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834)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833화(834/844)
833.
레오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시스 지그마는 단걸음에 레오를 마중 나왔다.
“폐하! 학업을 마치시고 돌아오셨군요! 한 학기! 귀찮은 학업에 몰두하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무릎을 꿇고 말하는 시스의 모습에 레오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딱히 고생은 안 했는데.”
“그렇죠! 학업 따위! 세계의 왕이 되신 폐하께 아무런 장애물도 되지 않죠! 아암! 그렇고 말고요!”
시스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가 말입니다! 폐하께서 이제 배울 게 뭐가 남았다고 루메른에서 왜 폐하를 졸업시키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폐하 정도면 사상 최초로 조기 졸업을 하고 졸업장을 줘도…….”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구시렁거리는 시스를 보며 레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노인네는 날이 갈수록 주책이 되어가네.’
며칠 후면 건국될 아르히 왕국 이전에 레센텅 지방에 자리 잡았던 텅컨 왕국.
시스는 그러한 텅컨 왕실의 충실한 심복 가문이었다.
텅컨은 대대로 존경할 만한 정치를 했고 시스는 그러한 왕실의 심복이었다는 것에 큰 자부심으로 느끼고 있었다.
멸망한 왕국에 대한 존경과 경애…… 그리고 충성심이 남아 있었기에 새로운 왕국을 건국하지 않고 오랫동안 텅컨의 왕족을 찾아 헤맸던 시스다.
그렇기에 그는 텅컨의 피를 이은 레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그에게 호의적이었다.
레센텅 지방에 대한 레오의 정당한 계승권을 인정하고 신 아르히 왕국 건국에도 최선을 다했다.
비록 왕국의 이름은 바뀌지만 시스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텅컨의 유지는 이어진다.’
다른 누구도 아닌 레오가 텅컨의 왕족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오히려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 같아 하루하루가 떨렸다.
이 땅의 새로운 주인이 존경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에 시스는 물심양면으로 레오를 도왔다.
그렇다 보니 지금처럼 다소 과한면을 보일 때도 있었다.
루메른에 대해 불만을 토해내는 시스를 보며 레오가 물었다.
“시스 경도 루메른 졸업생으로 알고 있는데.”
“예.”
“모교를 그렇게 욕해도 돼?”
“네. 졸업생이니까 충분히 욕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한 주장을 하는 시스를 보며 레오는 이와 관련된 대화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새로 건설된 왕궁을 바라보았다.
일전에 불의 대정령, 이스타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무너졌던 왕궁은 원래 모습으로 복원되어 있었다.
“와, 이게 레오군의 새집이야? 좋네.”
엘레나가 감탄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본 시스가 눈을 번뜩였다.
“폐하, 여기 계신 분은……?”
“안녕하세요, 크림슨 웨이브 시스 지그마 경. 루메른의 부학생회장 엘레나 제르온이라고 해요.”
엘레나가 교복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며 우아하게 인사했다.
그 몸짓 하나하나에는 루미른의 3대 명문가 중 하나인 제르온의 후계자로서의 기품이 느껴졌다.
“오오……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엘레나 양. 인피니티 스펠러와 마안의 마법사께서는 잘 지내십니까?”
아버지와 삼촌의 안부를 묻는 시스를 보며 엘레나가 빙긋 웃었다.
“두 분은 여전하죠.”
인피티니 스펠러인 알테크는 여전히 타르타로스 전선 최전방에서 활약 중이고.
알비의 경우에는 루메른에서 교사로서 꽤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굉장한 마법사이자 훌륭한 영웅이죠.”
함께 전장에 선 적이 있는 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깊은 눈으로 엘레나를 바라보았다.
엘레나에 대해서는 시스도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 유명도에 명성은 물론 악명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경국지색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외모. 거기에 뛰어난 능력과 훌륭한 가문…… 하지만 굉장한 악동이라고 들었는데.’
흥미롭다는 듯 엘레나를 살피던 시스가 물었다.
“그런데 왜 함께 오셨습니까? 아직 대관식까지는 시간이 남았는데 말입니다.”
그 말에 엘레나가 빙긋 웃었다.
“레오군과 일주일 동안 무인도에 놀러 가기로 했거든요.”
“오오오! 폐하! 혹 건국과 함께 왕비도 발표하시는 겁니까?!”
흥분된 반응을 보이는 시스를 보며 레오가 한숨을 쉬었다.
“그냥 놀러 가는 거야.”
그 대답에 시스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대관식 일정도 있으니까 바로 출발할 거야.”
“알겠습니다, 폐하.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
끼룩- 끼룩-
갈매기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레센텅 지방은 북부 대륙에 가까이 붙어 있기에 추운 편이다.
하지만 해안의 경우에는 비교적 온화한 편이었다.
특히나 서부에 가까워질수록 그러한 경향이 강했다.
레센텅 지방 최남단에 위치한 이름 없는 무인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모래사장 위에 선 엘레나가 팔짱을 꼈다.
“자, 그럼.”
빙긋 웃은 엘레나가 레오에게 달려갔다.
그리고는 텐트 두 대를 설치하고 있던 레오의 팔을 붙잡아 끌었다.
“레오군! 물놀이 하자!”
“둘이서?”
“그럼 여기 나랑 레오군 둘 말고 더 있어?”
빙긋 웃으며 엘레나가 레오를 끌고 바닷가로 향했다.
그리고 손으로 레오를 향해 바닷물을 끼얹었다.
그런 엘레나에게 레오가 같이 물을 끼얹었다.
