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80)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80화(780/844)
780.
리시나스는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레오를 바라보았다.
그런 레오 곁에는 셀리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 있었다.
“아직 의식이 없는 상태인가요?”
셀리아의 물음에 상태를 살피던 멜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체 왜 이런 건가요?”
클로에가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자세한 건 나로서도 알 수 없어요. 하지만 몸에 큰 이상이 있는 건 아니에요.”
“몸에 이상이 없어요?”
“네. 아주 건강한 상태예요.”
멜리나가 레오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저주의 일종 아닐까요?”
릴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하자 엘레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오군이라면 저주도 치를 떨고 도망갈 것 같은데.”
“푸흡.”
엘레나의 말에 리시나스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모두의 시선이 일순간 리시나스에게 향했다.
그 시선에 리시나스가 말했다.
“내가 한 번 살펴볼게. 멜리나만 남고 자리를 비켜줄 수 있을까?”
학생들은 서로의 얼굴을 한번 바라보고는 방을 나섰다.
리시나스가 레오에게 다가가자 멜리나가 자리를 비켜주었다.
“저주의 일종일까요?”
“조금 전 엘레나의 말 못 들었어? 이 녀석에게 저주 같은 건 통하지 않아. 특히나 정신계 저주라면 더더욱.”
저주는 대상을 약화시키거나 혹은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타르타로스의 마족들이 가진 고유한 힘이다.
고위 저주의 경우에는 이능 자체를 무효로 만드는 일도 있다.
여러 가지 형태가 있으며 그중에 정신개입 계열의 저주는 대상의 의식을 빼앗거나 미치게 만든다.
“에레보스의 저주마저 이겨냈던 게 카일이야. 마족 따위의 저주가 통할 리 없어.”
정신계의 저주로 대표적인 효과는 상대 정신의 쇠약화.
그런 만큼 강한 정신력을 지닌 자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시작의 영웅의 정신력은 대영웅 중에서도 단연 최고였다.
‘잃기만 했던 사람이니까.’
리시나스가 조금 안쓰러운 눈으로 레오를 바라보았다.
어떠한 절망 속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남자.
그게 카일이라는 남자다.
그랬기에 포기하지 않은 카일은 잃기만 했던 삶을 살아왔다.
“그렇다면 대체 뭘까요?”
멜리나가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짓자 살며시 레오의 이마를 쓸어 본 리시나스가 말했다.
“혼이 빠져나와 있어.”
“네?”
“몸에서 카일의 혼이 느껴지지 않아.”
영령술사인 리시나스의 눈에는 레오의 육체에 혼이 부재중인 것이 보였다.
그 말을 듣고 멜리나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죠?”
“글쎄.”
레오의 볼을 슬그머니 쓰다듬어 보던 리시나스가 말했다.
“멜리나, 펜 좀 가져와 줄래?”
“넵.”
멜리나가 방 안에 있는 펜을 가져와 건넸다.
펜을 받은 리시나스는 레오의 볼에 등신이라고 썼다.
리시나스가 키득키득 웃자 멜리나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리시나스님?”
“잠귀가 밝아서 이렇게 못하거든. 언제 해보겠어. 너도 해볼래?”
“저, 저는 괜찮아요.”
멜리나의 말에 리시나스가 빙긋 웃었다.
“너무 크게 걱정하지는 마.”
“네?”
“영령술을 극한으로 수련한 영령술사는 자신의 혼을 잠시 빼낼 수 있거든.”
리시나스가 레오의 볼을 콕- 찔러 보고 쿡쿡 웃었다.
장난기 어린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천진난만해 보였다.
“꿍꿍이는 알 수 없지만 카일은 그 능력을 사용한 것 같아.”
“영령술로 그런 게 가능했었나요?”
“응. 나 정도 되는 영령술사면 가능해. 그리고 카일은 내 영령술을 계승했어.”
리시나스가 빙긋 웃으며 레오의 이마를 찰싹 때렸다.
“아마 의도를 가지고 육체에서 혼을 분리했을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아.”
멜리나가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아이들은 네가 진정시켜줘.”
“예.”
고개를 끄덕이며 멜리나가 방을 나갔다.
리시나스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눈이 오기 시작한 날씨.
눈을 바라보던 리시나스가 입을 열었다.
“참……. 옛날이나 지금이나 거짓말이 일상이네.”
리시나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혼을 육체에서 분리하는 능력 같은 건 없다.
그저 멜리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한 거짓말이었다.
지금 시대를 떠받들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레오다.
게다가 멜리나를 비롯한 몇몇 이들은 레오가 시작의 영웅 카일의 환생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런 레오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사기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는 안 돼.’
창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리시나스가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레오의 혼이 육체에서 사라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안정화가 되어 있어.’
육체에서 혼이 떨어져 나간 불안정한 상황임에도 생명에 지장이 없다.
리시나스가 손을 뻗어 레오의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잘그락-
잠시 후.
레오의 주머니 안에 있는 회중시계를 꺼냈다.
