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858)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858화(859/860)
858.
칼은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미래의 나는 제법 잘생겨진 것 같지 않냐?”
그 말에 첼시가 미간을 좁혔다.
“무슨 헛소리야?”
“아니. 미래 모습이 꽤 만족스러워서.”
생글생글 미소 짓는 칼을 보며 첼시가 팔짱을 낀 채 코웃음을 쳤다.
“그래봤자 너잖아.”
어딘지 모르게 뾰족한 첼시의 반응에 칼이 측은지심이 담긴 눈으로 첼시를 바라봤다.
“첼시. 미래의 모습이 원하는 모습과 다르다고 그렇게까지 탐탁잖게 반응할 필요는…….”
“난 내 모습 마음에 들거든!”
첼시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머리카락을 깔끔하게 올백으로 넘긴 칼은 원래의 모습과 비교해 키가 좀 더 큰 상황이었다.
몸 또한 다부져 마법사가 아니라 노련한 전사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얼굴에서는 노련미가 묻어났다.
첼시 역시 달랐다.
키부터가 앙숙들에게 ‘꼬마’라고 놀림 받는 원래의 모습과는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늘씬하고 길게 빠진 팔다리 때문에 비율이 좋았다.
얼굴 역시 새침한 느낌의 소녀가 아닌 누가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의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있었다.
다만 유독 한 부분이 성장하지 못한 상태였다.
측은한 눈빛을 계속해서 보내는 칼을 본 첼시가 울컥해 칼을 향해 드롭킥을 날렸다.
쾅-!
“커헉?!”
순간 칼이 폭풍에 휘말린 나뭇가지처럼 처참하게 날아갔다.
그걸 본 첼시가 팔짱을 끼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평소처럼 가볍게 걷어찬 건데 왜 그렇게 날아가?”
“평소에 하던 게 가벼운 거냐?! 그리고 어디가 평소 같다는 거야! 엄청 힘이 들어갔구만!”
칼이 발끈하며 말했다.
그 말에 첼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손바닥을 위로 펼쳐 보이고 주문을 외웠다.
“윈드.”
콰가가가가가가가각-!
가벼운 바람 마법일 뿐이었지만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바람에 휘말린 칼이 비명을 내지르며 주변에 있던 바위를 붙잡았다.
말없이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던 첼시가 주먹을 쥐자 마법이 사라졌다.
“와. 이게 무슨 일이람? 마력이 엄청나게 늘었잖아?”
마치 정말로 미래로 온 듯했다.
깜짝 놀라는 첼시를 보며 바위에 붙어 있던 칼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마력이 늘어? 얼마나?”
“가벼운 산들바람을 일으킬 생각으로 쓴 마법인데 이 정도 위력이라면……. 말 그대로 엄청난 거지.”
첼시의 말에 칼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의 마력량을 내뿜었다.
“오오오오!”
칼이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왜?”
“나도 마력량이 엄청나게 늘었어!”
주먹을 꽉 쥔 칼이 마력을 내뿜었다.
“뭐든지 할 수 있을 정도야! 내가 이렇게 마력이 강할 수 있다니!”
진심으로 기쁜 표정을 짓는 칼.
칼의 강점은 전장을 빠르게 파악하고 적의 약점을 간파하는 눈썰미.
그리고 적의 공격에 대한 능력 분석을 바탕으로 아군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게 만드는 전술을 세우는 것이다.
말 그대로 서포터 지휘관으로서 굉장한 능력.
실제로 칼은 몇 번이고 전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왔다.
신들이 영웅의 칭호에 어울리는 인간이라고 인정했을 정도이니 그 능력에 의심할 여지는 없다.
칼 역시 그런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마법사인 이상 대규모 마법을 펑펑 써대는 동급생들이 부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상상도 못 할 마력량을 손에 넣게 되니 흥분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기뻐하는 칼을 보며 첼시가 살짝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늘어나긴 했지만……. 그렇게 많이 늘어난 건 아닌 것 같은데.’
