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94)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94화(794/844)
794.
엉망이 된 기숙사 정원.
타닥- 타닥-
레오가 불꽃을 거둠으로 인해서 불은 모두 사그라들었다.
소란스럽던 기숙사 역시 조용해졌다.
레오가 소환했던 정령과 환수가 모습을 감추었기 때문이다.
벤치에 앉은 룬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힐끗- 옆에 앉은 채 무덤덤하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레오를 곁눈질했다.
순간 레오와 눈이 마주친 룬은 다시 바닥을 바라보았다.
‘아씨, 쪽팔려.’
룬의 얼굴에는 붉은 기운이 어려 있었다.
조금 전까지 레오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오열한 덕분이었다.
‘아니, 순간 감정이 북받쳐서 그러기는 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쪽팔린다.
룬은 어떻게든 얼굴의 붓기를 빼기 위해 손에 몰래 냉기 마법을 건 후 조심스럽게 얼굴에 가져다 댔다.
“앗 차거!”
순간 온도 조절을 못한 룬이 자신도 모르게 펄쩍 뛰며 비명을 내질렀다.
순간 레오와 눈이 마주친 룬의 얼굴은 창피함에 더욱 벌겋게 달아올랐다.
레오가 무척이나 한심하다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밀려오는 창피함에 어깨를 파들파들 떠는 룬을 보며 레오가 말했다.
“솔직히 말해. 나랑 다시 만난 게 눈물 날만큼 기뻤다고.”
“웃…… 웃기지 마.”
“엉엉. 왜 이제야 나타난 거야, 망할 새끼야. 엉엉!”
“난 그렇게 말 안 했어!”
“난 그렇게 말 안 했어!”
“하지 마라!”
“하지 마라!”
자신의 말투를 따라 하는 레오를 보며 룬이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결국 레오의 옷자락 끝을 잡아당기더니 거기에 코를 팽-! 하고 풀어버리고는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레오가 인상을 찡그리며 옷에 세척 마법을 사용했다.
코를 한 번 훌쩍이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룬이 팔짱을 꼈다.
“그래서? 넌 대체 뭐야?”
“시작의 영웅 카일이지.”
“그건 알아. 그런데 대체 지금까지 어디서 뭘 하다 이제야 나타난 거냐고?”
룬이 빤히 레오를 바라보았다.
“애초에 이 세상 사람이기는 해?”
“그게 무슨 뜻이야?”
예상치 못한 질문에 레오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에게서 여러 마나가 느껴져. 아르온의 마나, 드웨노의 마나, 나의 마나. 그리고 리시나스의 마나 까지.”
룬이 레오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우리 영웅의 세계를 공략했다면 가능한 일이겠지만……. 네가 영웅의 세계를 공략했었다면 우리가 모를 리 없어.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루나의 냉철한 분석에 레오가 피식 웃었다.
“썩어도 준치라더니. 루나는 루나구만.”
“누가 썩었다는 거야!”
“너.”
레오가 손끝으로 루나의 이마를 툭- 밀었다.
“다 죽어가는 생선 눈깔을 해 가지고 의욕도 없이 축 늘어져 있는 게 썩은 거지. 그럼 뭐가 썩었다는 거야?”
“아! 하지 마!”
루나가 툭툭- 자신의 머리를 치는 레오의 손을 쳐내기 위해 팔을 휘둘렀다.
평소 같았으면 무슨 짓이냐고 한 방 먹여 줬을 테지만 지금으로서는 찔리는 게 있기에 레오의 손에 그저 농락당할 수밖에 없었다.
손을 거둔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평행 세계.”
“뭐?”
레오의 말 한마디에 룬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윽고 룬이 고개를 숙이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당혹스러운 눈으로 레오를 바라보았다.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일.
하지만 평행 세계라면 눈앞의 갑자기 나타난 카일의 환생이라는 존재가 납득이 갔다.
“대, 대체 어떻게 온 거야?”
“에레보스 조각과의 싸움 때문에. 일단 자세한 건 조금 있다가 해주도록 할게.”
그렇게 말한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멀리 루메른 학생들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레오, 살려 줘~”
엘레나의 마법에 구속된 칼이 울상을 지으며 레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레오 앞에 선 엘레나가 빙그레 웃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외부인. 아무래도 이 소란의 주동자가 당신인 것 같은데 설명을 좀 해주실래요?”
