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852)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852화(853/860)
852.
침대 위에 앉은 엘리자는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채 살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엘리자 앞에는 칼이 앉아 있었다.
칼은 자신의 머리 위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한 가녀린 생명체의 존재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가녀린 건 아닌가?’
자신의 머리카락 속에 숨어 있는 존재는 3대 환수 중 하나라 불리는 요정이다.
레오와 친구인 탓에 요정이라는 존재가 꽤 친숙해서 그렇지 평생 한 번을 볼까 말까 한 귀하신 몸이다.
어쨌든 칼이 말했다.
“자자. 일단 엘리자 진정하고.”
“흥!”
“저기. 요정 아가씨? 당신도 조금 진정하는 게 어때요?”
그 말에 요정은 샤라라락 칼의 머리 위를 날더니 조심스럽게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고 눈을 부릅뜬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엘리자와 눈이 마주치고는 ‘히익!’ 비명을 내지르더니 냉큼 칼의 뒤로 숨었다.
그 모습을 보며 머리를 벅벅 긁은 칼이 말했다.
“너무 겁먹지 말고 네 소개를 좀 해줄래?”
그 말에 다시 용기를 낸 요정 소녀가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자신의 원피스 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며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페어리 프린세스 키야라고 해요.
“페어리 프린세스?”
칼이 눈을 동그랗게 떴고 엘리자의 눈은 가늘어졌다.
“그럼 키르안 알겠네?”
-네.
칼의 물음에 키야는 커다란 눈을 올망졸망 뜬 채 말했다.
-그 개자식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제 오라버니 되시는 새끼세요.
겁에 질린 여리여리한 모습과 다르게 험악한 말이 키야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커다란 눈으로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왜, 왜 우냐?”
칼이 당황하며 묻자 키야가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자식께서 제 오라비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떠올렸더니 너무 창피해서 그만…….
“그 요정 평소 행실을 보면 이해가 되네요.”
엘리자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하자 키야가 양손을 맞잡고는 눈을 반짝였다.
-뭘 좀 아시는 분이군요!
반가운 표정을 짓다 엘리자와 눈이 마주치고는 다시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칼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남매가 사이가 나쁜가 보네.”
-당연하죠.
“내가 아는 동생, 오빠 있는 애들은 다 사이가 좋던데.”
대표적인 게 첼시와 아바드가 있다.
셀리아 역시 오빠인 리스와 사이가 좋았으며 엘리자도 페레나와 우애가 좋다.
칼의 말에 키야가 말했다.
-설마요. 진짜 사이가 좋다면 둘 중 하나를 다리 밑에서 주워 왔겠죠.
“…….”
칼이 힐끔- 엘리자를 바라보았다.
엘리자는 별 관심 없다는 표정이다.
“그래서? 내 편지는 어디 있죠?”
파지직-
엘리자의 몸에서 순백의 뇌전이 번뜩였다.
페가수스의 뇌전이었다.
초조함을 드러내는 엘리자를 보며 칼이 말했다.
“키야.”
-네.
“이번에 루메른 내에 식량을 모두 훔쳐 간 게 혹시 너야?”
-…….
그 말에 키야가 고개를 푹 숙였다.
-죄, 죄송해요.
“왜 그런 거야? 라고 묻기 전에……. 혹시 엘리자의 방에도 갔었어?”
-네. 저분 방에는 어젯밤에 갔었어요.
슬금슬금 엘리자의 눈치를 보며 말하는 키야를 보며 엘리자의 눈이 더욱 부릅떠졌다.
“거기서 혹시 편지도 가져갔어?”
칼이 침착하게 키야를 안심시켰다.
그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키야가 아공간을 열어 손을 집어넣었다.
잠시 후.
엘리자가 쓴 편지가 들어간 편지 봉투가 아공간에서 나왔다.
-이거요?
그 말에 엘리자가 획-! 하고 편지 봉투를 낚아챘다.
“자, 이걸로 일단 사건은 해결된 거지?”
칼이 히죽- 웃었다.
그에 엘리자가 눈을 가늘게 떴다.
“사건이 해결되기는 뭐가 사건이 해결돼. 아직 이 요정이 식량을 훔친 건에 대해서는 밝혀진 게 없는데.”
“그래도 뭐. 그건 물어보면 대답해주지 않을까? 그 전에.”
