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853)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853화(854/860)
853.
이튿날 새벽.
시계탑 기숙사 공동 연무장.
각 학과 기숙사와 연결된 곳으로 다른 학과 학생들과 가볍게 대결을 할 수 있는 장소였다.
휘오오오-! 콰가가각-!
그곳에서 첼시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첼시가 자신을 압박해오는 첸 시아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었다.
첼시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첸 시아가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퍼엉-!
첸 시아의 손에 어려 있던 물의 오러가 폭발하며 사방으로 물이 흩어졌다.
그 충격으로 인해 첼시의 몸이 튕겨 나갔다.
허공에 높이 뜬 첼시의 몸이 가벼운 깃털처럼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후하. 여전히 움직임이 살벌하네.”
첼시가 너스레를 떨며 말하자 첸 시아가 빙그레 웃었다.
“첼시 양은 움직임이 많이 좋아졌네요.”
“훗. 당연하지. 근접전에서는 마법학과 최고일걸?”
“단순히 마법학과 최고인 걸 넘어섰는걸요? 체력도 어지간한 기사학과 학생보다 좋잖아요.”
“응. 체력은 국력인걸.”
“바람 마법으로 만들어낸 무기도 이제는 엄청 잘 다루잖아요. 특히 검술이 인상적이에요.”
“하루에 목검 휘두르기를 천 번씩 하고 있어!”
“요즘 첼시 양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법학과와 이야기를 하는 건지 기사학과와 이야기를 하는 건지 구분이 안 될 때가 있어요.”
“하지만 루나님이 나보고 검술 수련도 열심히 하라고 했단 말이야. 실제로 루나님의 검술은 대단하셨고.”
“하긴. 루나님의 검술은 단순히 호신술 수준이 아니기는 했죠.”
루나가 딱히 검술을 체계적으로 배운 건 아니었다.
하지만 첸 시아의 눈에 비친 루나의 검술은 철저한 실전 검술이었다.
척 보기에도 전장에서 구르며 배운 검술이 분명했다.
‘레오 도령도 루나님이 오러 재능만 있었으면 아르온님 수준의 백병전이 가능하다고 했을 정도니.’
아쉽게도 루나에게는 오러 재능 대신 소환술의 재능이 있었다.
아침 훈련을 마친 두 사람은 땀을 닦으며 연무장에 있는 샤워실로 향했다.
이제 여름은 지났지만 그래도 선선한 날씨는 아니다.
새벽에 격렬하게 움직인 덕분에 땀을 뻘뻘 흘린 상태였다.
“아~ 개운해! 역시 땀 흘린 직후에 하는 샤워가 제일 상쾌하다니까!”
기분 좋게 웃으며 첼시가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먼저 나와 있던 첸 시아는 수건으로 머리를 터는 첼시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내가 도와줄게요.”
“응.”
첸 시아는 마른 수건으로 첼시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닦아 주었다.
“그나저나 이번 사건이 레오 오빠의 소행이 아니면 레오 오빠는 학기 초부터 어딜 간 걸까?”
“글쎄요. 임무가 있었다면 공지가 되었을 텐데. 그런 말이 없네요.”
“그럼 무단결석? 레오 오빠답지 않네.”
첼시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학생회장이라도 이러면 징계받지 않나?”
“받죠. 그래도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렇지. 레오 오빠가 이유 없이 학교를 빠질 사람은 아니니까.”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던 첼시는 문득 등 뒤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슬쩍- 자신의 가슴팍을 두드려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저기, 시아.”
“네.”
“넌 나랑 키도 비슷한데 왜 이렇게 차이 나는 거야?”
“내가 첼시 양보다 연상이니까 그렇죠.”
“그런 거야?”
“…….”
“왜 대답이 없어?”
“체형은 꼭 나이 차 때문만은 아니라서요.”
그 대답에 첼시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첸 시아는 쿡쿡- 웃으며 첼시의 머리를 완전히 말려 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샤워실을 나갔다.
그리고 샤워실 입구에 서 있는 여학생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외네요. 엘리자 양이 아침부터 공동 연무장에 다 오고.”
첸 시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공동 연무장은 공공재이기는 하지만 사용하지 않는 학생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엘리자다.
그녀는 3학년이 시작되고 한 번도 공동 연무장에 오지 않은 학생 중 한 사람이었다.
첸 시아의 물음에 엘리자가 코웃음을 쳤다.
“전해줄 게 있어서 왔을 뿐이에요.”
