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833)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832화(833/844)
832.
“방학이다!”
“드디어 해방이다!”
방학식이 끝나고.
기숙사에 돌아온 학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중에는 기분에 취해 교과서를 높이 집어 던지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렇게 분위기에 취해 몇몇 1, 2학년이 교과서를 던지고 있을 때였다.
“책은 던지는 거 아니야.”
쩌저저저적-
누군가의 싸늘한 목소리에 일순간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모두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언제나처럼 책을 품에 안고 있는 클로에가 서 있었다.
입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그 분위기는 북풍처럼 차가웠다.
“주워.”
“네, 넵!”
“야! 그거 내 거야!”
1, 2학년들이 허둥지둥 각자의 책을 주워 들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셀리아가 말했다.
“클로에. 2학기 때는 꼭 선도부에 들어와.”
“생각해볼게.”
“그나저나 어쩌자고 수업 시간에 루메리아 시티로 나갈 생각을 한 거야?”
“음……. 그건…….”
“저것들이야 뭐 그렇다고 쳐도.”
“저것들이라니! 저것들이라니!”
옆에서 듣고 있던 첼시가 눈을 치켜떴고 칼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셀리아의 말에 클로에가 슬쩍 시선을 피했다.
학생회장과 부학생회장이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무인도로 놀러간다는 말을 듣고 그곳이 어딘지 알아내기 위해 미행을 했다고는 죽어도 말할 수 없는 클로에였다.
‘결국 어디로 가는지 알아내지도 못했고.’
클로에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셀리아. 혹시 레오 방학 때 어디 가는지 알아?”
“첫 주는 아르히 왕국 영해에 있는 무인도에 간다고 하던데? 정확하게 어디 있는 무인도로 간다고는 말 안 해줬지만.”
“뭐? 레오 오빠가 그걸 말해 줬다고?”
이야기를 듣던 첼시가 다급히 물었다.
“응. 왜?”
첼시와 클로에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의 뒤를 밟았던 삼인방은 할린드에게 붙잡혀 교내 봉사 활동 및 반성문 작성이라는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우린 대체 뭘 했던 거야?”
칼이 씁쓸한 미소를 지을 때였다.
또각- 또각-
“한심하네. 방학 직전에 징벌방에나 끌려가고.”
“오! 일주일만이네. 진짜 반갑다!”
칼이 자신에게 다가온 엘리자를 보며 웃었다.
“흥, 고작 일주일 안 본 거 가지고.”
엘리자가 고개를 획 돌리며 코웃음을 치자 칼이 말했다.
“왜, 난 너 보고 싶었는데.”
“흐응?”
엘리자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칼을 힐끗 바라보곤 물었다.
“왜?”
“할린드 교수님에게 매일 시달리다 보니 네 신경질이 그리워졌달까?”
“호오?”
“농담이에요. 살려주세요.”
엘리자가 멱살을 쥐자 칼이 양손을 들었다.
그런 칼을 보며 코웃음을 친 엘리자가 손을 놔주었다.
칼은 품속에서 손을 넣으며 말했다.
“좋은 물건이 들어와서 너에게 1순위로 중계해 주려고 했지.”
“좋은 물건?”
“드래곤 가죽으로 만든 안장.”
“어떻게 구했어?”
엘리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드래곤과 관련된 물건은 매우 귀하다.
그런 만큼 돈이 있다고 해도 쉬이 살 수 없는 물건이었다.
“내가 수완이 좀 좋잖아?”
칼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징벌방에 있는 동안 어떻게 알았는지 유라 교수님이 찾아와서 팔으라고 닦달까지 했었어.”
교수 권한으로 자신에게 팔면 징벌방에서 빼내 주겠다고 회유하던 유라였다.
물론 팔지 않는다면 2학기가 시작할 때까지 징벌방에 가둬두겠다던 협박은 덤이다.
‘결국 할린드 교수님에게 걸려서 끌려나갔지.’
하얗게 질려 오해라고 외치던 유라 모습을 떠올리던 칼이 조금 측은한 눈으로 엘리자를 바라보았다.
“뭐야? 그 눈빛.”
“아니. 유라 교수님이 담당 교수인 네가 좀 안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말에 엘리자가 인상을 썼다.
“그러는 넌? 넌 렌 교수님이 담당 교수잖아.”
“할 말 없군.”
징벌방에 있을 때 칼을 찾아온 건 유라 뿐만이 아니었다.
자신들 때문에 내기에서 졌다는 소리를 하며 징벌방에서 나올 생각하지 말라고 히스테릭을 부리던 렌 교수의 모습을 떠올린 칼이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렌도 할린드에게 끌려나갔다.
‘우리 학교 이대로 괜찮나?’
학교에 대해 고민하던 칼이 말했다.
“어쨌든 너한테 팔려고 했어. 어때? 관심 있어.”
“일단 물건을 보고 생각해야겠는걸?”
“어, 물건은 지금 가게에 있는데 들렀다 갈래?”
