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96)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95화(796/844)
795.
달칵.
레아의 방문이 열렸다.
방 안으로 룬이 들어가자 레오가 그 뒤를 따랐다.
“실례합니다.”
안절부절못하면 따라온 첼시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물론 화답하는 이는 없었다.
방 주인은 이곳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후아……. 가슴 떨려.”
그때 일리아나가 방 안으로 들어오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긴장할 일이야?”
루니아의 물음에 일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말했잖아! 여긴 루메른 학생들에게 있어 성역이라고!”
방 안으로 들어온 일리아나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그리고 삭막한 방 안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살짝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에이, 뭐야. 평범하잖아?”
“뭘 기대한 거야?”
첼시가 한심하다는 얼굴로 묻자 일리아나가 말했다.
“레아처럼 바깥에서 완벽한 사람일수록 개인 공간은 엉망인 경우가 많잖아?”
“레아가 너처럼 엉망인 줄 알아? 그나저나. 너 갑자기 캐릭터가 너무 바뀐 것 같지 않아?”
칼의 지적에 일리아나가 허리에 손을 올렸다.
“이제부터 난 나다움을 잃지 않기로 했어!”
“생각해 보면 1학년 때 보다 2학년 때가 더 나았던 것 같지 않냐?”
“최소한 시끄럽진 않았지.”
칼이 작게 속삭이자 첼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노닥거리는 루메른 학생들을 보며 에이란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루메른 분들은 언제 봐도 사이가 참 좋네요.”
“넌 지금 루메른 애들 신경 쓸 때가 아니야. 룬 선배가 널 혼내겠다고 한 말 잊었어?”
루니아의 말에 에이란이 울상을 지었다.
그렇게 학생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레오는 레아의 방안을 바라보았다.
방이라기보다는 집에 가까운 구조였다.
거실과 부엌이 이어져 있고 세 개의 방이 있었다.
혼자 쓰기에는 상당히 넓은 공간이다.
레오 역시 시계탑 기숙사에서 가장 큰 방을 받았다.
물론 레오의 기숙사 방 같은 경우엔 대책 없이 넓었지만.
“방이 크네.”
“응? 루메른 학생들이 쓰는 방이랑 다를 게 없는데?”
“다른 학생들은 방을 여럿이서 쓰는 건가?”
“당연히 개인실이지.”
“…….”
“레아가 학교 운영을 기가 막히게 했거든.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이것저것 신경 쓴 게 많은 거지.”
룬의 말에 레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래도 쾌적한 기숙사 환경을 제공하려고 이래저래 신경 쓴 모양이다.
‘하긴. 리시나스는 가드스론에 있을 때부터 복지 같은데 신경을 많이 썼으니까.’
힘겨운 환경임에도 큰일이 있고 난 뒤에는 꼭 조촐하게나마 축제를 여는 것을 잊지 않던 게 리시나스였다.
“자, 그럼 애들은 이제 잘 시간이야.”
룬이 학생들을 방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여학생들은 레아 방에서 자고. 거기 칼 토마스? 넌 서재에서 자.”
“저기…… 함부로 자도 되나요?”
“상관없어. 이런 걸로 뭐라 할 쪼잔한 성격 아니니까.”
칼의 물음에 빙긋 웃으며 대답한 룬이 학생들을 모두 방에 들여보냈다.
그리고 가벼운 수면 마법을 사용했다.
잠시 후.
학생들이 잠에 든 것을 확인한 룬이 소파에 앉아있는 레오를 향해 다가갔다.
“애들을 그렇게 재울 필요까지 있어?”
“피곤했을 테니까. 그리고 이제부터는 어른들만의 비밀 대화잖아?”
한쪽 눈을 찡긋한 룬이 소파에 앉았다.
“이제야 단둘이 남게 되었네.”
“그래.”
“평행 세계의 카일이라……. 뭔가 신기한데? 어떻게 이쪽으로 넘어오게 된 거야?”
자신의 앞에 앉은 룬을 보며 레오는 평행 세계를 넘어오게 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룬이 침묵했다.
