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97)
【97】96.
자신을 노린 학생 무리를 순식간에 탈락시킨 레오는 주변에 보이는 건물 중 가장 높은 곳의 꼭대기로 올라갔다.
‘사람들은 모르겠지. 이곳이 나랑 리시나스가 처음으로 군단장을 쓰러트린 땅이란 걸.’
탐욕으로 인해 멸망한 이 도시는 머나먼 과거, 카일과 리시나스가 타르타로스의 군단장, 탐식왕 요르문간드를 토벌한 장소이기도 했다.
그리고 가드스론을 제외한 모든 터전을 잃었던 지상의 종족들이 처음으로 탈환에 성공한 기념비적인 땅.
지금은 기록으로조차 남아 있지 않은 대영웅의 전설이 시작된 곳.
“그때는 나랑 리시나스만 있었으니 대영웅이라 부르는 것도 뭐하지만 말이지.”
전생의 일을 떠올리며 레오가 웃음을 터트렸다.
“일단 에르디아나 호수부터 찾을까?”
레오는 품에서 사전에 준비해온 네이그랑의 지도를 펼쳤다.
지도에는 다섯 군데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다섯 호수 중 하나에 광휘의 대정령 루미너스가 잠들어있을지 몰랐다.
요르문간드와의 싸움에서 소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맹약자를 향해 리시나스는 약속했다.
‘약속할 게 루미너스. 내가 너를 다시 깨울 때, 이 세상은 빛으로 가득할 거야.’
당시의 루미너스는 소멸을 피할 수 없는 큰 상처를 입었다.
그렇기에 리시나스로서는 어쩔 수 없이 루미너스를 이 땅에 봉인시켜야 했다.
‘오랜 세월이 지난 만큼 루미너스가 아직까지 잠들어있을 확률은 거의 없지만.’
레오가 지도에서 눈을 뗐다.
‘만약 아직까지 잠들어있다면 내가 깨워야겠지.’
***
학생들이 빠르게 네이그랑의 중심부로 향했다.
“빨리 이동해! 지금 여기서 싸울 이유가 없어!”
안전지대인 중앙 성터를 누가 빨리 선점하느냐에 따라 배틀 로얄의 판도가 뒤바뀐다.
실력을 겨루더라도 우선은 중앙 성터에 먼저 다다른 것이 우선이었다.
“저주가 발동되면 괜히 싸워보지도 못하고 타격을 입어! 우선은 중앙 성터다!”
지금 이 배틀 로얄은 기말 실기 시험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학과대항전이라는 사실 역시 변함없다.
그렇기에 지금 많은 학생이 학과 단위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 파티 역시 그랬다.
이곳에 오면서 여러 학과 파티와 조우했지만, 전투는 없었다.
초반인 만큼 오히려 모두 눈치껏 행동하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는 싸워봤자 자기만 손해라고!’
소환학과 3등인 쥬레든 르센은 그렇게 확신했다.
그는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소환학 파티의 리더였다.
쥬레든 파티는 빠르게 성벽으로 이동하는 한편 또 다른 준비를 착실하게 해 나가고 있었다.
“이 저주받은 땅에도 먹을 만한 게 존재하네.”
이번 배틀 로얄은 최후의 1인이 정해질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잘하면 장기전으로 갈 수도 있었다.
그리고 장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식량이었다.
쥬레든 파티는 그걸 대비하고 있었다.
“지난 한 달 동안 환수의 숲에서 개고생한 게 헛고생이 아니었네.”
소환학과 여학생이 버섯을 따서 아공간에 넣으며 투덜거렸다.
“그러게.”
환수의 숲에서 계약되지 않은 야생의 환수와 교류했다.
거기서 몇몇 학생은 영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하급 환수와 정령에게는 간단한 명령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친화력을 높이는 성과를 이루었다.
하지만 지금 가장 도움이 되는 건 야생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어떤 오지에 가도 식량 걱정은 안 해도 되게 생겼어.”
“으으! 생각만 해도 끔찍해!”
학생들이 진저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제 도착해서 장기전 준비만 잘하면…….’
순간 쥬레든의 안색이 변했다.
주변 정찰을 맡겼던 정령 하나가 역소환 된 것이다.
“전방에 몬스터가 나타난 것 같아. 여길 벗어나자!”
