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825)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824화(825/844)
824.
루메른 아카데미의 교정.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학생들이 정신없이 오가고 있었다.
날씨는 이미 무더운 여름.
푹푹 찌는 더위에 학생들의 교복 역시 이미 하복 교복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
무더위에 학생들이 축 늘어져 있다.
하지만 평상시보다 더 늘어져 있는 건 비단 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니! 왜! 우리가! 이 황금 같은 주말에 루메리아 시티에 놀러 나가지도 못하고 공부를 해야 하냐고!”
벤치에 벌러덩 드러누운 일리아나가 떼쓰듯 칭얼거렸다.
그런 일리아나의 반응에 같이 벤치에 앉아 있던 첼시가 딱 잘라 말했다.
“그야 다음 주면 기말고사니까.”
대륙 동부 데비앙 왕국의 사건의 뒷수습이 끝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 갈 때쯤.
루메른 학생들은 1학기의 마지막인 기말고사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그에 따라 시험 성적의 스트레스가 더위와 함께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사실 올해 루메른 아카데미는 학과 일정의 대대적인 개편을 맞이했다.
가혹한 수준의 퇴학 서바이벌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학과 일정의 난이도가 떨어진 건 아니었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오히려 더욱 가혹해졌다.
기간별로 퇴학이 존재하지 않을 뿐.
학년이 마무리되는 연말에 성적에 따라 퇴학 대상자인 학생은 학교를 떠나야 했다.
이곳이 루메른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없었다.
그런 만큼 가혹한 학과 일정에 시달리는 건 전 학년이 다 똑같았다.
오히려 성적에 더욱 신경 쓰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놀고 싶어! 놀고 싶다고!”
일리아나가 양팔을 마구 흔들며 울상을 지었다.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 책을 읽던 클로에가 말했다.
“일리아나, 그렇게 날뛰다가 첼시를 치기라도 하면…….”
퍽-!
클로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일리아나의 발이 첼시의 옆구리를 쳤다.
“호오?”
“아니, 이건 실수로…….”
“이게!”
쌍심지를 켠 첼시가 일리아나에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설레설레 고개를 졌던 클로에가 말했다.
“응? 1학년들이다.”
그 말과 함께 일리아나가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나 바른 자세를 취했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일리아나는 우아한 몸짓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 분위기 변화에 첼시가 멈칫했다.
“앗!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1학년 마법학과 학생들이 첼시와 클로에, 일리아나를 발견하더니 눈을 휘둥그레 뜨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 인사에 일리아나가 대표로 웃으며 인사했다.
“그래, 안녕. 다들 시험공부는 어떻니?”
어른스럽게 웃으며 묻는 일리아나를 보며 몇몇 마법학과 남학생들이 얼굴을 살짝 붉혔다.
“어렵습니다!”
“필기시험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남학생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며 일리아나가 쿡쿡- 웃었다.
“우리 학교 시험이 가혹하기는 하지. 그래도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단다.”
“옙!”
남학생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러자 여학생들이 다가왔다.
“일리아나 선배님은 마검사이시면서 기사학과를 주력 학과로 선택하셨는데도 마법학과 시험을 꾸준히 치신 거죠?”
“굉장하세요! 렌 교수님 시험이 엄청 어렵다고 알고 있는데.”
“후훗. 별거 아니야. 여기 첼시와 클로에가 더 대단해.”
일리아나가 빙긋 웃으며 옆을 바라보았다.
여학생들이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사실 클로에와 첼시가 더 대단한 건 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넘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 같은 존재.
그런 그들과 비교 했을 때 일리아나는 인간적인 면모가 있는 선배였다.
그렇다 보니 1학년 마법학과 학생들에게 첼시와 클로에는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라면 일리아나는 이상하게 따르고 싶은 존경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어떻게 기사학과시면서 마법학과 시험에서까지 성적을 잘 받으실 수 있으신 건가요? 비법이 있나요?”
