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84)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84화(784/844)
784.
고오오오오! 화르르륵-!
“대피하라!”
“재앙의 불꽃이다!”
세이룬 학생들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재앙의 불꽃에서 최대한 멀어지기 위해 노력했다.
터벅- 터벅-
그러는 와중에 재앙의 불꽃을 향해 걸어가는 학생이 한 명 있었다.
한 손에는 롱소드를, 또 다른 한 손에는 방패를 든 여학생.
은을 녹인듯한 아름다운 은발에 깊은 호수를 연상시키는 푸른 눈동자.
에이란이 재앙의 불꽃을 직시했다.
콰아아아아아-!
그때, 검은 불꽃이 에이란을 덮쳐왔다.
에이란이 방패를 들어 올리자 방패에 연은빛 기운이 어렸다.
꽈아아아앙-!
화르르르륵-!
내려쳐지는 재앙의 불꽃을 막아낸 에이란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면서도 쉴 틈 없이 마법을 영창했다.
이윽고 에이란의 검에서 연은빛 칼날이 치솟았다.
스각-!
아니무스의 검이 재앙의 불꽃을 베어냈다.
그 강렬한 검기에 일순간 검은 불꽃의 기세가 누그러졌다.
“역시 에이란 선배님이셔!”
“학생회장의 왼팔!”
그 모습을 본 세이룬 학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재앙의 불꽃을 가로막은 에이란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안 되는 건가…….”
나직한 중얼거림과 동시에 움츠러들었던 재앙의 불꽃이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콰아아아아아아-!
콱-!
에이란이 두 다리로 단단하게 바닥을 지지했다.
그와 함께 방패를 앞세워 덮쳐오는 검은 불꽃의 파도를 막아냈다.
화르르르륵-!
방패로 끝없이 타오르는 검은 불꽃을 막아내던 에이란이 자세를 더욱 낮추었다.
그때.
고오오오오오오-!
에이란의 뒤쪽에서 뿜어져 나온 선홍색 불꽃이 검은 불꽃을 밀어냈다.
콰아아아-!
“루니아 양!”
에이란이 환한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루니아가 우아한 걸음걸이로 걸어오고 있었다.
세이룬의 학생회장 룬의 오른팔이자 세이룬의 부학생회장.
루니아의 등장에 세이룬 학생들은 더더욱 밝은 표정을 지었다.
루니아가 붉은 눈으로 구경 중인 학생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물러나세요. 여기는 위험합니다.”
그 말에도 학생들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세이룬 내에서 벌어진 위급한 상황.
그리고 학생회장의 최측근인 두 사람이 등장했다는 건 단 하나를 의미했다.
번쩍-!
세이룬 상공에서 무수히 많은 마법진이 펼쳐졌다.
학생 한 명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룬 선배님이다!”
그 말에 모든 학생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성운의 시조, 루나 루비넌스의 재림이라 불리는 세이룬의 학생회장.
압도적인 마력과 마법 실력.
그리고 별의 마법을 한 단계 진보시켰다고 평가받는 룬의 등장에 세이룬 학생들이 열광했다.
그들이 룬의 등장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룬은 좀처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수업도 잘 듣지 않았고 항상 개인 공방에서 마법 연구에만 몰두했다.
세이룬에서는 별의 마법 연구에 몰두하는 그 모습을 보고 ‘천재’라고 이야기하며 다소 괴짜 적인 모습을 눈을 감아주는 분위기였다.
결과적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룬의 행동은 그 아름다운 외모에 신비감까지 더해져 더더욱 많은 엘프를 열광하게 만들었다.
세이룬 학생들로서도 룬을 만나기 힘들다 보니 이런 상황임에도 자리를 피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성운의 시조의 재림이라 불리는 룬의 실력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도 있었다.
세이룬 학생들의 환호성에 가까운 소리에도 룬은 무신경한 눈으로 오로지 에레보스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니아, 에이란.”
“네!”
“학생들과 함께 최대한 멀어져 줄래?”
룬의 말에 루니아와 에이란이 재앙의 불꽃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
그와 함께 룬이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종언.”
싸늘한 눈으로 에레보스를 바라보던 룬이 그대로 지팡이를 아래로 내렸다.
“플루비아.”
종언의 빛이 비가 되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작은 물방울이 되어 내리는 종언은 말 그대로 파괴의 비였다.
번쩍! 콰가가가가가가가강-!
국지성 호우처럼 재앙의 불꽃 주변에 쏟아진 종언의 비는 주변 일대를 초토화시켰다.
룬이 환생한 이후 만든 융합 마법.
비를 뿌리는 마법에 종언을 덧씌운 말 그대로 자연재해급의 마법이었다.
