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874)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874화(875/876)
874.
“애새끼?”
마족의 눈이 꿈틀거렸다.
“누구더러 그따위 말을 하는 거야!”
고오오오-
거대한 흑마력이 휘몰아쳤다.
그 모습을 본 엘리자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발끈하는 걸 보니 정말로 버르장머리 없는 애새끼가 맞나 보군요?”
“이이익!”
마족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그 모습을 본 첼시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유치하네.’
마치 어린애들 말싸움 같다.
하지만 휘몰아치고 있는 흑마력은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고통의 군단장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야.’
고통의 군단장처럼 새롭게 군단장의 지위에 오른 마족이라는 걸 깨달은 첼시가 엘리자를 바라보았다.
“엘리자, 조심해. 저 녀석 새로운 군단장이야.”
“알고 있어요.”
“여유만만하네?”
“당신이 혼자서 군단장과 맞서 싸웠다고 했죠?”
힐끗- 첼시를 뒤돌아본 엘리자가 말했다.
“당신도 해낸 걸 내가 못 할 리 없잖아요?”
엘리자의 얼굴에는 특유의 도도함이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본 첼시가 감탄했다.
‘대단하긴 하네.’
첼시가 알고 있는 엘리자는 단 한 번도 약한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없다.
신입생 시절부터 스스로가 최고라고 여겼으며 그 사실을 의심한 적조차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다.
이후 레오와 만나 자신이 최고라는 사실이 부정당했음에도 엘리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언젠가 레오를 따라잡고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호승심을 불태우며 망설임 없이 나아갔다.
첼시와는 달랐다.
첼시는 레오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동경했다.
따라잡을 수 없는 존재일지 모른다고 생각한 이후에도 그다지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레오라는 존재가 넘을 수 없는 벽이 된 이후에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결코 버리지 않던 엘리자다.
그리고 지금.
자신들이 닿게 될지 모르는 미래의 가능성에 도달한 지금에도 엘리자는 스스로에 대해 의심을 조금도 가지지 않았다.
자신의 미래에 두려움을 가졌던 첼시와는 대조적이었다.
엘리자의 몸에서 강렬한 영력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파지직-
엘리자의 영력이 노출된 주변에서 순백의 뇌전이 스파크를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엘리자의 머리카락이 하늘로 치솟았다.
번쩍-!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그와 함께 페가수스, 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본 마족이 코웃음을 치며 손을 들어 올렸다.
지잉-!
그러자 바닥에 거대한 소환진이 생성되었다.
“마수술사?”
엘리자가 미간을 좁혔다.
쿠가가가가강-!
그워어어어어어!
그와 함께 소환진 속에서 거대한 괴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간테스!”
첼시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젖혔다.
“엄청나게 크잖아!”
기간테스는 타르타로스를 대표하는 최상위 마수로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마수였다.
그러나 지금 소환된 기간테스는 그 크기 자체가 격이 달랐다.
다른 객체에 비해 1.5배는 커 보이는 기간테스를 보며 첼시가 경악했다.
기간테스의 어깨의 위에 올라탄 마족이 팔짱을 끼고 엘리자와 첼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 이름은 곤! 타르타로스의 마수들을 지배하는 마수왕이시다!”
“타르타로스도 갈 데까지 갔군. 너 같은 꼬마가 마수의 지배자라니.”
“누구더러 꼬마라는 거야! 아줌마 주제에!”
빠직-
엘리자의 이마에 힘줄이 솟아올랐다.
쿠구구구-!
기간테스가 발을 들어 올렸다.
콰가가가강-!
거대한 발이 엘리자와 첼시가 있던 땅을 짓밟았다.
그러자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주변 일대가 쓸려나갔다.
쌓여 있던 눈발은 자욱하게 흩날리며 연기처럼 흩어졌다.
확-!
그 속에서 페가수스를 탄 엘리자가 날아올랐고 그 뒤를 첼시가 플라이 마법으로 따랐다.
“그 망할 덩어리에게 바람구멍을 내주겠어!”
파지지지지직-!
페가수스의 온몸이 순백의 뇌전으로 휘감겼다.
