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815)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814화(815/844)
814.
고오오오! 화르르르륵-!
에레보스가 검은 화염의 검기를 내뿜었다.
“흐읍!”
기합성을 내지른 발하르가 양날로 된 배틀 엑스를 반으로 쪼갰다.
챙!
외날 도끼로 분리된 배틀 엑스를 각각 한 손에 쥔 발하르가 도끼를 회전시키자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악-!
눈을 번뜩인 발하르가 그대로 돌격해 검은 화염의 검기를 분쇄시켰다.
“카르!”
발하르가 검은 화염 속을 뚫어 길을 만들어내자 그 뒤를 카르가 뒤따랐다.
우우웅-!
검에 깃든 황금의 오러를 흩뿌리며 카르가 도약했다.
“하아아아압-!”
우렁찬 기합성에 가까운 포효를 내지르며 카르가 혜성처럼 에레보스를 향해 내리꽂혔다.
초감각이 무수히 많은 정보를 카르의 뇌로 전달한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극대화된 감각을 통해 에레보스의 공격 경로가 머릿속으로 그려지기 시작하고 이윽고 초월 된 감각은 하나의 영역에 도달한다.
육감이란 영역에.
번쩍-!
카르의 눈에서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미래 예지에 가까운 ‘예측’ 이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보인다.’
에레보스의 생각이.
어디를 공격해 올지.
에레보스의 공격을 피해 검을 휘두르려던 카르가 순간 흠칫 몸을 떨었다.
파앗-! 콱-!
카르가 다급히 땅을 박차 물러섬과 동시에 그곳에 단두대처럼 검은색 검기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과연.”
에레보스의 무미건조한 시선이 카르에게 닿는다.
“초감각?”
에레보스의 감각이 일순간 카르의 초감각을 앞질렀다.
카르는 이런 현상을 레오와의 대련에서 느낀 적이 있었다.
같은 초감각의 보유자끼리 싸움.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의 수싸움.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카르를 보며 에레보스가 대답했다.
“내가 가진 권능 중 하나를 살아남는 영웅의 방식으로 활용해봤을 뿐이다.”
덤덤히 말한 에레보스가 손바닥을 아래에서 위로 들어 올리자.
쿠가가가가가강-!
바닥을 뚫고 검은 화염이 치솟았다.
화르르르르륵! 고오오오오오!
검은 화염은 이내 거대한 해일처럼 대영웅들을 덮쳐왔다.
그걸 본 룬이 마법을 전개했다.
까가가가가가가가강-!
무시무시한 냉기를 품은 얼음의 벽이 화염의 해일을 막으려 했다.
그 순간.
고오오오오오-!
넓게 퍼져서 덮쳐오던 검은 화염이 한곳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마치 회오리처럼 회전하더니 얼음벽의 한점을 꿰뚫어버렸다.
투각-!
그걸 본 룬이 지체없이 지팡이로 바닥을 내려찍었다.
키기기기기기깅-!
그러자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마력의 실로 수놓아진 마력의 사슬 수백 개가 쏟아져 나왔다.
룬이 마력의 사슬로 한점으로 집중된 재앙의 불꽃을 묶으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화악-!
한곳으로 뭉쳤던 재앙의 불꽃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흩어졌다.
콰가가가가각-!
마력의 사슬로 재앙의 불꽃을 모두 붙잡지 못하자 룬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이런 미친…….”
한 줄기의 재앙의 불꽃이 룬을 향해 날아들었다.
번쩍-! 부아아아악-!
그때 룬의 앞에 나타난 레오가 검으로 검은 화염을 베어냈다.
“멋져! 레오! 내가 나중에 키스해줄게!”
헛웃음을 터트린 레오가 마력을 전개했다.
우웅-!
레오의 검에 마력이 깃든다
“이노센트.”
나직이 마법의 이름을 말하자 검이 순백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콱-!