“…… 너의 세계선에서는 우리가 환생하지 않았다고?”
“그래.”
“…… 얄궂네.”
“얄궂지.”
룬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첼시와 일리아나가 사용한 마법은 대체 뭐야? 그건 아무리 봐도 내가 만든 마법이잖아?”
카일이 그 마법을 만들어 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아무리 카일이 별의 마법에 관해 많은 연구를 했다 하더라도 성향이 바뀌는 건 아니다.
두 사람의 마법은 자신이 만들지는 않았지만 분명 또 다른 자신이 만든 게 분명했다.
룬의 물음에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히어로 레코드를 통해 잠시 동안 너희를 현실로 데려올 수 있었어.”
“히어로 레코드로 그런 일이 가능해?”
“그래. 너 같은 경우 두 번째 때는 네 영령을 통해 이 세상에 불러낸 거였지만.”
그 말에 룬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영령으로?”
“너뿐만이 아니라 리시나스도.”
“아니. 대체 나랑 걘 세상에 무슨 미련이 남아 있었던 거야?”
룬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당시 죽을 때 자신이 이 세계에 미련이 있었던가?
“지금 와서 생각해도 좀 억울하긴 했어도 영령으로 남을 정도의 미련은 없었던 것 같은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룬을 보며 레오가 말했다.
“베르키아에 대한 걱정.”
“응?”
“네 미련은 베르키아에 대한 걱정이었어.”
제자의 이름이 언급되자 룬이 쓰게 웃었다.
“베르키아에 대한 걱정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리고 나 때문도 있겠지.”
레오의 말에 씁쓸하게 웃던 룬이 정색했다.
“카일. 진지하게 말할게.”
“뭐가?”
“확실히 그때 짐을 떠넘긴 건 미안했어. 네가 환생하지 못해 괴로웠던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단언컨대 너 때문에 미련이 남지는 않았을 거야.”
룬이 레오를 보며 대놓고 비웃음을 날렸다.
“너 같이 성질머리 더러운 인성 파탄자가 뭐가 예뻐서 미련이 남겠어? 레아……. 그러니까 리시나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미련이 남았다면 모를까.”
“…….”
룬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던 레오가 말했다.
“내가 네 미래가 될게.”
레오의 말을 듣는 순간 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미래를 그릴 수 없다면 내가 변치 않는 네 꿈이 되어 줄게. 네 삶이 내 삶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룬의 어깨가 파들파들 떨리기 시작했다.
까마득한 옛날. 자신이 카일에게 했던 청혼이다.
그때는 눈앞의 인간이 못알아 처먹었던 그 말.
그 청혼 멘트가 지금 레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뭔 이런 오글거리는 말로 청혼을 하냐?”
“너…… 너…….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그게 중요해? 네가 나를 좋아했었다는 게. 아니, 지금도 좋아한다는 게 중요한 거지.”
룬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리고 또 뭐라 했었지? 그 포기하지 않는 멋진 모습에 내가 반했던 거니까? 였던가?”
“뭐야? 난 그딴 말 한 적 없어!”
“히어로 레코드에서 나온 네가 직접 한 말이야.”
“아니야! 아니라고! 그건 그게 멋대로 지껄인 거잖아!”
“세상 사람들에게 정체를 밝힌 후에 내가 좋다고 발표까지 해버렸는데?”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룬이 귀를 막고 고함을 지르며 레오의 말을 덮어버렸다.
쪽팔림이 가슴 깊숙한 곳부터 슬금슬금 올라온다.
확실히 자신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자신이 정말로 그런 상황이었다면?
‘망할! 진짜 내가 했을 법한 행동들이잖아!’
이를 룬이 얼굴을 가린 채 어깨를 파들파들 떨며 흐느끼듯 말했다.
“더 이상 놀리면 진짜 죽여버릴 거야.”
연약한 모습과 다르게 언동은 굉장히 살벌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놀렸다가는 정말로 위험했다.
“네가 알아야 할 이야기 같으니까 베르키아에 대해서 알려줄게.”
“실로드가 말해줬어. 좋은 짝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았었다고.”
