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875)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875화(876/876)
875.
“선배님. 그러니까 저건 제 취향이…….”
“부끄러워할 거 없습니다. 남자들은 저런 걸 좋아한다고 들었거든요.”
“아니. 그러니까.”
“싫습니까?”
“아니, 싫은 건 아닌…… 헙!”
자신도 모르게 본심을 말해버린 칼이 입을 가렸다.
“아. 진짜.”
그리고 새빨개진 얼굴로 얼굴을 가렸다.
그런 칼을 보며 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에 능글맞게 굴면서 왜 그렇게 당황하는 겁니까?”
“쪽팔리잖아요. 여자친구가 저런 옷을 입길 바라는 변태 같아서.”
“불건전하긴 하죠. 하지만 지극히 또래답지 않나요? 로망이라고 한다죠?”
릴이 키득키득- 웃었다.
“칼은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었군요.”
그 말에 얼굴이 새빨개진 칼이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힐끗- 힐끗 엘리자의 모습을 한 서큐버스를 바라보았다.
‘와, 진짜 예쁘네. 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자 서큐버스가 칼에게 윙크했다.
그에 칼의 얼굴이 더욱 새빨개질 때였다.
스윽-!
릴이 자신의 전투 망치로 칼의 시야를 차단했다.
“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너무 쳐다보지는 마세요. 유혹에 걸리면 여러모로 귀찮아지니까요.”
“예, 옙.”
그렇게 말한 칼이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전투 망치를 어깨에 걸친 릴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나저나 이상하군요, 서큐버스.”
“뭐가 말이죠?”
서큐버스가 교태를 부리듯 손가락 끝으로 머리카락을 살살 꼬았다.
그리고 고혹적인 시선을 계속해서 칼에게 보냈다.
그런 서큐버스를 보며 릴이 말했다.
“왜 내 취향은 반영을 안 하고 칼의 취향만 반영하는 거죠?”
“나는 서큐버스니까요. 여자는 인큐버스가 상대하죠.”
생긋- 웃는 서큐버스를 보며 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신들은 딱히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몽마는 분명 서큐버스와 인큐버스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딱히 반대 성별의 정기를 흡수하지 않는다.
그들은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유혹한다.
그렇기에 릴로서는 칼만을 유혹하는 서큐버스의 행동에 의문을 느꼈다.
칼 역시 속으로 의문을 느꼈다.
‘나보다 릴 선배를 먼저 무력화시키는 게 맞지 않나?’
칼이 의문을 느낄 때.
서큐버스가 히죽- 웃었다.
“난 나보다 강한 적을 사냥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게 귀찮거든요.”
칼이 흠칫 몸을 떨었다.
“그보다는 이렇게 약한 상대를 잡아먹는 게…… 후우-! 취향이랍니다.”
“흐아아아아!”
어느새 뒤에서 나타나 자신을 껴안은 채 귀에 바람을 불어 넣는 서큐버스에 칼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후앙-!
“커헉?!”
릴의 망치가 칼의 귀 바로 옆을 훑고 지나갔다.
거대한 성벽도 단번에 무너트릴 위력이 담긴 공격에 칼이 그대로 얼어버렸다.
서큐버스는 릴의 공격에 당하지 않았다.
어느새 다시 원래 있던 곳에 모습을 드러낸 서큐버스가 깔깔 웃었다.
“고귀하신 영웅 후보생님께서는 이런 비열한 공격을 참지 못하는 모양이죠?”
“딱히 비열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습니다. 효율을 중시한다. 기본적인 전략이잖습니까?”
릴이 음음! 고개를 끄덕였다.
그 태도에 순간 서큐버스가 멈칫하며 릴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말을 가볍게 넘기기 위한 말인가 싶어 슬쩍- 얼굴을 살폈다.
하지만 릴의 얼굴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칼을 노린 것에 대해 조금의 분노도 느끼고 있지 않았다.
“아니, 그러면 왜 나보고 저 인간 남자를 노렸다고 뭐라 하는 거죠?”
순간 당황하며 묻는 서큐버스를 보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릴이 눈을 부릅떴다.
