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803)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802화(803/844)
802.
휘오오오오오-
바람이 불어오자 매캐한 탄내가 후각을 찌른다.
하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레오는 붉은색 눈으로 카일의 모습을 한 에레보스를 주시했다.
이 순간만큼은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했다.
“시작의 영웅 카일이라고? 말도 안 돼! 만약 실존했다 하더라도 5000년 전 인물이잖아. 대체 뭐야?”
“누가 가짜 행세를 하는 건…….”
로드렌 제국에서 파견 나온 이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때
번쩍-!
룬이 손을 뻗어 마도 지팡이를 소환했다.
척-!
에레보스를 향해 지팡이를 겨눈 룬의 눈이 살의로 번뜩였다.
콰가가가가강-!
룬의 지팡이에서 엄청난 마법 포격이 발동되었다.
찰나의 순간에 발동된 마법이었지만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모두가 경악한 눈으로 룬을 바라보았다.
“이만한 위력의 마법을 이 짧은 순간에 전개하는 게 가능하다고?”
로드렌 제국에서 파견된 마법사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말 그대로 상식을 아득히 초월한 마법의 경지.
“세이룬 학생회장. 아무리 그래도 갑작스럽게 공격하는 건…….”
레이나가 당황한 얼굴로 말하자 레오가 말했다.
“방금 그건 에레보스의 조각이었어요.”
“뭐?!”
검을 뽑으며 덤덤하게 말하는 레오를 보며 레이나가 눈을 부릅떴다.
“야! 레오! 확실해?”
칼이 당황하며 묻자 레오가 연기가 자욱하게 일어난 장소를 바라보며 말했다.
“확실해. 방금 전 공격은 군단장도 타격을 입을 수준이야.”
화악-!
바람이 불어와 흙먼지를 날렸다.
먼지가 걷히자 일행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심상치 않은 위력의 마법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산이…….”
칼이 입을 쩍 벌렸다.
룬이 마법을 쏜 장소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지형이 바뀐다거나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마법에 노출된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커다란 구멍을 뚫어버린 마법을 보며 칼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세기의 천재라 불리는 룬.
천재라는 이름도 부족한 수준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성운의 시조의 재림으로서 이름을 날린 후에 무수히 많은 시련을 이겨냈던 룬이다.
남들이라면 몇 번이나 죽었을지도 모를 시련.
하지만 룬은 그 모든 것들을 거뜬히 이겨냈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 역량이 모든 것이 아니라고 칼은 어렴풋이 생각했다.
룬에게는…….
아니, 룬을 포함해 그와 동기인 레아도 저력을 숨기고 있다는 게 보였으니까.
하지만 그게 이 정도 수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것도 단편적인 수준이란 거잖아.’
칼이 질렸다는 표정을 지을 때.
터벅- 터벅-
자욱한 먼지구름을 뚫고 에레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흐음?”
에레보스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스윽-
그리고는 왼손을 뻗었다.
화르륵-
검은 불꽃이 일렁이더니 그와 동시에 대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레오와 룬의 눈이 꿈틀거렸다.
‘똑같다.’
검을 아공간에서 빼내는 모습.
작은 습관까지 시작의 영웅과 똑같았다.
텁-!
에레보스가 대검을 양손으로 쥐었다.
그걸 본 레오가 혀를 차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룬!”
“쳇!”
룬이 마력을 전개했다.
레오가 손에 들린 롱소드 대신 아공간에서 에레보스와 같은 대검을 꺼냈다.
고오오오오-! 화르르륵-
에레보스의 대검에 검은 오러가 맺히는 걸 본 레오가 이를 악물고 회색의 오러를 끌어 올렸다.
화악-!
에레보스가 대검을 휘두르자 대기가 떨렸다.
레오는 에레보스의 대검이 휘둘러지기 전에 회색의 오러가 담긴 대검을 마주 휘둘렀다.
회색의 오러와 검은 오러가 교차했다.
대검과 대검이 부딪히기 직전.
룬이 실드 마법을 전개했다.
어마어마한 위력이 담긴 힘과 힘의 격돌.
충돌로 인해 대기가 일그러지고 주변 땅이 갈라졌다.
그와 함께 엄청난 충격파가 덮쳐 왔다.
“뭐야? 아무 소리도 안 들…….”
루니아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다가 흠칫했다.
‘소리가…….’
귀가 안 들린다.
당혹스러운 얼굴로 옆을 보니 에이란이 당황한 얼굴로 무언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입만 움직일 뿐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레오가 충격파를 이기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키이이이이잉- 과가가카카강-!
그때 이명이 들려오며 귀로 엄청난 충격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청각이 돌아오자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귀를 막았다.
“크윽? 대체 검에 얼마나 강한 위력이 담겨 있었던 거야?!”
레이나가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레오님은 괜찮을까요? 룬 선배님! 차라리 마법으로 막는 게……”
“아니. 방금 전 검격은 마법으로 못 막아.”
“네?”
“조금 전 검격에는 오러만 담겨 있었던 게 아니야.”
룬이 싸늘한 눈으로 에레보스를 노려보았다.
“마법도 담겨 있었어. 강력한 디스펠 마법이.”
“예? 아무리 그래도 룬 선배님의 마법을 쉽게 해제 할 수 있을리는…….”
“있어.”
룬이 입술을 깨물었다.
‘마법의 위력만 약화시킬 수 있다면 오러로 마법 파괴가 가능해.’
룬은 마법사로서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마법사다.
