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835)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834화(835/844)
834.
온천 도시 레틴.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도시이기도 한 이 도시에 무수히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있었다.
도시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호황.
아르히 왕국의 건국날이자 초대 국왕인 레오 플로브의 대관식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여드는 건 단순히 대관식 때문만은 아니었다.
바로 세계 각지의 명망 높은 영웅들이 모여들기 때문이었다.
세계를 변혁하고 이끄는 존재라 할 수 있는 영웅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드물다.
그러니 무수히 많은 영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사람들이 놓칠 리 만무했다.
그렇다 보니 워프 게이트에서 왕궁까지 이어진 대로는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영웅들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의 환호성은 끊이질 않았다.
“엇! 저길 봐! 저 깃발! 제르딩거 가문 아니야?!”
“오오. 그렇다면 선두에 선 저 남자가 셀드 제르딩거겠군!”
“로드렌 제국의 검!”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로드렌 제국의 기둥인 제르딩거 가문은 대륙 서부 최고의 기사 영웅 명가다.
당연히 현 제르딩거 가주인 셀드 역시 대륙 서부 최강의 기사로 명성이 높았다.
특히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전설적인 일화를 만든 것으로 유명했다.
“10년 전 10인의 기사 영웅을 쓰러트린 최강의 기사!”
“서부 전선에서 타르타로스 수백의 마족들을 혈혈단신으로 무찌른 제국의 수호자!”
사람들이 흥분하여 셀드가 써 내려간 일화들을 칭송했다.
“형님은 여전히 대중에게 인기가 많으시군요.”
지스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셀드가 쓴웃음을 지었다.
“열 명을 쓰러트린 건 일대일 결투였는데 어쩌다 혼자서 10명을 쓰러트린 걸로 와전됐는지…….”
“그래도 연속 결투였잖습니까.”
셀드의 곁에선 지스와 리스에게도 관심이 쏟아졌다.
“그럼 왼쪽에 선 남자는 지스 제르딩거겠군.”
“지스 제르딩거 역시 만만치 않지. 영웅은 아니지만 영웅 기사를 셋이나 쓰러트린 실력자잖아!”
“오른쪽에 선 청년은 리스 제르딩거지?”
“요즘 활약이 엄청난 신성!”
이윽고 사람들의 관심은 후미에서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아버지와, 삼촌, 오빠들을 바라보고 있는 셀리아에게 향했다.
“저 소녀가 셀리아 제르딩거겠네?”
“와, 예쁘다.”
셀리아 또래 소년들은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단순히 아름답기만한 이라면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셀리아 역시 루메른의 황금 세대를 이끄는 주역이자 영웅의 자리에 오를 확률이 높은 차세대의 주역이었다 보니 대중의 관심은 뜨거웠다.
레틴에서 제르딩거 가문에 호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이번에 왕위에 오를 레오의 외가였으며 텅컨 왕족의 핏줄을 이은 이들이었다.
그런 만큼 대중의 환영 역시 다른 이들에 비해 열렬했다.
선두에 선 제르딩거의 직계들이 손을 흔들자 환호성은 더욱 뜨거워졌다.
그때.
제르딩거의 뒤편의 분위기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후미의 반응에 궁금해진 셀리아가 눈을 돌렸다.
그리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르딩거 가문의 바로 뒤편에서 행진하고 있는 이들의 복색은 조금 낯설었다.
대륙 서부가 아닌 동부 복장.
사절단의 규모 역시 제르딩거와 비교한다면 조금 작았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감만큼은 제르딩거와 맞먹거나 그 이상이었다.
“샨…….”
“샨 제국의 사절단이라니…… 다른 국가에서 사절단을 파견한 건 거의 백년 만이 아닌가?”
가장 오래된 제국이자 그림자의 나라.
샨 제국은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최근 루메른에 사절단을 보낸 적은 있지만 다른 나라와 공식적인 교류를 한 건 100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이번 대관식에는 세계 각지의 모든 나라에서 온다.
그런 만큼 샨 제국 역시 참가할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대중의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기에 대중의 반응은 환호 이전에 당혹스러움이 앞섰다.
그리고 환호가 따르지 못하는 건 역시나 아직까지는 그림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맨 앞에 선 저 소녀는 누구지?”
“혹시 첸 시아 아닌가?”
“아…… 샨의 황녀이자 후계자인…….”
대중이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황족.
샨의 후계자가 눈앞에 있다.
첸 시아의 이름은 신문에 몇 번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신문에 사진까지 나온 적이 있는 다른 영웅 후보생들과 달리 첸 시아는 사진이 노출된 적이 없었다.