“나도 내 취향의 모습을 한 형님을 보고 싶으니까요!”
그 당당한 말에 일순간 서큐버스는 입을 쩍 벌렸다.
칼 역시 벙찐 얼굴로 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릴은 언제나처럼 진지했다.
“자! 어서 빨리 날 유혹하는 겁니다! 서큐버스!”
“아니! 뭐 이런 미친 여자가 다 있어!”
전투 망치를 치켜들고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릴을 보며 서큐버스는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콰앙-!
릴의 망치가 바닥을 후렸다.
쿠구구구구궁-!
그러자 지진이 난 듯 주변 일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걸 본 서큐버스가 경악했다.
“뭐야! 이 괴수녀는!”
“지금 누구더러 괴수녀라는 겁니까!”
서큐버스의 말에 분노한 릴이 엄청난 양의 영력을 방출했다.
그 모습을 본 서큐버스가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엇?!”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이내 릴이 그 일그러진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릴 선배!”
칼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칼을 보며 서큐버스가 쿡쿡- 웃었다.
“놀랄 것 없어, 칼. 잠깐 다른 곳으로 날려 보낸 것뿐이니까.”
“다른 곳으로 날려 보내?”
칼이 미간을 좁혔다.
“그래. 그런 의미에서…… 나랑 조용히 이야기 좀 할까? 칼 오빠?”
“아니, 언제 봤다고 내 이름을 그렇게 친근하게…….”
“어머?”
칼이 경계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런 칼을 보며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은 서큐버스는 허공에서 채찍을 꺼내더니 칼을 향해 휘둘렀다.
휘리리릭-! 콱!
“켁?!”
“이거 섭섭한데? 물론 내가 서큐버스지만…… 지금의 난 엘리자 헤르긴이기도 하다고?”
채찍으로 칼의 목을 휘감은 서큐버스는 자신을 향해 잡아당겼다.
그와 함께 공간이 일순간 변했다.
‘여긴……?’
기숙사에서 칼이 몰래 찾아 공방으로 쓰고 있는 비밀의 방이었다.
칼을 자신 앞으로 끌고 온 서큐버스는 그대로 칼을 침대 위로 밀었다.
어느새 교복을 입은 엘리자의 모습이 된 서큐버스는 그런 칼 위에 올라탔다.
“후후- 어때, 칼 오빠? 이런 개인 공간에 여자친구인 나랑 같이 있으니 몸이 달아오르지 않아?”
칼이 새빨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애초에 넌 엘리자가 아닌데 뭐가 내 여자친구야! 그리고 엘리자가 나보다 한 살 많거든?!”
“알아.”
빙긋 웃은 서큐버스의 몸이 희미하게 빛났다.
“짠. 이제는 네가 오빠 맞지?”
“와! 진짜 미치겠네!”
“좋아서? 키득키득키득!”
칼이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자 서큐버스가 키득키득 웃었다.
서큐버스는 어느새 엘리자의 16살, 그러니까 입학했던 시절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교복은 3학년 교복 그대로라는 점이 키포인트야. 어때? 귀엽고 섹시하지?”
순진무구한 미소로 수줍게 웃는 서큐버스의 모습에 칼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마구 발버둥 쳤다.
쿵- 쿵-!
칼의 몸이 여기저기 부딪혔다.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지만 칼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칼을 서큐버스가 힘주어 제압했다.
“멈춰. 머, 멈추라고!”
하지만 힘으로 제압하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서큐버스가 흑마력을 일으켰다.
“멈춰!”
“크윽?!”
“생각보다 거친 오빠구나?”
서큐버스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오빠, 나랑 내기하지 않을래?”
“내기?”
“응.”
서큐버스가 생긋 웃었다.
“내기에서 이기면 내가 오빠의 노예가 되어 줄게.”
“네가 이기면?”
“오빠가 내 노예가 되도록 해.”
“그냥 날 죽이는 게 편하지 않아? 번거롭게 노예씩이나?”
“아깝잖아. 아무리 형편없는 힘을 가지고 있어도 명색이 영웅인데.”
서큐버스가 킥킥- 웃었다.
“내기 종목은 오빠가 원하는 걸로 해도 좋아.”
