! 쿠구구궁!
사내가 날아가 처박힌 건물들이 무너져 내렸다.
건물의 잔해를 헤치며 사내가 첸 시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입고 있던 갑옷은 종잇장처럼 뜯겨나간 상태였다.
상체를 드러낸 사내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제법이군. 하지만 무모해. 겁에 질려 눈을 감고 이판사판으로 돌격한 게 너를 살렸다.”
“그게 이판사판 돌격한 걸로 느껴졌다면 당신의 수준도 알만하네요.”
“훗. 배짱을 부리는 건가? 마음에 드는군!”
사내가 검을 쥐지 않은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하지만 소녀여, 너의 공격으로는 나의 이 강철같은 육신을 뚫지 못한다.”
호기롭게 말한 인간 사내는 첸 시아에게 손을 뻗었다.
“어떠한가, 소녀여. 그대도 나 아카트리스처럼 여신을 섬기지 않겠나? 그대는 여신의 전사로 간택 받을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
“여신? 그게 뭐죠?”
“아아, 안타깝군. 죽음의 빙결, 닉스를 잊은 인간이 있다니…….”
“척 봐도 재앙의 불꽃만큼 불길한 이름이네요.”
“세상을 불태우려는 그런 재앙과 닉스님은 다르다.”
아카트리스가 웃었다.
“그분이 염원하는 건 이상적인 세계를 만드는 것. 그러기 위해 이 세계를 아름답게 가꾸실 분이다.”
“그 후에는요?”
“세상을 얼려 시간이 흐르지 않는 상태로 만드시겠지.”
“결국 멸망이잖아요. 에레보스와 별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요.”
“그래. 하지만 우리 시대에 일어날 일은 아니지.”
아카트리스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분의 후광 속에서 세계를 발아래 두고 죽기 전까지 명예와 권력을 누릴 수 있다. 어떠한가? 구미가 당기지 않나? 게다가 나 아카트리스는 그분이 총애하는 전사다. 인간들의 정점에 설 몸이지. 이 나에게는 아직 반려가 없다. 나의 반려가 되어 나의 후계자를 낳을 여자로 너는 자격이 충분하다.”
“역겨운 제의는 사양하겠어요. 전 이미 임자 있는 몸이라서요. 제 몸과 마음은 한 사람의 것이랍니다.”
첸 시아가 빙긋 웃었다.
그러나 눈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상관없다. 오히려 더더욱 마음에 드는군. 나는 빼앗는 것도 좋아한다.”
첸 시아가 피식 웃었다.
“당신 따위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분이 아니에요. 뭐, 애초에 그분께 말조차 못 붙이겠지만요.”
“뭐?”
첸 시아가 빙그레 웃으면서 자기 목을 톡톡 건드렸다.
그 행동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아카트리스는 일순간 목구멍에서 치고 올라오는 뜨거운 무언가에 입을 막았다.
“몸도 단단하지만 재생 능력이 대단하시네요. 이제야 베인 걸 보니.”
“무슨……. 커억!”
입을 틀어막지 않은 손으로 목을 움켜쥔 아카트리스가 눈을 부릅떴다.
쿵-! 챙그랑-!
육중한 육체가 무릎을 꿇었다.
첸 시아는 그런 아카트리스에게 다가갔다.
그런 첸 시아의 손에는 어느새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아까 당신의 옆구리를 때릴 때 단검으로 당신의 목을 그었어요. 그 과정에서 물의 오러를 당신의 핏속으로 흘려 넣었죠.”
그 물의 오러가 칼날이 되어 아카트리스의 육체의 내부를 난도질해 댄 것이다.
“보통은 고통이 느껴서 대응하거나 아니면 오러 탐지에 감지되어 통하지 않는 공격인데……. 당신은 육체에 가해지는 통각을 차단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더군요. 게다가 힘을 쓸 줄만 알지 컨트롤하는 데는 영 서툴러 보였어요.”
“비……. 비겁……. 커헉!”
“비겁? 이런 기본적인 공격조차 대처하지 못하면서 비겁을 운운하시나요?”
첸 시아가 해맑게 웃었다.
“그러니 다시 말해보실래요? 누구에게 누굴 빼앗는다고요?”
***
셀리아가 심호흡했다.
다리 힘을 이용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수인 전사.
그의 강력한 손톱이 셀리아의 몸에 여기저기 상처 입혔다.
