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85)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85화(785/844)
785.
칼이 운영하는 여관, 고요한 일상의 1층.
오랜만에 보는 동급생들에게 칼은 다과를 대접했다.
칼의 여관 1층 식당은 단순한 식사뿐만이 아니라 술은 물론이고 고급 카페의 역할도 했다.
1년 동안 루메른에 다니면서 루메른에 입점한 가게들을 잘 벤치마킹한 결과 루메리아 시티에서 루메른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가게가 되었다.
첼시와 일리아나 외에도 루메른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가게를 이용하고 있었다.
가게 한쪽에는 학교생활이나 임무에 필요한 물건을 파는 매대도 있었다.
레오는 1층에서 몇몇 익숙한 얼굴들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때 첼시가 차를 홀짝이며 말했다.
“칼. 혹시 학점 따기 괜찮은 임무가 좀 있을까?”
“왜? 또 학점 펑크 낮냐?”
칼의 물음에 턱을 괸 첼시가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넌 실력도 있고 성적도 좋은 애가 왜 그렇게 땡땡이를 많이 치냐? 일리아나를 좀 본받아라.”
“카, 칼 내가 뭘…….”
“일리아나. 넌 진짜 자로 잰 듯한 우등생이잖아. 매사에 열심히 하고 성실하지. 교수님들 말 잘 듣지. 과제 꼬박꼬박하지.”
칼의 말에 일리아나가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주르르르륵-
“저기. 레오라고 했지? 물 넘치는데?”
레오는 첼시의 말에 따르던 물 주전자를 들어 올렸다.
“칠칠치 못하네.”
첼시가 지팡이를 꺼내 가볍게 휘두르자 쏟아졌던 물들이 허공에 떠오르더니 그대로 흩어져 사라졌다.
가볍게 뒷 수습을 하는 첼시를 보며 칼이 혀를 내둘렀다.
“공기 중으로 열을 전달해 증발시킨 거야?”
“응. 역시 눈썰미가 좋네.”
“마력 운용 센스가 너무 아까운데.”
“흐흐흥! 아까울 게 뭐가 있어? 3학년 2파티의 파티장인데 뭐! 이 정도면 충분히 대단한 거 아니야?”
“대단하긴 하지. 난 꿈도 못 꿀 위치니까.”
칼이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첼시. 넌 충분히 1파티에 들어갈 수 있잖아?”
그 말에 첼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더니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렸다.
“억지로 노력하면 뭐 턱걸이는 할 수 있겠지. 그런데 그러면 진짜 잠도 못자고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거고. 결정적으로 오라버니와 경쟁해야 하잖아?”
첼시가 생긋 웃었다.
“난 오라버니를 돕는 역할이면 충분해. 레아 언니도 나한테 2파티 통솔을 부탁하기도 했고.”
가슴을 활짝 펴고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첼시를 보며 레오가 일리아나에게 물었다.
“1파티는 뭐고 2파티는 또 뭐야?”
“네? 그, 그러니까…….”
레오의 물음에 일리아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적응 안 되네.’
레오가 그런 일리아나를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힘이 넘치다 못해 항상 주체하지 못해 사고를 치고 다니는 일리아나가 조용한 것도 당혹스러운데 이렇게까지 사람 눈치를 보다니.
처음 만났을 때부터 쾌활했던 일리아나의 모습을 떠올리던 레오가 미간을 좁혔다.
‘이쪽 세계의 일리아나는 원래부터 소심했던 건가? 하지만 칼이나 첼시…… 아르를 보면 성격은 바뀐 것 같지 않은데?’
그저 자신이 태어났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
친구들의 성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레오가 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첼시를 바라보았다.
‘뭐 덕분에 이쪽은 자기만의 길을 찾지 못한 것 같지만.’
레오 세계의 첼시도 처음 만났을 때는 자신만의 길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첼시는 자신이 생각했던 현실의 이상적인 영웅인 아바드의 뒤를 쫓는 것에 만족했다.
입학시험 당시 레오를 만난 이후에는 동화 속에서나 봐왔던 영웅인 레오의 등을 쫓으려 했다.
그것이 틀린 길은 아니며 나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등만을 바라보며 걷기에 첼시가 가진 재능은 너무 컸다.
그랬기에 레오도 아바드도 첼시가 자신만의 길을 찾기를 바랐고 그 결과 지금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길을 찾게 되었다.
레오와 아바드의 뒤를 따르는 게 아닌 곁에 서는 걸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 있는 첼시는 아니었다.
‘아바드를…… 나 대신 리시나스의 뒤를 쫓고 있는 것 같군.’
