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801)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800화(801/844)
800.
데이드와의 면담을 끝내고 세 사람은 플로브 가의 집무실을 나섰다.
데이드는 시골 영지의 평범한 영주인 만큼 그에게서 특별한 정보 같은 걸 얻을 수는 없었다.
대체로 시민들의 목격담들이 주를 이뤘다.
“구체적인 건 직접 장소를 조사해야 알 수 있겠군.”
레오 역시 아버지에게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바로 데이드를 만나러 온 이유는 그가 이 영지의 총책임자인 영주이기 때문이었으니까.
‘뭐, 루나 녀석에게 이래저래 영향을 끼친 것만으로 이득이지.’
레오는 무언가 골똘하게 고민하는 듯한 표정의 룬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 얼굴 어딘가에는 약간의 혼란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룬을 바라보던 레오가 힐끗 레이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웩.”
“응? 그건 무슨 실례 되는 반응일까?”
레이나가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레오의 멱살을 잡았다.
화사하게 꽃 같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이마에는 살벌하게 힘줄이 솟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 어딘지 모르게 소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던 레이나를 보자 레오 자신도 모르게 나온 반응이었다.
레오를 짤짤 흔들던 레이나가 레오를 놔주었다.
“그나저나 너.”
“왜요?”
“데이드 후작이랑 닮았다?”
턱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나.
그에 레오는 자신의 옷깃을 정리하면 말했다.
“전혀요?”
“얘, 얘. 세이룬 학생회장. 이 녀석 조금 전 데이드 후작이랑 닮지 않았니?”
“전혀 안 닮았는데요.”
룬도 고개를 저었다.
데이드 플로브.
인자한 인상에 보는 이로 하여금 사람을 안심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사람이긴 했지만 평범한 인상이지 잘생긴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굳이 따지자면 내 얼굴은 어머니 유전이지.’
선남선녀가 많은 루메른 내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기 전부터 여학생들에게 인기 많았던 레오였다.
그런 만큼 레오는 자신의 외모는 레이나에게서 받은 것이라 생각했다.
‘어머니가 늘 나랑 아버지가 많이 닮았다고 할 때 아버지와 아들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레이나의 눈썰미가 무섭도록 좋은 모양이다.
조금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던 레이나가 힐끗-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데이드 후작…… 결혼했으려나?”
“관심 있으세요?”
룬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응. 호감이 가네.”
“남자 보는 눈이 굉장히 까다로우실 것 같았는데……. 의외로 평범한 분을 좋아하는군요.”
룬이 의외라는 듯 말하자 레오가 피식 웃었다.
‘남자 보는 눈이 까다롭긴 하지. 좋은 사람이라 느껴야 호감을 가지시니까.’
레이나는 화끈한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신중한 성격이다.
물론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 때는 굉장히 저돌적이었다.
“집안의 분위기를 보면 안주인은 없을 것 같은데요?”
“오호, 확실히.”
레이나의 눈이 반짝거리더니 빙긋 웃었다.
“나는 딸을 낳고 싶어.”
“왜요?”
“아들은 너처럼 귀염성 없는 건방진 애가 나올 것 같거든.”
레이나가 게슴츠레 눈을 뜨고 레오의 머리카락 끝을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런 레이나를 보고 피식 웃은 레오가 말했다.
“이제 검은 불꽃이 일었던 곳으로 가시죠.”
“응. 그럴까?”
***
지이이잉-! 번쩍-!
강력한 마력이 휘몰아치며 루메른의 워프 게이트에 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학생회장이 학교로 돌아왔음에도 맞이하는 학생은 없었다.
‘다들 수업 중인 시간인가 보네?’
시계를 확인한 레아는 워프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교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기숙사 건물로 돌아갔다.
교직원들은 평소보다 산만한 분위기였다.
평소의 레아라면 그 분위기를 알아차리고 자신이 부재중이었던 동안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직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레아는 이번 출장 일로 인해 머릿속이 복잡한 상태였다.
‘…… 카일의 모습을 한 에레보스의 사념.’
