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88)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88화(788/844)
788.
폐허가 된 광산.
개발되기도 전에 폐광이 되어버린 광산에는 발하르와 에레보스의 사념의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걸 바라보는 레아의 얼굴이 가늘어졌다.
“카르.”
레아의 부름에 뒤편에 서 있던 카르가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에레보스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아.”
초감각에 의해 날카로워진 감각으로 에레보스의 흔적을 찾았지만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에레보스의 불꽃이 남긴 특유의 탄내가 강하게 후각을 자극했다.
카르의 말에 레아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자신의 배를 쓸어보았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상처.
하지만 과거의 기억은 영혼에 각인이라도 된 것처럼 아스라한 환상통을 유발시켰다.
이를 악문 레아가 저 멀리 보이는 에르디엔 산을 바라보았다.
5000년 전, 아르히 파티의 최종 목적지.
하지만 끝내 카일만이 도달했던 장소.
에르디엔 산을 노려보던 레아가 입을 열었다.
“발하르.”
쓰러진 나무에 앉아 뻐끔뻐끔- 곰방대를 피우던 발하르가 레아를 바라보았다.
“에레보스의 사념이 카일의 모습을 했던 게 확실해?”
“레아. 나는 우리 다섯 중 내 눈썰미가 가장 좋다고 자부하네.”
발하르가 덤덤히 말했다.
“결정적으로 내가 친우의 얼굴을 못 알아볼 리 없지 않은가?”
그 말에 레아가 미간을 찡그릴 때.
주변을 살피던 카르가 물었다.
“발하르. 에레보스 사념의 목을 날려버린 장소가 여기가 맞아?”
“맞네. 어떻게 알았나?”
“여기서 카일의 냄새가 나.”
“확실해?”
레아가 다급히 묻자 카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가 너희 냄새를 잊을리 없잖아.”
지금은 다른 냄새가 나지만 카르는 전생에 친구들의 채취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카르의 말에 레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레아를 보며 발하르가 말했다.
“과거에 사로잡혀 있을 때가 아니네. 이 현상에 대해 유추할 수 있는 건 자네뿐이니까.”
그 말에 레아가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에레보스의 사념이라면…… 최후의 순간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형성화 되었을 수도 있어.”
“……그 형성화 된 모습이 카일이라는 건가?”
“카르가 카일의 냄새를 맡았다면 확실해.”
“…….”
그 말에 발하르가 곰방대를 물고 크게 들이키고 물었다.
“그럼 묻겠네.”
“뭘?”
“카일의 모습을 한 에레보스와 우리가 싸울 확률이 있나?”
“…….”
“그리고 그렇게 되면 레아, 자네는 냉정하게 싸울 수 있겠나?”
발하르의 물음에 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확실한가? 과거에 매몰된 자네가?”
“…….”
레아가 발하르를 바라보았다.
발하르는 그런 레아의 눈을 지지 않고 마주 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흐르자 카르가 다급히 말했다.
“괜찮아! 발하르. 너도 알잖아! 레아가 얼마나 믿음직한 리더인지!”
두 사람 사이에 카르가 끼어들었다.
“그리고 더 이상 그 문제에 있어서 레아는 흔들리지 않을 거야!”
“그걸 어떻게 자네가 확신하나?”
“음…… 느낌적인 느낌?”
눈을 가늘게 뜬 발하르의 물음에 카르가 볼을 긁적였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발하르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미안하네. 사과하지.”
“네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
“그래. 다만 이 이야기는 하고 싶군.”
“……?”
“루메른 학생들에게 카일의 전투 방식을 가르치는 건 그만두게.”
“…….”
“자네가 그 누구보다 잘 알지 않나? 카일은 만들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
“각자의 개성을 살리도록 지도를 해줘야 할 자네가 자네의 잣대를 아이들에게 들이대면 어쩌자는 건가?”
“난…….”
“그 아이들은 카일이 될 수 없네. 아니 그 누구도 카일을 대신할 수 없네.”
“…….”
“다른 이가 아닌 우리가 각자의 방식으로 카일의 역할을 대신해야 하네.”
발하르가 곰방대를 탁- 쳐서 재를 털어냈다.
“자네도 알겠지만 나는 에레보스를 벨 수 있는 무구를…… 카르는 에레보스를 벨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하고 있네. 카르 그렇지 않은가?”
“응.”
카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아 자네는 에레보스를 함께 쓰러트릴 수 있는 영웅을 발굴하고 있나? 룬은 에레보스를 쓰러트릴 마법을 만들고 있기는 하나?”
발하르가 몸을 일으켰다.
“난…….”
“무거워도 이겨내 주게. 자네는 우리의, 아르히의 리더잖은가?”
그 말을 남긴 발하르가 몸을 일으켰다.
“카르. 움직이세.”
“응. 어디로?”
“주변 일대를 수색해야지. 혹시 에레보스의 잔류 사념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니.”
“응. 그런데 발하르.”
“……?”
“레아와 룬은 너무 걱정하지 마.”
“……자네 아까부터 이상하게 낙천적이군. 정말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
“응. 나중에 알려줄게.”
“싱겁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하는 두 사람을 말없이 바라보던 레아가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
주먹을 한 번 강하게 쥔 레아가 친구들의 뒤를 따랐다.
***
야심한 새벽.
털썩-
“드, 드디어 도착했다.”
첼시가 루메리아 시티 입구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 첼시 곁으로 일리아나가 쓰러지듯 엎어졌다.
칼은 감개무량한 얼굴로 코를 훌쩍였다.