칼이 볼을 긁적이며 말하자 엘리자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한가한 너랑 다르게 헤르긴 가문의 후계자인 나는 일정이 밀려 있어.”
“그렇겠지.”
아닌 게 아니라 헤르긴 가문 같은 거대한 영웅 명가의 후계자면 방학부터 바빴다.
“그럼 방학 끝날 때까지 잘 보관해둘게.”
칼이 빙긋 웃으며 말하자 엘리자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쯧-! 하고 혀를 찼다.
“왜?”
엘리자는 아공간을 열어 종이와 펜을 꺼냈다.
그리고 슥슥- 무언가를 쓰고는 종이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고 칼에게 건넸다.
“내일모레는 본가 저택에 있을 테니까 가지고 와.”
“오? 초대장이야?”
칼이 환하게 웃으며 종이를 받았다.
“초대장은 무슨.”
그렇게 말하고 팔짱을 낀 엘리자가 말했다.
“그리고 너. 레오 플로브의 대관식에 누구랑 가기로 했어?”
“응? 딱히 누구랑 가기로 한 건 아닌데. 미리 가 있을 수도 있고.”
“그럼 나랑 같이…….”
“칼 토마스.”
그때 듀란이 칼 뒤에 섰다.
“레오 플로브의 대관식에 내 동생의 에스코트를 해라.”
“나 평민인데?.”
“그게 무슨 상관이지? 넌 우리 왕국 소속의 영웅이다. 왕족의 에스코트를 할 자격은 충분하지.”
“이게 무슨 짓이죠? 듀란 모이라. 내가 칼과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엘리자가 사나운 목소리로 묻자 듀란이 특유의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야기 끝난 게 아니었나? 이건 우리 왕국의 일이다. 내정 간섭은 하지 말도록.”
“하?”
엘리자의 이마에 힘줄이 솟아올랐다.
그 모습을 보며 칼이 빙긋 웃으며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살려줘.’
다급한 속마음이 느껴지는 요청이었지만 다들 외면했다.
엘리자와 듀란.
이제 학교 내에서 한 성질하기로 유명한 두 사람의 싸움에 끼어들고 싶은 학생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 엘리자와 듀란이 칼을 두고 저렇게 싸우다니.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말이야.”
멀리서 흥미진진하다는 얼굴로 싸움을 바라보던 일리아나가 레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반장. 에미오 녀석이 왔었다면서? 어떻게 됐어?”
“여전하더군. 클로에에게 무례하게 굴다가 칼에게 욕먹고 엘레나 선배에게 험한 꼴 당했지.”
“분명 반장 보러 온 거였을 텐데 이야기는 했어?”
“예의가 없는 것들은 내가 싫어해서 말이야.”
“헤헹! 완전 바보네! 반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왔다가 밉보이다니! 하긴 그 나라 왕세자 성질머리야 유명하니까.”
“네 말이 맞기는 한데 네가 다른 사람을 바보라고 하니까 조금 이상하네.”
“반장 너무해!”
일리아나가 울상을 지으며 레오를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그러는 사이 엘리자와 듀란은 소환수와 오러까지 꺼내기에 이르렀다.
“칼 녀석, 인기가 좋네.”
레오가 웃으면서 말하자 레오의 뒤에 서 있던 첸 시아가 빙그레 웃었다.
“그러게요. 물론 레오 도령과 비교하자면 어림도 없겠지만요.”
그 말에 레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반장.”
“응?”
“난 이해심 많은 여자야. 그러니 재미있게 놀다 와.”
“……?”
레오가 의아한 얼굴로 일리아나를 바라보자 일리아나가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퍽-!
“컥!?”
그때 첸 시아의 주먹이 일리아나의 옆구리를 때렸다.
바닥에 허물어지는 일리아나.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웃으며 짐가방을 들었다.
“그럼 난 먼저 갈게. 다들 대관식 때 보자.”
***
워프 게이트가 빛났다.
산 중턱에 존재하는 레틴의 워프 게이트는 나오자마자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와, 멋진 도시인걸?”
엘레나가 감탄하며 워프 게이트 앞에 있는 전망대로 다가가 풍경을 감상했다.
“이제 곧 공식적으로 이 나라의 왕이 될 텐데. 기분이 어때?”
“글쎄. 별 기분은 안 드는데.”
“세계의 왕이라 나라 하나 정도로는 만족 못 한다는 뜻?”
“레오, 어서 오렴.”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레오의 어머니와 아버지인 레이나와 데이드가 서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그래. 언제나처럼 귀염성 없는 인사네.”
“이제 거의 다 컸으니까요.”
“넌 어릴 때부터 그랬어. 내 미래의 손주는 자기 아빠를 닮으면 안 될 텐데.”
뺨을 감싸 쥐며 걱정스럽게 한숨을 푹 쉬던 레이나가 눈을 반짝이며 엘레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예쁜 아가씨를 며느리 후보라고 봐도 될까?”
“잘 아시겠지만 그냥 학교 불량아예요.”
