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837)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836화(837/844)
836.
대련장 위로 올라온 레오는 두 기사를 내려다보았다.
그 광경을 모두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제스완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헬 하운드 제스완 튜렉.
그는 20대 후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영웅의 자리에 오른 실력자였다.
여러 작은 나라들이 이권을 두고 끝없는 전쟁을 이어 나가는 대륙 남부 출신으로.
10대 후반부터 사람과 사람이 죽고 죽이는 전장에서 용병 일을 한 남자다.
정규 교육 따윈 받지 못했다.
그저 ‘생존’을 위해 상대를 죽여왔다.
그리고 생존하기 위해, 더 강해지기 위해 전장에서 기사들의 기술을 닥치는 대로 훔쳐 배웠다.
그렇게 10년이 지났을 무렵.
그는 당시 용병왕이라 불리던 남자를 전장에서 쓰러트리고 세계적인 유명 인사로 거듭났다.
그 위업을 바탕으로 영웅의 자리에 올랐고 제스완은 고향의 전란을 끝내버렸다.
이후 그는 고향을 떠나 세계 곳곳을 전전했다.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용병 출신의 영웅.
영입하는 것만으로 국가의 군사력이 요동칠 수 있는 강력한 전력이었기에 무수히 많은 나라의 국왕이 떠돌이가 된 그를 원했다.
하지만 그 어느 나라도 제스완을 영입하지 못했다.
제스완은 소위 말하는 명가와는 거리가 먼 인간이었다.
자유분방하며 어릴 때부터 전장을 굴러온 용병인 만큼 그는 무척 거칠었다.
일반적인 영웅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영웅.
그렇기에 광견이라는 악명을 떨치게 되었다.
스스로를 떠돌이 기사라고 칭하긴 했지만 그는 딱히 자신을 기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그는 자신을 용병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루메른의 레오 플로브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전대미문의 올 클래스.
하지만 그냥 특이한 재주를 가진 애송이 도련님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루메른 출신 치고 제대로 된 녀석도 거의 드물고.’
루메른에도 진짜들이 몇몇 있긴 하지만 그런 진짜는 정말 드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 나이에 영웅의 자리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아연실색했다.
‘내가 전장에 나설 때쯤의……. 아니, 그보다 어린 나이에 영웅의 자리에 올랐다고?’
영웅의 칭호를 얻기가 얼마나 힘든지는 영웅이 되어 본 자만이 알 수 있다.
그런 놀라움도 잠시.
이제는 시작의 왕이라는 칭호를 얻었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제스완은 레오 플로브라는 인간에 대해 깊은 흥미를 느꼈다.
물론 딱히 그를 왕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차세대를 이끌 영웅들의 리더로 평가받지만 그게 자신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저 얼마나 잘난 놈인지 싸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그렇게 제스완은 레틴으로 왔다.
하지만 레오를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아무리 영웅의 신분이라고는 하나 타국의 왕을 자기 마음대로 만날 수는 없었다.
영웅들이 본 적 없는 한 나라의 권력자들을 쉽게 알현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영웅과 만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저쪽에서 먼저 원하지 않는다면 영웅이라 하더라고 만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제스완은 레오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마침 레오와 맞붙고 싶어 하는 실력자들은 자신뿐만이 아니었기에 거리낌도 없었다.
하지만 그 결투는 대부분 크림슨 웨이브, 시스에 의해 거절당했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이제 대관식이 얼마 남지 않은 왕좌의 오를 왕에게 외부인이 결투를 신청한다는 것.
‘옛날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
쯧- 하고 혀를 찼다.
하지만 놀랍게도 네제린의 결투에는 레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사실에 열받아 빈정거리듯 말했다.
녹봉을 받겠다.
언뜻 보기에는 실력을 평가받고 아르히 왕국의 기사가 되겠다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제스완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저 빈정거리기 위해 한 말.
