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8)
【8】7
서로 견제하고 친분을 다지는 등.
수험생들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을 때였다.
[모두 모인 것 같군.]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느새 단상 위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옅은 금발에 황금색 눈동자.
그리고 대충 차려입은 정복을 입은 남자였다.
[알비라고 한다.]수험생들이 숨을 들이켰다.
“설마 마안의 마법사 알비?”
셀리아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마법사 영웅이다.
‘이게 요즘 시대의 영웅이라 불리는 사람인가?’
레오가 유심히 알비를 살폈다.
정확하게는 그의 왼쪽 눈을 보았다.
왼쪽 눈에 깃든 힘.
‘이 마나는?’
레오가 놀라는 가운데.
알비가 품에서 종이를 꺼냈다.
[올해 서부 지역 입학시험에 참가한 수험생은 총 569명이다.]안경을 고쳐 쓴 그는 말을 이었다.
[시험의 종류는 대인 전투와 몬스터 토벌. 두 가지. 원래라면 차례차례 한 명씩 시험을 치르게 되어 있지. 솔직히 이야기하마. 나는 이 방식이…….]알비가 마법으로 종이를 태웠다.
[귀찮다.]웅성웅성-
느닷없는 선언에 사람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 모든 걸 합치는 게 어떨까 하고.]“뭐라고?”
셀리아가 당황했다.
다른 수험생들 역시 마찬가지다.
[백문불여일견. 지금부터 바로 시험을 시작하겠다.]알비가 품에서 낡은 책을 꺼냈다.
[히어로 레코드 오픈. 알비의 세계. 챕터: 서장-마물의 숲.]우웅-!
바닥에 거대한 문양이 떠올랐다.
하계의 주민들은 읽을 수 없는 신의 언어였다.
화악-!
밝은 빛이 주변을 감쌌다.
빛이 사라진 후에는 풍경이 바뀌었다.
울창한 숲.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했다.
‘실제로 다른 세계지.’
마물의 숲.
대륙 남부에 실존하는 숲.
하지만 레오는 그곳으로 온 게 아니다.
이곳은 영웅의 기억.
정확하게는 시험관 알비의 기억으로 구현된 세계였다.
‘그렇다고 환상 따위도 아니지.’
가상의 세계지만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현실이다.
신이 하계에 선물한 기적.
히어로 레코드의 진정한 가치.
영웅의 시련을 재현하는 힘.
‘영웅의 세계.’
이 힘이 알려진 건 지금으로부터 3000년 전이었다.
재앙의 부활이라 불리는 그날.
그 이전까지 히어로 레코드는 단순한 기록에 불과했다.
하지만 히어로 레코드를 통해 ‘영웅의 세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세계는 변혁을 맞이했다.
혹자는 말한다.
3000년 전부터가 진정한 영웅시대의 시작이라고.
영웅의 세계를 통해 과거 선대 영웅들이 겪은 시련을 공략하면 보상이 주어졌다.
그것은 바로 힘의 계승.
무기가 되었든 기술이 되었든…… 혹은 그 영웅만이 가졌던 특수한 능력이 되었든.
공략을 이루어내면 그 세계의 주인공의 힘을 계승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능력이지.’
신이 하계에 히어로 레코드를 선물한 이유이기도 했다.
‘말 그대로 영웅을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
5000년 전과 같은 세계 멸망을 막아내기 위한 힘이었다.
루메른을 포함한 네 개의 영웅 사관 학교가 특별한 이유이기도 했다.
인간 영웅 사관 학교 루메른.
엘프 영웅 사관 학교 세이룬.
수인 영웅 사관 학교 아조니아.
드워프 영웅 사관 학교 데미안.
이 아카데미들은 모두 각 종족의 히어로 레코드를 보관하고 있다.
그리고 레오의 목표는 사대 영웅 사관 학교의 히어로 레코드를 보는 것이다.
과거의 일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신의 기적.
‘히어로 레코드라면 봉인된 에레보스가 어떻게 되었는지. 타르타로스는 어떻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알려주겠지.’
레오가 주먹을 쥐락펴락했다.
‘지금은 시험이 우선이야.’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옆에 있던 셀리아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영웅의 세계에 들어오면서 흩어진 모양이다.
‘아무튼 마물의 숲이라.’
이곳은 실존하는 지형이고 그만큼 유명한 곳이기도 했다.
대륙 남부는 광활한 사막이 펼쳐져 있다.
마물의 숲은 그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거대한 숲이다.