레오가 시큰둥하게 말했지만 엘레나는 신경 쓰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 치맛자락을 들어 올렸다.
“오랜만에 뵈어요, 데이드 플로브 후작님. 엘레나 플로브 후작 부인. 레오군의 학교 선배 엘레나 제르온이에요.”
“오랜만에 보니 반갑군요. 제르온 양. 제르온 가의 후계자를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데이드가 웃으며 말하자 엘레나가 고개를 저었다.
“데이드 후작님. 편하게 말씀하세요. 전 아드님의 친한 학교 선배에요. 그렇게 정중하게 대해주시면 도리어 제가 부담스럽습니다.”
몸 둘 바를 몰라하며 몸을 살짝 꼬는 엘레나를 보며 데이드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럼 그렇게 할까? 잘 왔네. 엘레나 양.”
“네!”
환하게 웃는 엘레나를 보며 데이드가 레이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레이나, 저 모습…….”
“응, 맞아. 내숭이야.”
생긋 웃으며 가차 없이 대답하는 자신의 아내를 보며 데이드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보통 사람이라면 당황하거나 부담스러워할 법했지만 데이드는 개의치 않았다.
레이나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레이나가 웃으며 레오와 엘레나를 번갈아 보았다.
“정말 둘이 무슨 사이?”
“어머니. 제가 손주는 레오군 닮지 않게 귀염성 많은 아이로 꼭 낳을게요.”
“정말이니? 그럼 소원이 없겠다. 오호호호! 가뜩이나 시스 경이 후계자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던데.”
조금 전 자신이 했던 농담을 받아주는 엘레나를 보며 레이나도 즐겁게 웃었다.
둘의 대화를 들으며 데이드가 말했다.
“레오야.”
“네, 아버지.”
“레이나와 엘레나 양이 굉장히 잘 통하는구나.”
“둘 다 루메른 출신이잖아요. 정상적인 시선에서 바라보지 마세요.”
‘루메른은 대체 어떤 곳일까.’
아들의 대답에 데이드는 속으로 진지하게 생각했다.
인간의 미래라 불리는 찬란한 재능들이 모이는 곳.
원래라면 데이드 같은 시골 영주와는 크게 연이 없는 곳이다.
아내가 루메른 출신이란 걸 알지만 아내의 몸 상태를 알기에 평생 묻지 않았었다.
그렇다 보니 상상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던 곳.
하지만 레오가 입학한 후 깨닫게 된 건 상상이랑 많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깊게 생각하지 말자.’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하니?”
엘레나가 눈을 빛내며 묻자 레오가 말했다.
“언제는 첼시랑 결혼시킬 거라면서요.”
“첼시도 사랑스럽긴 하지. 며느리 후보가 너무 많아도 괴롭네.”
레이나가 팔짱을 끼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나님께 잘 보여야겠네.”
엘레나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잘 보이든지 말든지.”
레오는 약간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그 사이 마차가 도착했다.
마차 위로 네 사람이 올랐다.
“그나저나 교복을 보니 학창 시절 생각난다.”
레이나가 어딘지 모르게 풋풋한 소녀 같은 미소를 짓자 레오가 ‘웩!’ 소리를 냈다.
레이나가 웃는 얼굴로 레오의 귀를 잡아당겼지만, 레오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아무튼 귀염성 없다니까. 그때가 참 좋았는데.”
“첫사랑 같은 것도 있으셨어요?”
엘레나가 웃으며 묻자 레이나가 빙긋 웃으며 옆에 있는 데이드의 팔짱을 꼈다.
“여기 있는 멋진 남편이 내 첫사랑이지.”
“거짓말 같으신데?”
엘레나의 말에 레이나가 까르르 웃었다.
한참을 즐겁게 수다 떨던 레이나가 레오를 보며 눈을 흘겼다.
“으이구. 저 학생의 낭만이랑은 전혀 관련 없는 녀석. 넌 첫사랑 같은 것도 없지?”
그 말에 심드렁하게 창밖을 바라보던 레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있었던 것 같기도.”
“뭐?”
레오의 대답에 레이나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엘레나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둘 중 누구?”
“어머, 엘레나 양. 혹시 아니?”
레이나가 눈을 반짝였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그 두 사람 만나기 훨씬 전이야.”
“뭐?”
그 대답에 엘레나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누구야? 누군데? 이 엄마에게만 알려 줘!”
레이나가 빙긋 웃으며 레오 곁에 앉으며 보챘다.
“비밀이에요.”
“엄마 이러면 섭섭한데? 응? 응?”
레이나가 레오의 옆구리를 살짝살짝 찌르며 보챘지만 레오는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언제 만난지만 이야기 해줘.”
그 말에 잠시 생각하던 레오가 입을 열었다.
“17살이요.”
“올해?”
레이나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레오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러고 보니 지금과 같은 17살 때였네.’
재앙의 시대, 초창기.
아직은 어렸던 그때를 떠올리며 레오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