자신만만하게 웃는 서큐버스를 노려보던 칼이 말했다.
“일단 풀어줘.”
그 말에 서큐버스는 순순히 칼을 휘감은 채찍을 풀어주었다.
칼은 침대에서 일어나며 목을 쓰다듬으며 서큐버스를 노려보았다.
‘……그래, 확실해졌어. 이건 꿈이야.’
칼은 이미 자신이 서큐버스에게 당한 상태라는 걸 깨달았다.
처음 의심을 시작한 건 서큐버스가 릴을 다른 곳으로 날려 보냈을 때였다.
‘릴 선배가 그렇게 쉽게 무력화될 수준은 아니야.’
다른 게 아니라 레오도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방법으로 환영 파괴를 시도했던 릴이다.
아무리 군단장급 힘을 지닌 존재라도 그런 릴을 손쉽게 다른 곳으로 날려 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 정도로 공간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순식간에 공간을 바꿨다.
그렇다면 하나.
이미 이 공간 자체가 눈앞의 이에게 지배당하고 있다는 소리다.
몽마인 서큐버스라면 공간을 지배하는 건 단 하나.
꿈속이다.
결정적으로 칼은 아까 반항하는 척하면서 몸을 이리저리 부딪혔다.
하지만 통증은 있어도 멍은 들지 않았다.
또한 채찍에 당한 상처도 없다.
‘엘리자의 채찍에 하도 당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여러 정황을 바탕으로 이곳이 꿈이란 걸 간파할 수 있었다.
‘의문점은 왜 날 꿈에 끌어들이고서도 내기라는 귀찮은 수단을 사용하냐는 건데.’
이미 몽마의 꿈에 끌려온 이상 이곳은 몽마의 영역이나 마찬가지다.
‘아니, 애초에 몽마의 힘은 그렇게 강하지 않아.’
몽마는 그렇게 고위 마족이 아니다.
루메른의 학생 수준의 마나 저항력이면 몽마의 힘에 당하는 일 따윈 없다.
게다가 잠에 든 상태도 아니었다.
맨정신에서 칼은 몽마의 영역인 꿈에 끌려 들어왔다.
‘이 정도로 강한 힘을 지닌 몽마라면 내기 같은 거 하지 않아도 날 간단하게 죽일 수 있을 텐데?’
더군다나 자신과 내기를 하는 이유도 순순히 이야기했다.
거기까지 생각한 칼이 말했다.
“에레보스 개새끼 해봐.”
“뭐?”
“사령왕 개새끼도 해봐.”
“무슨……!”
“그러면 내가 내기에서 진 걸로 할게.”
“하? 이것 봐라? 사령왕께서 잔머리 굴리는 게 보통이 아닌 것 같다고 하더니 진짜잖아?”
서큐버스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 모습을 보며 칼이 히죽- 웃었다.
“그렇구나. 여기에는 거짓말을 못 한다는 제약이 있는 거였어.”
‘제약이 있는 힘.’
거기까지 생각을 한 칼이 눈을 가늘게 떴다.
“권능. 너도 새로운 군단장이냐?”
“정말 잔머리가 끝내주게 잘 돌아가는구나?”
서큐버스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빙긋 웃었다.
“몽마 여왕, 프시키아라고 해.”
“이 공간에 대해 전부 설명해 줘.”
“이곳은 내 권능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야. 알다시피 거짓말은 할 수 없어.”
“빠져나가는 방법은?”
“이 공간의 주인이 되면 돼. 내기에서 이겨서 날 노예로 삼으면 되는 거지.”
“번거롭게 내기를 나한테 제의한 이유는.”
“내기는 일종의 계약이거든.”
프시키아가 빙긋 웃었다.
“계약을 통해 네 영혼을 가져가려는 거야.”
“공평하지 않은 것 같은데?”
“세상에 공평한 계약이 어디 있어? 게다가 최소한 살려주기라도 하잖아? 원래라면 널 죽이는 것쯤은 간단하다고?”
“…….”
킥킥- 웃는 프시키아를 보며 칼이 얼굴을 구겼다.
