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829)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828화(829/844)
828.
시험이 모두 끝난 루메른 아카데미.
기말시험이 끝난 당일과 주말 동안 시험 뒤풀이를 끝낸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그 다음 주 수업이었다.
이번 주 수업까지 모두 들어야 진정한 자유인 방학을 맞이할 수 있었다.
물론 수업이라고 해도 자율 학습이 대부분이라 학생들의 얼굴은 한결 편했다.
3학년 마법학과 실습 교장.
“너 이번 주 여름 방학 때 뭐 할 거야?”
“이번 방학에는 별장에 놀러 가려고. 너도 같이 갈래?”
“오? 어딘데?”
“대륙 남부 해안가.”
“유명 휴양지잖아?!”
학생들은 즐겁게 방학에 뭘 할건지 떠들고 있었다.
“난 그냥 집에서 좀 푹 쉬려고.”
“너희 집이 평범한 시골 영지라고 했던가?”
“응. 가서 마을 농사일이나 좀 거들 생각이야.”
“호오. 봉사활동이라…… 영웅의 본부이기는 하지.”
귀족 학생과 평민 학생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방학 일정을 짰다.
평민 출신 학생을 초대하는 귀족 출신 학생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평민 출신 학생의 일상에 관심을 가지는 귀족 출신 학생들도 있었다.
신분에 관계없이 학생들끼리의 어울림.
이처럼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루메른의 오랜 전통 중 하나였다.
하지만 방학에 관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절대로 언급하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성적과 방학 숙제였다.
그렇게 학생들은 곧 눈앞에 닥칠 상황을 철저하게 외면하며 현실 도피를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오늘 아침에 엘레나 선배 말이야.”
“응? 엘레나 선배가 왜?”
“2학년들 말로는 루메리아 시티로 외출한 것 같다던데.”
“그러고 보니 엘레나 선배는 시험 끝나고도 학과 일정 마무리하느라 거의 못 쉬었지?”
“원래 학생회는 이번 주 내내 바쁠 예정이었는데 엘레나 선배가 혼자서 서류 정리를 다 끝냈다나 봐.”
“와…… 진짜 유능하기는 해.”
3학년들이 혀를 내둘렀다.
“우리가 입학했을 때는 우등생이랑은 거리가 멀었는데 말이야.”
“오히려 망나니라 공포의 대상이었지.”
“1학년 애들이 엘레나 선배 앞에서 웃으면서 인사하는 거 보면 가끔 적응 안 될 때가 있다니까.”
지금 3학년들이 입학한 이후 가장 이미지가 많이 변한 선배가 있다면 그건 단연 엘레나였다.
4, 5학년은 물론이고 교수들의 말조차 무시하고 멋대로 행동하던 루메른의 폭군.
압도적인 실력이 있었지만 우등생이라는 수식어와는 거리가 멀었던 학생.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성실한 우등생으로 변했다.
물론 그 제멋대로의 성격이라든가 변덕스로운 기질은 여전해서 가끔 후배들을 놀리곤 했지만 옛날과 비교한다면 천사로 보일 지경이었다.
“그런데 레오랑 같이 갔다고 하던데?”
“레오랑? 뭐야? 둘이 데이트하나?”
마법학과 학생들이 레오와 엘레나의 사이에 대해 떠들 때.
저 멀리서 한 무리의 학생들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어라? 쟤들 기사학과 애들 아니야?”
“그러게, 기사학과가 여기 무슨 일이지?”
마법학과 학생들이 영문을 몰라할 때.
마법학과 실습 교장에 도착한 기사학과들이 도열했다.
기사학과답게 완벽한 제식이었다.
“듀란! 여긴 웬일이야?”
마법학과 학생 중 한 명이 선두에 있는 듀란에게 물었다.
그 말에 듀란이 말했다.
“아인 교수님께서 오늘 수업은 이곳에서 진행할 거라고 하셨다.”
“엥? 여기서?”
학생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을 때.
“다들 모였나! 제군들!”
하늘에서 렌 교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렌 교수 옆에는 언제나처럼 안나 부교수가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었다.
마법학과 학생들 앞에 선 렌 교수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기뻐해라! 제군들! 내가 오늘! 저 근육밖에 모르는 기사학과 녀석들을 물리칠 기회를 만들었다!”
