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83)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83화(783/844)
783.
레오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 친구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지금 루메른 학생은 루메리아 시티가 아닌 루메른에 있어야 한다.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일반 학생은 이 시간에 루메리아 시티로 외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한 임무를 맡은 건 아닌 것 같아 보이고.’
그렇다면 이렇게 여관에서 일을 하고 있을 리 없다.
‘설마…….’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머릿속을 스쳤다.
“루메른 학생…… 이잖아?”
“오우! 날 알아보다니! 혹시 학창시절 내 팬?”
칼이 특유의 넉살 좋은 미소를 지으며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어깨를 으쓱거렸다.
“1학년까지 다니고 학교를 나왔죠. 크~ 내 인생에 가장 빛나던 시절~”
“…….”
“아니다. 지금이 더 빛나지! 다른 곳도 아니고 루메리아 시티에 떡하니 이렇게 여관을 차렸으니까! 성공한 인생이지!”
킬킬 웃던 칼이 말했다.
“그래서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방이 필요해.”
“옙. 얼마나 묵으실 생각이십니까?”
“오래.”
레오가 품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그걸 보고 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이쿠, 손님. 이렇게까지는 필요 없는데요.”
“숙박비 외에도 여러 가지 필요한 게 있을 것 같거든. 나중에 나갈 때 정산하고 줘.”
“그래도 돈 주머니를 대뜸 맡기는 건…….”
“너한테는 신용이 생명이잖아? 칼 토마스.”
“손님. 혹시 절 진짜로 아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 기억 속에 손님 같은 사람은 없거든요.”
열쇠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칼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칼을 보며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네 팬이야.”
그 말을 남기고 열쇠를 챙긴 레오가 짤랑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런 레오를 보며 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지? 심상치 않은 사람인 건 확실한데…….”
칼이 빌려준 방은 최고급 방인지 내부가 넓었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레오는 생각에 잠겼다.
‘칼이 2학년이 되지 못했다고?’
레오의 세계선에서도 칼이 2학년이 된 것엔 다소 운이 따랐다.
1학년 2학기 말.
루세전 당시 있었던 마물 여왕 실라투나의 대대적인 침공.
그 당시 레오가 루나를 영웅의 세계에서 꺼내 와 토벌을 하는데 성공했지만 루메른과 세이룬은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
자연스럽게 학과 일정은 일찍 마무리되었다.
그 과정에서 당시 루메른 학생들의 경험을 높이 사 이례적으로 당시의 모든 학생들이 진급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만 보면 칼이 2학년으로 진급한 건 순전히 운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정상적으로 시험을 쳤어도 칼은 2학년이 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어.’
칼 본인은 1학년까지가 자신의 한계라고 이야기했지만 레오가 보기에는 칼은 다른 학생들과 달랐다.
끝없이 한계에 부딪히고 그 한계를 넘어서며 학교생활을 해 왔다.
물론 같은 학년의 그 누구보다 약하다.
하지만 그걸 타계할 수 있는 지략과 임기응변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힘’으로 정의 내리기에 칼은 무수히 많은 장점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 칼이 이쪽 세계에서는 2학년이 되지 못했다.
‘이상해.’
레오가 미간을 좁혔다.
루메른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리시나스가 있다.
그리고 리시나스는 영웅의 선별자다.
‘리시나스가 칼의 가능성을 알아보지 못했을 리 없어.’
칼은 다른 누구도 아닌 리시나스가 이상적으로 꼽는 영웅의 상이었다.
레오의 영웅관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리시나스니까.
‘강한 사람만이 세계를 구할 영웅이 되는 게 아니야. 앞으로 나아갈 의지가 있는 자라면…… 앞으로 나아가는 걸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어.’
레오는 전생에 리시나스가 자주 했던 말을 떠올렸다.
특히나 지금 시대에는 히어로 레코드가 존재한다.
사람의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는 수단이 있는 상황에서 리시나스가 칼을 포기했다는 사실은 레오를 당혹스럽게 하기 충분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레오가 한숨을 쉬었다.
뭐가 됐든 자신이 알던 것과 루메른도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여기에 머물면서 칼을 통해 정보를 모아봐야겠군.’
***
데미안의 입구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1학년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학교 정문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그그그그-
데미안의 거대한 입구가 열리며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손에 여행 가방을 든 검은 머리카락의 소녀가 데미안으로 들어왔다.
“와…… 예쁘다.”
“저 사람이 루메른의 학생회장…… 레아 필리구나.”
“저 처음 봤어요!”
1학년들 사이에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루메른의 학생회장, 레아 필리.
보는 이로 하여금 넋을 잃게 만드는 그 아름다움에 비견될 자는 세이룬의 룬 오르웨니밖에 없다고 알려져 있다.
기존에 루메른의 여왕이라 불렸던 엘레나 제르온을 뛰어넘는 외모.
그리고 빈틈없는 우등생으로서의 모습과 압도적인 강함.
이미 1학년 당시에 학생회장의 직위와 영웅의 칭호를 모두 손에 넣은 전대미문의 영웅.