칼이 생글생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뭐?”
“뭐라고 썼는지 좀 보면 안 될까요?”
“싫어.”
“에이. 그러지 말고. 응? 응?”
“어디서 귀여운 척이야. 귀엽게.”
“…….”
그 말에 칼이 바닥에 쪼그려 앉아 손가락으로 바닥을 이리저리 긁었다.
그에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른 엘리자가 칼에게 편지를 건넸다.
그걸 받고 시시덕거리며 칼이 연구실 한쪽에서 편지 봉투를 열어 보았다.
고개를 저은 엘리자가 키야 앞에 앉았다.
“그래서? 루메른에는 왜 왔고 식량은 왜 훔친 건가요?”
그 물음에 키야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저는 레오 플로브를 만나러 왔어요.
“레오 플로브는 왜요?”
-지금 페어리 랜드에는 큰 변고가 생겼어요.
“변고?”
-네. 아바마마……. 그러니까 요정왕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에요.
그 말에 칼과 엘리자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요정왕 실로드.
지난 5000년 동안 역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존재로서 베일에 쌓여 있지만 유일하게 남은 환수왕인 그 상징성은 엄청났다.
영웅의 시대 그 자체를 함께 해온.
그리고 머나먼 과거 대영웅들과 함께 세계를 구한 환수왕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소식은 놀랄만한 대사건이었다.
“그거 확실한 건가요?”
-네. 그래서 아바마마께서 이름 없는 영웅, 레오 플로브를 봐야겠다고 하셨어요. 그 뜻에 따라 제가 이름 없는 영웅을 만나러 루메른에 온 거랍니다.
키야의 말에 칼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름 없는 영웅? 레오는 이번에 ‘시작의 왕’ 이라는 이명을 가지게 되었는데?”
-네?
키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군요. 페어리 랜드가 외부와 단절된 지 제법 오래돼서 몰랐네요.
“페어리 랜드가 외부와 단절됐다고요?”
엘리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네. 아바마마의 결계 때문에 이곳에 오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이상하네요. 왜 결계까지 칠 필요가 있는 거죠?”
엘리자가 생각에 잠겼다.
“알겠다. 레오가 어디 갔는지.”
그때 칼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엘리자와 키야가 칼을 바라보았다.
“이변을 눈치채고 페어리 랜드로 간 거야.”
“소식을 듣기 전에 페어리 랜드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아차렸다고요?”
“레오와 계약한 키르안은 명색이 요정왕의 후계자니까.”
-인정하기 싫지만 그렇죠. 아아. 레오 플로브가 이미 페어리 랜드로 갔다면 다행이네요.
“헛걸음을 한 셈이군요.”
엘리자의 말에 키야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아요.
“왜죠?”
-수확이 있었으니까요.
키야의 말에 엘리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칼은 수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꿰뚫어 봤다.
“페어리 랜드가 상황이 안 좋아? 식량이 절실할 정도로.”
칼이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페어리 랜드가 외부와 단절되었다면 요정들은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을지 모른다.
키야가 루메른에서 식량을 훔치고 다닌 건 페어리 랜드의 상황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칼은 생각했다.
칼의 물음에 키야가 말했다.
-아니요. 요정은 이슬만 먹어도 살 수 있어요.
“그러면 왜 식량을 훔친 거야?”
-제 간식이에요.
“…….”
칼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좀 많이 먹거든요.
갑자기 뻔뻔하게 나오는 키야를 보며 엘리자가 혀를 찼다.
“이제야 그 망나니 요정의 남매 같군요.”
-뭐라고요! 그 말은 용납할 수 없어요! 사과하세요!
키야가 발끈하자 엘리자의 눈이 희번뜩 떠졌다.
-히익!
키야가 겁에 질렸다.
“자자, 진정하고.”
칼은 둘 사이를 중재했다.
“초범인 데다가 인간도 아닌 환수니까. 훔친 거 다 돌려주면 죄는 안 물을게.”
-이, 이건 제가 열심히 일해서 구한 제 노동의 대가예요.
뻔뻔한 키야를 보며 칼이 말했다.
“노동의 대가가 좋으면 노동의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지.”
칼이 히죽- 웃었다.
“엘리자, 잡아.”
파지지직-!
그 말에 엘리자가 영력을 일으켰다.