한참을 그렇게 놀던 엘레나가 모래사장 위로 올라왔다.
“레오군. 여기 누워봐.”
모래사장 위를 두드리며 말하자 레오가 순순히 모래 위에 누웠다.
그러자 엘레나는 손으로 모래를 파내 레오 위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묻어버리게?”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순순히 안 당해줄 거잖아? 모래 찜질 시켜주는 거야. 모레 찜질.”
키득키득 웃은 엘레나가 레오 위에 모래를 쌓았다.
그리고는 모래로 모양을 내더니 휘파람을 불었다.
“레오군. 몸매 좋다? 나보다 좋은 거 아니야?”
엘레나가 모래로 만든 모형은 다름 아닌 비키니를 입은 여자의 몸이었다.
모래로 만들어진 가슴을 콕콕 찌르며 말했다.
“레오군. 다음에 여자 옷 한 번 입어 볼래? 레오군은 여장해도 예쁠 것 같아.”
악동 같은 미소를 짓는 엘레나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이미 세이룬 여학생으로 위장해 본 적 있어.”
“뭐?”
엘레나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러더니 말했다.
“내 교복 빌려줄게. 나도 보여 줘.”
“거절한다.”
덤덤히 말한 레오가 몸을 일으켰다.
“내 예술 작품이!”
앙탈을 부리는 엘레나를 보며 레오가 몸에 묻은 모래를 툭툭 털어냈다.
엘레나는 그런 레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제 수영하러 가자!”
눈을 반짝-! 빛내는 엘레나는 의욕이 넘쳤다.
레오는 그런 엘레나를 순순히 따라갔다.
해가 질 무렵.
엘레나는 부싯돌을 가지고 모닥불을 열심히 피웠다.
“내가 맛있는 거 만들어줄게. 기다려.”
생긋 웃으며 식칼을 꺼내 든 엘레나가 재료를 손질했다.
텐트 안에 누워 그 모습을 바라보던 레오가 말했다.
“의외로 평범하게 노는군.”
“응. 마법 쓰면 재미없잖아? 이런 곳에서는 느긋하게 자연을 즐기면서 힐링하는 게 최고야.”
“어른 흉내도 내지 않고.”
“내줘?”
엘레나가 생긋 웃으며 가슴팍의 수영복 끝을 살짝 잡아당겼다.
“원한다면 진심으로 해줄 수도 있는데.”
“한 마디도 안 지는군.”
“어떤 아저씨를 보고 배운 거지.”
탁-!
수영복 끈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흐흐흐흐흥~”
요리를 준비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엘레나.
그리고 요리 준비가 다 끝나자 아공간에서 와인병과 와인잔을 꺼내 따랐다.
“준비 다 됐어.”
그 말에 레오가 텐트에서 나와 모닥불 앞에 앉았다.
엘레나는 잘 구워진 고기와 야채가 담긴 접시를 레오에게 건넸다.
“이러고 있으니 천국이네.”
엘레나가 기지개를 한 번 쭉 켜고는 와인을 입에 머금었다.
“내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어려운 부탁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널 위하기보다는 날 위하는 게 느껴져서 말이야.”
“눈치챘어? 역시 눈치가 빠르다니까.”
엘레나가 생긋 웃으며 턱을 괴고 자신이 만든 요리를 먹는 레오를 바라보았다.
“대관식이 끝나고 나면 앞으로 더 바빠질 거야. 그 전에 이렇게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배려심이 넘치는군.”
“그치? 난 좋은 엄마가 될 거야.”
히죽 웃은 엘레나가 접시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뭐랄까. 입학한 후로 레오군은 거의 쉴 틈 없이 달려왔잖아. 앞으로는 더 쉴 일이 없을 거고.”
단순히 나라 하나가 건국되고 그 나라의 왕이 되는 게 아니다.
세계의 왕이 된 이상.
이제는 레오를 중심으로 세계의 질서가 개편될 게 분명했다.
“힘을 하나로 합쳐야 하는 이상. 그렇게 될 수밖에 없지.”
그 과정은 험난할 것이다.
“어쩌면 적과 싸우는 것보다 더 짜증 나고 답답할 일도 많을 거야.”
정치란 그런 것이니까.
“그래서 졸업 후에는 지금처럼 레오군의 뒷바라지나 할까, 생각했거든.”
“감정이 꽤 느껴지는데?”
“당신이 어지간히 날 부려먹었어야지.”
눈을 흘기는 엘레나가 와인을 입에 털어 넣었다.
“원래 공주님이 되고 싶기도 했고 말이야. 공주님은 자신을 구해준 왕자님과 결혼해서 내조를 하잖아?”
빈 와인잔을 바라보던 엘레나가 말했다.
“그런데 그러면 단점이 있더라고.”
“뭔데.”
“공주님은 반대로 왕자님이 위기에 빠졌을 때 구해주지 못해.”
“그게 그렇게 되나.”
“응. 구해지기만 해서는 대등해질 수 없더라고. 그래서 졸업 후 목표를 정했어.”
“어떤 목표?”
“최강의 마법사.”
엘레나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해가 저물고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내가 루나님을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시작의 영웅 곁에 있던 최강의 마법사가 성운의 시조였듯. 시작의 왕, 곁에 있는 최강의 마법사는 나이고 싶어졌어.”
“쉽지 않을 텐데?”
“응. 알아. 하지만 신경 안 써.”
엘레나가 레오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내가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오만하고 도도한 모습.
하지만 그 모습이 굉장히 어울렸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정말로 여왕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