그렇게 말한 엘리자는 루메른 아카데미의 인장이 찍힌 편지 봉투 두 장을 각각 첸 시아와 첼시에게 건넸다.
그걸 받은 첼시와 첸 시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임무?”
“긴급 임무예요. 앞으로 한 시간 안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워프 게이트로 모이래요.”
그 말을 전한 엘리자는 그대로 소환학과 기숙사로 돌아갔다.
첼시는 임무 지령서를 확인했다.
“임무 발행자……. 칼 토마스?”
눈을 동그랗게 뜬 첼시는 파티 구성을 확인했다.
“파티 리더, 릴 루체, 첸 시아, 엘리자 헤르긴, 나. 그리고 칼 토마스?”
“임무 장소는 페어리 랜드네요? 내용은……. 레오 도령의 서포트?”
두 사람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우선 준비하러 가죠.”
“응.”
첸 시아와 첼시가 각자 기숙사 방으로 향했다.
***
“이해가 안 되네.”
“뭐가요?”
빠르게 준비를 하던 칼은 엘레나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왜 내가 파티장이 아니야? 아니. 그걸 떠나서 왜 난 이번 임무에서 배제된 거야?”
엘레나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엘레나를 보며 칼이 볼을 긁적였다.
“와, 그런 걸 신경 쓰실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요?”
“꿈에도 생각 못 할 건 또 뭐니?”
엘레나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쨌든. 내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으면 너랑 엘리자 사이를 전교생에게 까발려 버릴 거야.”
“그건 좀 너무한 협박 아닙니까?!”
칼이 기겁하며 말했다.
“흥!”
엘레나가 코웃음을 쳤다.
‘와, 이렇게 나오니까 평소보다 더 난감하네.’
어린애처럼 구는 엘레나를 보며 볼을 긁적이던 칼이 말했다.
“우선 릴 선배를 파티장으로 삼은 건 이번에 갈 곳이 페어리 랜드이기 때문이에요. 릴 선배는 정령사이기는 하지만 소환술 자체를 가장 잘 이해하는 학생이니까요.”
칼은 가방에 포션들을 쓸어 담으며 말했다.
“실력은 더할 나위 없고요.”
“날 배제한 이유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해서요.”
칼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됐든 루메른 학생들은 강력한 전력이잖아요.”
교수들 역시 영웅에 근접한 힘과 지식을 가진 이들이다.
하지만 교수들은 어디까지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존재.
“실질적으로 학생들을 통제하는 건 루메른 학생회죠. 그래서 학생회의 권한이 막강한 거고요.”
“그렇지.”
“그런 의미에서 루메른 학생회장은 영웅 후보생들의 우두머리. 즉, 루메른의 주인인 셈이죠.”
“맞아.”
“그런데 지금 루메른은 그 주인이 자리를 비운 상황이잖아요. 이번 임무의 목적은 그 주인을 서포터하러 가는 거고요.”
“흐응?”
“그런 상황에서 루메른의 안주인인 부학생회장까지 자리를 비우면 유사시에 루메른 학생들은 누가 통제해요?”
엘레나가 빤히 칼을 바라보았다.
“레오가 페어리 랜드에 갔다면 꽤 심각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그때를 대비해서 엘레나 선배는 안주인으로서 레오를 대신해야죠.”
“루메른 부학생회장은 안주인이 아니라 루메른의 2인자 아니야?”
“비슷하니까 그건 넘어가요.”
“전혀 안 비슷한데? 나 기분 좋으라고 일부러 단어 선택을 그렇게 한 거잖아.”
“네.”
“아부를 아주 뻔뻔하게 하네?”
“손도 비빌까요?”
칼이 능글맞게 손을 비볐다.
그런 칼을 보며 엘레나가 코웃음을 쳤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파티 구성도 최대한 신경 쓴 거예요. 레오를 최대한 서포터 할 수 있는 멤버로요.”
칼이 구성한 멤버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릴의 경우에는 전방과 후방, 그리고 지원까지 만능으로 해낼 수 있는 소환사다.
첼시와 엘리자의 경우에도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다양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 가능하며 다른 학생들의 서포터를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
‘첸 시아는 말할 것도 없이 기사학과 학생 중 가장 유연성이 좋은 전위고. 실전 경험도 풍부하지.’
칼이 판단했을 때 자신을 포함해 레오를 완벽하게 서포트 할 수 있는 멤버들로 구성된 파티다.
칼의 설명을 듣고 엘레나가 턱을 쓰다듬었다.
“흐응?”
“왜요?”
