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817)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816화(817/844)
816.
화르르르륵-
뒤에서 덮쳐오는 화염에 닉스가 이를 갈았다.
‘평행 세계를 넘어서다니!’
이런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게다가 평행 세계의 장벽을 넘어온 에레보스의 힘은 닉스를 월등히 뛰어넘은 상태였다.
쿠가가가가강-!
순간, 닉스의 앞에 검은 불꽃 기둥이 내리꽂혔다.
검은 불꽃을 뚫고 나온 에레보스를 보며 닉스가 미간을 좁혔다.
“앞질러 왔군요. 그나저나 뭐죠? 그런 인간의 모습을 하고?”
닉스의 말에 에레보스가 덤덤히 말했다.
“시작의 영웅의 모습이지.”
“이제는 인간의 모습을 따라 하는 수준으로 전락한 건가요?”
“어느 세계선에서든 그대는 참으로 한결같군.”
에레보스의 입가에 비웃음이 어렸다.
“저쪽 세계선에서 나를 또다시 집어삼킨 모양이군요. 그런데……. 어떻게 이쪽 세계로 넘어온 거죠?”
닉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평행 세계로의 길을 여는 것.
그것은 그녀의 권능이다.
하지만 길을 연다고 해도 넘어오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대의 힘을 나름대로 해석해 보았다.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지.”
“파멸을 부르는 존재인 당신이 가능성을 추구했다는 말인가요? 웃기지도 않는군요.”
“그래. 하지만 그 덕에 나는 한계를 뛰어넘었다.”
에레보스가 섬뜩하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본 닉스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지금 시대에 그대가 할 수 있는 일 따윈 없다.”
에레보스가 검으로 닉스를 겨누었다.
“패배자는 패배자답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라.”
“지금 누구더라 패배자라고 하는…….”
콰득-!
“……!”
일순간 가슴을 뚫고 나온 검에 닉스의 얼굴이 굳었다.
“시시하군.”
허공에 검을 찔러 넣은 에레보스의 얼굴이 무료함이 깃들었다.
에레보스의 검이 공간을 찢고 닉스의 등 뒤에 나타나 찌른 것이다.
“이런 수준 낮은 공격조차 막지 못하다니.”
눈앞의 존재는 자신과 대등했던 악신이건만.
자신의 숙적인 대영웅들과 비교한다면 너무도 나약하다.
그저 악신이라는 거대한 힘을 타고난 것을 제외하면 한없이 보잘것없는 존재.
에레보스가 닉스에게 천천히 다가가자 닉스의 얼굴이 점차 공포로 물들었다.
‘돌아가기 싫어.’
에레보스가 검을 들어 올리는 순간.
쩌저저적-
닉스가 냉기를 내뿜었다.
에레보스가 화염으로 냉기를 밀어냈을 땐 닉스는 온데간데없어진 뒤였다.
“추하군.”
에레보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닉스가 향한 곳은 자신을 따르는 마족들인 스틱스가 있는 곳이었다.
“스틱스를 희생해서라도 나에게서 도망쳐 보겠다는 거냐?”
무의미한 발버둥이다.
어차피 닉스는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차라리 의연하게 소멸을 맞이했더라면 악신으로서의 권위라도 지켰을 것을.
화르륵-
검은 불꽃 속으로 사라진 에레보스가 닉스를 추격했다.
***
전장의 한복판.
진격해 오는 스틱스의 군단을 데비앙의 영웅들을 필두로 한 기사단, 마법사단.
그리고 리시나스가 소환한 영령들이 막아서고 있었다.
그 전장의 한복판에 검은 머리카락의 소녀가 검을 치켜들고 있었다.
“셀리아!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안 돼!”
후방에서 아바드가 다급히 소리쳤다.
말이 후방이지 전장의 규모로 봤을 때는 한복판이나 다름없었다.
그저 상대적으로 적들의 공격이 닿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을 뿐이었다.
첼시만큼은 아니지만 만능형 마법사인 아바드는 근접 전투에도 일가견이 있기에 조금 무리를 해서 앞으로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자신과 콤비를 이루는 셀리아와의 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크윽! 지금 전선을 유지하려면 큰 거 한 방이 필요하잖아! 내가 어떻게든 버텨 볼 테니까 마법이나 준비해!”
“크윽!”
셀리아와 아바드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깃들어 있었다.
이 전장에서의 싸움은 일반적인 병사와 병사의 싸움이 아니다.