마법학과 전체로 봤을 때 우수한 성적은 아니지만 그 어렵기로 유명한 루메른의 마법 수업을 3년 동안 받으며 낙제하지 않았다.
기사학과의 신분으로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일리아나는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기 충분했다.
문제는.
“철저한 복습과 예습?”
‘되지도 않는 약을 판다는 게 문제지.’
첼시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일리아나와 같은 반이었던 1학년 시절을 떠올렸다.
‘야! 복습 좀 해!’
‘복습은 먹는 거야!’
‘아니면 예습이라도 하던가!’
‘예습은 마시는 거고!’
참고로 저 복습은 먹는 거고 예습은 마시는 거라는 황당무계한 지론은 3학년이 된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다.
첼시의 어이없다는 시선에도 일리아나는 호호- 웃으며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배님! 다음에 공부 가르쳐주세요!”
여학생들이 까르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남학생들 역시 쭈뼛쭈뼛 고개를 숙이고는 떠났다.
“일리아나 선배님은 언제 봐도 우아하시다니까.”
“역시 저렇게 예쁘시니까 남자친구가 있으시겠지?”
“칼 선배님이랑 1학년 때부터 엄청 친하셨고 자주 붙어 있으셨잖아? 혹시 두 분이 그렇고 그런 사이일지도.”
“으……. 칼 선배님이 부러워.”
1학년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1학년들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던 일리아나가 첼시에게 매달렸다.
“첼시! 시험 싫어!”
“저리 가. 더워.”
첼시가 차갑게 일리아나를 얼굴 째로 밀어냈다.
“클로에! 아, 시원하다. 그리고 첼시에게서 느낄 수 없는 이 포근함.”
클로에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나직이 중얼거리는 일리아나.
첼시가 일어나 손가락 관절을 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리아나는 클로에에게 칭얼거렸다.
“클로에. 시험 만점 맞는 마법 만들어 줘.”
“그런 마법을 만드는 것보다 공부하는 게 더 쉬워.”
“클로에는 바보야? 공부가 어려우니까 만들어 달라는 거잖아.”
그 말에 가볍게 한숨을 쉰 클로에는 읽고 있던 커다란 마도서를 첼시에게 건넸다.
첼시는 그대로 책의 모서리로 일리아나의 뒤통수를 찍어 버렸다.
바닥에 쓰러져 움찔움찔 몸을 떠는 일리아나를 내려다보며 첼시가 말했다.
“대체 얜 어떻게 1학년들 사이에서 그 내숭을 부리면서 안 걸릴 수 있는 거야?”
“그러게, 신기하네.”
클로에도 미스터리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
전교생이 시험 때문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는 와중.
시험과는 무관한 학생도 존재했다.
그 대표적인 학생이 바로 학생회장인 레오였다.
“평화롭네.”
영웅의 탑에서 루메른 교정이 내려다보이는 학생회장실에 앉은 레오가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애들 얼굴도 밝네.”
“넌 저게 밝아 보여?”
서류 작업을 돕던 칼이 질렸다는 얼굴로 묻자 레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울고 있진 않잖아. 그럼 밝은 거지.”
레오의 남다른 말에 칼이 고개를 저었다.
‘하긴, 레오가 3학년 되고 학생들 울린 게 어디 하루 이틀이냐?’
2학년까지 조용하던 레오는 3학년이 된 이후로 본격적인 본성을 드러냈다.
정확하게는 돌발 시험으로 학생들을 혼돈으로 밀어 넣는 경우가 많아졌다.
중간고사 직전까지 있었던 여러 사건이 데비앙 사건 이후에도 여러 번 터졌다.
그렇다 보니 루메른 학생들은 학년 구분 없이 웬만한 사건에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신없었던 3학년 1학기를 떠올리며 칼이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여름 방학 때는 느긋하게 보내야지.’