“그만큼 사령왕께서 널 놀랍도록 높이 평가하고 있어. 그래서 내 노예가 되어 우리 쪽의 스파이가 되는 거지. 영광으로 알아.”
“댁 노예가 되면 고통받을 텐데 뭐가 영광이라는 거야?”
“걱정마. 최소한 네 영혼이 부서지는 그날까지 미칠듯한 쾌락을 선사해 줄 테니까.”
혓바닥을 핥는 프시키아를 보며 칼이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
‘어차피 힘으로는 못 이겨.’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내가 널 이긴다고 해도 내가 몽마 여왕의 주인이 되는 건 아니지?”
“맞아. 난 몽마 여왕의 한 조각일 뿐이니까. 그나저나 내기에서 이길 생각인가 보네?”
“당연히 이길 생각인데.”
“꿈도 야무져라. 그래서? 무슨 내기를 하려고?”
그 말에 칼은 개인 공방에 있는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곱 개의 육면 주사위가 들어 있는 통을 꺼냈다.
“주사위를 한 번 굴려서 높은 숫자가 나온 쪽이 이기는 거야.”
“운에 걸겠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댁을 이길 방법이 운 말고 뭐가 더 있어? 참고로 같은 숫자가 나오면 다시 하는 거야.”
“공평하려고 나름 머리를 굴렸네?”
프시키아가 속으로 말하며 칼을 비웃었다.
‘그런데 어쩌나? 이 공간은 내 영역인데.’
프시키아는 통에서 주사위 하나를 꺼냈다.
“그럼 계약은 성립된 거야.”
그렇게 말한 프시키아가 바닥에 주사위를 굴렸다.
좌르륵-
주사위가 6이 나오자 프시키아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런. 아무래도 당신은 내 노예 확정인 것 같은데?”
프시키아가 칼에게 주사위를 건넸다.
칼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 주사위를 통에 넣었다.
그리고.
좌르르르르르륵-!
“…….”
그대로 통에 있는 주사위를 모조리 바닥에 쏟아버렸다.
일곱 개의 주사위가 모두 1이 나왔다.
“7. 내가 이겼네?”
“잠깐! 이러는 게 어디 있어?”
“주사위를 한 번에 여러 개 굴리면 안 된다는 조항은 없었잖아.”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세상에 공평한 게 어디 있냐고 말한 건 너 아니었나?”
애초에 모든 주사위가 1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공간을 조각했다는 증거였다.
프시키아는 뭐 이런 사기꾼이 다 있냐는 얼굴로 칼을 바라볼 때.
내기 결과에 따라 꿈의 주도권을 가져온 칼이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와 동시에 원래 있던 페어리 포레스트로 돌아왔다.
“이 공간의 주인이 되었으니 이제 날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좋겠네? 망할 사기꾼.”
그 말에 칼이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
“주인님이라고 불러.”
“네. 네. 주인님. 뭘 할까요? 벗을까요?”
엘리자의 모습을 한 프시키아가 도발적으로 교복 상의를 잡아당겼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그 말과 동시에 프시키아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뭐, 내 원래 모습도 아름답긴 하…….”
뻐억-!
“컥?!”
칼은 망설이지 않고 프시키아의 복부를 걷어찼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휘청거리는 프시키아의 머리를 움켜쥔 칼이 그대로 프시키아의 머리를 바닥에 처박았다.
쾅-!
“다시는 엘리자의 얼굴로 그따위 소리 지껄이지 마라.”
칼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에도 그딴 짓 했다가는 마족이고 나발이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괴롭혀 줄 테니까.”
분노를 드러낸 칼이 프시키아의 머리카락을 잡고 강제로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알겠어?”
살벌한 표정을 짓던 칼이 순간 흠칫했다.
프시키아는 몸을 떨며 웃고 있었다.
“괴, 괴롭혀 주세요오오…… 주인님……!”
어딘지 모르게 애원하듯 말하는 프시키아를 보며 칼이 소름 끼친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오! 진짜! 레오 말 맞네! 새로운 군단장 중엔 왜 제정신인 놈이 없냐?! 공간 해제! 공간 해제!”
기겁한 칼이 다급히 몽마의 꿈을 도망치듯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