레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에레보스가 카일의 모습을 취한 것만으로도 살기가 들끓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히어로 레코드에 기록된 존재를 바깥 세계로 데리고 올 수 있다니.’
그것이 가장 충격적인 일이다.
‘물론 사념의 힘은 확연하게 줄어들었지만…….’
에레보스의 불멸성을 생각한다면 이상한 일이다.
사념.
에레보스 조각의 힘의 자그마한 편린.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에레보스의 권능인 불멸성은 가지고 있다.
‘히어로 레코드에 기록된 존재를 불러오는 건 근원적인 힘을 사용하는 거겠지……. 가령…… 신력이라든가.’
히어로 레코드와 신들은 근본적으로는 같다.
레아는 특유의 통찰력으로 상황을 유추해 냈다.
‘과거의 존재를 불러오는 건 막대한 힘을 소비할 테니 상대들도 부담이 클 거야.’
기껏 불러와 놓고 자신들에게 토벌된다면 괜한 힘을 낭비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저쪽에서 히어로 레코드에 기록된 존재를 불러오는 게 가능하다면…….’
레아가 손에 힘을 주었다.
‘우리도 가능할 거야.’
그 순간 한 사람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카일…….’
우뚝-
레아가 걸음을 멈추었다.
카일이 떠오르니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 드웨노……. 아니, 발하르.’
발하르의 모습은 레아에게 있어서 충격이었다.
‘발하르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발하르뿐만 아니다.
카르도, 룬도.
친우들이 자신을 아는 만큼 자신 역시 친우들에 대해서 완벽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대영웅들은 서로 목숨보다 소중한 동료이기 이전에 가족 같은 관계였으니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이번에 발하르가 보여준 모습은 레아로서는 낯선 모습이었다.
정확하게는…….
‘…… 나아가고 있구나.’
발하르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사실을 이번에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레아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건 에레보스도 히어로 레코드도 아니었다.
다름 아닌 발하르였다.
‘…… 다시 태어난 후 내가 해왔던 일이 틀렸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
이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 카일의 흔적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 세상에 시작의 영웅이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살아왔다.
또한 자신처럼 태어났을지도 모를 카일을 찾기 위해 발버둥 쳤다.
하지만…….
‘…… 카일의 흔적은 찾을 수는 없었지.’
영령술사이기에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레아는 룬과 카르, 발하르를 처음 보았을 때 단번에 알아봤다.
세 사람이 루나와 아르온, 드웨노의 환생임을.
그들이 가진 영혼의 파장은 5000년 전과 전혀 변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카일 또한 만나게 된다면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카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카일의 복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타르타로스에게…….
그리고 5000년 전 결국에는 닿지 못한 에레보스에게.
시작의 영웅이 없다면 제2의 시작의 영웅을 만들면 된다.
설령 시작의 영웅이 될 수 없다고 해도 그의 유지를 이은 영웅들을 탄생시키면 된다.
그런 생각으로 레아는 루메른 학생들에게 길을 제시했다.
학생들이 카일의 뒤를 쫓게 만들 수 있는 길을.
그게 카일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터벅- 터벅-
레아는 말없이 땅만을 바라보며 걸었다.
‘하지만……. 정말 그게 옳았던 일일까…….’
친우들에게 더 이상 과거의 이름을 부르지 말라고 하고.
카일이 없는 미래로 나아가자고 이야기했다.
자신은 리더니까.
5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영웅들을 이끄는 리더니까.
그 사실을 부정하는 이들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틀린 방향으로 가면……. 우리 모두 틀린 방향으로 가.’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5000년 전.
몇 번이고 신중하게 생각했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
그런데…….
‘……나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 걸까?’
그런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아니. 앞으로 가고 있던 건 맞는 걸까?’
우뚝-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
휘오오오오-
뒤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레아가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을 포함한 다섯 명의 대영웅이 걷고 있다.
과거의 모습을 한 채.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그 환영은 이내 사라졌다.
레아가 주먹을 쥐었다.
발하르의 의지는 확실했다.
없는 사람은 내버려 두고 나아가자고.
그것이 남겨진 자를 위한 길이라고.
