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822)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821화(822/844)
821.
리시나스가 눈을 부릅떴다.
“저 바보가!”
레오가 미끼 역을 자처했을 때.
무언가 계획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저렇게 치명상을 입으면서까지 미끼 역할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진짜 내가 못 살아! 저 무식한 개자식!”
루나 역시 눈을 치켜뜨며 분노를 터트렸다.
“드웨노! 이것도 카일의 작전에 포함되어 있겠지?”
“포함되어 있겠지! 물론 작전이라고 해도 두들겨 패줄 거지만!”
“나도 한 대만 때려도 돼?”
“두들겨 패버리게!”
소심하게 분노를 드러내는 아르온을 향해 드웨노가 격한 분노를 터트렸다.
그때.
네 사람은 자신들의 몸에 변화를 알아차렸다.
“이건……?”
리시나스가 눈을 크게 떴다.
“순수의 마나?”
단순히 순수의 마나가 아니었다.
순수의 마나가 깃든 자신의 힘.
즉,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순수의 힘이었다.
‘강령술과 비슷해.’
영령을 몸에 깃들게 하는 강령술의 원리.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득히 높은 차원의 마법의 원리가 포함되어 있었다.
리시나스가 당혹스러운 눈으로 루나를 바라보았다.
루나 역시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마법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최고의 재능이라 평가받는 루나조차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경지였다.
‘이 마법을 카일이?’
루나의 시선이 레오에게 향한다.
레오는 히죽 웃으며 친우들을 바라보았다.
“하여간……!”
루나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레오가 만든 완벽한 기회.
무방비 상태의 에레보스를 처단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사람 놀라게 하는 데는 진짜 뭐 있다니까!”
우웅-!
루나가 모든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공간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순수의 마나가 있다면.
구현 가능한 마법이 하나 있다.
자신이 만들었지만 절대 사용할 수 없던 마법.
오직 카일만을 위한 마법.
‘이노센트.’
물론 카일을 위한 마법 술식인 만큼 다른 사람이었다면 곧바로 이노센트를 사용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루나는 이 마법을 만든 장본인.
즉석에서 자신에게 맞게 술식을 고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여기서 끝이면 서운하지!’
루나의 입에서 종언의 룬어도 흘러나왔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신에 찬 룬어.
마법사의 주문은 전장에서 싸우는 이들에게 있어 커다란 희망이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마법사의 확신에 찬 주문을 듣는다면 그 누구라도 용기를 가질 수 있다.
그게 최전방에서 싸우는 전사들이라면 더더욱.
파앗-!
드웨가 배틀 엑스를 치켜든다.
화르르륵-
그의 몸에서 일어난 거대한 화염이 도끼날로 빨려 들어간다.
지키기 위한 힘이 아닌 쓰러트리기 위한 힘.
아르온 역시 오러를 일으켜 검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최강의 전위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의 무구가 에레보스를 노리고 날아든다.
“시작의 영웅……!”
에레보스가 눈을 부릅떴다.
씹어 내뱉듯 증오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에레보스를 보며 히죽 웃은 레오는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보기 좋네. 그래, 네놈 새끼는 자신만만한 표정이 아니라 그런 표정이 제일 잘 어울려.”
카일의 조롱에 에레보스가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치명상을 입혔지만 아르온과 드웨노의 공격이 닿기 전에 카일을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여기서 시간이 더 지체되는 순간 루나의 마법이 날아들 것이다.
빠르게 상황 판단을 마친 에레보스가 자리를 벗어나려는 순간.
키우우우우웅! 화악-!
갑자기 하늘로 빛의 화살이 솟아올랐다.
화악-!
그와 함께 하늘에 마치 태양이라도 뜬 듯한 거대한 빛이 떠올랐다.
빛이 재앙의 시대의 상징인 절망의 하늘을 몰아낸다.
그 순간.
콱-!
“……!”
하늘을 꿰뚫고 올라간 빛의 화살들이 쏟아져 에레보스의 몸에 꽂혔다.
빛의 화살은 마치 에레보스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바닥에 깊게 꽂혔다.
“어리석은…… 자!”
에레보스가 눈을 부릅뜨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빛을 등진 리시나스가 서 있었다.
끼익-!
리시나스의 화살이 에레보스를 조준했다.
“아니, 틀렸어.”
리시나스가 덤덤히 말했다.
“내가 어리석은 자라고 불렸던 건 세상을 구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비원을 가슴속에 품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리시나스의 입가에 명백한 조롱의 비웃음이 맺혔다.
“우리는 세상을 구했어.”
그것이 진실이다.
말도 안 되는 비원을.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았던 거짓말은 5000년 전 사실이 되었다.
“어리석은 비원을 품은 자를 어리석은 자라고 부른다면 그건 내가 아니야.”
그녀는 세상을 구원으로 인도한 지혜의 왕.