페가수스의 뇌전이 키야를 붙잡았다.
-무, 무슨 짓을 할 속셈이죠?
키야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칼이 말했다.
“루메른 마법학과에는 티나 팅겔이라는 교수님이 한 분 계시거든.”
티나는 여전히 루메른 초빙 교수로서 마법 공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분 취미가 해부인데 요정을 꼭 해부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키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괜찮아. 잘 꿰매주신다고 했거든.”
-히익! 도, 돌려 드릴게요! 돌려 드릴게요!
겁에 질려 버린 키야를 보며 칼이 빙긋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엘리자가 말했다.
“생각보다 협박에 능하네?”
“너도 내 절친이 누군지 알잖아.”
“레오 플로브?”
“그래. 보고 많이 배웠지.”
“…….”
칼의 말에 엘리자가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이상한 건 배워 오지 마.”
“응?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야.”
엘리자가 알고 있는 레오는 남을 괴롭히는데 도가 튼 사디스트적 성향의 소유자이다.
‘뭐, 칼이 그런 걸 배우진 않겠지.’
엘리자가 속으로 생각하는 사이.
키야를 놔준 칼은 레오에 대해 떠올렸다.
‘……레오 입장에서는 이 세상에 남은 유일한 옛 친구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니 기분이 좋지 않겠네.’
친구도 단순한 친구가 아니다.
함께 재앙의 시대를 이겨 낸 전우다.
물론 히어로 레코드의 기억을 통해 레오는 몇 번이고 과거의 인연들과 조우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분들은 과거의 존재들이자.’
기적의 편린.
오롯이 현재를 살아가는 실로드와는 다르다.
‘요정왕이 죽으면…… 그때를 기억할 수 있는 건 결국 레오 혼자뿐이란 거잖아.’
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잠시 씁쓸한 표정을 짓던 칼은 또 다른 의문을 느꼈다.
‘그런데…… 페어리 랜드가 외부와 단절되었다라.’
이상 사태다.
‘그러고 보니 멜 교수님도 지금 부재중이지?’
드래곤 로드.
멜리나도 현재 루메른에 없다.
그렇다면 레오와 함께 움직이고 있을 확률이 높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칼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우리가 모르는 엄청난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거 아니야?’
***
루메른에 일어났던 식량 소요 사태는 단 하루 만에 해결되었다.
“대체 학생들은 형님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없는 겁니까?”
릴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레오가 식량 소요 사태를 일으킨다고 했을 때 레오가 그럴 리 없다고 주장했던 릴이었다.
“레오군이라면 그러고도 남으니까 그렇지.”
엘레나 역시 이상함은 느끼고 있었지만 일단 학생들이 레오를 의심하는 걸 이해는 했다.
“그래서?”
현재 엘레나와 릴이 있는 곳은 학생회장실이었다.
엘레나가 빙긋 미소 지었다.
“우리 학생회장 대리님께서는 왜 이 늦은 시간에 부학생회장인 나와 릴을 부르셨을까?”
“뭔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엘레나 선배.”
“응? 그럴 리가?”
“너무 기분 언짢아하지 말아 주세요. 일단 학생회장 대리는 학생회장이 부재중일 때 권한 대행을 할 수 있잖아요.”
통금시간이 되었음에도 칼이 기숙사를 나와 학생회실에 올 수 있었던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제가 오죽했으면 권한을 썼겠어요.”
“어머? 설마 내가 그거 때문에 기분 나빠한다고 생각한 거니?”
“아니었어요?”
칼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엘레나가 말했다.
“칼 군.”
“네.”
“칼 군은 이상형이 누구야?”
“예? 그건 갑자기 왜……?”
“혹시 기 센 여자를 좋아하나 싶어서.”
“하하. 글쎄요.”
‘들켰다.’
태연하게 웃으며 칼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런 칼을 보며 생글생글 웃던 엘레나가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이번 사건도 해결됐는데 왜 나랑 릴을 이 늦은 밤에 부른 거야?”
본론으로 들어간 엘레나를 보며 칼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학생회장 대리의 권한으로 임무를 발동시킬 겁니다.”
그 말에 엘라나가 멈칫했고 릴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자세를 바로 잡은 엘레나가 팔짱을 꼈다.
“내용은?”
“페어리 랜드에 있는 레오를 서포트 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