입매는 미소 짓고 있었지만 눈은 한없이 차가웠다.
살벌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엘레나를 보며 피식 웃은 레오가 손을 휘저었다.
팡-!
칼을 구속하고 있던 마법이 해제되었다.
“어이쿠!”
놀라며 바닥에 착지한 칼이 냉큼 레오 쪽으로 달려왔다.
자신의 마법이 간단하게 해주되자 엘레나의 눈이 꿈틀거렸다.
“어울리지 않게 공주님 행세군.”
“뭐?!”
일순간 엘레나의 표정에 균열이 살짝 갔다.
그런 엘레나를 보며 레오가 빙긋 웃을 때였다.
“다들 밤에 고생들이 많구먼.”
껄껄-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뒤편에서 칼리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칼리안 옆에는 할린드와 세드젠가 서 있었다.
학생들이 좌악- 갈라지며 길이 만들어졌다.
“다들 늦은 밤까지 훈련하느라 고생했네.”
넉살스럽게 웃은 칼리안이 레오 앞까지 왔다.
그런 칼리안을 보며 엘레나가 말했다.
“교장님. 훈련이요?”
“그럼. 실전과도 같은 훈련이지.”
“하지만 이런 돌발 훈련이 있을 거라는 언질이 없었잖아요.”
“학생들에게 언질을 해주면 그건 돌발 상황 훈련이 아니지 않나.”
인자하게 말한 칼리안이 세드젠을 바라보았다.
“부탁하네, 세드젠 교수.”
“예. 교장님. 이 세드젠! 엘레강스하게 일 처리를 끝내겠습니다!”
특유의 우아한 손짓으로 손을 휘젓자 폐허가 된 기숙사가 순식간에 원상 복구되기 시작했다.
세드젠 교수의 특기 마법 중 하나인 연금 재생 마법이었다.
순식간에 복구된 기숙사를 보며 세드젠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자, 그럼 다들 이제 가서 내일을 위해 한숨 자도록 하게나.”
칼리안이 웃으며 학생들을 해산시켰다.
“참참! 첼시와 일리아나 학생.”
칼리안이 생각났다는 듯 이마를 탁- 치며 두 사람을 불렀다.
3학년들에게 붙들려가던 첼시와 일리아나가 고개를 돌렸다.
느닷없이 실력이 상승해 셀리아와 듀란을 꺾은 만큼 학생들에게 이게 무슨 일이냐고 닦달당할 운명인 두 사람이었다.
“보고서 작성을 해야 하니 자네들은 남게.”
“넵!”
“알겠습니다!”
첼시와 일리아나가 힘차게 대답하며 냉큼 칼리안 쪽으로 달려갔다.
“영상을 통해 전투를 봤다네! 두 사람 모두 엘레강스 하더군!”
세드젠이 첼시와 일리아나를 치하했다.
“어떻게 그렇게 성장했나? 이 나에게 갑작스럽게 폭발적인 성장을 한 이유에 대한 설명을…….”
“할린드군.”
“예, 교장님.”
“끌고 가게.”
할린드가 세드젠을 제압해 끌고 가기 시작했다.
“교장님! 두 사람이 가진 성장의 비밀을 파헤쳐야 합니다! 그래서 다른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합……. 읍읍읍!”
“시끄럽다.”
할린드가 세드젠의 입을 막고는 저 멀리 사라졌다.
열성적인 세드젠은 두 사람이 강해진 이유에 대해 만족스러운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 두 사람을 볶아댔을 게 분명했다.
세드젠이 떠나자 칼리안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끌끌- 웃었다.
“세드젠군은 가끔 너무 열성적인 게 탈이야.”
그렇게 말한 칼리안이 몸을 돌렸다.
“자, 그럼 자네들도 쉬러 가보게.”
“네?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일리아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칼리안이 말했다.
“그거야 핑계지. 자네들. 친구들에게 잡혀갔으면 제대로 쉬지도 못했을 거 아닌가.”
“그렇긴 하네요.”
첼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은 칼리안이 말했다.
“지금의 성장에 자만하지 말고 더욱 정진하도록 하게. 내가 보기에는 다른 아이들 역시 빠른 성장을 이룰 것 같으니 말일세.”
힐끗- 레오를 본 칼리안은 그 말을 남기고 떠났다.
“어음. 그런데 나랑 레오는 어떻게 하냐? 당장 어디서 자지?”