화르르륵-!
셀리아의 검에 오러가 맺힌다.
“어리석긴. 네 느린 검놀림으로는 날 벨 수 없어!”
수인의 비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런 수인의 비웃음에 셀리아가 일순간 검을 휘둘렀다.
화악-!
“헉?!”
수인이 가는 길목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휘둘러진 검.
“아깝다. 조금 빨랐네.”
셀리아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준의 빠른 속도를 가진 건 인정한다.
하지만…….
“공격이 단조로워. 경로를 예측하는 게 어렵지 않아.”
셀리아가 코웃음을 쳤다.
그 말대로 수인 전사의 공격은 너무도 단순했다.
“웃기는군! 내 움직임을 완전히 예측하기 전에 죽여주마!”
수인 전사가 사납게 말했다.
그 순간 셀리아의 붉은색 눈에서 안광이 번뜩였다.
이윽고 셀리아의 시각이 초감각의 영역에 들어섰다.
그러자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수인의 모습이 보였다.
셀리아가 땅을 박찼다.
움직임이 다 보이는 이상 적의 경로를 예측하는 건 너무도 쉬웠다.
서걱-!
“컥?”
댕겅-!
셀리아의 검이 깔끔하게 수인 전사의 목을 베어냈다.
화염의 오러에 의해 베인 놈의 목은 단면이 타버려 피조차 흐르지 않았다.
“흥. 신체 능력이 아깝네.”
셀리아가 코웃음을 쳤다.
***
에이란 앞에는 수많은 땅굴이 있었다.
그녀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드워프 전사는 땅속을 이동하며 공격해 오는 적이었다.
별것 아닌 능력 같지만 땅속에서의 이동 속도가 엄청 났기에 잡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에이란의 귀가 쫑긋거렸다.
이윽고 에이란이 땅굴 속으로 뛰어들었다.
‘어리석긴! 날 잡겠다고 내가 파놓은 땅굴로 들어오다니!’
드워프 전사는 에이란을 비웃었다.
이건 적진 한가운데 뛰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리석은 엘프를 어떻게 사냥해야…….’
톡톡-
“저기요.”
“응? 커헉?!”
자신의 뒤를 톡톡 건드리는 에이란을 보며 드워프 전사가 기겁했다.
에이란은 그런 드워프 전사의 머리를 방패로 내려찍어 버렸다.
꽈앙-!
“어, 어떻게……?”
눈을 까뒤집은 드워프 전사가 게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에이란의 뾰족한 엘프 귀가 쉴 틈 없이 쫑긋거렸다.
“다 들리는데…….”
청각이 초감각의 영역에 들어선 에이란이 드워프를 잡는 건 일도 아니었다.
***
클로에는 온몸이 얼어붙은 채 얼음 속에 갇혀 있었다.
“얼음 마법으로 나에게 덤비다니. 어리석은 인간이군.”
그때.
쩌저적-!
얼음이 깨지더니 클로에가 얼음 속을 빠져나왔다.
엘프 마법사의 눈이 부릅 뜨였다.
“본 적 없는 마법 술식이라 많이 기대했는데…….”
클로에가 한숨을 쉬었다.
“흥미롭고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술식인데 사용자의 기량이 형편없네요. 거대한 마력에만 의존하는 전투 방식이라니. 구시대적인 발상이에요.”
“처, 천재 마법사인 나에게 구시대적이라고?!”
발작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엘프 마법사를 보며 클로에가 흥미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얼음 마법이 무엇인지 보여드릴게요.”
고오오오오-!
클로에의 몸에서 거대한 마력이 꿈틀거렸다.
일전에 리시나스에게 몸을 맡겼을 때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그 당시 리시나스는 클로에의 몸으로 클로에가 낼 수 없는 위력의 마법을 사용했다.
‘아직 내가 연구가 부족하다는 증거야.’
사아아-!
클로에의 몸에서 한기가 흘러나왔다.
쩌저적-!
바닥에서 얼음이 생성되더니 클로에의 모습으로 변했다.
얼음 분신.
분신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클로에는 그 위에 주문을 덧대었다.
시전자를 위험에 빠트릴 수준의 융합 마법.
하지만 그 리스크를 짊어지는 걸 얼음 분신으로 대신했다.
“크윽! 내버려 둘 것 같으냐!”
엘프 마법사가 다급히 마법을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클로에가 주문을 완성하는 게 빨랐다.