레오가 생명처럼 꿈틀거리는 검은 화염의 줄기 하나에 검을 꽂아 넣자 검에 어려 있던 순백의 빛이 빨려 들어가듯 검은 화염으로 흘러 들어갔다.
잠시 후.
퍼버버버버버버버벙-!
검은 화염 내부에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폭발은 연쇄적으로 터져나가며 에레보스를 향해 쇄도했다.
그걸 본 에레보스가 검은 화염을 끊여내려는 순간.
“어딜!”
쿠궁!
룬이 중력 마법을 이용해 에레보스의 몸을 짓눌렀다.
쿵-!
일순간 주변의 중력이 강해지자 에레보스가 무릎을 꿇었다.
퍼버버벙! 콰가가각-!
검은 화염을 따라 폭발을 일으키던 이노센트가 이내 에레보스의 몸으로 흘러 들어가 폭발을 일으켰다.
에레보스의 몸이 터지듯 부풀어 올랐다.
주르르륵-
에레보스의 입과 코, 눈과 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우으! 카일, 네 모습이라 그다지 보기 좋지는 않네.”
룬이 질렸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레오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레아!”
그 말과 함께 높은 상공에서 마력을 모으고 있던 레아가 눈을 떴다.
이윽고 하늘을 향해 뻗은 레아의 손에 빛의 화살이 생성되었다.
활시위를 걸듯 화살을 잡아당기자 레아의 손에 빛으로 이루어진 활이 나타났다.
사악하고 부정한 힘을 물리치는 빛의 마법.
레아가 자신의 고유 마법을 해방했다.
“징벌.”
빛의 화살이 엄청난 속도로 에레보스를 향해 날아갔다.
우웅-! 번쩍! 콰가가가가가강!
빛의 화살이 에레보스에 꽂히자 엄청난 폭발과 함께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그 폭발의 여파에 튕겨 나가지 않기 위해 카르와 발하르가 자세를 낮추었다.
레오는 룬을 품으로 끌어들여 안으며 몸을 숙였다.
잠시 후, 폭발의 여파가 걷히자마자 레오의 품에서 보호받던 룬이 눈을 번쩍 떴다.
“종언!”
-!
폭발 소리조차 없이 눈을 멀게 할 것 같은 섬광이 휘몰아쳤다.
팔로 시야를 차단했던 레오가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레아가 사용한 징벌의 위력도 상상을 초월했지만.
역시나 룬의 종언은 위력의 규모 자체가 달랐다.
‘주변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범위를 축소 시켰을 텐데.’
정령들은 겁에 질려 도망치고 있었다.
터벅- 터벅-
하지만 그런 폭발 속에서도 카일의 모습을 한 에레보스는 덤덤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룬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와, 저 무식한 맷집은 여전하네.”
“단순히 맷집이 아니야.”
레아가 레오 곁으로 착지했다.
레오의 품에 안겨 있던 룬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뭐야?”
“우리 공격에 대응한 거야.”
5000년 전의 에레보스와 달랐다.
5000년 전 에레보스는 순수하게 압도적인 힘으로 대영웅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힘으로 찍어누르던 5000년 전과 달리 지금은 각 대영웅의 공격 수단을 예측하고 대비해 공격을 해오고 있었다.
‘만약 우리가 5000년 전 그대로였다면……. 당했을 거야.’
레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카일의 모습을 흉내 낸 건 단순히 여흥이나 변덕이 아니었어.’
“과연……. 대영웅들이로군.”
다섯 사람 앞에 선 에레보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보하고 있다니.”
경계심을 드러내는 에레보스를 보며 레아가 혀를 찼다.
“5000년 전, 나의 승리가 확실했음에도 나는 그대들에게 패했지.”
에레보스가 손을 내려다보았다.
“최후의 일전에서 나는 결코 그대들을 얕보지 않았다.”
고개를 든 에레보스가 대영웅 한 명 한 명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지. 바로 하계 주민들의 가능성이었다.”
“가능성……?”