딸칵-
뚜껑을 열자 거의 움직이지 않는 시계가 보였다.
느리게 움직이는 시계의 초침을 확인한 리시나스가 레오의 손목을 잡았다.
‘마나의 흐름이 느려.’
정확하게 레오의 몸에 흐르는 마나의 흐름이 시계의 시간과 비슷하게 흐르고 있었다.
‘혼은 육체와 이어져 있어. 그럼 외부로 튕겨 나간 건 아니야.’
리시나스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카일의 육체는 시간의 흐름 자체에서 빗겨 간 상태인 거야.’
머릿속으로 이론을 조합한다.
‘그렇다는 건……. 지금 이 세계 어딘가가 아닌 다른 차원으로 혼이 튕겨 나갔다는 건데. 그러면서도 육체와의 연결은 끊어지지 않았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다고 칭송받는 지혜의 왕은 곧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다른 차원에 있으면서도 이곳에 소속되어 있다? 다세계 해석?!’
거기까지 결론에 도달한 리시나스가 레오를 내려다보았다.
레오 스스로의 힘으로 평행 세계로 넘어간 것일까?
‘타인이 보냈다고 보는 게 타당하겠지.’
그리고 리시나스는 미지의 권능을 가진 존재를 알고 있다.
‘닉스.’
에레보스와 함께 탄생했던 또 다른 악신.
어쩌면 그 악신의 짓일지도 몰랐다.
결론에 도달한 리시나스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카일을 위험 요소로 판단하고 무력화시킨거라면……. 곧 움직이겠군.’
그렇게 생각한 리시나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빈자리는……. 잠시 동안은 내가 대처할게.”
멜리나에게 거짓말을 한 건 후대의 아이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였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자신은 레오의 빈자리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곧 사라질 자신은 세계를 온전하게 짊어질 수 없다.
‘하지만 대신하는 건 잠깐으로 충분해.’
어떤 술수를 쓴지 모르겠지만 시작의 영웅은 반드시 돌아온다.
그런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선택한 영웅인걸.’
리시나스가 창가로 다가갔다.
창밖에는 영웅 후보생들이 보였다.
그중에는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루니아를 필두로 레오가 선택한 차세대 영웅들이 보였다.
‘언젠가 저 아이들이 과거의 카일이 날 지탱해준 것처럼. 또 지금의 내가 카일을 지탱해주는 것처럼 카일을 지탱해주겠지.’
하지만 지금은 이르다.
울타리가 필요했다.
그랬기에 리시나스는 멜리나에게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면 되는 거야.’
큰 문제가 없다.
그 말만 지키면 된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리시나스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와봐. 시작의 영웅이 없는 정도로 이 세계는 무너지지 않을 테니까.’
***
“모두가 일주일 만에 초감각의 영역에 들어서다니! 역시 굉장해!”
카르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다.
그런 카르를 보며 레오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못 가르치는 거야.”
레오의 말에도 카르는 환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디온은 신기하다는 얼굴로 자신의 귀를 매만져 보았다.
“이게 초감각……. 이런 느낌이구나.”
보르만이 자신의 코 밑을 문지르며 말했다.
“뭐랄까……. 당신 굉장하네. 반신반의했는데 설마 일주일 만에 초감각에 발을 들일 줄이야…….”
“그냥 날 때부터 초감각을 가졌던 이 녀석과 달리 난 이 녀석에게 배웠어야 했으니까.”
레오가 힐끗, 카르를 바라보았다.
“배우는 데 뭐가 힘든지 알고 있지.”
그 말을 듣고 르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노하우를 빠르게 전수하는 걸 보면 굉장하네요.”
“맞아. 카……. 아니. 레오는 굉장히 잘 가르쳐.”
“애초에 너희의 그릇이 완성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해.”
“그릇?”
“그래. 살려면 이 녀석의 공격을 피해야 했잖아.”
카르와의 싸움에서는 늘 감각을 날카롭게 다듬어야 했다.
그 다듬어진 감각 자체가 초감각의 영역에 들어서는 기반이 되었다.
지금까지는 결정적인 게 부족했을 뿐이다.
레오는 각자의 기민한 감각을 먼저 일깨워주는 훈련을 시켰을 뿐이었다.
“그런데…….”
철썩- 르웬이 밀려오는 파도에 떠밀리는 아르를 바라보았다.
축- 몸을 늘어트린 것이 누가 봐도 기절한 상태였다.
“아르는 괜찮나요?”
그 말에 레오가 아르에게 다가가 툭툭 쳤다.
아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레오는 아르의 발끝에 쇠사슬로 달려있는 무거운 쇠공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다시 바닷속에 빠트릴까?”
“야 이 악독한 인간아!”
아르가 벌떡 일어나 레오에게 항의했다.
그런 아르를 보며 피식 웃은 레오가 쇠구슬을 풀어주었다.
쿵-!
중력 마법이 걸린 쇠구슬이 바닥에 떨어지자 지축이 울린다.
레오는 아르를 바다에 집어넣는 훈련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바닷속에서는 촉각, 시각, 후각, 청각을 모두 차단된다.