기껏해야 대마법 한 번 정도 쓸 수 있는 마력량이었다.
순수하게 기뻐하는 칼이 잠시 동안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내버려 둔 첼시는 지금 상황에 대해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정체불명의 환한 빛.
요정왕 실로드의 마법에 노출된 것만은 확실하다.
‘요정 키야가 아직 마법이 펼쳐진 범위가 아니라고 했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요정왕의 마법에 걸렸다.
‘마법의 범위가 갑자기 넓어지는 경우는 대체로 하나야.’
마법이 폭주할 때.
마법의 시전자가 5000년을 산 마법사라는 걸 생각한다면 당혹스러운 일이다.
첼시의 얼굴에 살짝 초조함이 깃들었다.
하지만 이내 심호흡을 하고 침착함을 유지했다.
‘요정은 특히 환영 마법을 잘 다루는 환수였지.’
레오의 맹약자인 키르안 역시 환영 마법으로 루메른 학생들을 골탕 먹이고는 했다.
갑작스럽게 미래의 모습을 하게 된 자신과 칼.
‘그렇다면 이건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환영일 거야. 대게 이런 환영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해.’
그랬기에 첼시와 칼이 어른의 모습이 된 것이리라.
‘……진짜 이게 내가 바라는 건가?’
은근슬쩍 가슴팍을 쓸어본 첼시가 상념을 떨쳐냈다.
‘어쨌든 이게 환영 마법이라니.’
첼시는 배틀 메지션 지망이다.
그리고 르왈린 가문은 마탑과는 결이 다른 집단이다.
마탑의 마법사가 학자라면 르왈린 가문의 마법사는 전사인 셈이다.
마탑과 비교한다면 마법 연구보다는 효율적으로 적을 쓰러트리는 연구를 하는 마법사 집단인 셈.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법사의 본질이 진리의 탐구자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마탑 마법사만큼은 아니지만 르왈린 역시 뛰어난 마법 연구자들을 많이 배출했고 첼시 역시 그 영향으로 루메른에서 필시 시험 성적이 탑급이었다.
마법 술식의 이해 능력의 깊이가 어린 마법사답지 않게 매우 깊은 편이었다.
그런 첼시의 눈으로 봐도 이 마법은 원리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진짜 같은 환영 마법.
마치 영웅의 세계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게다가 같은 환영을 공유하고 있어.’
보통 각각 개인의 환영에 빠지는 일반적인 환영 마법과는 달리 칼과 첼시는 같은 환영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이 환영 속에 있다는 소리겠지.’
거기까지 생각한 첼시는 으음-! 침음을 내뱉으며 팔짱을 꼈다.
‘그럼 레오 오빠도 미래의 모습을 하고 있으려나?’
잠시 생각이 다른 방향으로 샜던 첼시가 고개를 붕붕 저었다.
‘어쩌면 레오 오빠와 멜리나님도 이 환영 속에 있을지 몰라. 우선 누가 됐든 다른 파티와 합류하는 게 우선이야.’
거기까지 생각한 첼시가 기뻐하는 칼에게 말했다.
“칼. 여기가 대륙에서 어디쯤인지 알 수 있을까?”
그 말에 한참 기뻐하던 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아공간을 열더니 손을 집어넣고 세계 지도와 정확하게 반으로 잘린듯한 수정구를 꺼냈다.
“웃차.”
마법으로 주변을 평평하게 만든 칼이 지도를 펼치고 그 위에 반달 수정구의 평평한 면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태양빛이 잘 비치게 몸을 치웠다.
태양빛을 모은 수정구가 지도의 한 곳을 가리켰다.
“대륙 동부네.”
“동부?”
첼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파티가 있던 곳은 대륙 중북부의 환영의 숲.
그런데 현재 있는 곳이 동부라니.