“다시는 못 오는 줄 알았어.”
그런 세 사람을 보며 뒤에서 팔짱을 낀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엄살은.”
“엄살 아니야!”
일리아나가 울상을 지으며 벌떡 일어났다.
“일주일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이게 뭐야!”
악에 바친 모습으로 항의하는 일리아나를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이제 좀 기운차보이네.”
“헙!”
자신도 모르게 입을 막은 일리아나가 얼굴을 붉히더니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 모습을 보며 첼시와 칼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저런 모습 1학년 때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러게. 조금 반갑네.”
처음 만났을 당시 기운차던 일리아나를 떠올리며 미소 짓던 두 사람.
그때 첼시가 웃차- 몸을 일으켰다.
“일주일 동안 땡땡이 친 건 좋은데 뒷감당이 걱정이네.”
원래라면 이틀 안에 임무를 마치고 루메리아 시티로 왔어야 했다.
하지만 레오를 따라 일주일이나 걸려 루메리아 시티로 돌아왔다.
“반성문 엄청 써야 할 것 같은데.”
“반성문 정도로 끝나겠냐?”
칼이 킬킬 웃음을 터트렸다.
“참회실에 한 일주일 갇히는 거 아니야?”
“으윽.”
첼시가 질렸다는 표정을 지을 때 빼꼼히 얼굴을 내민 일리아나가 툴툴거렸다.
“난 레오의 훈련을 안 받을 수 있으면 뭐든 좋아.”
“……그렇게 생각하니 차라리 참회실이 나을 거 같기도 하네.”
첼시가 턱을 쓰다듬으며 호오?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 말대로 세 사람은 일주일 동안 상상 이상으로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나저나. 우리 정말 강해진 거 맞아?”
첼시가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가 해준 것은 간단했다.
혹독한 수련으로 신체 능력을 올려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나 사용량을 늘려준 것도 아니다.
해준 것이라고는 단지 원래 모습에 맞는 방식을 되찾게 해준 것뿐이다.
‘내 흉내를 안 내게.’
레오 세계선의 첼시와 일리아나의 움직임을 알려줬을 뿐이고.
그녀들이 원래 사용했던 마법을 전해주었을 뿐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들의 스타일이니 배우는 것도 굉장히 빨랐다.
다른 사람의 기술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은 레오의 주특기중 하나이기도 했으니 크게 어려운 건 없었다.
첼시와 일리아나 역시 레오가 가르쳐주는 전투 방법과 마법 등이 자신과 굉장히 잘 맞는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아.’
하지만 의문은 들었다.
‘정말 강해진 거 맞나?’
능력의 변화는 크게 없었기 때문에 체감하기 어려웠다.
첼시의 의문에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강해졌어.”
“일리아나랑 대련해도 잘 체감이 되지 않던데?”
“일리아나도 강해졌으니까.”
“레오 오빠랑 대련할 때도 별로 차이를 못 느꼈어.”
“나랑은 워낙 차이가 나니까.”
첼시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하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너희 확실히 이전보다 움직임이 좋아지긴 했어.”
그때 칼이 레오를 거들었다.
“으음!”
첼시가 팔짱을 끼고 고민하더니 생긋 웃었다.
“뭐! 강해지는 건 좋은 거지!”
자신이 지금의 아바드보다 강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게 일행은 일주일간의 피로를 풀기 위해 칼의 여관으로 향했다.
여관으로 향하는 동안 루메리아 시티의 술집에서 들리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레아 언니는 아직 데미안에서 복귀를 안 한 모양이네.”
“오래 있는걸?”
“그리고 루메른에 세이룬 학생회장이 온 모양이던데?”
“에엑? 세이룬 학생회장?”
첼시가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게 싫어해?”
“세이룬 학생회장은 뭐랄까…… 우릴 별로 안 좋아하거든.”
레오의 물음에 일리아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레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오가 아는 루나라면 루메른 학생들을 보고 가능성이 넘쳐난다면 좋아했을 게 분명하다.
‘리시나스 녀석 때문에 내 흉내를 내서 그런가?’
그런 결론을 내린 레오가 말했다.
“마침 잘됐네.”
“뭐가?”
“너희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바로 시험해 볼 수 있겠어.”
그 말에 첼시와 일리아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떻게?”
두 소녀가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레오를 바라보았다.
뭐가 됐든 자신들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을 해보고 싶은 두 소녀였다.
“지금 루메른으로 가자.”
“지금 루메른으로 못가. 통금 시간인걸?”
“가는 배도 없어.”
레오의 말에 첼시와 일리아나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둘을 보며 레오가 빙그레 웃었다.
그 미소를 본 칼이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설마 지금 몰래 루메른에 들어가겠다는 건 아니지?”
첼시와 일리아나가 웃음을 터트렸다.
“에이.”
“어떻게 루메른에 몰래 들어가.”
칼의 상상을 부정하며 웃던 두 사람은 레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레오 오빠…… 아니지?”
첼시가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레오는 그저 미소 지을 뿐이었다.
“뭐라고 말 좀 해 봐. 아니지?”
“가자.”
“어, 어딜?”
“루메른에. 책임은 내가 질게.”
“나, 난리 날 거라고! 엄청난 소란이 일어날 거야!”
첼시가 다급히 소리치자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조용히 들어갈 거야.”
“어떻게?!”
“비밀 통로를 알고 있거든.”
레오의 말에 세 사람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비밀통로? 그런 게 있단 말이야?
‘뭐, 굉장히 시끄러운 녀석을 만나야겠지만.’
레오는 광신을 떠올리며 가볍게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