“…… 뒷이야기가 더 있어.”
“……?”
쓰게 웃은 레오는 룬에게 베르키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베르키아가 언데드로?”
이야기를 모두 들은 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잠시 후.
레오의 이야기가 끝나자 룬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
“…… 그런 짐을 떠안게 되었을 줄은 몰랐네.”
그렇게 중얼거린 룬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지막에는 어떻게 됐어?”
“…… 그 빌어먹을 것들이 나보고 아빠라더라.”
“아빠?”
“그래. 나보고 힘내래. 망할 것들.”
“하하. 뭐랄까. 베르키아 답네.”
레오의 이야기를 들은 룬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 작별 인사에 아빠라고 한 엉뚱함이 베르키아답다면 베르키아답다.
‘하긴. 카일이 아빠긴 하지. 내가 엄마니까.’
음음-! 고개를 끄덕이던 룬이 멈칫했다.
“잠깐.”
“……?”
“것들이라고? 비하르도 널 아빠라고 했다는 말이야?”
“그래.”
“왜?”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룬이 눈을 가늘게 뜨자 레오가 말했다.
“그야 비하르도 어릴 때부터 내가 거뒀으니까.”
“…… 그래도 단순한 스승이랑 제자 사이 아니야?”
“아니었나 보지. 그 녀석, 리시나스를 엄마로 여겼으니까.”
“잠깐. 잠깐. 잠깐.”
룬이 더 생각 정리가 안 된다는 듯 손을 마구 저었다.
“리시나스를 엄마로 생각하는데 왜 네가 비하르에게 아빠야?”
“그거야…….”
이해를 못 하는 룬의 반응에 레오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 그러고 보니 루나는 리시나스가 날 좋아한다는 사실을 몰랐었지.’
만약 그 사실을 여기서도 여전히 모르고 있었다면?
“설마……. 리시나스 녀석도 너에게 마음이 있는 거야?”
“음…….”
“있구나! 그 사기꾼 도마뱀! 내가 몇 번이고 물었을 때는 시치미를 떼더니!”
룬이 눈을 앙칼지게 떴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는 생각했다.
‘내가 그 사기꾼 도마뱀에게 속아서 결혼 서약서까지 썼다는 걸 알면 진짜 난리 나겠지?’
거기까지 생각한 레오가 다시 룬을 바라보았다.
“거짓말쟁이! 음험한 도마뱀!”
입에서 불을 뿜을 기세인 룬을 보고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끝까지 비밀로 해야겠네.’
***
대륙 서부의 변방 왕국, 델란.
작은 규모의 왕국인 만큼 대부분의 영지는 큰 소란이 없는 평화로운 시골이었다.
그중 플로브 가문의 영토.
드드드드-!
포도를 가꾸던 영지민들은 갑작스럽게 땅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
“땅이 흔들리는데?”
“혹시 지진인가?”
“신기하군. 이게 지진이란 건가?”
처음 경험해 보는 자연현상에 영지민들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작지만 명확하게 느껴지던 진동.
하지만 잠시 후.
쿠구구구구구궁-!
“으아아악!”
“에그머니나!”
진동은 점점 커지더니 이제는 서 있으면 휘청거릴 정도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집이 쓰러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집안의 집기들이 쓰러졌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란 사람들이 몸을 웅크렸다.
이윽고 흔들림이 멈추었다.
잠시 후.
영지 한곳을 차지한 커다란 산에서 일제히 새가 날아올랐다.
그 불길한 모습에 영지민 하나가 다급히 말했다.
“영주님께 알려야 하는 거 아니여?”
“아주 불길한 징조구만! 빨리 가자고!”
영지민들이 허겁지겁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시각 산속 생태계도 혼란에 빠져 있었다.
새들은 모두 산에서 멀어졌으며 그 외에 동물들은 다급히 산을 도망쳤다.
식물들의 경우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탁- 화르르륵-
그때, 산 한가운데에 검은 화염이 타올랐다.
점차 불타는 사람의 형상을 갖춘 검은 화염은 천천히 산에서 자취를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