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856)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856화(857/860)
856.
레오는 미디아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미디아는 살짝 어색한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저기…… 그렇게 계속 바라보면 조금 창피한데.”
그 말에 레오가 입을 열었다.
“미디아. 우리가 만난 지 얼마 정도 됐지?”
레오의 물음에 미디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한 1년 넘었지.”
그 말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인가.”
“그건 왜 물어?”
“그냥. 갑자기 궁금해져서.”
그렇게 대답한 레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만난 지 1년 정도 됐으면…… 재앙의 시대까지 얼마 남지 않았군.’
레오의 눈이 가라앉았다.
유독 이 시절의 기억을 잊고 싶은 이유.
그건 이 시절이 다른 시절에 비해 유난히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당연했다.
무엇이든간에 처음은 언제나 특별하다.
그것이 좋은 쪽이든 안 좋은 쪽이든.
처음으로 가족과도 같은 이들을 잃었다.
목숨을 맡길 유대를 쌓은 친구이자 동료들도 잃었다.
그 와중에 더더욱 힘들었던 건.
이 시절의 카일은 정말로 약했다.
재앙의 시대 초창기.
자신은 말 그대로 살아남기 급급했다.
끊임없는 이별을 반복하다 사람과 인연을 맺는 걸 거부하게 되기 전까지.
카일은 무수히 많은 걸 떠안았다.
동료들의 바람.
먼저 쓰러져간 자들의 꿈.
함께 전장에 선 사람들의 비원.
외면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지만 살아남는 영웅이 된 이후 카일들은 그 사람들이 남긴 걸 떠안았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짊어졌던 무수히 많은 마음을 대신 떠안아줬던 것이 리시나스였고.
최후의 순간 다시 짊어지고 에레보스와 맞서 싸웠다.
하지만…….
‘이때의 나는 그 무엇도 짊어지지 못했지.’
이 시절의 자신이 너무 나약했던 탓이다.
그저 받기만 했을 뿐이다.
라샤, 카삼, 쉔, 미디아.
이 넷은 카일을 살라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다.
“…….”
레오는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미디아는 그런 레오를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가왔다.
그리고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아니, 그건 왜 물어?”
“아니…… 뭐랄까.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아서.”
이 시절의 카일은 꿈많은 소년이었다.
‘그래. 첼시나 다른 애들 같았지.’
개척 도시 레바틴은 새로운 땅을 개척하는 임무를 맡은 땅이지만 사실 그렇게 희망적인 땅은 아니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개척지였다.
개척을 위해 보내지는 이들은 죄를 저지른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지만 그 실상은 시궁창에 가까웠다.
카일과 라샤, 카삼 역시 창관의 아이들이라고 알게 모르게 조롱을 받던 시기다.
물론 겉으로는 그러지 않았다.
‘이때는 지금과는 다르니까.’
카일과 라샤, 카삼은 모두 오러를 사용할 줄 알았다.
미래처럼 발달한 오러심범을 통한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순수한 재능으로 오러를 발현했다.
기사 지망생으로서 어릴 때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아온 쉔조차 지금 시점에서는 오러를 발현시키지 못했다.
그럼에도 쉔은 기사 지망생 중에서 특출난 재능을 가진 것으로 인정 받았다.
원래라면 용병 일을 하면 기사단에서 퇴출당해도 이상하지 않지만 함께 어울리는 용병이 카일 일행이었기에 기사단에서 묵인해주는 것이었다.
그만큼 레바틴에서 카일 일행은 유명했다.
그리고…… 1년 전 만난 미디아는 더더욱 특별했다.
사실 이 더러운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아름다운 은발은 사람들의 눈을 사로 잡았고.
그 미모는 사람의 넋을 놓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 다른 세계의 사람 같았다.
‘나도 처음 만났을 때는 넋을 잃고 바라봤지.’
이렇게 예쁜 사람은 살면서 처음이었다.
자신보다 한두 살 많은 것 같은 외모.
하지만 또래보다 성숙했던 편인 자신과 비교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내면을 가진 소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경했다.