사막에 거대한 숲이 있다면 주변 국가는 숲을 탐내기 마련이다.
그러나 마물의 숲은 여전히 미개척 영역으로 남아 있다.
숲에 서식하는 몬스터는 대다수 놀, 고블린, 오크 같은 하급 몬스터.
가장 강한 개체라고 해봐야 트롤이다.
군대를 파견한다면 충분히 정복할 수 있는 수준.
그러나 죽여도 죽여도 줄지 않는 몬스터의 숫자 때문에 사람들은 공략을 포기했다.
‘여전히 이 숲의 저주는 풀리지 않았군.’
레오는 과거에 이 숲에 온 적 있다.
이곳은 카일의 동료였던 루나의 고향 숲.
5000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엘프들의 숲이었다.
그러나 타르타로스의 마물 여왕 실라투나의 저주를 받고 숲은 타락했다.
5000년 전.
토벌대는 실라투나를 패퇴시켰지만 끝내 죽이지는 못했다.
여왕의 저주는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지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 후손들이 실라투나를 죽이고 고향을 구원해줄 것이라 믿던 루나를 떠올리며 레오가 쓰게 웃었다.
‘그 망할 년의 저주도 약해진 모양이지만.’
5000년 전 이 숲은 지상 최대의 위협 중 한 곳이었다.
끝없이 출몰했던 심연의 괴물들의 향연.
생물을 위협하는 몬스터 군대는 모두 이 숲에서 구성되었다.
그때 비교한다면 지금은 천국이다.
‘일단 시험을 생각하자. 그 시험관은 분명 자유라고 했지?’
경쟁자를 쓰러트리든, 몬스터를 쓰러트리든.
모든 것을 시험자에게 맡겼다.
‘생각이란 게 있는 녀석이라면 이 숲에서 치고박고 싸우려는 녀석은 없겠지.’
하급이라고 해도 언제 어디서 몬스터가 출몰할지 모른다.
그 상황에서 싸우다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뭐, 그런 걸 신경 안 쓸 녀석들도 있을 것 같지만.’
대표적인 것이 바로 셀리아다.
다른 시험자들과 비교를 거절하는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
일주일 전 레오가 단 두 방에 기절시키긴 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방심하고 있었기 때문.
제대로 전력을 다해 싸웠다면 지금의 레오로서도 쉽지 않은 상대다.
‘실전에서라면 더더욱 못 이기고.’
어깨를 으쓱하던 레오가 검을 뽑았다.
‘어쨌든 지금은 셀리아를 찾아볼까?’
협력도 자유다.
그렇다면 일단 함께 움직이는 게 편하다.
그렇게 판단한 레오가 몸을 날렸다.
파바바박-!
바람의 화살이 레오가 있던 자리에 꽂혔다.
힐끔,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지팡이를 든 낯익은 소녀가 서 있었다.
아까 셀리아와 신경전을 벌이던 아바드의 동생.
첼시 르왈린이었다.
“우리 구면이지?”
“그래. 근데 느닷없이 공격한 이유는?”
“우린 경쟁자잖아? 방금 공격을 피할 줄은 몰랐지만.”
첼시가 어깨를 으쓱였다.
“검사를 상대로 모습을 드러내다니. 너무 여유 있는 거 아니야?”
“괜찮아. 대비는 충분히 했으니까.”
첼시가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대비는 되어 있다.
그녀의 주변에는 바람의 낫이 흩날리고 있었으니까.
함부로 접근하면 베일 것이다.
‘옛날에는 없던 마법이군.’
레오가 턱을 쓰다듬었다.
옛날과 비교도 할 수 없이 바뀐 분야를 꼽으라면 바로 마법이다.
오러와 소환술의 큰 틀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마법은 달랐다.
마법은 힘의 영역이기 이전에 학문.
모든 주문이 끝없이 연구되고 개량되어왔다.
그렇다 보니 당시의 마법 체계와 지금의 마법의 마법 체계는 완전히 달랐다.
레오가 알고 있는 주문들은 모두 고대 마법 취급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뭐, 기본은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첼시는 여유로운 분위기를 내뿜는 레오를 보며 눈을 게슴츠레 떴다.
“날 앞에 두고도 여유롭네?”
첼시는 루메른 입학시험을 치는 마법사들 평균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실력자였다.
조금 전 레오가 꼽은 상황에 신경 쓰지 않고 날뛸만한 실력의 응시자인 것이다.
“제안 하나 할게.”