마법 연구와 개발은 물론이고 전투 마법에 관해서도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마법 연구와 개발 영역에서 룬이 보아온 사람 중 자신 다름으로 뛰어난 이는 리시나스였다.
‘그리고 전투 마법에 관해서는…….’
터벅- 터벅-
룬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카일의 모습을 한 에레보스를 보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카일이야.’
마법을 전투에 활용하는 센스.
그리고 마법을 무술과 소환술에 활용하는 다재다능함까지.
카일은 룬도 감탄하게 만드는 대마법사다.
그리고 카일은 상대의 결계 마법을 파괴할 때 오러에 디스펠 주문을 접목시킨다.
이게 말이 쉽지 카일 수준의 마검사이기에 가능한 터무니 없는 기술이다.
‘단순히 카일의 겉모습만 따라 한 게 아니란 건가.’
룬이 주먹을 쥐었다.
‘게다가 검격의 위력으로 본다면…… 최전성기 시절 카일에 가까워.’
최종 원정을 떠날 당시의 카일에 가까운 힘.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혼자 감당하기 힘들다.
“레오 녀석…… 괜찮은 거야?”
그때 칼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룬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물론, 지금의 난 혼자가 아니지만.’
“고작 그 정도로 어떻게 될 녀석이 아니야. 그 녀석…… 끈질기거든.”
“걱정이라도 해주면 좀 덧나냐?”
그때 레오가 공간 이동 마법을 이용해 룬 곁에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에 묻은 흙먼지를 태연하게 털어내는 모습을 보니 멀쩡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칼이 눈을 부릅떴다.
“뭐, 뭐야? 레오! 너 마법도 쓸 줄 알았어?”
“그런데?”
“오러랑 소환술을 사용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마법을 써?”
경악하는 칼을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말 안 했던가? 나 올 클래스야.”
“뭐?”
칼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 외에도 다른 이들 역시 놀란 눈으로 레오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의 놀라는 시선을 뒤로하고 레오는 에레보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레이나님.”
“응?”
“조사단과 얘들을 데리고 플로브 영지로 가주세요.”
“뭐? 우리도 같이 싸울 거야!”
“마, 맞아요. 두 분이서만 싸우게 둘 수 없어요!”
루니아와 에이란이 발끈하며 말하자 레오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 전장은 아직 너희에게 일러.”
1년 전에는 지금보다 힘을 거의 되찾지 못했던 시절이다.
그랬기에 학생들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레오는 그 당시보다 힘을 더욱 되찾았다.
‘그리고 루나도 있고.’
둘이서 전투에 임할 때.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동료는 다른 누구도 아닌 루나였다.
지금의 루나는 당시의 아르온이 아닌 자신과 같은 환생자라 힘을 온전히 되찾지 못했지만 그래도 괜찮다, 궁합이 좋을 테니까.
‘결정적으로…….’
“적은 저거 하나만이 아니야.”
“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그때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룬이 귀를 쫑긋 세웠다.
“레오, 설마 저거…….”
“맞아.”
레오가 날카로운 눈으로 카일의 모습을 한 에레보스를 노려보았다.
“오른손이야.”
“……귀찮게 됐네.”
룬이 짜증스럽게 손을 뻗었다.
“레, 레이나님!”
그때 한쪽 눈을 가린 소환사 한 명이 다급히 레이나를 불렀다.
“왜?”
“어, 엄청난 수의 마물 군대가 플로브 영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갑자기 어디서 마물이 나타난 거야?”
“모,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숫자입니다!”
레이나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레오는 그런 레이나에게 말했다.
“이건 우리가 맡을 테니 플로브 영지를 부탁해요.”
“……알았어. 꼬마들, 따라와.”
레이나의 말에 에이란과 칼이 다급히 이동 준비를 했다.
“룬 선배님…….”
혼자 남은 루니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룬을 불렀다.
그런 루니아를 보며 룬이 윙크했다.
“걱정마 루니아. 이 언니만 믿어.”
“…….”
“걱정마.”
룬이 레오의 목에 팔을 걸치며 말했다.
“이 녀석과 함께하는 이 룬님은 무적이거든!”
환하게 웃는 룬을 보며 루니아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 플로브 영지로 향했다.
루니아가 사라지자 레오가 툭 던지듯 말했다.
“무적은 아니지 않냐?”
“넌 이 분위기에 그딴 말을 하고 싶냐?”
분위기를 깨는 레오를 흘겨본 룬이 어깨동무를 풀며 말했다.
“야, 망할 불덩어리. 왜 짜증나게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거야?”
“과연. 루나 루비넌스인가.”
카일의 모습을 한 에레보스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환생이라니. 신기하군. 그렇다면…….”
턱을 쓰다듬은 에레보스가 레오를 바라보았다.
“그대는 살아남는 영웅인가?”
“빌어먹게 반갑지?”
레오가 살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에레보스를 노려보았다.
그런 레오를 바라보던 에레보스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흥미롭군. 죽음의 빙결의 가호를 받고 있다니 말이야.”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그대가 이쪽에 있다는 건…… 지금 그쪽 세계에선 그대가 없다는 뜻이겠군.”
“…….”
“과연. 흥미롭군. 흥미로워.”
에레보스는 즐겁다는 듯 흥얼거렸다.
‘이 자식…….’
레오가 이를 악물 때.
“그보다 왜 짜증나게 그 모습을 했냐고 물었잖아!”
룬이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당장이라도 눈앞의 에레보스의 얼굴을 박살 내고 싶었다.
“내가 이 모습을 한 이유? 당연한 걸 왜 묻는 거지?”
에레보스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내가 아는 한 가장 강한 존재의 모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