“렌 교수님. 타 학과 학생들을 비하하는 발언은 적절치 않습니다.”
“이건 비하가 아니다! 정당한 평가다!”
렌 교수가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는 기사학과 학생들은 그러려니 하는 표정을 지었다.
렌 교수의 저런 발언이야 이제 익숙했다.
아인 교수들도 마법학과 학생들을 툭 치면 부러지는 약골들이라고 말하곤 하니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안나가 폭주하는 렌 교수를 어떻게 진정시키지? 라는 표정으로 지팡이를 움켜쥘 때였다.
아인 교수가 교정 안으로 들어왔다.
“다 모인 것 같군.”
그런 아인을 보며 렌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다가갔다.
“하하! 아인 선배님! 제 승부를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시다니! 용기가 갸륵하시군요!”
“걱정마라, 강자로서 약자의 도전은 언제든지 환영이니 말이야.”
렌의 말에 아인이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그 대화를 듣고 있던 아인의 부교수, 클라리아가 안나와 눈을 마주쳤다.
두 부교수는 서로에게 살짝 측은한 시선을 보내주었다.
그때 상황을 지켜보던 일리아나가 손을 들었다.
“교수님들, 뭐 거셨어요?”
일리아나의 물음에 렌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런, 이런. 이게 누구신가? 근육에 뇌를 팔고 마법학과를 배신한 일리아나 학생 아니신가?”
렌 교수가 빈정거렸다.
1, 2학년 때 같았으면 교수의 이런 말에 주눅이 들었을지 모르지만 일리아나는 이미 루메른에서 닳고 닳은 학생이었다.
“그래서 뭐 거셨어요?”
“분기 연구비를 걸었다.”
그 말에 학생들이 침묵했다.
루메른 교수들에게는 1년에 네 번, 분기별로 연구비가 주어진다.
그리고 그 금액은 굉장히 크다.
‘그런데 고작 이런 내기에 연구비를 태워?’
일리아나는 물론 학생들이 눈을 반짝일 때였다.
“잠깐만요! 교수님! 분기 연구비라뇨?”
안나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인 교수님?”
클라리아 역시 듣지 못한 일이라는 듯 날카로운 표정으로 아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렌 교수도 아인 교수도 부교수들의 추궁에 눈 하나 까딱할 위인들이 아니었다.
“후훗, 걱정말게. 안나 부교수. 두 배로 불려 올 테니까.”
“야! 이 인간아!”
“연구비 사용이야 내 재량이다만 문제 있나?”
“…….”
안나 부교수가 렌의 멱살을 잡았고 클라리아 부교수는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오오옷! 이기면 우리에게도 뭐 떨어지는 거죠?”
“회식을 고려해보지.”
“오오오!”
“종목은 뭔가요?”
학생들이 의지를 불태웠다.
“바스테라다.”
루메른 전투학 수업에서 자주하는 스포츠 중 하나인 바스테라.
팔짱을 낀 렌이 말했다.
“그럼 출전 명단을 발표하겠다. 칼 토마스.”
전력은 안 되지만 상황 판단이 빠르고 작전을 잘 짜는 칼의 존재는 전술 전략 측면에서 다른 학생들의 능력을 상승시켜 줄 게 분명했다.
하지만 렌의 호명에도 불구하고 대답은 없었다.
“칼 학생? 칼 학생 없나?”
렌의 눈이 꿈틀거렸다.
그에 남학생 한 명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렌 교수님. 칼은 오늘 수업 안 들어왔는데요!”
“하! 감히 신성한 수업에 들어오지 않다니!”
렌의 눈이 번뜩였다.
“후. 어쩔 수 없지. 아바드 학생.”
“네.”
아바드가 앞으로 나섰다.
“다음 첼시 학생. 친구지만 칼 학생과 첼시는 참으로 차이가 나는군.”
첼시를 호명하며 렌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첼시 학생?”
“교수님, 첼시도 오늘 수업 빠진 것 같은데요.”
“…….”
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래! 클로에 학생! 내 제자중 가장 성실한 우등생인 클로에 학생이라면…….”
“교수님! 클로에도 오늘 수업 빠졌어요!”