‘첫사랑에 가까웠으려나?’
라샤는 자신을 좋아했지만 사실 어릴 때부터 남매처럼 자라 그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반대로 미디아를 볼 때면 가슴이 뛰고는 했다.
다시 만나게 되도 그럴까 싶었지만…….
‘……역시 너무 많은 일이 있었나.’
지금에 와서는 그때는 그랬지…… 정도의 감정뿐이다.
“카일.”
“왜?”
“어디 아픈 거 아니지?”
미디아가 걱정스럽게 손을 뻗어 이마에 손을 댔다.
“열은 없는 것 같은데.”
갑자기 바뀌어버린 카일의 분위기에 진심으로 당황하는 것 같았다.
레오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더니 웃었다.
“응? 왜?”
“아니. 굉장히 어른스러워 보이도록 노력하는 게 보여서.”
“뭐?”
미디아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너도 나이가 그리 많지는 않았구나?”
그렇게 말한 레오가 미디아의 손을 잡아 내려주었다.
서슴없이 자기 손을 잡는 레오를 보며 미디아가 당황했다.
“들어가자. 대충 진정 되었을 거야.”
그 말을 남기고 레오가 먼저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미디아가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진짜…… 뭐 잘못 먹었나? 오늘따라 엄청 어른스럽네.’
미디아가 지금까지 지켜본 카일은 꽤 귀여운 소년이었다.
자신에게 어른스럽게 보이도록 노력하는 동생 같은 느낌.
드래곤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늘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마치 진짜 어른 같아 보인다.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걸 깨닫고 미디아가 흠칫하고 고개를 붕붕 저었다.
‘딴 생각을 할 때가 아니야.’
미디아가 동쪽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조사가 우선이야.’
***
릴 파티는 환영의 숲과 가까운 워프 게이트를 이용한 후 빠르게 이동했다.
이동을 맡은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엘리자였다.
환수술사인 엘리자는 곧바로 페가수스와 윈드 와이번을 소환했다.
그리고 페가수스 루는 엘리자가.
윈드 와이번은 첸 시아가 기수를 맡기로 했다.
“시아도 1학년때부터 소환학 수업을 들은 건 알겠는데…… 소환학과인 릴 선배님이 기수를 맡는 게 좋지 않아?”
탑승 준비를 하며 첼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첸 시아가 볼을 긁적였다.
“그게…… 릴 선배는 말이죠.”
“전 환수들과 친하지 않습니다.”
“그야 정령사시니까 그렇죠. 그래도 첸 시아도 소환학에서는 정령학을 위주로 듣지 않나요?”
첼시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첸 시아가 귓속말을 해주었다.
“환수들이 릴 선배를 무서워해요.”
“응? 왜?”
“정령의 힘이 너무 강해서요. 등급이 낮은 환수들은 완벽하게 제압당해서 말을 듣지만 윈드 와이번 같은 고위 환수들은 반발이 심해요.”
“와. 그 정도야?”
첼시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괴수.”
“첼시. 지금 아주 실례되는 말을 한 것 같은데 말입니다.”
눈을 게슴츠레 뜬 릴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자 첼시가 고개를 획 돌렸다.
“그래서? 어떻게 타고 갈 거죠?”
엘리자가 손톱을 가다듬으며 물었다.
페가수스와 윈드 와이번.
둘 다 속도에서는 정점이라 평가 받는 고위 환수들이다.
“내가 삐삐에 탈게. 몇 번 태워봐서 익숙할 테니까.”
칼이 윈드 와이번에게 다가갔다.
손에는 환수들이 좋아하는 특제 간식이 있었다.
“흐응?”
엘리자가 눈을 가늘게 떴다.
어딘지 모르게 살짝 불만스러운 눈치였지만 그걸 알아차리는 이는 없었다.
“엘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기수를 하면 예민할 텐데 그래도 그나마 익숙한 사람이 타는 게 좋지 않겠어?”
칼이 타당한 이유를 대며 윈드 와이번, 삐삐에게 다가갔다.
“안녕. 삐삐. 이거 먹을래?”