“바로 모든 세상을 불태우겠다는 터무니없는 망상을 한 너겠지.”
5000년 전 에레보스가 자신에게 던졌던 비웃음을 리시나스는 똑같이 돌려주었다.
“자, 이제 누가 진짜 어리석은 자일까?”
콱-!
리시나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순수의 힘이 담긴 징벌의 화살이 에레보스의 미간을 꿰뚫었다.
에레보스의 몸이 젖혀진 순간.
순수의 힘을 담은 황금의 불꽃과 황금의 오러가 에레보스의 몸을 베어냈다.
조각난 에레보스의 조각이 허공에 떠오를 때.
아르온이 치명상을 입은 레오와 드웨노를 붙잡고 있는 힘껏 도약했다.
화악-!
마치 공간을 이동한 듯한 속도로 에레보스에게서 멀어진다.
그 순간.
루나가 마법을 완성했다.
종언과 순수.
절대적인 파괴와 한없이 순수한 힘의 융합.
모든 시작의 시작점을 뜻하는 말을 루나가 입에 담았다.
“제로(Zero).”
공허의 마력에 직격당한 에레보스가 눈을 부릅떴다.
이윽고 그의 입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크흐흐흐.”
어이가 없다.
대체 이 무한한 가능성의 원동력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너희들은 결국 완전체일 수 없지.”
지금의 결과는 세계와 세계가 교차한 순간에 일어난 한순간의 기적.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해도.
“결국 세계는 파멸할 것이다.”
에레보스는 확신을 담았다.
대영웅들이 완전체가 아닌 이상.
이들의 가능성에도 한계가 있을 테니까.
“짧은 평화를 만끽하도록.”
그 말을 남기고 에레보스는 사라졌다.
에레보스의 마지막 말을 들은 루나가 새끼손가락으로 자신의 귀를 후비며 중얼거렸다.
“지랄.”
***
에레보스의 조각이 소멸하자 타르타로스는 바로 후퇴했다.
불가능할 것 같던 승리.
에레보스의 조각 절반을 상대로 승리한 기적적인 순간이었다.
모두가 경이를 담아 저 멀리 보이는 대영웅들을 바라보았다.
“저것이…… 대영웅.”
누군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세계를 구한 존재들…….”
그 와중에 레오가 아르온의 부축을 받고 일어났다.
탓탓탓탓-
그런 레오를 향해 루나가 달려왔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그대로 거기서 제로를 만들어내다니.’
자신이 오랫동안 연구한 끝에 만들어낸 마법, 제로를 즉석에서 구현한 루나의 마법적 역량이 새삼스럽게 사기스럽다고 생각한 레오가 웃었다.
“어떻게 제로를 생각해낸…….”
웃으면서 묻던 레오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소리쳤다.
“야이 미친 귀쟁이야! 나 중환자…….”
“닥쳐! 이 망할 자식아!”
퍽-!
루나의 날아 차기가 정확하게 레오의 가슴팍에 작렬했다.
레오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변태 영감! 저 자식 잡아!”
“웃차.”
드웨노가 뒤에서 레오의 양팔을 붙잡아 일으켰다.
“놔! 이거 놔! 이 변태 영감!”
레오가 악을 쓰며 발버둥을 치자 루나가 말했다.
“어? 어? 발버둥 치면 더 아프다? 명치! 명치 진짜 한 대만 더 세게 때릴 테니까 반항 그만해!”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루나.
그런 루나를 리시나스가 뒤에서 잡아끌었다.
“그만해. 한 대 때렸으면 됐잖아.”
“그나마 말이 통하는…….”
퍽-!
리시나스의 주먹이 레오의 명치를 가격했다.
“이제 내 차례야.”
“이 미친 도마뱀이…….”
레오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걱정을 시키는 것도 유분수지!”
“맞아! 죽었으면 어쩌려고 그렇게 무식한 짓을 해!”
“지금 너희들이 날 죽이려고 하고 있어……. 이 무식한 것들아…….”
자신의 앞에 서서 잔소리를 하는 둘을 향해 레오가 쥐어 짜내듯 말하자 드웨노가 말했다.
“자네가 그 정도로 죽을 리 없잖은가?”
냉정한 드웨노의 말에 레오가 이를 뿌득 갈 때.
“나도 화났어. 나도 한 대만 때릴래.”
아르온이 화가 난 목소리로 말하자 리시나스와 루나가 자리를 비켰다.
순한 아르온이 한 대 때려봤자 꿀밤을 먹이는 선에서 끝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아르온의 주먹이 레오의 복부를 가격했다.
콰득-!
심상치 않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카일?”
드웨노가 축 늘어진 레오를 흔들어보았다.
그러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큰일이네. 이 친구 숨을 안 쉬어.”
“헉! 카일!”
“숨 쉬어! 숨! 숨!”