모두 초월적인 괴물인 스틱스의 마족들과 그들을 따르는 고대의 인간들을 상대하는 상황.
아무리 뛰어난 재능과 노력으로 무장하고 여러 영웅의 세계를 통해 경험까지 겸비한 기사와 마법사라 할지라도 호락호락한 전장이 아니었다.
적이 내뿜는 살기에 주눅이 들고 공포심이 짙어진다.
조금 전 후방의 성벽이 무너지기까지 한 상황이다.
아무리 리시나스가 영령들을 소환했다고 해도 적의 전력이 여전히 앞서고 있다.
그 때문에 셀리아와 아바드는 무리를 하고 있었다.
그때.
“셀리아! 아바드! 무사합니까?!”
허공에서 두 사람을 부르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휘이이이이이잉! 콰가가가가가강-!
거대한 물리력을 가진 무언가가 적들 한복판에 떨어졌다.
모래 먼지가 흩날렸다.
이윽고 모래 먼지를 뚫고 거대한 배틀 해머를 든 릴이 셀리아 앞에 섰다.
“무사하군요! 둘이서 고생했습니다!”
“릴 선배! 뒤! 뒤요!”
셀리아가 다급히 소리치자 릴이 그대로 배틀 해머를 뒤로 휘둘렀다.
콰득!
“케엑?!”
릴의 뒤를 노리던 고대 인간이 그대로 안면이 함몰되며 쓰러졌다.
“제가 앞을 맡을 테니 셀리아와 아바드는 광역 공격을 준비해주세요!”
그 말을 남기고 릴이 맹수처럼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릴 선배는 보면 볼수록 대단하네.”
셀리아가 혀를 내둘렀다.
“셀리아, 준비하자.”
“알았어.”
아바드가 마법을 준비하자 셀리아도 화염의 오러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불과 바람의 융합
두 사람이 특대 공격을 준비할 때였다.
화악-!
전장 한복판으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셀리아는 그 존재와 눈이 마주쳤다.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일순간 시간이 멈추는 듯했다.
그와 동시에…….
화르르르륵-!
콰가가가가강-!
검은 불꽃이 전장 한가운데를 덮쳤다.
“크윽?!”
셀리아가 황급히 아바드의 앞을 가로막았다.
“셀리아?!”
화염의 오러로 가까스로 검은 불꽃을 방어해낸 셀리아가 자신도 모르게 털썩 주저앉았다.
“카일……. 님?”
그리고 검은 불꽃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이를 보며 셀리아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전투가 일순간 소강상태에 이르렀다.
전장에 선 많은 이들이 카일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시작의 영웅님?”
“설마…….”
“우, 우리를 구하러 모습을 드러내신 건가?”
지금까지 대영웅들은 위기 상황 때마다 기적적으로 모습을 드러내 왔다.
그러한 기적이 또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셀리아는 카일의 모습을 한 에레보스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걸 느꼈다.
그걸 본 셀리아가 황급히 소리쳤다.
“모두 피해요!”
콰가가가가강-!
화르르르륵-!
카일을 중심으로 검은 화염이 휘몰아쳤다.
“이것들이 방패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가? 닉스?”
에레보스가 비웃으며 전장 한복판에 숨어버린 닉스를 쫓았다.
에레보스가 닉스를 추격하는 행위만으로 주변의 이들은 목숨을 위협받았다.
그때.
아바드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셀리아!”
셀리아가 아바드의 앞을 가로막았다.
재앙의 불꽃을 등진 채 셀리아가 아바드를 내려다보며 힘겹게 웃었다.
“아바드……. 물러서!”
“네가 날 지킬 이유는 없어!”
“없지……. 하지만……. 마법사를 지키는 건 기사의 임무 중 하나야. 딱히 널 지키려고 이러는 게 아니야.”
셀리아가 이를 악물었다.
“내 의무를 다할 뿐이지.”
“필요 없어! 내가 널……!”
“아바드! 지금은 한 사람이라도 살아서 힘을 보존해야 해! 이런 전장에서는 나보다 네가 더……!”
“시끄러워!”
아바드가 셀리아에게 고함쳤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희생시킬 것 같아?!”
“뭐?”
일순간 셀리아의 얼굴이 벙쪘다.
그 순간.
“너희 전장에서 로맨스 찍냐? 꼬맹이들이 발랑 까져 가지고.”
어딘지 모르게 얄미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하악-!
누군가 셀리아를 보호하듯 망토로 휘감았다.
파앙-!
콰가가가강-!