결정적으로 사람을 이끄는 카리스마는 많은 이들의 선망이 되기에 충분했다.
세이룬, 아조니아, 데미안의 학생회장과 함께 앞으로의 시대를 이끌어갈 ‘사영웅’ 이라 평가받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특출난 이로 평가받는 게 바로 레아 필리였다.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데미안의 학생 여러분.”
레아가 부드럽게 웃으며 데미안의 학생들에게 인사했다.
그 웃음에 남학생과 여학생 가릴 것 없이 많은 학생이 얼굴을 붉혔다.
쳐다보기 힘들 정도의 아름다움.
그 모습을 팔짱을 낀 채 바라보던 발하르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이윽고 자신의 앞에 도달한 레아를 보며 발하르가 말했다.
“어서오게. 레아.”
“급하게 소집을 한 이유가 뭐야?”
“룬과 카르가 오면 이야기 해주지.”
“룬은 올 수 없어. 현재 북부 지방에서 마물 여왕의 군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거든.”
“룬이 대대적인 토벌을 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움직임이 멈추지 않고 있어.”
“쯧.”
발하르가 혀를 찼다.
그때 열린 문틈으로 검은 늑대 수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발하르! 레아!”
카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대뜸 발하르와 포옹했다.
“발하르! 잘 있었어?”
“오늘따라 힘이 넘치는군. 놓게. 카르.”
그 말에 카르가 발하르를 놓아주었다.
“레아도 반가워! 이게 얼마 만이야?”
“안녕. 카르.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이네? 얼마 만이긴. 지난 겨울 방학때 봤으니……”
덥석- 꽈악-
“……!”
카르가 꼬리를 흔들며 레아를 껴안았다.
순간 엄청난 힘에 레아가 흠칫했다.
“카르. 자네가 힘껏 껴안으면 레아는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을 느낄걸세.”
“아! 맞다. 레아는 인간이었지.”
카르가 레아를 놔주었다.
레아가 조금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리를 두들겼다.
“자네. 혹시 술 마셨나?”
“아니, 안 마셨는데? 그냥 기분 좋은 일이 있었어.”
카르가 특유의 순한 미소를 지었다.
전생부터 술에 취하면 친한 사람들을 껴안는 버릇이 있는 카르였다.
물론 당시에는 드래곤이었던 리시나스는 내구력이 튼튼했기에 괜찮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당시 카일과 루나가 질겁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레아가 빙긋 웃었다.
“기분 좋은 일이 있다니. 다행이네.”
“응! 그런데 룬은? 아직 안 왔어?”
카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발하르가 말했다.
“룬은 오지 못한다네. 우선 셋이서 이야기하도록 하지. 자네들은 이만 해산하도록 하게.”
데미안의 학생들이 모인 건 공식 환영 행사 때문이 아니다.
그저 앞으로 세계를 이끌어갈 영웅들이라 평가받는 영웅 사관 학교의 학생회장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것이었다.
2학년 때 수인들의 공인 콜로세움의 챔피언들을 모두 쓰러트리고 콜로세움의 왕이 된 카르.
역시나 2학년 때 신의 대장장이 드웨노가 남긴 신기를 복구하는데 성공한 발하르.
그리고 압도적인 실력과 리더쉽으로 영웅들을 이끄는 레아까지.
앞으로 세계는 그들이 개척하는 길을 따라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영웅 사관 학교 학생회장들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룬이 없는 게 아쉽다.”
“사인 받을 수 있으려나?”
학생들이 아쉬움을 느끼며 해산했다.
발하르는 두 사람을 안내했다.
“도대체 무슨 일로 부른 거야?”
레아가 본론을 꺼내자 발하르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뭐가 그리 급한가? 오랜만에 만났는데 다들 근황 정도는 물어볼 수 있는 거 아닌가?”
그 말에 레아가 멈칫했다.
“응. 그럼 나부터 할게. 영웅 던전에 관한 조사를 마무리했어.”
카르의 말에 레아와 발하르가 고개를 돌렸다.
“결론을 말하자면…… 영웅 던전이 아니었어.”
“……그 주변 일대에서 우리가 마지막 여정을 떠날 때 마주쳤던 에레보스의 마물들이 출몰했었어. 그런데도 영웅 던전이 아니었다고?”
레아가 날카롭게 묻자 카르가 목을 움츠렸다.
“으, 응…….”
“그게 영웅 던전이 아닌 게 카르 탓도 아닌데 왜 그렇게 날 서게 반응하는가?”
“아, 미안…… 카르. 놀라게 할 의도는 없었어. 겁먹게 해서 미안해.”
레아가 당황하며 카르를 달랬다.
괜히 찔려서 목을 움츠렸는데 그걸 겁을 먹었다고 착각한 모양이었다.
“그럼 그건 대체 뭐였던 걸까?”
“……짐작 가는 부분이 있기는 하네. 조금 뒤에 이야기 해주겠네.”
어느새 회의실처럼 보이는 장소로 도착한 발하르가 두 사람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
“레아. 자네는 어떤가?”