감각 활성화를 극대화시키기 딱 좋은 환경이기에 강제로 집어넣은 것이다.
“왜 나한테만 유독 악랄한 건데!”
“네가 두목 고양이잖아.”
“두목?”
“그래. 너희 중 카르에게 가장 가까운게 너잖아.”
“훗. 그렇긴 하지.”
아르가 우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동급생들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바보는 저 말에 홀라당 넘어가냐?’
‘쉽다. 쉬워.’
모두가 혀를 차는 사이.
“어쨌든 너도 초감각에는 입문했지?”
“물론.”
“그럼 테스트를 진행해볼까? 다 모여 봐.”
레오의 말에 아조니아 3학년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가 턱짓하자 카르가 우물쭈물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고급스러운 상자였다.
뚜껑을 열자 그곳에서 히어로 레코드가 튀어나왔다.
다름 아닌 용자 아르온의 히어로 레코드 서장이었다.
카르가 학생회장의 권한을 이용해 아조니아에서 가져온 것이다.
레오가 원래 세계에서 1학년 당시 처음 만난 아르와 공략했던 세계.
카르는 아르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저기…….”
“네?”
“용자의 모습을 보고 실망하면 안 된다?”
“그게 무슨……?”
아르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카르가 건네는 히어로 레코드 조각을 받았다.
그와 함께 눈앞에 있는 메시지를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다른 아조니아 3학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번쩍-!
환한 빛과 함께 아조니아 학생들이 모습을 감추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르가 말했다.
“카일.”
“왜.”
“넌 나보고 애들을 잡는다고 했잖아.”
“그래.”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보다 네가 더 악독한 것 같아.”
“뭐가?”
“난 육체적으로 괴롭지만 넌 정신적으로 괴롭히잖아.”
“그건 쟤들이 나약해서 그래. 나 때는 말이야.”
“베르키아와 비하르도 그 말에 치를 떨었던 거 알아?”
카르의 말에 레오가 피식 웃었다.
***
까앙-! 까앙-!
곡괭이가 바위를 부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드워프들은 최고의 전사이자 장인임과 동시에 최고의 광부이기도 했다.
그들의 광산 개발력은 전 종족을 통틀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다.
그런 광산 입구.
커다란 대리석을 앞에 둔 드워프 한 사람이 입에 곰방대를 꼬나물고 대리석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손에는 정과 망치가 들려 있었다.
그때.
어떤 손이 드워프의 곰방대를 뺏어갔다.
“선배님. 담배는 교칙 위반이에요.”
“자네는 내가 이 나이에 교칙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나?”
“선배님. 그 영감님 같은 말투 좀 고치시라니까요. 선배님은 아직 앞날이 창창한 십대세요.”
드리아나가 측은한 얼굴로 데미안의 학생회장, 발하르를 바라보았다.
혀를 찬 발하르가 망치와 정을 내려놓고 드리아나의 손에서 곰방대를 뺏어와 뻐끔뻐끔 피웠다.
그리고 광산 입구로 다가가며 말했다.
“광산 개발은 어떤가?”
“순조로와요. 그런데 우리가 굳이 광산을 초기부터 개발할 필요가 있을까요?”
보통 데미안 학생들이 광산에서 광석을 캐는 건 해도 이렇게 광산 개발 자체를 하는 경우는 없다.
드리아나의 물음에 발하르가 눈을 부릅떴다.
“광산 개발은 고대부터 드워프 종족의 본분! 학생 신분에 기본을 잊어서는 안 되네!”
“…… 그런데 발하르 선배님은 광산 개발 지도만 하지 직접 하지는 않으시잖아요.”
“내가 이 나이 먹고 얼굴에 검댕이 묻혀가며 광산 개발을 해야겠나?!”
“…… 그러니까 발하르 선배님 아직 십대예요. 다 늙어빠진 것처럼 이야기하지 마시…….”
“아까부터 계속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말대꾸구나. 확 머리를 깨부숴 줄까?”
발하르가 망치를 붕붕 휘두르자 드리아나가 히익하며 도망쳤다.
그런 드리아나를 보며 발하르가 혀를 찼다.
그리고 광산 속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광산 내부에 비명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걸 본 발하르의 눈이 꿈틀거렸다.
데미안의 학생들이 허겁지겁 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발하르가 학생 한 명을 붙잡고 묻자 학생이 다급히 말했다.
“회, 회장님! 검은 불꽃이…… 검은 불꽃이!”
“검은 불꽃?”
발하르가 미간을 좁힐 때.
화르르르륵-!
학생들이 도망쳐 나온 광산 입구에서 검은 불꽃이 치솟았다.
그걸 본 발하르…… 드웨노의 얼굴이 굳었다.
그것은 발하르에게 너무도 익숙한 불꽃이었다.
잊으려야 잊을 수 없다.
자신은 저 검은 불꽃에 목숨을 잃었으니까.
발하르, 아니 드웨노가 그 이름을 되뇌었다.
“재앙의 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