검은 화염이 한곳으로 뭉치더니 하늘로 솟구쳐 폭발했다.
셀리아는 자신을 구해준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멍하니 중얼거렸다.
“카일…… 님?”
셀리아가 멍하니 중얼거릴 때.
“헉?!”
카일의 손이 셀리아의 등에 닿았다.
엄청난 격통에 셀리아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내뱉으며 카일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우웅-!
카일이 치료 마법을 사용했다.
이노센트를 이용해 셀리아의 등을 지져버린 재앙의 불꽃을 날려버렸다.
입술을 꽉 깨물고 카일을 몸을 붙든 채 고통을 참던 셀리아의 얼굴이 조금씩 편안해졌다.
화상 치료가 어느 정도 끝나자 카일은 자신의 망토를 벗어 셀리아를 감싸줬다.
“입고 있어.”
고통이 가시자 셀리아가 다급히 말했다.
“제, 제가요? 보호구 같은데 카일님은요?”
“난 필요 없어. 어차피 네 옷은 다 타버렸잖아. 이대로 냅두면 남사스러울 것 같거든.”
그렇게 말한 셀리아가 멍하니 카일을 올려다보았다.
한 발자국 물러선 카일은 아바드에게 말했다.
“어이, 마법사 애송이.”
“예.”
“좋아하는 여자니까 목숨 걸고 지키는 건 당연해. 하지만 네 목숨을 걸어도 못 지킬 때도 있는 거야. 그럴 때 같이 죽는 건 멍청이나 하는 짓이고.”
“…….”
아바드가 주먹을 쥐었다.
“살아남아서 강해져. 복수는 그다음이야.”
“……예.”
“뭐, 그렇게 되기 전에 네가 좋아하는 여자를 지킬 만큼 강해지면 되겠지만.”
아바드가 카일을 바라보았다.
“그럴 수 있는 세상이잖아?”
그렇게 말한 카일이 웃었다.
“개같이 고생했지만……. 너희 같은 녀석들을 보니 구하길 잘한 것 같네.”
아바드가 주먹을 꾹 쥐었다.
그 말이 뼈저리게 사무친다.
셀리아도 카일의 망토를 꼭 쥐었다.
“카일님도……. 루나님을 위해 에레보스를 쓰러트릴 수 있었던 거군요.”
“루나 녀석만을 위해서는 아니었지만. 뭐, 어떻게 보면 그런 셈이지.”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한가 보네요. 연인을 위해 그렇게까지 힘낼 수 있다니…….”
“뭔 개소리야?”
카일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자 셀리아가 말했다.
“카일님과 루나님은 연인 관계셨잖아요.”
“아닌데?”
“네?”
“어디서 누가 그런 유언비어를 터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함부로 그런 말 퍼트리고 다니지마라.”
그 말을 남긴 카일이 에레보스를 향해 다가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셀리아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루나님은 분명 카일님을…….”
“깊게 고민하지 말자. 그나저나 셀리아.”
“응?”
“잊어라.”
“흐응?”
셀리아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빙긋 웃었다.
“글쎄? 잊어야 하려나? 천하의 아바드 르왈린이 날 좋아한다는데?”
“하아.”
아바드가 얼굴을 감싸 쥐고 작게 한숨을 내쉬자 셀리아가 키득키득 웃었다.
“네 마음만 확인하면 비겁하니까 내 마음을 밝히자면. 나도 싫지는 않아.”
“그래서, 그럼 두 사람 사귀는 겁니까?”
“꺄아아아아악?!”
뒤에서 들린 릴의 목소리에 셀리아가 기겁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
에레보스가 내뿜은 불꽃에 의해 주변에 있는 적들은 깡그리 타버렸다.
모두가 두려움에 찬 눈으로 에레보스를 바라보았다.
감히 그의 앞을 가로막는 이가 없을 때.
터벅- 터벅-
누군가 에레보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이를 본 에레보스의 눈이 꿈틀거렸다.
“네놈은…….”
“참 기분이 더럽네.”
카일이 싸늘하게 웃었다.
“조금 전 갈기갈기 찢어서 봉인한 놈이 내 눈앞에 떡하니 돌아다니고 있으니 말이야.”
그 말에 에레보스가 카일에게 검을 겨누었다.
카일 역시 똑같은 자세로 검을 겨눈다.
“이번에는 봉인이 아니라 확실히 소멸시켜주마.”
“이번에는 그대가 쓰러질 것이다.”
시작의 영웅과 재앙의 불꽃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쿠웅-!
검과 검이 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