루나의 공격에 의해 일순간 재앙의 불꽃이 꺼질 듯 사그라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룬의 눈이 가늘어졌다.
“쳇. 소용없나.”
쿠구구구구궁-!
나지막하게 혀를 참과 동시에 검은 불꽃의 기둥이 룬을 향해 솟아올랐다.
룬이 플라이 마법을 이용해 빠르게 상승하며 자신을 노리는 검은 불꽃을 피했다.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나는 룬이 힐끗- 에레보스를 바라보았다.
화염이 타오르는 중심부가 명확하게 보였다.
‘……세이룬의 히어로 레코드를 통해 개벽의 세계에서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건가.’
룬 역시 개벽의 진실을 알고 있었다.
개벽의 영웅들의 히어로 레코드가 통로로 사용된다는 것 역시.
“쯧. 순혈회 녀석들을 진작에 정리했어야 했는데.”
룬과 순혈회의 악연은 룬이 입학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입학 이후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는 룬을 순혈회는 이단으로 규정했다.
룬이 세이룬에 입학한 이유는 세이룬 학생 신분이 카일의 흔적을 찾는데 수월할 거 같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룬은 세이룬에 입학하자마자 시작의 영웅이 실존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카일이 존재하지 않는 영웅이 되어버린 것은 3000년 전, 에레보스를 개벽의 세계에 봉인하면서 소멸된 페이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중 타르타로스는 철저하게 카일의 페이지를 파괴해 왔고, 그 결과 카일이 활약했던 역사의 기록은 누구의 활약인지 알 수 없는 공백 상태가 되었다.
그중에는 사실 카일이 활약했음에도 루나의 활약으로 기록된 역사도 많았다.
룬은 자신의 기억을 토대로 원래 진짜 역사를 논문으로 정리했다.
증거는 없었지만 정황 증거상 룬의 논문은 굉장히 그럴듯한 내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것이 순혈회의 신경을 거스른 것이다.
‘내가 한 게 아닌 걸 내가 안 했다고 했을 뿐인데.’
룬이 이를 뿌득 갈았다.
룬의 논문이 금서로 지목되고 순혈회는 룬을 세이룬에서 퇴학시키기 위해 온갖 수를 썼다.
하지만 룬이 별의 마법을 완벽한 형태로 복구하여 엘프 사회에 루나의 재림으로 불림에 따라 순혈회의 입지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점차 순혈회는 숨을 죽인 채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해 왔다.
그런 상황에서 세이룬의 히어로 레코드 조각을 세이룬으로 반입해 이런 사고를 친 것이다.
혀를 차던 룬은 이내 순혈회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순혈회는 일단 나중이야.’
룬이 검은 불꽃의 소용돌이를 바라보았다.
‘우선은 저거부터 처리해야 해.’
지금 상황에서 에레보스의 조각이 개벽의 세계를 탈출하며 여러모로 골치가 아파진다.
“그렇게 놔둘순 없지!”
지팡이를 쥔 룬이 망설이지 않고 화염의 중심을 향해 돌격했다.
바깥에서 다시 집어넣기 힘들다면 안으로 들어가서 강제로 다시 끌고 오면 그만이다.
눈을 번뜩인 룬이 엄청난 속도로 검은 불꽃의 중심.
재앙의 불꽃을 뿜어내고 있는 세이룬의 조각을 향해 난입했다.
콰아아아아아-!
“룬 선배님!”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루니아가 다급히 소리쳤다.
잠시 후.
고오오오오오-
주변에 휘몰아치던 검은 불꽃이 세이룬의 히어로 레코드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잠시 뒤 주변을 전부 파괴할 것 같던 검은 불꽃이 사라지고.
그 중심에는 완벽한 모습이 된 세이룬의 레코드를 쥔 룬이 서 있었다.
세이룬의 레코드를 잠시 바라보던 룬이 화염을 일으켰다.
화르르륵-
“조금만 더 힘내주렴.”
살짝 씁쓸한 미소를 지은 룬은 잿더미가 되어 흩어지는 히어로 레코드를 움켜쥐었다.
“룬 선배님! 괜찮으세요?!”
에이란이 허겁지겁 다가와 룬을 살폈다.
그런 에이란을 보며 빙그레 웃은 룬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괜찮아. 에이란.”
“네.”
“북부 마탑주에 연락해 줄래?”
“북부…… 마탑주요?”
“응.”
북부 마탑주의 정체를 아는 루니아가 조금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순혈회 뒷조사를 좀 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루메른에 좀 가야 할 것 같으니까 준비하고.”
그 말에 에이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룬 선배님. 루메른에 가는 건……. 루메른의 학생회장님을 만나 뵙기 위해서죠? 그거라면 데미안으로 가셔야 하지 않나요?”