칼이 볼을 긁적이며 곤란한 미소를 지었다.
루메른 내에 잘 곳이 있는 다른 이들과 달리 레오와 칼은 잘 곳이 없다.
그런 둘을 보며 룬이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와 함께 허공에 문이 생성되었다.
그걸 본 첼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예요, 이건?”
“레아의 방으로 갈 수 있는 문.”
“헉?! 레아의 방?”
“세이룬의 학생회장이 어떻게 레아 언니의 방으로 갈 수 있는 거죠?”
첼시와 일리아나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친구니까.”
“아무리 친구라도…….”
“학생회장의 방은 루메른 학생들이 절대 들어갈 수 없는 성역인데요?”
일리아나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자 룬이 피식 웃었다.
“너희들에게는 성역일지 몰라도 절친인 나에게는 아니야.”
“우리도 동급생 절친인데요?”
“그래. 너희도 절친이겠지……. 그런데 그 녀석이랑 난…… 뭐랄까. 볼꼴 못볼꼴 다 본 사이랄까?”
룬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 모습을 본 일리아나가 흠칫하더니 뒷걸음질 쳤다.
“왜?”
“그럼…… 그 소문이 사실이었나요?”
“소문? 무슨 소문.”
“레아랑 세이룬의 학생회장이…… 그……. 금단의 사랑을 한다던 소문이요.”
“뭐? 어떤 자식이 그딴 개소리를 해!”
“히이이이익?!”
눈을 치켜뜨며 사나운 표정을 짓는 룬을 본 일리아나가 기겁하며 레오의 뒤로 숨었다.
본능적으로 가장 안전한 곳으로 도망간 것이다.
일리아나뿐만 아니었다.
지금껏 차가운 인상의 룬이 갑자기 일갈을 내지르자 다른 이들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특히나 남아 있던 루이나와 에이란의 놀라움은 남달랐다.
룬이 일리아나를 붙잡기 위해 다가오자 레오가 앞으로 나섰다.
“워워- 애를 상대로 왜 그렇게 흥분해. 그리고 너도 말 이상하게 했잖아.”
“저 음란한 꼬맹이가 이상한 유언비어를 퍼트리려고 하잖아! 내가 왜 그 계집애랑 그렇고 그런 사이야! 난 좋아하는 사람이…….”
흥분해서 소리치던 룬이 레오와 눈을 마주치더니 입을 다물었다.
그런 룬을 보며 레오가 속으로 혀를 찼다.
‘애쓴다 애써. 얜 왜 이렇게 솔직하지 못하냐?’
카일을 자신에게 반하게 만들겠다는 루나의 오기는 환생한 이후에도 현재 진행형인 모양이었다.
‘하긴. 순순하면 그건 루나가 아니지.’
레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너 그 망측한 헛소리 어디서 들은 거야!”
눈을 치켜뜨는 룬을 보며 일리아나가 다급히 손가락질했다.
그 시선을 쫓아간 룬의 얼굴이 참혹하게 변했다.
“아, 아뇨……. 전…… 그러니까……. 그렇다고 말한 게 아니라……. 두 분이 너무 친하셔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상상해본 것뿐인데……요. 소문을 낸 적은 없어요.”
아무래도 평소처럼 망상을 폭주시키다가 무심코 입 밖으로 나온 말이 와전된 모양이었다.
“내가 이상한 소설 좀 그만 보라고 그렇게 이야기 했……. 커헉?!”
빽- 소리치던 룬이 뒷목을 잡았다.
“루, 룬 선배!”
루니아가 황급히 그런 룬을 부축하려고 다녀왔다.
덥석-!
레오의 옷자락을 잡고 중심을 잡은 룬이 심호흡했다.
그런 룬을 보며 말했다.
“둘이 결혼하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
그 말에 심호흡을 멈춘 룬이 고개를 들었다.
잠시 레오를 바라보던 룬이 그대로 머리로 레오의 안면을 들이박았다.
뻑-!
그리고 살벌한 목소리로 주먹질을 해댔다.
“죽어! 아주 그냥 다시 죽어버려!”
그 공격을 피하며 레오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감동의 재회는 일순간뿐이었다.
다른 세계선에서 태어나도.
다른 모습이 되어도.
두 사람이 시작의 영웅 카일과 성운의 시조 루나라는 사실과 그 관계는 변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