칼이 그렇게 지친 심신을 쉬게 해줄 꿀 같은 여름 방학을 애타게 기다릴 때였다.
달칵-!
학생회장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입구를 보지 않았지만 칼은 누가 왔는지 알 수 있었다.
이 학생회실에 노크도 없이 거침없이 들어올 인간은 단 한 명뿐이었으니까.
“흐응. 후배들이 많이 건방져졌네?”
루메른의 여왕, 엘레나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칼을 보며 빙긋 웃었다.
“얘, 칼.”
“네.”
“저 망할 아저씨야 그렇다 치지만. 넌 선배가 왔는데 쳐다도 보지 않는 건 물론이고 인사도 안 하니?”
“훗. 엘레나 선배님. 이제 곧 졸업이시잖아요?”
“그래서? 안 무섭다?”
“아, 예. 뭐.”
칼이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속은 떨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칼은 이렇게라도 작은 반항을 해보고 싶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작년부터 학생회 소속도 아닌데 엘레나에게 너무 부려 먹혔다.
심지어 지금도 부려 먹히고 있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반항을 해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흐음. 어차피 노예처럼 부려 먹히고 있으니 무서울 게 없다. 이건가?”
“그런 셈이죠.”
껄렁하게 고개를 끄덕인 칼이 말했다.
“아, 엘레나 선배님. 음료수 좀 사다 주시겠어요.”
“굉장해. 칼. 아주 간이 배 밖으로 튀어 나왔구나? 이게 바로 영웅의 패기인가?”
엘레나가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그러더니 빙그레 웃었다.
“그런데 칼. 그거 아니? 원래 차기 부학생회장 선출권은 부학생회장에게 있다는 거?”
“엘레나 선배님. 드시고 싶은 거 말씀해주세요. 제가 당장 오겠습니다.”
“응. 1층에서 커피 사 와.”
“첼시에게 쫓겨 다니는 일리아나처럼 다녀오겠습니다!”
칼이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워낙 급하게 나가다 보니 문이 다 닫히지 않고 살짝 열려 있었다.
그런 칼을 보며 생글생글 웃은 엘레나가 학생회실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팔짱을 낀 채 창밖을 바라보는 레오를 빤히 바라보며 삐죽 입술을 내밀었다.
“그래도 명색이 선배인데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니?”
그 말에 피식 웃은 레오가 말했다.
“졸업 준비는 잘 돼가?”
“졸업 시험 정도야 문제없지.”
루메른 역사상 손꼽히는 재능으로 평가받는 엘레나다.
마음만 먹으면 졸업 시험 따윈 일도 아니다.
덤덤히 말한 엘레나가 뚫어져라 레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에 레오가 커피를 홀짝일 때였다.
“이제야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네.”
“신경 쓰이게 했군.”
데비앙 사건 이후.
여러 가지 일이 있은 레오는 평소보다 기운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레오와 가까이 지냈던 이들은 그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온 레오를 보던 엘레나가 말했다.
“나 졸업 선물 미리 주면 안 돼?”
“졸업 선물?”
“응.”
엘레나가 빙긋 웃었다.
“여름 방학 때 나랑 단둘이서 무인도로 놀러 가줘.”
***
엘레나에게 반항 한 번 해봤다가 가뜩이나 꼬인 학교생활이 더욱 꼬이게 생긴 칼은 엄청난 속도로 1층까지 갔다 왔다.
그건 말 그대로 엄청난 순간이었다.
그것 때문에 어긴 교칙이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선도부에 응징을 당하는 건 나중 일이고 지금은 여왕의 심기를 맞추는 게 더 중요했다.
그렇게 칼이 숨을 헐떡이며 학생회실 문 앞에 도달했을 때.
“여름 방학 때 나랑 단둘이서 무인도로 놀러 가줘.”
열린 문틈으로 들린 엘레나의 목소리에 칼이 멈칫했다.
그리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다 큰 남녀가 단둘이서 무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