리시나스가 축 늘어진 카일을 흔들었고 루나가 뺨을 마구 쳤다.
“아르온 너무 심했네. 자네는 적당히를 모르는 건가?”
“왜 나만…….”
드웨노가 나무라자 아르온이 울상을 지었다.
잠시 후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레오가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리시나스와 루나의 멱살을 붙잡았다.
물론 두 사람도 지지 않고 레오의 멱살을 잡았다.
서로 멱살잡이를 하는 대영웅들의 모습에 모두가 입을 쩍 벌렸다.
“저게…… 대영웅?”
상상이 바사삭- 가루가 되는 걸 느끼며 모든 이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모두가 역사의 진실을 깨달을 때.
우웅-!
레오의 눈앞에 얼음 거울이 생성되었다.
레오가 품에서 시계를 확인했다.
짹깍-짹깍-짹깍-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제는 거의 초 단위로 움직이기 시작한 시계.
‘…… 시간이 되었다.’
조금 전까지 친구들이랑 시끄럽게 소리치던 일상이 끝을 고하고 있다.
‘아니……. 이곳에 남는 걸 선택한다면……. 남을 수도 있겠지.’
레오가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은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후회는 남겠지.’
시계를 쥔 레오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레오가 고개를 돌려 얼음 거울을 바라본 순간.
탁-!
누군가 레오의 손을 잡았다.
루나 아니면 아르온이라는 생각에 레오가 입술을 깨물며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는 리시나스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리시나스를 바라보던 레오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쩔 줄 몰라 할 때.
루나가 다가와 리시나스의 손을 붙잡아 떼놓았다.
그리고 레오의 멱살을 잡더니 잡아끌어 그대로 입을 맞췄다.
멍한 표정을 짓는 레오를 보며 루나가 빙긋 웃었다.
“나는 카일 네가 좋아.”
“…….”
“그러니……. 너다운 선택을 했으면 좋겠어.”
루나가 한 발자국 물러섰다.
“내가 아는 카일은……. 우리를 믿을 거야. 네가 없더라도 우리는 세계를 구할 거라고.”
힘 있게 말한다.
눈물을 참으며.
“그리고……. 내가 아는 카일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세계를 구할 사람이야.”
“…….”
“그러니까……. 그러니까…….”
루나가 환하게 웃었다.
“어떤 세계에 있든……. 설령 길이 갈라졌다 하더라도 우리가 우리다웠으면 좋겠어. 나라면 그런 선택을 했을 거야.”
루나의 말에 레오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드웨노와 아르온을 바라보았다.
드웨노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고 아르온은 코를 훌쩍이며 히죽 웃었다.
“나도 루나랑 같은 생각이야.”
“아르온, 너 그렇게 웃지마라. 재수 없으니까.”
“왜! 네 웃음을 따라 한 건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 아르온을 보며 쓴웃음을 터트린 레오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리시나스를 바라보았다.
“리시나스.”
그 말에 리시나스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레오의 목에 팔을 두르더니 입술을 훔쳤다.
“웁?”
레오가 당황한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그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짓던 루나가 일순간 눈을 치켜떴다.
“저저저저저! 저! 쟤 지금 혓바닥을……? 망측해! 여기가 무슨 침대인 줄 알……. 읍읍읍!”
“거기까지 하게. 더 이상 후대에 추태를 보이지 말고.”
드웨노가 한숨을 쉬며 루나를 막았다.
한 발자국 물러선 리시나스가 말했다.
“카일.”
“……응.”
“좋아해.”
희미하게 웃는 리시나스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아마…….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을 거야.”
“…….”
“이쪽 세계의 나를.”
그 말에 리시나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레오가 뒤를 돌아보았다.
터벅- 터벅-
얼음 거울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다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마지막으로 친구들의 모습을 눈에 담은 레오가 얼음 거울 속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화악-!
일순간 검은 공간이 보였다.
그리고…….
터벅- 터벅-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시작의 영웅 카일을 본 레오가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
터벅- 터벅-
중간에서 만난 레오가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시작의 영웅 카일이 의아한 얼굴을 한 채 잡았다.
레오는 에레보스의 조각을 토벌하고 얻은 신력을 카일에게 건네주었다.
그걸 받아든 카일이 빤히 레오를 보며 말했다.
“할 말 있냐?”
“아니.”
카일이 피식 웃었다.
“고생 좀 더 하라고.”
“……고생은.”
똑같은 웃음을 지어준 레오가 자신을 세계로 향했다.
각자가 서로의 세계에 닿기 직전.
“웃는 게 재수 없기는 하네.”
“웃는 게 재수 없기는 하네.”
똑같은 감상평을 내뱉었다.
화악-
카일이 히어로 레코드 조각이 되어 거울 속으로 사라지고.
화악-!
레오가 전장의 한가운데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