엘리자는 말 그대로 한줄기의 뇌전이 되어 기간테스를 향해 돌격했다.
퍼걱-!
그워어어어!
가슴팍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기간테스가 비명을 내질렀다.
하늘 높이 치솟은 엘리자가 비웃음 어린 얼굴로 휘청이는 기간테스를 내려다보았다.
마수왕, 곤은 흑마력을 일으켜 기간테스를 회복시켰다.
그런 곤을 보며 엘리자가 깔보듯 말했다.
“다른 마수를 소환하는 게 어때요?”
기본적으로 환수술사와 마수술사의 전투 방식은 같다.
다양한 마수를 소환하고 그 마수의 잠재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
마수왕이라 불린다면 타르타로스의 무수히 많은 종류의 마수를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엘리자의 말에 곤이 코웃음을 쳤다.
“나는 무조건 기간테스만 소환한다!”
“바보 같네요. 그럼 표적이 될 뿐이에요.”
“그게 무슨 상관이야! 기간테스가 제일 크고 멋지단 말이야!”
“꼴에 어울리지 않는 걸 좋아하는군요.”
“신경 끄시지! 아줌마!”
“이 망할 꼬맹이가 진짜……!”
엘리자의 몸에서 흉흉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멀찍이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첼시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유치해서 긴장감이라곤 하나도 없네.’
더 어이가 없는 건 저 단순한 도발이 서로에게 매우 훌륭하게 먹히고 있다는 점이었다.
엄청난 자존심 덩어리들의 싸움에 첼시가 혀를 찰 때.
우드득! 우득!
기간테스의 팔에서 흉측한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그걸 본 엘리자의 안색이 바뀌었다.
“데스 웜?”
팔을 타르타로스의 또 다른 상급 마수, 데스 웜으로 변환시킨 기간테스가 엘리자를 향해 양팔을 휘둘렀다.
“크오오오오오오!”
콰지지지지직-!
분쇄기 같은 입을 벌린 데스 웜이 포효를 내지르자 거대한 충격파가 뿜어져 나와 하늘을 갈랐다.
빠르게 그 공격을 피한 엘리자가 기간테스를 노려보았다.
‘키메라?’
여러 마수를 합성해 만든 키메라 마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데스 웜으로 변했던 팔이 원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찌지직! 콰직-!
이번엔 기간테스의 등에 가죽으로 이루어진 날개가 돋아났다.
후웅! 후웅! 콰아아아아아!
몇 번 날갯짓하더니 주위에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와 함께 기간테스의 거대한 몸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키메라가 아니야. 마수들을 순간순간 합성하고 있는 거야!’
단순히 날아오른 것에서 멈추지 않은 놈은 엄청난 속도로 엘리자를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육체에 속도까지 더해지자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이 생성되었다.
엘리자가 빠르게 페가수스의 고삐를 잡아당겨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공격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순간 곤의 눈이 위험스럽게 번뜩였다.
손을 들어 올리자 기간테스가 곤의 움직임에 맞춰 팔을 들어 올렸다.
후앙-! 콰가가가가가가가강-!
“엘리자!”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엘리자와 페가수스를 정확하게 후려친 기간타스가 반대쪽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손의 모양이 마수, 파프니르의 머리로 변했다.
쩌억-!
거대한 파프니르가 입을 벌리자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다.
번쩍! 콰가가가가가강-!
엘리자가 있던 곳이 말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첼시의 얼굴이 딱딱하게 변했다.
유치하다고 해도 군단장은 군단장.
전율스러운 전투력을 가진 존재였다.
이에 첼시가 전투에 개입하려 할 때.
화악-!
“당신은 끼어들지마요.”
첼시 곁으로 날아온 엘리자가 말했다.
“괜찮아?”
“아파요.”
“그럼 도와주는 게……”
“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아니, 아프다면서!”
“아픔에는 익숙해요.”
엘리자의 말에 첼시가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환수술사가 아픔에 익숙할 이유가 있나?’
정령사라면 모를까.
환수술사는 환수에게 전투를 일임하고 환수의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전투 방식이 주를 이룬다.
그런 만큼 제대로 싸우기만 한다면 다칠 일이 거의 없다.