샨 제국의 영향력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사람들은 긴가민가한 반응을 보였다.
“시아!”
그런 첸 시아에게 셀리아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셀리아 양.”
첸 시아가 빙긋 웃었다.
“와, 이렇게 꾸며 놓으니까 사람이 달라 보인다.”
셀리아가 감탄하며 첸 시아를 살폈다.
비단으로 만들어진 대륙 동부 특유의 화려하고 하늘하늘한 옷.
머리는 비녀로 고정되어 있었으며 화려한 노리개 장식이 돋보였다.
원래도 굉장히 예뻤지만 이렇게 꾸며 놓으니 확실히 평소와 달랐다.
“뭐랄까, 엄청 어른스러워 보이네.”
“제가 셀리아 양보다 언니잖아요?”
“그렇지. 아! 샨의 공식 행사인데 내가 이렇게 말을 걸면 실례이려나?”
“전혀요. 오히려 셀리아 양이 말을 걸어줘서 사람들의 분위기가 조금 풀렸는걸요.”
그 말대로 첸 시아와 친근하게 대화를 나눈 셀리아 덕분에 경직된 분위기가 풀렸다.
대중들의 머릿속에 그림자는 여전히 무서운 존재라는 생각이 은연중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친근한 두 사람의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샨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은 옅어지게 만들었다.
게다가 대륙 서부의 정통 제복의 셀리아와 대륙 동부의 정통 복장인 첸 시아의 조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세계의 교류라는 묘한 흥분감을 선사했다.
“어차피 같은 길이니 함께 움직여요.”
“그럴까?”
셀리아의 곁으로 수행 기사인 니엘까지 합류했다.
샨의 관리들은 셀리아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이윽고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 두 사람을 보며 웅성거리던 분위기가 바뀌었다.
첸 시아가 부드럽게 웃으며 대중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
왕궁에 도달한 샨과 제르딩거 사람들은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첸 시아와 셀리아는 곧바로 레오와 만날 수 있었다.
“레오 도령, 휴가는 잘 갔다 왔나요?”
첸 시아가 웃으며 묻자 레오가 덤덤히 대답했다.
“잘 다녀왔지.”
“혼자서 무인도에서 노니까 재미있었어?”
셀리아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레오가 덤덤히 대답했다.
“엘레나 선배랑 같이 갔는데?”
“아. 엘레나 선배랑 같이 갔…… 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셀리아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레오! 그러다가 스캔들에라도 휘말리면 큰일 나!”
“어머? 섭섭하다. 스캔들에 휘말리면 레오군 앞길을 망치기라도 한다는 거니?”
옆에서 들려온 말에 셀리아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어느새 엘레나가 서 있었다.
“그, 그게 아니라. 엘레나 선배에게도 안 좋다는 거죠.”
“난 딱히 상관없어. 뭐. 레오군이나 나나 그딴 싸구려 스캔들에 휘둘리지도 않겠지만.”
빙긋 웃은 엘레나가 첸 시아를 바라보았다.
“찾아올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도발적인 엘레나를 보며 첸 시아가 웃었다.
“레오 도령에게도 휴식은 필요하니까요.”
“오? 만약 나랑 레오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으면 어쩌려고?”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나나 엘레나 선배나 레오 도령 눈에는 똑같을 테니까요.”
“흐응?”
“게다가 오히려 좋죠.”
“뭐?”
“엘레나 선배와 무슨 일이 있었다면 나하고도 있을 수 있다는 소리잖아요?”
“이것 봐라?”
첸 시아의 반격에 엘레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때.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들어왔다.
“레오, 축하한다.”
“안녕! 안녕! 귀여운 후배들!”
리스와 토루아였다.
“토루아 선배! 언제 오셨어요?”
셀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토루아가 빙긋 웃더니 손을 뻗어 셀리아의 뺨을 잡아당겼다.
“어허! 토루아 선배라니! 새언니라고 해야지! 새! 언! 니!”
“자, 잘못했어요오오!”
뺨을 늘어져라 잡아당기는 토루아를 보며 셀리아가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다.
그런 셀리아를 놔준 토루아가 엘레나를 보며 양팔을 벌렸다.
“안녕! 엘레나! 잘 지냈지?”
자신을 껴안으려는 토루아를 보며 엘레나가 인상을 구겼다.
“잘 지내고 자시고 난 지금 토루아 선배의 몸 상태가 어이가 없는데요? 대외적으로 쉬었던 게 그 이유 때문이었어요?”