“너무 멀리 떨어진 거 아니야? 다른 사람들도 이 주변에 있는 건가?”
“한 번 찾아볼게. 어디 보자…….”
칼은 아공간에서 세 개의 작은 시약병을 꺼냈다.
그곳에는 붉은 액체가 조금씩 담겨 있었다.
시약병에는 라벨이 붙어 있었고 각각 릴, 시아, 엘리자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시약병 뚜껑을 꺼낸 칼이 수정구 위에 액체를 떨구었다.
또륵-!
그러자 수정구로 스며든 액체는 이내 대륙의 남쪽을 가리켰다.
“어라? 릴 선배는 남쪽에 있는데?”
살짝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칼이 이번에는 첸 시아와 엘리자의 피를 떨구었다.
그리고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고는 더더욱 의구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엘리자랑 시아는 대륙 북부……. 정확하게는 헤르긴 가문에 있네.”
“출발 전에 우리 피를 살짝씩 뽑은 게 이런 이유 때문이었어?”
첼시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새로운 발명품이야?”
“맞아. 점성술에서 영감을 얻었어. 피는 사람의 정보를 담고 있거든. 연금술을 통해 만든 이 수정으로 사람의 위치를 알 수 있어. 정확하게는 불가능하지만 대략적인 위치는 알 수 있지.”
“대박인데? 레오 오빠의 피도 있어? 있으면 찾아보자.”
“애석하게도 뽑은 지 하루가 지나면 효력이 없어져.”
“그거 아쉽네.”
그렇다고는 해도 대단한 물건임은 변함없다.
“좁은 지역에서도 이렇게 위치를 알 수 있어?”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대륙 단위로만 가능해. 뭐, 이래저래 드웨노님의 연금서를 해석해서 발전시키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지만.”
칼의 말에 첼시가 호오? 감탄사를 터트릴 때였다.
갑자기 하늘 위로 검은 그림자가 덮쳤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
그와 함께 돌풍이 휘몰아쳤다.
“뭐야?”
“멜리나님?”
칼이 당황했고 첼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일어난 돌풍은 거대한 존재가 빠른 속도로 날아간 결과였다.
그리고 그 거대한 존재는 다름 아닌 드래곤이었다.
전체적인 모습은 은빛 비늘을 가진 은룡이었다.
하지만 몸 이곳저곳이 마치 문양처럼 검은 비늘로 덮여 있는 굉장히 독특한 모습이었다.
첼시는 본체의 모습이 저런 형태의 드래곤을 알고 있었다.
리시나스의 마력을 계승하여 흑룡의 특성을 어느 정도 지니게 된 멜리나였다.
첼시와 칼이 있는 상공을 빠르게 지나갔던 멜리나가 순간 하늘에서 방향을 바꾸었다.
그리고는 첼시와 칼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뭐야? 그렇게 빨리 지나가면서 우리를 발견하신 거야?”
칼이 깜짝 놀라며 말하자 첼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멜리나님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현존하는 최강의 영웅이시라고!”
그것도 그냥 영웅이 아니라 최강의 종족이라는 용족의 왕이다.
두 사람의 존재를 파악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터였다.
두 사람 앞으로 날아온 멜리나가 환한 빛과 함께 작은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탁-!
바닥에 착지한 멜리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첼시? 칼? 아르히 왕국과 헤르긴 영토에 있어야 할 두 사람이 왜 여기 있는 거죠?”
“네? 방학 끝난 지가 언젠데요?”
멜리나의 말에 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말에 멜리나가 멈칫했다.
“여러분.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그 말에 칼과 첼시는 이질감을 깨닫고 침묵했다.
“언제나 청춘인 나이죠.”
칼이 엄지를 척 들었다.
능글맞게 평소의 자신을 연기했다.
그건 영웅의 세계에서의 행동과 같았다.
영웅의 세계 공략 1원칙.
그건 바깥의 정보를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었다.