오랜 시간을 함께 했기에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칼이 리시나스 녀석의 권유로 루메른을 나온 걸 보면…… 이상한 상황은 아닐지 모르지.’
레오의 얼굴이 흐려졌다.
첼시와 칼의 대화에서 언급된 1파티와 2파티의 역시 설명을 듣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그래도 자세한 설명이 필요했다.
“저…… 그…… 1파티와 2파티가 뭐냐면요…….”
일리아나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설명을 하려 하자 레오가 말했다.
“말 편하게 해.”
“네?”
“어차피 난 칼이랑 동갑이고 친구야. 칼의 친구인 네가 날 조심스럽게 대하니까 조금 불편하네.”
“그, 그럼…… 말 놓는다?”
“그래 줘.”
“으, 으응…… 그…… 레오라고 부른다?”
“편하게 불러. 그래서. 1파티와 2파티는 뭐야?”
“응. 1파티는 루메른 아카데미에서 각 학년 별로 최고의 실력자를 선별한 파티를 의미해.”
‘역시.’
“3학년 1파티에 소속된 건…… 시아, 클로에, 셀리아, 아바드, 듀란, 워레든, 엘리자, 이렇게 일곱 사람이야. 레오라고 했지? 너도 이름들은 들어봤을 거야.”
“레아는?”
“레아 언니는 격이 다르니까!”
첼시가 불쑥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척-! 하고 선 첼시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에헴!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학생회장인 레아 언니는 그야말로 격이 다르니까. 같은 파티라고 할 수 없지!”
“왜 네가 자랑하는 건데?”
칼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물었다.
“2파티 멤버는?”
“나랑 여기 있는 일리아나. 그리고 넬라 언니. 소환학과의 테이드와 쥬레든. 기사학과의 하울, 마법학과의 엘리그!”
다들 상위 성적자들이다.
“1파티와 2파티를 굳이 나눌 필요가 있나?”
“있지! 1파티는 각 학년의 상징! 즉 에이스들이니까. 뭐 2파티도 충분히 대단하긴 하지만. 우린 1파티를 서포터 및 1파티의 예비 멤버라고 할까?”
첼시의 설명에 의하면 루메른의 모든 역량은 1파티에 집중되어 있는 형태인 듯했다.
‘역시 내가 아는 리시나스와 달라.’
많은 이들이 가능성을 펼치기를 원했던 리시나스와는 다르다.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쉴 때 첼시가 말했다.
“어쨌든 칼! 지금 학점 짭짭하게 벌 수 있는 임무 없어? 되도록 쉬운 걸로.”
“그런 게 있겠냐?”
칼이 가볍게 혀를 차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향했다.
그리고는 임무 종이 몇 개를 꺼내왔다.
“이건 학생들이 함부로 맡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따로 빼놓은 의뢰서인데.”
“쉬운 거 달라니까.”
“단기간에 학점 매울 수 있는 건 이런 임무밖에 없어.”
칼이 혀를 차고는 임무서를 바라보았다.
“최소 인원은 4명부터 시작이야.”
첼시가 입술을 삐죽 내밀자 칼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파티원 모으는 건 쉽잖아.”
“쉬웠으면 내가 너한테 왔겠니? 다들 시험 준비로 바빠. 일리아나밖에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첼시는 의뢰서 하나를 들었다.
“데스 랜드 정찰 임무. 이게 단기간에 가장 빨릴 수 있는 임무겠네.”
데스 랜드.
500년 전 사령왕 헬 카이저가 멸망시킨 나라의 영토였던 땅이다.
지금 역시 타르타로스의 영향력 안에 있는 곳으로 무수히 많은 언데드들이 출몰하는 곳이었다.
의뢰서에는 최근 데스 랜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비는 파티원은 용병을 고용하면 되려나?”
첼시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도와줄까?”
“응?”
레오의 말에 첼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침 한가해서 말이야. 칼 너도 같이 가는 게 어때?”
“엥? 나도?”
칼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 말에 첼시가 눈을 반짝였다.
“좋네! 칼! 마침 너도 한가한 것 같은데!”
“야야. 난 가게 봐야지.”
“언제는 너희 가게 종업원들 유능하다면서. 믿고 맡겨!”
첼시가 방긋 웃었다.
그런 첼시를 보며 칼이 눈을 가늘게 떴다.
“너 용돈 없어서 돈 아끼려고 그러지?”
“응.”
뻔뻔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첼시를 보며 칼이 에휴, 한숨을 쉬었다.
“레오. 그런데 괜찮겠냐? 데스 랜드 굉장히 위험한 곳인데.”
칼의 말에 레오가 빙긋 웃었다.
“발목은 안 잡을게.”
“그…… 위험할 것 같으면 내가 지켜줄게!”