“…….”
당혹스러운 마법학과 학생의 말에 렌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기사학과에서는 괴물 3인방이라 불리는 첸 시아, 셀리아, 듀란이 모두 온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본 학생들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 큰일 났다.’
***
“야! 이거 단순 징계로 안 끝나!”
“시끄러워, 평소에 밥 먹듯 교칙을 어기면서 새삼스럽게 왜 징징거려?”
머리를 벅벅 긁는 칼을 보며 첼시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거야 자잘자잘한 걸 어기지! 이렇게 대형사고는 안 친다고!”
칼의 말에 첼시가 말했다.
“어쨌든 네 모토는 돈만 주면 다 해준다는 거잖아.”
팔짱을 끼고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첼시를 보며 칼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 말대로였다.
지금 현재 첼시와 클로에, 칼은 루메리아 호수 위에 있었다.
정확하게는 루메른과 루메리아 시티를 오가는 배 위였다.
평일에 학생들이 오고 가는 배는 운행하지 않는다.
지금 칼 일행이 탄 배는 루메른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유통 상인의 배였다.
평소 넉살 좋은 칼이 몰래 상인과 외부를 오갈 수 있는 루트를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물론 걸리면 모든 잘못은 칼이 뒤집어쓰기로 했다.
칼 역시 어지간하면 졸업 때까지 쓸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이동 루트였는데 이 루트를 사용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클로에와 첼시의 닦달 때문이었다.
어젯밤, 칼에게 레오와 엘레나가 오늘 아침 루메리아 시티로 나간다는 말을 들은 두 사람이 칼을 닦달해 몰래 루메리아 시티로 나가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세 사람의 목에는 드웨노의 연금술로 만든 기척 차단 아티팩트도 걸려 있었다.
‘평상시 레오의 감각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는 물건이긴 하지.’
드웨노의 레시피로 만든 물건인 만큼 성능은 확실했다.
“아니. 오늘 무인도로 출발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어디 무인도로 가는지 모르잖아. 오늘 감시하다 보면 목적지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일리가 있는 말에 말문이 막힌 칼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클로에를 힐끗 바라보았다.
평상시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어딘지 눈이 퀭했다.
아무래도 레오가 엘레나와 단둘이 여행을 간다는 말이 많이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칼.”
“왜.”
“단순히 놀러 가는 거겠지……?”
“그렇겠지.”
“응. 레오가 허튼짓할 사람은 아니잖아? 게다가 우린 아직 성인식을 안 치르기도 했고.”
“…….”
“아닌가? 사춘기니까…… 으음……!”
혼란스러워하는 클로에를 보며 칼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겉으로만 우리랑 동갑이지.’
레오는 어른이었다.
둘의 대화를 듣던 첼시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레오의 정체를 아는 첼시로서도 여러모로 불안했다.
리시나스와 루나의 일이 있었던 게 오래되지 않았다.
‘두 분과의 헤어짐은 레오 오빠에게 있어서도 분명 상처일 거야.’
그런 상황에서 엘레나와 같은 여성이 유혹한다면?
‘남녀 일은 모르는 일이라고 하잖아?’
같은 여자인 첼시가 봐도 엘레나는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답다.
게다가 특유의 마성.
어지간한 남자는 저항도 하지 못하고 포로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폭력적인 마성의 소유자가 엘레나다.
‘엘레나 선배도 레오 오빠의 정체를 알고 있어. 그리고 결정적으로…….’
엘레나 역시 레오에게 마음이 있다.
대외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석에서 레오에게 거침없이 호감을 드러내는 엘레나의 모습을 여러 번 본 첼시다.
평상시야 레오도 엘레나를 어린애 취급했기에 신경을 안 썼지만.
역시나 단둘이서 아무도 없는 곳으로 여행을 간다는 게 걸렸다.
게다가 엘레나는 곧 졸업이 아닌가?
더 이상 학생의 신분이 아니게 된다.
‘나도 크면 레오 오빠가 조금은 이성으로 봐줄까?’
거기까지 생각한 첼시가 팔짱을 끼고 고민에 빠졌다.
그렇게 각자의 복잡한 심경을 안은 세 사람이 루메리아 시티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