칼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칼을 보며 삐삐가 입을 벌렸다.
“그럼 첼시가 엘리자 뒤에 타세요.”
“제가요?”
“예.”
크기로는 페가수스보다 윈드 와이번이 크다.
그러니 페가수스에 둘. 윈드 와이번에 셋이 타는 게 맞았다.
“그럴게요.”
첼시가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콰득!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칼이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헉!”
“뭐, 뭐야!”
“칼! 너 무슨 짓 했어!”
삐삐가 눈을 사납게 뜨고 칼의 머리를 문 채로 허공에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사, 살려줘어어어!”
“삐삐!”
엘리자가 눈을 치켜뜨며 달려가자 삐삐는 그대로 칼을 휙-! 하고 던져버렸다.
삐-!
삐삐가 몸을 낮게 낮추고 엘리자의 눈치를 살폈다.
날아가던 칼은 정확하게 루의 등 뒤에 떨어졌다.
“으어어어……”
침 범벅이 된 칼의 눈이 핑핑 돌았다.
그때 루가 말했다.
-난 내 등에 엘리자 이외의 여자는 그다지 태우고 싶지 않은데요.
어딘지 모르게 불만 어린 표정을 짓는 루.
그런 루의 말에 칼이 말했다.
“야, 너 남자잖아. 혹시 남자가 좋아? 그렇지 않고서야 여자를 태우고 싶을 텐…….”
휙!
“엉?”
휘릭-! 철푸덕-!
“끄억?!”
등에서 칼을 떨궈버린 루는 코웃음을 치며 걸어갔다.
삐삐가 꽤 거칠게 물었음에도 이빨 자국은 나지 않았다.
딱히 공격을 한 건 아닌 모양이다.
그저 칼을 등에 태우기를 거부한 것 같았다.
두 환수의 반응에 첼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엘리자가 환수를 제어하지 못하다니. 의외네.”
악우 관계인 첼시와 엘리자이지만 서로의 실력만큼 인정하고 있다.
등급에 관계없이 계약한 환수들을 완벽하게 통제하던 엘리자의 말을 듣지 않다니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오늘따라 환수들 기분이 좋지 않은 모양입니다.”
릴 역시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첸 시아가 손뼉을 쳤다.
“자, 그럼 어쩔 수 없죠. 엘리자 양과 칼군이 같이 페가수스에 타고 우리는 윈드 와이번에 타요.”
그렇게 말한 첸 시아가 윈드 와이번에게 다가가 목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잘 부탁해요. 삐삐.”
크륵-
윈드 와이번이 허락한다는 듯 목소리를 냈다.
엘리자도 루에 올라탄 후 칼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타.”
그에 칼이 엘리자의 손을 잡고 뒤에 올라탔다.
그렇게 작은 소란을 뒤로하고 파티가 출발했다.
“조금 걱정했는데 엄청 온순하네.”
첸 시아의 뒤에 탄 첼시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엘리자 양이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으니까요. 제 실력으로는 윈드 와이번을 이렇게 완벽하게 다루기 힘들거든요.”
“흐응. 그런데 아까는 왜 그랬지?”
첼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그때는 기분이 별로였겠죠. 아, 엘리자 양이 속도를 내내요. 우리도 따라가죠.”
화악-!
“웃?!”
첸 시아가 갑자기 속력을 내자 첼시가 움찔하며 본능적으로 첸 시아를 꽉 껴안았다.
“첼시 양. 가슴 말고 허리 쪽을 잡아요.”
첸 시아가 덤덤히 말했다.
“으음.”
첼시가 손을 살짝 떼고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잡아 주겠습니다.”
첼시의 뒤에 타 있던 릴이 자기 쪽으로 첼시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등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에 첼시의 얼굴이 더더욱 기묘해졌다.
“둘 다 평소에 뭐 먹어요?”
“네?”
첼시의 물음에 릴이 고개를 갸웃거렸고 첸 시아는 푸훕-! 웃음을 터트렸다.
“시간이 답이에요. 시간이.”
첸 시아의 대답에 첼시가 삐죽 입술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