번쩍-!
“컥?! 어떻게 이렇게 빠른 마법을…….”
“그냥 간단한 발동 수식이에요.”
클로에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루나님과 리시나스님은 발동 수식 같은 걸 몰라도 굉장하셨지만.’
두 사람의 마법 실력은 최신 마법 트렌드의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물론 눈앞의 엘프 마법사와 두 사람을 비교하는 건 실례였다.
‘자신의 마력에만 취한 마법사.’
그런 마법사만큼 상대하기 쉬운 적도 없다.
클로에가 자신의 분신은 바라보더니 말했다.
“공격!”
그 말에 얼음 분신이 날아갔다.
그리고 그대로 엘프 마법사와 부딪히더니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퍼엉-!
얼음 분신이 폭발하며 하늘에서 얼음 알갱이가 내리기 시작했다.
“……클로에. 너 대체 무슨 마법을 만든 거야?”
적을 처리하고 온 셀리아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땅굴에서 빠져나온 에이란도 멍하니 입을 헤- 벌렸다.
그에 클로에가 무구한 얼굴로 말했다.
“자폭 마법.”
“……넌 너랑 똑같은 모습을 한 분신이 터지는 게 찝찝하지 않아?”
“음? 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 클로에를 보며 셀리아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너도 참 이럴 때 보면 진성 마법사란 게 느껴져.”
***
에니실리아는 눈을 부릅떴다.
눈앞의 엘프를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이, 이 무슨……!”
“별것도 없네.”
루니아가 화염을 거두었다.
그리고 형태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오른 에니실리아를 보며 비웃었다.
“천박하게 주먹으로……!”
“아앙! 주먹이 뭐! 발길질도 했다! 에레보스 사촌이나 섬기는 망할 년이!”
루니아가 에니실리아를 마구 걷어찼다.
“후대가 어찌 되든 말든 너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고? 웃기고 있네! 배신자 놈들보다 네가 더 질 나빠!”
“이익! 엘프 왕인 나에게 이따위 짓을……!”
“엘프 왕이 뭐! 난 성운의 시조의 후계자라고! 엘프 왕 따위보다 더 위대하거든!”
“와……. 깡패가 따로 없네요.”
에니실리아를 잘근잘근 짓밟던 루니아는 고개를 돌렸다.
“첸 시아. 네가 상대하던 인간은?”
“빼앗는 걸 좋아한다는 더러운 헛소리를 하길래 목숨을 빼앗아 줬어요.”
첸 시아가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자, 그럼 이제 이 엘프를 끝장내볼까요?”
첸 시아가 생글생글 웃으며 에니실리아를 바라보았다.
그에 에니실리아가 악에 받쳐 소리쳤다.
“위대한 성자와 성녀께서 네년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다!”
콰가가가가강-!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거대한 폭발 소리와 함께 무언가 날아왔다.
툭- 툭- 때구르르르-
다름 아닌 창백한 피부를 가진 마족, 세 번째 성녀 퓌리였다.
스르륵-
퓌리의 머리는 그대로 녹아 사라졌다.
에니실리아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 때였다.
퓌리가 날아온 쪽에서 누군가 걸어왔다.
여신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얼굴.
하지만 그 기세는 보는 이로 하여금 겁에 질릴 정도로 사납기 그지없었다.
그의 손에는 넝마 조각이 된 세 번째 성자, 플레게톤의 멱살이 쥐어져 있었다.
플레게톤 역시 이내 녹아 사라졌다.
“아, 악몽이야……. 이건 악몽이라고…….”
에니실리아가 넋이 나가 중얼거릴 때.
“그 엘프야?”
리시나스의 섬뜩한 눈이 에니실리아에게 향했다.
“소란을 피운 게.”
“네, 넵…….”
루니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에 리시나스가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다가갈 때였다.
“자. 거기까지.”
뒤에서 나타난 레오가 리시나스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들어 올렸다.
“저 엘프는 내가 맡을게.”
리시나스는 뚱한 얼굴로 힐끗, 자신을 뒤에서 들고 있는 레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코웃음을 쳤다.
리시나스가 진정하자 레오는 리시나스를 내려 두고 에니실리아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하려고?”
루니아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정보를 캐내야지.”
“어떻게?”
루니아의 물음에 레오가 빙그레 웃었다.
“보통 죽고 싶어질 정도로 괴로우면 알아서 불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