“그래. 세계가 탄생한 그 순간. 태초부터 나는 생각했다. 하계의 주민들은 왜 존재하는가? 하등 쓸모없는 너희 종족은 왜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는가? 내게 있어 하계의 주민들은 날파리와도 같았지. 쓸모없고 그저 혐오스럽기에 잡아 죽여야 하는 벌레.”
에레보스가 레오를 바라보았다.
“5000년 전, 살아남는 영웅. 그대에게 패배하기 직전까지 내게 있어 하계 주민은 그런 존재였다.”
“나한테 여섯 조각이 난 이후에는 바뀌셨다?”
“그래.”
“그거참, 모든 악신을 집어삼켰다는 주제에 쪼잔하네. 우리가 그렇게 증오스럽냐?”
“그래. 증오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감사하지.”
“뭐?”
“나는 그대들을 애증한다. 살아남는 영웅, 아니. 시작의 영웅이여.”
에레보스의 칭호가 바뀌자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에레보스의 회색 눈이 대영웅들을 직시한다.
“그대들이야말로 하계 주민들의 가능성의 집약체. 내가 패배한 순간 나는 왜 그토록 이유 없이 하계 주민들을 혐오했는지 깨달았다. 그건 바로 동족혐오였다.”
“저게 무슨 미친 소리야. 5000년 동안 조각나 있어서 맛이 갔나?”
룬이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빙빙 돌려보았다.
“나와 하계의 주민들은 본질적으로 같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레아가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대들은 유한한 삶을 살아간다. 그 허락된 시간조차 보잘것없이 짧지. 그런데도 그대들은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
“…….”
“그래. 그대들은 최선을 다해 파멸로 달려가는 것이다. 바로 나처럼. 불멸의 존재인 나조차도 그 끝은 파멸이다. 결국 나 역시 유한한 존재라는 거지.”
오로지 세계를 불태우고 잿더미로 만드는 것만이 목적인 존재.
존재의 끝자락에서 맞이하는 것은 결국 파멸뿐인 자.
그것이 바로 파멸의 불꽃 에레보스였다.
“그렇게 그대들을 이해하게 되니 증오하는 한편, 애틋해지더군.”
에레보스가 양팔을 벌렸다.
“애틋해진 후 경애하게 되었다. 나는 그대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경애하게 되었단 말이다. 그래서 이 모습을 취한 거지. 그대들은 나의 새로운 시작이다! 감사한다! 대영웅들이여! 나는 그대들 덕에 가능성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파멸로 치닫는 존재가 가능성을 봐서 뭘 어쩌겠다는 거지?”
레아가 차갑게 말했다.
아무리 변했다고 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레아는 잘 알고 있다.
눈앞의 흉물은 결국에는 모든 걸 집어삼켜 불태우고 사라져야 직성이 풀리고 마는 괴물이라는 것을.
“나에게 꿈이 생겼다.”
에레보스가 희열에 찬 미소를 지었다.
“평행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세계를 불태울 것. 그것이 내가 찾은 가능성이자 내 꿈이다!”
“미친……. 더럽게 징그러운 꿈이네.”
룬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 순간.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너……. 닉스를 집어삼켰구나?”
레오의 말에 에레보스가 히죽 웃었다.
고오오오오오-!
에레보스의 몸에서 일어난 불꽃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와 함께 밤하늘이 검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재앙의 시대와 같은 현상에 대영웅들의 얼굴이 굳었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타르타로스 군단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돌아온다.”
히죽 웃은 에레보스가 모습을 감추었다.
그걸 본 레오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젠장! 다들 뛰어!”
그 말과 동시에 대영웅들이 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왜?! 무슨 일인데?”
룬이 레오의 뒤를 따르며 다급히 물었다.
레오의 뒤를 따르던 레아가 흠칫 몸을 떨었다.
“설마……?”
“맞아, 저 자식!”
레오의 눈에 살기가 깃들었다.
“내 세계선으로 넘어갈 생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