이 환영이 영웅의 세계와 비슷한 느낌을 받아 취한 행동이었다.
칼의 말에 멜리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상에! 두 사람이 어떻게 이 환영 속에 들어온 거죠?”
“엇? 진짜 멜리나님?”
멜리나의 태도에 그녀가 환상이 아닌 진짜란 걸 알아차린 두 사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칼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렇군요. 대단해요. 칼. 그 정보만으로 빠르게 파티를 구성해서 지원을 오다니.”
“하하. 뭐, 제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순수하게 감탄하는 멜리나를 보며 칼이 살짝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멜리나님 이 환상 마법은 대체 뭔가요?”
첼시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멜리나가 대답했다.
“레오님의 말씀에 의하면 이 환상 마법은 시공간을 뒤튼 마법이라 하셨어요.”
“시공간을 뒤틀어요?”
“네. 사람에 따라 원하는 환상을 보여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왜 우리는 같은 환상을 공유하는 건가요?”
“음. 저도 마법에 대해 파악을 한 건 아니라 추측이긴 하지만……. 우리가 미래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미래요?”
“네. 시공간이 뒤틀린 만큼 과거의 환영, 혹은 현재의 환영도 볼 수 있다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몇 번이고 이 마법에 걸렸지만 단 한 번도 과거나 현재를 본 적이 없거든요. 오직 미래의 환영만 봤죠.”
멜리나가 첼시와 칼에게 생각을 정리한 틈을 한 번 준 후 말을 이었다.
“레오님은 그게 제가 미래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아아. 대충 이해했어요.”
“난 이해 못 했는데.”
첼시가 고개를 끄덕였고 칼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 환영을 풀기 위해서는 환영 속에 숨겨진 ‘열쇠’를 찾아야만 해요. 그래야 페어리 랜드로 들어갈 수 있어요.”
그 말에 칼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멜리나님은 그 열쇠를 찾고 계신 건가요?”
그 물음에 멜리나가 머뭇거렸다.
“왜요?”
“사실 이 환영 마법은 지금까지 제가 겪은 환영 마법과는 달라요.”
“예?”
“저는 환영 마법에 걸렸을 때 환영 마법이라는 걸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어요. 마치 달콤한 꿈을 꾸는 것처럼.”
“지금은 인지하고 계시잖아요?”
“네. 환영 마법 자체가 이상이 생겼다는 뜻이에요.”
그 말에 첼시와 칼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정황을 본다면 마법이 폭주하고 있다.
시전자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증거다.
“결정적으로.”
“결정적으로?”
“원래 레오님은 이 마법에 걸리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지금은 마법에 걸리신 것 같아요.”
멜리나는 아르히 왕국에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아르히 왕국 내에 레오는 없었다.
실로드의 환상을 접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다.
멜리나는 품에서 붉은색 보석이 걸린 목걸이를 꺼냈다.
“이건 레오님이 저에게 맡긴 물건이에요. 레오님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물건이죠.”
대륙 곳곳을 돌아다니는 멜리나인 만큼 레오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었기에 만든 물건이다.
“이 목걸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시던 길이셨군요.”
첼시의 말에 멜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서 빨리 레오 오빠를 찾으러 가요.”
첼시의 말에 멜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드래곤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두 사람 모두 타요.
그 말에 첼시와 칼이 멜리나의 등 뒤에 올라탔다.
화악-!
멜리나가 날아올랐다.
하늘 높이 날아올랐을 때 칼이 물었다.
“그런데 멜리나님. 이 환영이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 중 하나를 보여주는 거라고 하셨죠?”
-네 맞아요.
“…….”
칼이 측은한 시선을 첼시에게 보냈다.
그 시선에 첼시가 빙긋 웃더니 칼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여기서 다이빙하고 싶다고?”
“야야! 여기서 떨어지면 죽어!”
“알아. 죽어.”
“첼시 누님! 제가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하늘 위로 칼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