‘알아. 카일이라면 그랬을 거야. 하지만……. 우리가 잊으면 카일은 완전히 사라지는걸.’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손끝이 잘게 떨렸다.
‘가장 힘들었을 카일만 빼놓고…… 우리만……. 이 평화로운 세계를 누리고 있는걸.’
레아는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그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현재는 처참한 모습으로 반파되어 있었다.
“…….”
폐허가 되어버린 기숙사를 보며 레아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입을 쩍 벌린 레아는 근처를 지나가는 학생을 붙잡았다.
“체, 첼시. 이게 무슨 일이야?”
“앗! 레아 언니!”
첼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폴짝- 폴짝- 폐허 더미를 피해 레아 앞에 섰다.
“이제 왔어?”
“응. 그것보다…… 이게 대체…….”
첼시와 눈이 마주친 레아가 멈칫했다.
‘어라?’
레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응? 왜 그래? 레아 언니.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첼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바닥으로 자신의 볼을 눌러보았다.
그런 첼시를 보며 레아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얘가 원래 이랬었나?’
평소의 첼시가 분명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달랐다.
레아의 눈에는 첼시에게서 평상시 보지 못하는 빛이 보였다.
그때…….
“에헴! 길을 비켜라! 3학년 기사학과 넘버 원! 일리아나 라덴님이 나가신다!”
저 멀리서 등에 공사 자재를 잔뜩 짊어진 일리아나가 당당한 걸음걸이로 걸어갔다.
그 모습은 소심했던 평소의 모습과 확실히 달랐다.
“오! 세상에.”
“쟤가 3학년 기사학과 1등이라니…….”
“기사학과는 망했어!”
기사학과 3학년들 사이에서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거기! 꼬우면 한 판 붙던가!”
일리아나가 눈을 치켜뜨고 주먹을 허공에 마구 휘둘렀다.
그러다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레아를 발견하고는 ‘헉!’ 하고 뒷걸음질 치다 돌부리에 걸려 뒤로 발랑 넘어졌다.
‘일리아나도…….’
달랐다.
분위기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빛이 보이는 듯했다.
‘마치 발하르 같아.’
친우를 떠올리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레아에게 엘레나가 다가왔다.
“왔어? 학생회장.”
평소의 부드러운 분위기가 아닌 신경질적이고 짜증이 섞인 모습에 레아가 말했다.
“엘레나 선배. 무슨 일 있었죠? 왜 이렇게 된 건가요?”
그 물음에 엘레나가 한숨을 푹 쉬었다.
“웬 수상한 녀석이 기숙사를 습격했어. 이 망할 꼬맹이들이랑 같이.”
엘레나가 첼시의 양 볼을 꼬집었다.
“아우! 놔주세요!”
첼시가 양팔을 허우적거렸다.
그리고 염동 마법을 이용해 발라당 뒤로 넘어진 일리아나를 끌고 왔다.
“악! 엘레나 선배님! 치마 뒤집어져요!”
거꾸로 뒤집혀 진 채 끌려온 일리아나가 기겁하며 치맛자락을 타이트하게 붙잡고 버둥거렸다.
쿵!
“아코!”
염동 마법을 풀자 일리아나가 바닥에 추락했다.
그에 맞춰 첼시의 볼도 놓아 주었다.
첼시는 퉁퉁 부은 볼을 붙잡고 뚱한 표정을 지었다.
“수상한 녀석?”
“그래. 아. 그리고 세이룬 학생회장으로부터 편지야.”
엘레나가 품에서 편지봉투를 꺼내 건넸다.
레아만 볼 수 있게 마법으로 봉인된 편지였다.
편지봉투를 펼친 레아는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바로 가봐야겠네요.”
“오자마자?”
“네.”
편지봉투를 접던 레아는 편지지가 두 장이라는 걸 깨닫고는 의아한 얼굴로 뒷장을 확인했다.
[망할 음험한 사기꾼 도마뱀.]‘……얜 또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어딘지 모르게 악의가 느껴지는 말에 레아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어디로 가, 레아 언니?”
첼시의 물음에 레아는 덤덤히 말했다.
“델리안 왕국, 플로브 후작령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