상대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고 분노를 일게 하려고 살살 긁었다.
학생 신분으로 영웅의 자리에 오르고 세계의 왕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하더라도 아직 어린 나이.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 터.
그런 상대를 비꼬면 충분히 싸워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정상적인 왕이라면 나 같은 걸 기사로 삼고 싶지도 않겠지.’
광견이라 불리며 세계의 권력자들이 치를 떤 영웅.
그게 헬 하운드 제스완이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충성할 생각도 없었기에 그는 분란을 만드는 존재일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때 레오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한 것이다.
“면접 합격.”
‘이 인간이 뭐라고 하는 거야?’
제스완은 임시로 만들어진 대련장 위에 올라선 레오를 바라보았다.
임시로 만들어졌다고는 하나 마법에 능하다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듯.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어진 대련장이었다.
어지간한 충격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수준이다.
‘고차원의 연금 마법.’
마법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심상치 않은 수준의 연금 마법이라는 걸 손쉽게 꿰뚫어 본 제스완이었다.
‘과연 올 클래스라는 건가?’
제스완이 속으로 이죽거리며 레오를 올려다보았다.
아직 17살.
애송이라 불려도 손색없을 나이.
하지만 제스완의 눈에는 보였다.
눈앞의 존재가 얼마나 ‘괴물’ 인지.
사람들은 제스완을 가리켜 선택받은 존재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오러 심법을 배우기는커녕 제대로 된 무술도 익히지 않은 전쟁고아.
그런 전쟁고아가 전쟁 영웅이 되어 세계를 이끌어간다고 칭송받는 ‘영웅’ 의 자리에 올랐다.
재능의 선택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위업이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했다.
하지만 제스완은 그 이야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저 운 좋은 놈이라는 거잖아.’
자신이 어떤 노력을 해왔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배제하고 오로지 재능으로 모든 걸 설명하려 한다.
제스완 입장에서는 기분 나쁜 이야기였다.
‘애초에 선택받은 인간이라면 좋은 환경에서 좋은 재능을 타고났겠지.’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제스완의 시선에 비친 진짜 선택받은 인간은 눈앞에 있었다.
시작의 왕 레오 플로브.
‘남들 위에 서는 게 당연할 정도의 재능.’
물론 그걸 딱히 질투할 생각은 없다.
자신이 이렇게 태어났듯 레오 역시 그렇게 태어난 거니까.
‘그래서 얼마나 잘난 재능을 타고났는지 확인해 보고 싶단 말이지.’
제스완은 속으로 히죽 웃으며 대련장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네제린에게 말했다.
“어이, 여자. 넌 안 올라오나?”
“난 내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인정받을 거예요. 협공이 아니라.”
“태평한 소리를 지껄이기는.”
제스완은 얼굴을 구겼다.
광견이라 불리는 제스완이지만 사실 저런 기사도가 싫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전장에서 진실로 고상한 기사들을 몇 번 봐 왔기에 존중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거슬리는 년이군.’
본능적으로 짜증을 느낄 때.
레오가 말했다.
“난 너희 둘의 실력을 한꺼번에 보겠다고 했어.”
그 말에 네제린이 머뭇거리더니 올라왔다.
그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모래성의 기사라면 영웅과 결투에서 승리한 적도 있는 기사잖아.”
“그래. 실질적인 영웅급 기사라고 봐야 하지…….”
“영웅급 기사 둘을 한꺼번에?”
“괜찮나?”
“예끼! 이 사람아. 다른 누구도 아닌 지혜의 왕께 인정받은 시작의 왕일세! 아직 어리시지만 다른 영웅들을 압도하는 실력을 가진 게 당연하지 않나!”
“그보다 나는 네제린 경의 당당한 태도가 마음에 드는군. 기사답게 패배하더라도 자신을 시험하고 싶어 하다니…….”
“그에 비하면 헬 하운드는…….”
