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99)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98화(799/844)
798.
따각따각-
“요즘 세상에 워프 게이트도 없는 촌구석이라니.”
마차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룬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룬을 보며 레오가 말했다.
“촌구석이라 미안하군.”
“응?”
룬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룬을 보며 레오가 말했다.
“여긴 내 고향이거든.”
“뭐?”
“정확하게는 환생 후의 고향.”
“시골 영지라 마음이 따뜻해지네.”
“조금 전까지 굉장히 싫다는 표정 짓지 않았어?”
“전혀.”
뻔뻔하게 시치미를 떼는 룬을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결혼하셨나?’
문득 이쪽 세계 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태어났나?’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잠시 후.
마차가 플로브 가문 본가 저택 앞에 도착했다.
마차가 멈춰서자 우르르- 기사로 보이는 이들이 정렬했다.
다른 학교들도 그렇지만 세이룬의 학생회장의 대외적인 지위는 일국의 왕에 못지않다.
그런 룬이 공식적으로 방문했으니 이 정도 환대는 당연했다.
바깥에서 마차 문을 열어줬다.
룬이 마차에서 내리려 하자 레오가 먼저 일어났다.
“내가 먼저 내릴게.”
“응?”
그렇게 말한 레오가 마차에서 내렸다.
세이룬 학생회장의 마차에서 인간이 내리자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인간?”
“누구지?”
“룬 오르웨니의 하인인가?”
“하인이라면 엘프를 쓰는 거 아니야? 왜 인간이지?”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오는 그런 그들을 힐끗 바라보았다.
레오로서는 얼굴을 아는 인물들이다.
‘델라드 중앙 귀족들이군.’
델라드의 유력 귀족들.
물론 어디까지나 작은 시골 왕국 델라드 기준에서 유력 귀족일 뿐이지 세계적인 범주로 봤을 때는 허영심 많은 변방 귀족들에 불과했다.
그들이 플로브 가문의 저택에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검은 불꽃 기둥의 등장으로 인해 로드렌 제국을 필두로 루메른과 세이룬에서 사람을 파견하게 되었다.
아무리 귀족이라도 변방 왕국의 귀족들로서는 평생 만나볼 수 없는 사람들이 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눈도장을 찍고 인연을 쌓으려는 지극히 귀족다운 목적을 가지고 이곳 플로브 가문까지 온 것이다.
자세히 보면 정렬해 있는 기사들 역시 플로브 가문의 사람들이 아닌 델라드 왕립 기사들이었다.
‘국가 단위의 행사가 되어버렸군.’
레오가 가볍게 혀를 찼다.
모두가 수군거리며 레오를 바라볼 때 누군가 다가왔다.
‘오?’
그 소년은 레오에게 있어 꽤 익숙한 이였다.
유년 시절부터 루메른 입학 전까지.
델란 왕립 학교를 함께 다녔던 이다.
본인 스스로는 마법 천재라며 으스댔지만, 레오가 보기에는 재능이 영 아니었던 걸리번이었다.
‘뭐, 우리 왕국치고는 천재라 불려도 손색없는 수준이긴 했지.’
입학 이후 본 적 없는 얼굴이지만 그다지 반갑지는 않다.
딱히 친구 사이도 아니었고 걸리번은 오러를 익히지 않던 레오를 업신여겼으니까.
‘이후 입학하려고 몇번이고 재도전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했던가?’
이 세계선에서도 그 미래는 달라지진 않은 모양이다.
다만 레오가 걸리번이 나타난 걸 조금 반기는 이유는 있었다.
“당신은 누굽니까?”
걸리번이 의아한 얼굴로 레오를 바라보았다.
‘이걸로 확실하군. 레오 플로브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어.’
혹시나 시작의 영웅 카일의 영혼을 가지고 태어난 다른 레오 플로브가 태어났는지 아닌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태어났다면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을 리 없으니까.
‘아버지 어머니는 어떻게 살고 있으려나. 다른 아이를 낳았나?’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레오가 말했다.
“세이룬 회장의 가이드 정도?”
“……루메른 학생이십니까?”
“떠돌이 모험가야.”
“흥, 뭐야. 같은 마차에서 내려서 뭔가 있나 싶었는데. 그냥 모험가 나부랭이였군.”
‘와, 얘는 어떻게 이렇게 한결같냐?’