“새삼 왜 네가 ‘시작을 준비하는 자’ 라는 이명을 손에 넣었는지 깨달아서 말이야.”
“훗. 제가 좀 잘 준비하죠.”
“부학생회장 해볼 생각 없어?”
“저는 클로에를 적극 추천합니다!”
칼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흐응.”
“그런 먹이를 노리는 눈으로 보지 마세요!”
칼이 기겁하며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갔다.
“앗! 칼! 같이 가!”
그때 역시나 준비를 끝낸 첼시의 목소리가 들렸다.
칼의 방문을 닫고 나온 엘레나는 창밖으로 보이는 루메른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페어리 랜드라…….”
레오의 정체를 알고 있는 엘레나는 실로드가 레오에게 어떤 존재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우리 회장님은 마음 편할 날이 없네.”
살짝 안쓰러운 표정을 지은 엘레나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
화르륵-
레오의 검에서 진홍색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콰가가가각-!
화염의 검격이 눈앞의 마족들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스릉-! 탁-!
레오가 검을 꽂아 넣었다.
잠시 후.
페어리 랜드 입구에서 멜리나가 빠져나왔다.
“죄송해요. 레오님.”
멜리나가 송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페어리 랜드 입구를 풀기 위해서는 환영 속에서 열쇠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 환영은 레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랬기에 어쩔 수 없이 멜리나가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실패를 하고 있었다.
“자책하지 마. 그만큼 실로드의 마법이 강하다는 뜻이니까.”
“그렇지만…….”
멜리나가 초조함을 드러냈다.
그런 멜리나를 보며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나는 신경 쓰지 마.”
“…….”
실로드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
레오에게 그 말을 전해 들은 멜리나는 다급함을 느꼈다.
실로드가 눈을 감기 전.
어떻게든 시작의 왕이 요정왕의 마지막을 배웅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자신의 무력함에 멜리나가 치를 떨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레오가 손을 뻗어 멜리나의 머리를 흐트러트렸다.
“어?”
레오가 멜리나에게는 좀처럼 하지 않는 어린애 취급.
“너무 자책하지 마. 녀석의 마법이 강하다는 건 아직 녀석이 건재하는 뜻 아니겠어?”
“죄송해요.”
“신경 쓰지 말라니까. 뭐가 죄송해.”
“아직 당신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는 게요.”
“…….”
멜리나가 손을 조심스럽게 뻗어 레오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런 멜리나를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널 믿고 있어.”
“…….”
“그나저나 너 묘하게 나한테 서슴없이 대한다?”
“제가 미래를 여러 번 경험했잖아요. 그곳에서 미래의 레오님도 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친숙해진 모양이에요.”
멜리나가 레오의 뺨에서 냉큼 손을 땠다.
그리고 흠흠-! 헛기침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미래야?”
“네.”
고개를 끄덕이던 멜리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왜 하필 미래의 환상만 보는 거죠? 저 환상 속은 시공간이 뒤틀린 게 아니었나요?”
시공간이 뒤틀렸다면 과거의 일을 겪어도 이상할 건 없다.
그런데 멜리나는 환상 마법에 들어갈 때마다 미래를 겪고 있었다.
그에 의문을 느끼는 멜리나를 보며 레오가 고민하더니 말했다.
“아마 너 때문일 거야.”
“저 때문이요?”
“그래.”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과거에 대한 애착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더 크기 때문일 거야. 그러한 네 마음이 미래를 보게 만드는 거지. 환영 마법은 보고 싶은 걸 보여주는 마법이니까.”
“아아.”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멜리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현실에 구현되는 환영들이 과거의 마족들이나 마물들인 이유는요?”
현재 페어리 랜드의 전역에 펼쳐진 환영 마법은 폭주 중이었다.
마법이 유지되는 만큼 실로드의 마력이 건재하다는 뜻이지만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
그리고 그 폭주를 통해 과거의 마족들이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멜리나가 환영 안에서 열쇠를 찾고 있다면 레오는 바깥에서 그 환영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멜리나의 말을 들은 레오가 침묵하더니 말했다.
“어쩌면 그건 실로드 때문인지도 모르지.”
“요정왕 때문이요?”
“그래.”
레오가 페어리 랜드를 바라보았다.
‘아마 지금 실로드는 의식은 없을 거야.’
환영 마법의 폭주는 무의식 때문.
‘무의식 속에서……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그러한 그리움이 과거의 환영을 현세에 구현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아이러니하군. 가장 빛나는 시대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대를 그리워하고 있다니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던 레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긴, 남 말할 처지는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