일리아나가 살짝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벼, 별거 아니야.”
레오가 웃으며 말하자 일리아나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데스 랜드로 당장 출발하자!”
일리아나가 의뢰서를 돌돌 말아 지휘봉처럼 휘둘렀다.
“지금?!”
“그럼 지금이지.”
첼시가 말린 의뢰서로 어깨를 톡톡 건드리며 방을 나섰다.
“준비는 다 해놨으니까 따라오기만 하면 돼.”
대장처럼 가게를 나가는 첼시의 뒤를 일리아나가 따랐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나 칼을 바라보았다.
칼은 종업원에게 이것저것을 말하더니 1층에 있는 창고로 보이는 방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커다란 가방을 끌고 첼시를 따라나섰다.
레오는 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
***
타닥타닥-
그날 저녁.
데스 랜드와 멀지 않은 곳까지 온 일행은 야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레오는 모닥불 앞에서 스튜를 끓여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다.
스튜를 본 세 사람의 얼굴이 일순간 묘하게 변했다.
“왜?”
“아니…… 이거 레아가 만들어 주는 스튜랑 비주얼이 똑같은데?”
칼이 의심스럽다는 듯 스푼으로 스튜의 고기를 쿡쿡 찔러 보았다.
첼시는 조심스럽게 코를 대고 코를 킁킁거리더니 미간을 좁혔다.
“냄새도 똑같은데?”
일리아나는 우으으으-! 하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트라우마가 느껴지는 그 반응들을 보며 레오가 태연하게 스튜를 입에 떠먹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너희 학생회장은 음식을 더럽게 못하나 보네.”
“응. 모든 게 완벽한 레아 언니의 유일한 흠이라고 할까?”
레오가 태연하게 스튜를 먹는 걸 보고 첼시도 입을 앙 벌려 스튜를 먹었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뺨을 감싸 쥐었다.
“겉보기와 다르게 엄청 맛있잖아!”
행복하다는 미소를 짓는 첼시를 보며 칼과 일리아나도 조심스럽게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와, 비주얼은 별로인데 맛은 엄청나네?”
칼이 감탄하자 레오는 자신이 만든 스튜를 바라보았다.
비주얼적으로 굉장히 훌륭한데 이들 눈에는 별로인 모양이다.
‘전생이나 환생 후나 그 저주받은 요리 실력은 어딜 안 가는 모양이군.’
겉모습은 자신이 만드는 음식을 따라했을지 모른다.
냄새까지 똑같다면 확실하다.
하지만 괴멸적인 요리 실력 덕분에 맛은 여전히 끔찍하기 그지없는 모양이다.
트라우마를 안겨줄 만큼 말이다.
레오가 혀를 차며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난 후.
일리아나와 칼이 주변 정찰을 나갔다.
모닥불 앞에 마주 앉은 레오가 장작을 넣으며 말했다.
“일리아나는 원래 성격이 저래?”
“응? 성격이 어때서?”
“뭐랄까. 원래는 쾌활할 것 같은 느낌인데 굉장히 주눅이 들어 있는 것 같아서.”
“어? 일리아나가 원래 쾌활한 거 어떻게 알았어?”
첼시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턱을 괴고 눈을 살짝 게슴츠레 떴다.
“가만히 보면 신기해? 마치 우리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
“응.”
빙긋 웃은 첼시가 주변에 굴러다니는 나뭇가지를 잡아 부러트리며 장작에 던졌다.
“일리아나는 원래 엄청 쾌활한 애였어. 말도 많고 항상 발랄했지. 그리고 조금 게을렀다고 할까?”
첼시가 쓴 미소를 지었다.
“그게 레아 언니의 눈에는 굉장히 안 좋게 보였나 봐.”
“안 좋게 보였다고?”
“응. 굉장히 혹독한 훈련을 시켰어.”
“…….”
“그 덕분에 일리아나는 엄청 강해졌어. 나도 까딱 잘못하다가는 질 정도로. 그런데 너무 힘들게 훈련해서 성격도 조금 소심하게 바뀌어 버렸어. 보고 있으면 안타까워.”
“……힘들었겠군.”
“응. 그런데 레아 언니는 일리아나를 위해서 그런 거니까.”
‘……일리아나를 위해서라.’
눈을 가늘게 뜨던 레오가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첼시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레오가 바라본 방향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번쩍! 콰가가가가강-!
일리아나의 마력이 휘몰아쳤다.
첼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문제가 생겼나 봐!”
다급한 표정을 지은 첼시가 한달음에 칼과 일리아나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레오는 선명하게 느껴지는 기운에 혀를 찼다.
‘헬 카이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