“나야 늘 똑같지. 학생들이 더욱 강해지도록 지도하고 있어.”
리시나스의 말에 발하르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자리에 앉은 카르는 발하르를 보았다.
“그런데 드웨노.”
“왜 그러나?”
“왜 환생한 이후에는 한 번도 리시나스와 루나에게 모델이 되어 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셋만 있는 공간에 오게 되자 카르가 친구들을 옛 이름으로 불렀다.
“카르.”
레아가 눈을 흘기자 카르가 멈칫했다.
그런 카르의 말에 발하르는 차를 타며 덤덤히 말했다.
“과거에 사로잡힌 사람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더군.”
“응?”
“이름은 크게 중요하지 않네. 오히려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우리의 가장 큰 일부분이지. 그런데도 과거의 이름을 필사적으로 잊으려 한다는 건…… 그만큼 과거에 많이 매여 있다는 증거라네.”
“으음…… 어렵네.”
카르가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레아.”
“왜.”
살짝 날카롭게 대답한 레아가 차를 홀짝였다.
“혹시 카일을 좋아했어?”
“푸흡!”
레아가 입에 머금은 차를 내뿜었다.
졸지에 차를 뒤집어쓴 발하르가 눈을 흘겼다.
“이게 무슨 짓인가, 망할 도마뱀.”
“나 이제 드래곤 아니거든! 아니! 애초에 카르 때문이잖아!”
레아가 잔뜩 당황한 얼굴로 카르를 바라보았다.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발하르가 말했다.
“그래. 카르. 자네는 그 사실을 언제부터 알아차렸나?”
“진짜였어?”
“허? 신기하군. 이로써 자네는 바보 탈출인가?”
“응? 바보?”
“그래. 카일, 루나, 아르온. 자네 셋이 바보였네.”
카르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발하르가 따라주는 차를 홀짝였다.
“카르, 룬에게 말하지 마. 괜히 말하면 그 녀석은 난동을 부릴 거야.”
레아가 신신당부하자 카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우릴 부른 이유가 뭐야? 발하르.”
레아의 물음에 발하르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에르디엔 산 주변에 광산을 개발하러 갔었네.”
“응. 이야기 해줬잖아.”
“거기서 재앙의 불꽃과 조우했네.”
그 말에 일순간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에레보스의 조각었어?”
“조각은 아니었네. 기껏해야 사념처럼 보였지.”
“사념이 갑자기 왜 나타난 거야?”
“그야 알 수 없지. 다만 그곳은 최후의 일전이 있었던 장소였으니 그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지. 결정적으로…….”
“결정적으로?”
“에레보스의 사념이 카일의 모습을 취했었네.”
***
“룬 선배님.”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 루니아가 룬의 연구실 문을 열었다.
연구실 내부에서 퀭한 얼굴로 칠판을 바라보고 있던 룬이 고개를 돌렸다.
“응. 루니아. 무슨 일이니?”
끙차-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 룬을 보며 루니아가 칠판에 쓰인 마법 술식을 보았다.
“저…… 이건 뭔가요?”
“사령술의 술식.”
“예?”
“죽은 자를 되살리는 마법을 연구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되네.”
머리를 벅벅 긁은 룬이 혀를 찼다.
그런 룬을 보며 루니아가 당황했다.
“룬 선배님. 흑마법 연구는 교칙 위반이잖아요.”
“응. 우리 귀여운 후배님은 입 다물어 줄 거지?”
살짝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룬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니?”
“순혈회와 관련된 일인데요.”
“질린다. 걔들이 또 무슨 사고를 쳤는데?”
룬이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순혈회.
입학 당시부터 룬과 대립해온 집단으로 엘프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룬이 루나의 재림이라 불릴 정도로 완벽한 별의 마법을 구사하면서 정당성을 잃었지만 그럼에도 정리되지 않고 끈질기게 엘프 사회에서 엘프 순혈주의를 전파하고 있었다.
“이번에 세이룬님의 히어로 레코드 조각을 세이룬 내로 반입한 모양이에요.”
“뭐? 팅겔 가문에서 혜성의 마법사가 남긴 편지를 공개했잖아? 개벽의 영웅의 히어로 레코드는 모두 파괴하라고.”
개벽의 영웅들이 살아 있고 영웅의 세계에서 에레보스의 조각과 싸우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전 세계에 알려졌다.
개벽의 영웅의 조각이 에레보스가 빠져나올 수 있는 통로로 쓰인다는 것까지.
“그런데 그걸 몰래 세이룬으로 숨겨 들어와?”
룬의 얼굴이 굳을 때였다.
꽈아아아앙-!
그때 세이룬 전체가 흔들렸다.
그리고 멀리서 느껴지는 거대한 힘에 룬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너무도 낯익은 힘이다.
‘빌어먹을 정도로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는 게 문제지.’
이를 뿌득뿌득 갈며 룬이 말했다.
“루니아. 그거 아니?”
“뭐, 뭐가요?”
“난 엘프가 정말정말 싫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룬이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오랜만에 만나게 되겠네. 그 망할 불덩어리 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