곧바로 태도가 돌변하는 걸리번을 보며 레오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세이룬 학생회장과 같은 마차를 탔으면 조금은 조심해야 하건만.
‘하긴. 쓸데없이 권위주의가 강하니까.’
시골 왕국이라 그런지 델라드는 귀족들 텃세가 굉장히 강한 나라였다.
귀족의 전통성이랑 긍지 역시 지나칠 정도로 강조하는 피곤한 나라였다.
‘아버지가 그래서 치를 떨었지.’
레오의 아버지 데이드.
그는 굉장히 열린 사고를 가진 귀족이었다.
온화하고 주변 사람을 잘 챙긴다.
‘그래서 어머니가 반한 거겠지만.’
사실 데이드니까 레이나를 감당하지.
데이드가 아니면 레이나를 감당할 수 있는 남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버지, 데이드를 떠올리며 레오가 마차 안으로 손을 뻗었다.
마차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룬이 입을 쩍 벌렸다.
‘뭐야? 저 녀석. 지금 날 에스코트하려고 먼저 내린 거였어?’
룬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레오는 그런 룬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뭐 저리 이상한 걸 봤다는 얼굴로 쳐다봐?’
그때.
걸리번이 레오를 툭-! 하고 치고는 마차 안으로 손을 내밀었다.
“고귀하시고 아름다우신 밤하늘의 별…… 세이룬의 학생회장 룬 오르웨니님. 저는 델라드 왕국 최고의 마법 천재. 걸리번 트라든입니다. 룬 오르웨니님의 안내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 말에 룬이 빤히 걸리번의 손을 내려다보더니 얼굴을 팍-! 하고 구겼다.
그 반응에 걸리번이 당황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벌컥-!
마차 창문을 연 룬이 얼굴을 내밀더니 소리쳤다.
“루니아! 루니아!”
“앗! 네! 룬 선배!”
레오와 룬이 탄 마차 뒤따르던 마차에 타고 있던 루니아가 황급히 마차에서 내리더니 쌩- 달려왔다.
“이 자식 치워 버려. 재수 없어.”
룬이 손가락으로 걸리번을 가리키자 루니아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했다.
“네! 저리 가세요.”
“저, 전 델라드 왕국의 대표로서 룬 오르웨니님을 에스코트하는 임무를…….”
“아앙?! 룬 선배가 싫다잖아! 저리 안 꺼져?! 머리털 다 태워 버린다!”
“루, 루니아 양. 진정하세요. 본성이 드러났어요.”
“야야! 너 이런 성격 아니었잖아!? 너 깡패야?”
“아니! 지가 뭔데 룬 선배가 싫다는데 에스코트를 하니 마니 해!”
같은 마차에 타고 있던 에이란과 칼이 기겁하며 달려와 루니아의 양팔에 매달리며 난동을 부리려는 루니아를 말렸다.
“히익?!”
루니아의 살벌한 기세에 짓눌린 걸리번이 그대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흥! 별것도 아닌 게 뭐 되는 것처럼 으스대?”
그 모습을 보며 룬이 코웃음을 쳤다.
그런 룬을 보며 레오가 팔짱을 꼈다.
“외교적 실례가 될 텐데?”
“실례는 저쪽에서 먼저 저질렀지. 나랑 같이 온 손님인 널 무시했잖아. 어차피 권위 의식에 찌든 녀석들은 권위로 찍어 누르면 찍소리도 못해.”
사납게 으르렁거린 룬을 보며 레오가 고개를 저으며 걸어가려 할 때.
콱-!
룬이 그런 레오의 뒷덜미를 잡았다.
손을 어찌나 길게 뻗었는지 골반이 마차 창문에 걸렸다.
그대로 창문으로 빠져나와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 되었다.
“왜?”
레오가 인상을 구기자 룬이 코웃음을 쳤다.
“뭐 잊은 거 없어?”
“없는데?”
레오의 대답에 뚱한 표정을 지은 룬이 레오를 강제로 잡아당겼다.
그에 한숨을 쉰 레오가 옷매무시를 가다듬더니 마차 안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런 레오의 태도에 룬이 눈을 반짝였다.
“멘트는?”
“내려. 망할 귀쟁이.”
룬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 모습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레오가 말했다.
“내리시죠, 아가씨.”
그 말에 룬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턱을 치켜들고 우아한 손짓으로 레오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사뿐사뿐- 마차에서 내렸다.