엘리자의 실력을 아는 첼시로서는 그녀가 아픔에 익숙하다고 하니 의문이 드는 건 당연했다.
이상하다는 듯 엘리자를 본 첼시의 얼굴이 더더욱 해괴해졌다.
엘리자가 고통을 참고 있는 게 보였다.
문제는 엘리자의 입꼬리가 계속해서 씰룩거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왜인지 모르게 고통과 함께 웃음도 참는 듯한 표정이다.
“엘리자. 진짜 괜찮아. 머리 다친 건 아니지?”
“무슨 말이죠?”
“너…… 아픈데 웃고 있잖아.”
첼시가 진심으로 걱정하자 엘리자가 정색했다.
“내가 언제 웃었다는 거죠?”
“응?”
‘잘못 봤나?’
당황하면서도 첼시는 엘리자에게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그런 첼시를 뒤로하고 엘리자가 마수왕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입가를 가렸다.
‘고통에 쓸데없이 익숙해졌어!’
레오의 수련을 받은 후유증이었다.
능력을 강제로 각성시키기 위해 뇌전의 정수에 노출되어 가던 어느 날.
강한 고통이 왔을 때 습관적으로 묘한 웃음을 짓게 되었다.
칼이 왜 웃냐며 기겁하던 걸 떠올리며 엘리자가 심호흡했다.
‘그래도 그 정신 나간 수련 덕분에 얻은 것도 있지.’
엘리자가 채찍을 꺼냈다.
“루.”
엘리자의 부름에 루가 눈을 번쩍였다.
콰르르릉! 번쩍-
하늘에서 순백의 뇌전이 엘리자에게 꽂혔다.
“뭐, 뭐야! 왜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거야?!”
“뭐 이런 이상한 아줌마가 다 있어!”
첼시가 기겁했고 마수왕 역시 경악한 눈으로 엘리자를 바라보았다.
“크으으으으으……!”
온몸을 휘감은 뇌전에 고통의 신음성을 내뱉던 엘리자의 입에서 ‘킥킥’ 거리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아아…… 짜릿해.”
귀기마저 흐르는 그 모습에 마수왕이 흠칫했다.
환수술사는 환수를 강화하는 존재다.
더 나아가 환수술의 극에 이른 자는 정령처럼 강화한 환수를 무기화할 수 있다.
레오와 루니아가 대표적인 예였다.
하지만 엘리자는 거기서 더 나아갔다.
‘환수의 힘으로 날 강화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환수의 강력한 힘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이건 레오조차도 위험하다고 판단했던 영역의 환수술이었다.
하지만 뇌전의 정수에 노출된 엘리자는 영력의 파장이 페가수스에 특화되었다.
또한 페가수스의 강력한 힘을 버틸 수 있는 정신력도 손에 넣었다.
온몸에서 휘몰아치는 순백의 뇌전이 온몸에 고통을 가한다.
하지만 묘한 전능감과 쾌감이 엘리자의 온몸을 강타했다.
원래라면 영력의 힘이 부족해 이 정도까지 육체를 강화시키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미래의 자신.
엘리자가 팍-! 채찍을 잡아당겼다.
파지지지직-!
섬뜩한 순백의 뇌전을 휘감은 엘리자가 채찍을 휘둘렀다.
콰직! 콰지지직!
“이런 미친!”
자신의 기간테스를 채찍으로 찢어버리기 시작한 엘리자를 보며 마수왕이 기겁하며 물러섰다.
“뒈져! 뒈져버렷! 이 망할 꼬맹아!”
묘한 흥분감에 휩싸인 엘리자가 광전사처럼 마수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럴 때마다 몸을 마비시킬 것 같은 저릿한 고통에 쉴 새 없이 엄습했다.
입술을 깨물고 고통을 참았다.
“끄윽!”
온몸을 강타하는 고통에 몸을 떨던 엘리자가 숨을 거칠게 쉬기 시작했다.
“끄으…… 하아…… 끅-!”
파직- 파지지직-
뇌전이 더욱 강하게 휘몰아쳤다.
“하아하…… 아…… 아하하하하하하하하!”
고통의 인계점이 넘는 순간 엘리자는 눈이 반쯤 풀린 채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