그다지 좋은 이미지의 영웅이 아니기에 사람들의 힐난 어린 시선이 제스완에게 향했다.
하지만 제스완의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어딜 가나 환영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화르륵-!
제스완이 양손을 펼치자 화염이 일며 두 개의 창이 나타났다.
스릉-!
그와 동시에 네제린도 허리춤에 있던 바스타드 소드를 뽑아 들었다.
두 기사가 동시에 자세를 취했다.
레오는 그런 두 영웅급 기사들을 제자리에 선 채 말없이 바라보았다.
한편.
“아아. 결국 붙어 버렸네.”
엘레나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면역이 없는 상태에서 레오의 실력을 조우하게 되면 절망감이 상상을 초월할 게 분명했다.
“어떻게 될 것 같니? 시아.”
엘레나가 첸 시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대답이 없자 엘레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해?”
첸 시아는 네제린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래?”
“아뇨. 조금 신경이 쓰여서요.”
“모래성의 기사?”
첸 시아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
그때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다.
레오가 ‘창’을 소환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제스완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주 무기는 검이라고 들었는데. 창이라.’
흥미를 보이던 제스완은 순간 레오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자신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걸 보고는 히죽 웃었다.
‘혹시 나를 시험해보려고 창을 들었나?’
제스완은 짧은 쌍단창을 쓴다.
레오가 들고 있는 긴 장창과는 전술이 다르지만 ‘창’이라는 부류에 속한 이상 근본은 같았다.
‘이거 영광인데? 그럼 어디 한 번 그 대단하신 실력 좀 볼까?’
제스완이 눈을 번뜩이며 레오에게 돌격했다.
솨아아아아아-!
그 순간 네제린의 주변에 모래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모래 형태의 오러라. 소문으로 들었지만 특이하군.’
제스완이 힐끗- 뒤를 바라보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네제린과도 붙어보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눈앞의 레오에 대한 흥미가 더욱 컸다.
‘어디 선택받은 영웅의 실력을 한 번 볼까?!’
레오의 지척에 다다른 제스완이 한 손에 쥐어진 창을 레오를 향해 찔러 넣었다.
그리고 다른 창은 아래에서 위로 레오를 향해 휘둘렀다.
마치 머리가 둘 달린 맹수처럼 창이 움직인다.
텅텅-!
하지만 제스완의 공격은 손쉽게 레오에게 막혔다.
제스완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통하지 않을 것이란 건 알고 있었다.
그보다.
촤악-!
바닥에서 모래 형태의 검이 튀어나와 레오를 노렸다.
텁-!
레오는 가볍게 모래검의 끝을 밟고 도약했다.
그리고 제스완을 향해 창을 찔러 넣었다.
스각-!
피하기 적절한 속도의 찌르기.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네? 저 여자에게 신경을 쓰겠다는 건…….’
제스완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레오의 창이 뱀처럼 제스완의 목을 노려왔다.
그에 흠칫한 제스완이 황급히 레오의 찌르기를 쳐내며 물러섰다.
이후 레오가 제스완을 향해 덤벼들었다.
중간중간 네제린의 공격이 끝없이 이어졌지만 레오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제스완만 노렸다.
‘뭐야, 이 인간.’
제스완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레오의 창술이 자신의 것과 닮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창술을 따라 한다는 게 아니다.
레오의 창술 속에 남긴 ‘경험’ 이 제스완에게는 보였다.
‘전장…….’
자신과 같은 용병들에게서나 보일 법한 특성.
창 속에 분명 짙은 피 냄새가 묻어 있었다.
그것도 하루 이틀 묻어온 피 냄새가 아니다.
반평생을 전장에서 보낸 제스완조차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피 냄새.
선택받은 고상한 영웅이 풍길만한 냄새가 결코 아니었다.
쩌엉-!
레오의 창을 쳐낸 제스완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레오를 바라보았다.
‘대체……. 정체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