“……난 데미안에는 별로 가고 싶지가 않아서. 루메른에서 레아를 기다릴래.”
룬이 씁쓸하게 웃었다.
왜인지 모르게 룬이 데미안을 싫어한다는 걸 아는 루니아와 에이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긴 카일이 죽은 땅이니까.’
룬의 얼굴이 살짝 흐려졌다.
***
“오.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라…….”
칼이 감탄했다.
“실력이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 루메른에 입학할 생각은 안 했어?”
어느새 칼은 레오와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동갑이란 걸 안 칼이 특유의 붙임성을 발휘한 덕분이다.
“어쩌다 보니 입학 시기를 놓쳐서.”
“아쉽네. 넌 분위기가 뭐랄까……. 레아랑 닮아서 굉장했을 것 같은데.”
칼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루메른에서 퇴학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칼은 동급생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니. 친분을 유지하는 수준 정도가 아니지.’
레오가 힐끗- 여관 1층 식당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몇몇 루메른 학생들이 보였다.
칼은 루메른을 나온 이후 특유의 수완으로 돈을 모아 여관을 차렸다고 했다.
그리고 연금술 재능과 정보 수집 능력을 발휘해 여러 방면에서 루메른 학생들을 서포트하고 있었다.
지금도 세계 각지에 일어나는 일을 수집하고 빠르게 루메른에 전달하고 있다.
1층 게시판에 루메른 학생들이 필요한 의뢰서도 있을 정도다.
루메른을 딱 1년만 다녔지만 루메른과 굉장히 밀접한 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애초부터 칼의 목표가 이런 것이었으니까.’
레오의 세계에서는 재능을 만개하여 영웅의 자리에 올라 루메른 내에서 서포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쪽 세계에서는 루메른을 나왔음에도 여전히 서포터 역할을 수행 중이다.
‘애초에 포기할 녀석이 아니지.’
전투 재능의 차이가 있을 뿐.
칼이 바라보던 곳은 원래부터 레오가 바라보던 곳과 방향이 같았다.
그리고 절대 쉽게 포기할 녀석도 아니었고.
원래 세계선에서 신들이 칼에게 ‘시작을 준비하는 자’라는 칭호를 붙인 건 다 이유가 있었다.
무겁게 한숨을 쉰 레오는 칼에게 들은 대영웅들의 이야기를 속으로 되짚었다.
‘아르온과 드웨노는 크게 바뀐 게 없는 것 같아. 하지만 리시나스와 루나는 딴판이야.’
리시나스는 철두철미하게 재능만으로 영웅 후보생을 평가한다고 했다.
이 세계에서도 칼은 턱걸이지만 분명 2학년으로 진급할 수 있는 실력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 칼에게 영웅의 길 대신 본격적인 서포터의 길을 권유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리시나스였다.
‘레아가 그랬거든. 난 영웅으로서 가망 없다고. 내가 보아온 그 누구보다 완벽한 영웅인 그 녀석이 그러니까 나도 할 말 없더라고.’
조금 전 칼의 말을 떠올리며 레오가 깊게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루나 녀석이……. 은둔형 외톨이가 됐다고? 마법 논문보다 시작의 영웅에 대한 논문만 잔뜩 쓰고 있고?’
쾌활하고 마법에 대한 열정만이 가득하던 루나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레오는 리시나스와 루나가 왜 자신이 알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 되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나라는 존재가 녀석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가.’
레오가 한숨을 내쉴 때였다.
딸랑- 딸랑-
“에헴! 이리 오너라! 어서 빨리 미래의 영웅들을 위해 술과 고기를 대령하도록!”
레오와 칼, 둘 모두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관으로 들어온 두 사람은 레오와 칼에게 너무도 익숙한 사람이었다.
“오! 첼시! 일리아나!”
칼이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안녕! 칼!”
“넌 몇 달 동안 조금도 성장하지 않았구나! 안심했어!”
“왜 만나자마자 시비야!”
“컥!”
첼시가 쌍심지를 켜고 칼의 명치에 드롭킥을 먹였다.
특유의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쓰러진 칼을 짓밟은 첼시를 보며 일리아나가 말했다.
“저기……. 첼시. 그러면 칼이 다쳐.”
어딘지 모르게 음침한 목소리로 일리아나가 첼시를 말렸다.
그 말에 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소개할게. 여긴 레오 플로브! 이번에 새로 사귄 내 친구야.”
“넌 여전히 붙임성이 좋구나? 만나서 반가워. 난 첼시 르왈린이야.”
첼시가 생긋 웃으며 인사했다.
“이, 일리아나 라덴이에요…….”
순간 레오와 눈이 마주친 일리아나가 어깨를 움츠리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그 모습 본 레오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얘는 또 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