조금 전까지 룬의 망나니에 가까운 태도에 굳어 있던 델라드의 귀족들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너무도 아름답다.
마치 신의 시대 당시 여신이 지상으로 내려온 것 같은 모습.
조금 전의 망나니 같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룬이 바닥에 내리자 멈춘 것만 같던 시간이 다시 흘렀다.
“세상에…… 룬 선배님…… 너무 아름다우세요.”
에이란이 양손을 모으고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웃으시는 건 2학년 때 이후 처음인 것 같아.”
루니아도 뭉클한 표정을 지었다.
“와…… 웃으니까 진짜 장난 아니네? 어우, 심장 뛰는 거 봐라. 심장에 해로워.”
칼이 왼쪽 가슴을 툭툭- 두드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룬의 만개한 웃음을 만들어낸 레오는 룬의 손을 놓고 먼저 걸어갔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기사에게 다가갔다.
“플로브 후작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그는 플로브 가문의 기사로 레오가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레오의 물음에 정신을 차린 기사가 황급히 대답했다.
“지, 집무실에 계십니다. 지진과 검은 불꽃 기둥 때문에 영지가 큰 피해를 입었다 보니…… 공무가 많이 바쁘십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레오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앗! 같이 가!”
룬이 레오 곁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생긋 웃으며 팔짱을 꼈다.
“이상한 소문 난다.”
“나라지. 아니, 아예 스캔들 제대로 터졌으면 좋겠네~”
와락-! 레오의 팔을 껴안으며 룬이 헤실헤실 웃었다.
그런 룬의 모습에 델라드의 귀족들이 다급히 말을 걸어왔다.
“루, 룬 오르웨이님. 환영 파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곳으로 가심이…….”
“환영 파티? 저택 주인께 인사도 못 드렸는데 무슨 환영 파티야? 그리고 지금 내가 뭐 때문에 여기 왔는데 환영 파티? 지금 장난쳐?”
“히이익?!”
룬이 레오에게 보여주던 나긋나긋한 미소와는 전혀 다른 살벌한 얼굴로 말하자 델라드 귀족이 목을 움츠리며 물러섰다.
그런 귀족을 보며 코웃음을 친 룬이 다시 레오를 올려다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루니아와 에이란, 칼이 두 사람의 뒤를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어음…… 레오.”
그때 칼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세이룬의 학생회장이랑…… 사이가 엄청 좋아 보인다?”
“절친이니까.”
그 말에 레오는 손으로 룬의 얼굴을 밀어냈다.
룬은 자신을 떼어내려는 레오의 손을 물어뜯으려 했다.
“우리가 단순한 절친은 아니지.”
레오의 손을 한 번 깨문 룬이 씩- 웃었다.
그리고 레오의 팔을 껴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며 말했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
“예?”
“그, 그런……!”
루니아와 에이란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짝사랑이잖아.”
“이제 곧 너도 나 안 좋아하곤 못 배길걸?”
룬이 코웃음을 쳤다.
그렇게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세 사람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루니아와 에이란은 굳어 있었다.
칼은 턱을 쓰다듬었다.
“레오 녀석, 혹시 나라라도 구했나?”
나라가 아닌 세계를 구했다.
세 사람과 잠시 멀어진 레오가 작게 속삭였다.
“내가 널 좋아하게 만들 때까지 네 감정 안 밝히는 거 아니었냐?”
“그건 루나 때의 이야기고.”
룬이 생긋 웃었다.
“난 룬 오르웨니거든.”
“좋을 대로 바뀌는군.”
레오가 고개를 저을 때였다.
“어머나? 세이룬의 학생회장?”
복도 저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또각- 또각-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오랜만이네. 옆에 잘생긴 소년은 남자친구? 엄청 다정하네?”
생글생글 웃는 미모의 여성을 레오가 말없이 바라보았다.
룬이 레오의 팔짱을 놓고 여성과 악수를 나누었다.
이윽고 여성이 레오 앞에 서며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내 이름은 레이나 제르딩거. 이번에 로드렌 제국의 대표로 조사에 참가했어요.”
그 말에 레오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성격 때문에 결혼 못하셨구나.”
레오의 중얼거림에 레이나가 빙긋 웃으며 룬에게 말했다.
“세이룬 학생회장, 내가 이 자식 죽여버려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