지난번 히어로 슬레이어의 습격 후유증으로 토루아는 대외적으로 활동을 멈춘 상황이었다.
엘레나는 토루아의 소식을 듣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반년 만에 본 토루아는 보는 이로 하여금 당황하게 하기 충분했다.
엘레나의 말에 토루아가 빙긋 웃으며 많이 불러온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응. 그렇게 됐어.”
그 대답에 엘레나가 얼굴을 구기며 리스를 바라보았다.
“상대는 리스 선배예요?”
리스가 슬쩍 엘레나의 시선을 피했다.
“반응 보니 졸업 전부터 그렇고 그런 사이었죠?”
“응. 자무아도 몰랐어.”
“나보고는 그렇게 교칙을 지키라고 하더니.”
“그야 넌 대놓고 교칙을 어기는 망나니였잖아. 우린 몰래 교칙을 어겼고.”
토루아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 반응에 천하의 엘레나도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언제부터 사귄 거예요?”
“학생회장이랑 부학생회장이 된 후부터.”
“설마 그때부터?”
“얘는. 설마 우리가 5학년 내내 막 나갔겠니?”
토루아가 정색했다.
“그럼……?”
“여름 방학 때부터.”
상큼한 미소를 짓는 토루아를 보며 엘레나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선배고 뭐고 때릴까?’
망나니 시절의 엘레나에게 유일하게 잔소리를 할 수 있었던 게 토루아였다.
물론 그 당시의 자신은 한 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는 문제아였긴 했지만 그래도 저렇게 반응하니 얄밉다.
그렇게 엘레나가 진지하게 고민할 때.
리스가 레오에게 말했다.
“레오.”
“네.”
“대관식이 꽤 소란스러울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
“일반적인 대관식이 되진 않겠죠.”
레오가 피식 웃었다.
그런 레오의 반응에 셀리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그런 셀리아의 반응에 토루아를 무섭게 노려보며 엘레나가 말했다.
“어딜 가든 자신이 직접 보지 않는 이상 믿지 않는 놈들이 있는 법이거든.”
“네?”
“그리고 그걸 증명하기를 원하는 자도 말이야.”
셀리아만이 이해를 못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달칵-
레오의 말에 문이 열리며 기사 한 명이 들어왔다.
“폐하. 성문 앞에 폐하께 결투를 신청한 자가 나타났습니다.”
“결투?”
그 말에 셀리아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셀리아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왜 결투를?”
“대부분의 사람은 모르니까요.”
“응?”
“레오 도령이 얼마나 대단한지.”
첸 시아가 덤덤히 말했다.
“어째서 리시나스님에게 선택받아 세계의 왕의 자리를 계승했는지.”
일반적인 대중은 그저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 열광하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다.
세계에 특별한 위업을 이룬 자만은 레오뿐만이 아니다.
영웅이라면 누구나 특별한 위업을 이룬다.
그렇기에 영웅들은 유일무이한 칭호를 손에 넣은 레오가 정말 그만한 자격이 있는지를 증명하고 싶어 했다.
“오만이지. 뭐, 영웅 정도 되면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납득은 가지만.”
토루아가 덤덤히 말했다.
그녀 역시 영웅의 자리에 오르기를 도전하는 자.
그런 만큼 영웅이 되기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영웅들은 서로가 대등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대영웅들이나 개벽의 영웅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영웅의 자리에 오른 이들은 대부분 역사 속의 위대한 영웅들과 자신을 동등하다 여긴다.
“레오를 꺾어 자신의 명성을 더 높이고 싶은 자도 있을 거야. 마침 이 대관식은 세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어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단순히 명성이 탐나서 남의 대관식에 와서 그런다고요?”
셀리아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자 첸 시아가 말했다.
“영웅은 특별하지만 고귀한 존재는 아니에요.”
“…….”
그 말에 셀리아가 침묵했다.
“폐하, 어떻게 할까요?”
기사의 물음에 레오가 말했다.
“손님 맞이를 해야지.”
“굳이 상대할 필요 있어?”
엘레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레오가 피식 웃었다.
“내가 지혜의 왕의 뒤를 이어 세계의 왕이 된 건 맞아. 하지만 나는 선대와는 다를 거야.”
리시나스였다면 온화하게 상대를 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그만한 그릇이 되지 못한다.
‘리시나스와 똑같은 리더가 될 필요는 없지. 될 수도 없고.’
리시나스가 온화하게 영웅들을 이끈 왕이라면.
‘나는 모든 영웅의 정점에 서는 왕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