“제안?”
“이 시험은 오래 살아남는 쪽이 좋은 점수를 받잖아? 그러니 협력하는 게 어때? 너도 마법사인 이상 전위가 있는 편이 좋을 거 아니야?”
그 말에 첼시가 빙긋 웃었다.
“제안은 고맙지만 괜찮아. 난 ‘배틀 매지션’ 이거든. 전위는 필요 없어.”
배틀 매지션.
뒤에서 주문을 외우는 게 아닌 전투에 참여하는 매지션을 말한다.
“윈드 시클.”
단문 영창으로 마법을 발동시킨 첼시의 눈이 휘었다.
“그리고 제르딩거의 사람이랑 협력할 생각 없거든.”
“딱히 제르딩거 사람은 아닌데.”
“그래도 셀리아 제르딩거와 친한 듯 옆에 붙어 있었잖아? 그러니 협력을 할 이유는 없어. 베-!”
첼시가 혓바닥을 쏙 내밀었다.
라이벌 관계의 가문인 만큼 협력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협력을 안 하겠다?”
“당연하지.”
단호하게 대답한 첼시가 지팡이로 레오를 가리켰다.
그것이 신호가 되어 주문이 발동되었다.
바람의 낫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었다.
레오가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파바바박-! 콰가가각-!
쇠가 갈리는 소리와 불똥이 튀었다.
‘막았어? 오러를 사용하는 기색은 없었는데?’
첼시가 경계했다.
‘아무래도 감지가 잘되지 않는 오러인 모양이구나! 조심해야겠어.’
첼시는 레오가 오러를 사용한다고 착각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2서클 마법을 오러를 사용하지 않고 막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레오는 윈드 시클을 막은 게 아니었다.
‘위력은 있고 화려하지만 단조롭군.’
마법 궤도를 읽고 검으로 공격 방향을 비튼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위력 아닌 이상 물리력을 가진 마법은 이런 대응이 가능했다.
물론 단순한 기술은 아니다.
마력의 궤도를 완벽하게 읽어야 한다.
하지만 대영웅인 그에게는 그리 어려운 기술은 아니었다.
“윈드 시클! 윈드 애로우!”
고오오오오-!
첼시의 주변으로 돌풍이 불었다.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첼시가 말했다.
“피를 보기 전에 항복하는 게 어때? 이 공격을 막는 건 힘들걸?”
“마법의 위력은 인정할게.”
레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런데 바람의 마법 치고는 공격이 너무 단조로워.”
첼시가 울컥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르왈린 가문의 직계인 나에게 마법에 대해서 설교하는 거니?”
골이 난 첼시가 코웃음을 쳤다.
“흥. 이제 안 봐줄 거야. 힘으로 탈락시키겠어!”
지팡이를 휘두르자 대기 중이던 마법이 해방되었다.
질주하는 바람의 낫과 화살.
바람의 마법은 시각적으로 가장 은밀한 마법이다.
보통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
그래서 불과 함께 강력한 공격 계열 마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레오의 눈에는 마력의 바람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다.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다리에 힘을 줬다.
“단순하다니까.”
콱-!
레오의 몸이 꺼지듯 사라졌다.
순간 공격 대상을 잃은 마법들이 주춤했다.
‘빨라! 어디?’
첼시가 다급히 마나 감지 마법을 사용했다.
배틀 매지션이라고 자부하는 마법사답게 대응이 빨랐다.
그러나 첼시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레오는 오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연히 오러에서 흘러나와야 할 마나의 잔향도 레오에게는 없다.
그렇다 보니 순식간에 레오에게 근접거리를 허용했다.
“헉?”
눈앞에 나타난 레오를 보며 첼시가 다급히 대응하려 했다.
퍽-!
“꺽?”
그러나 레오의 주먹이 복부를 강타하는 게 빨랐다.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첼시를 보며 레오가 중얼거렸다.
“자, 그럼 설득을 해볼까?”
오크 같은 몬스터들은 상관없다.
하지만 지금 레오에게 트롤 같은 대형 몬스터를 상대할 화력은 부족했다.
‘마침 강력한 공격력을 지닌 마법사가 나타났으니 말이야. 협력하면 좋잖아?’
레오는 주변에 있는 넝쿨들을 베어 왔다.
팍-! 넝쿨을 잡아 당겨보았다.
“음. 짱짱하군.”
넝쿨의 단단함에 만족한 레오가 기절한 첼시를 내려다보며 사악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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