“응!”
쥬레든 파티가 이동을 시작했다.
“아니?”
“왜, 쥬레든?”
하지만 곧바로 심각해지는 쥬레든을 보며 파티원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또 당했어.”
“뭐?”
“나도!”
다른 파티원이 당황하여 소리쳤다.
“뭔가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어!”
쥬레든이 다급히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파지지지지지지지직-!
파티원 전체의 귓가로 맹렬한 스파크가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번쩍!
쥬레든 파티 앞에 강렬한 황금색 빛이 터졌다.
“듀란!”
‘젠장! 제일 골 때리는 놈이랑 만났잖아!’
얼굴을 찡그린 쥬레든이 듀란을 경계하며 말했다.
“왜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거야?”
“몰라서 묻는 건가?”
듀란이 검을 뽑으며 말했다.
“지금은 학과대항전 중이다. 적을 만났으니 전투를 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
그 말에 소환학과 여학생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주가 발동되면 어쩌려고? 아니면 싸우다가 몬스터들이 나타나면? 여기서 싸우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멍청한 소리를 하는군.”
듀란이 비웃음을 날렸다.
“나와 너희가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몬스터가 됐든 저주가 됐든 나한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걸 신경 쓸 바에 중앙 성터로 가기 전에 경쟁자를 하나라도 더 줄여 놓는 게 이득이지.”
“역시 너랑은 대화가 안 통할 거라고 생각했어.”
쥬레든이 코웃음을 쳤다.
휘오오오!
그의 주변으로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런데 듀란. 네놈이 강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날 너무 무시하는 것 같은데? 소환학과 3등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소환학과 3등은 레오 플로브 아니었나? 관심이 없어서 몰랐군.”
“이 자식이!”
콰가가가가각-!
바람의 정령들이 듀란을 향해 일제히 광풍을 날려댔다.
콰지지지직-!
듀란이 검을 휘두르자 황금색 전류가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정령들을 순식간에 역소환시킨 듀란이 눈을 꿈틀거렸다.
‘고작 하급 정령?’
상대를 대놓고 무시하며 오만한 태도로 유명한 듀란이지만, 그렇다고 상대의 실력까지 오판하지는 않는다.
쥬레든에게 관심이 없었다고 해도 그가 뛰어난 정령술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위잉-!
쥬레든이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강력한 힘을 내뿜는 소환진이 생성되어 있었다.
“네놈이랑 장기적으로 싸워봤자 좋을 게 없거든! 단번에 끝내주마!”
바람의 상급 정령을 소환한 쥬레든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주변 파티원들이 쥬란의 공격을 대비해 방어진을 구축했다.
휘오오오-!
강렬한 바람에 듀란의 몸이 순간 허공에 떴다.
콰각-! 콰각-!
얼굴을 굳힌 듀란이 지면을 거칠게 밟았다.
듀란의 양발이 지면 깊게 움푹 박혔다.
‘소환만 했는데도 이 정도로 영향력을 끼친단 말인가…….’
“재미있군.”
듀란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파지지지직-!
불끈-!
마치 교복을 찢을 듯 팔의 근육들이 꿈틀거렸다.
그런 듀란을 보며 쥬레든이 소리쳤다.
“해치워! 알케티아스!”
휘오오오오오!
소환이 완료된 바람의 상급 정령이 회오리가 되어 듀란에게 내리꽂혔다.
자신을 찢어발길 듯 내려꽂히는 광풍의 회오리바람을 보며 듀란의 눈이 번뜩였다.
그의 눈에서 황금색 스파크가 튀었다.
용자의 숨결로 인해 그의 검의 위력이 극대화되었다.
‘뇌격(雷挌)! 아스트라페!’
초승달 모양의 번개의 검기가 내리꽂히는 회오리바람을 양단하고 하늘로 치솟았다.
그걸 본 쥬레든의 눈이 부릅떠졌다.
“후우!”
듀란이 심호흡을 하고 땅에 박힌 발을 뽑았다.
“제법이군. 하지만 여기까지다.”
“제, 젠장!”
쥬레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듀란이 오러를 일으키며 다가오자 쥬레든 파티가 움찔하며 물러섰다.
“거기까지 해두세요, 듀란 모이라.”
낭랑한 목소리에 쥬레든 파티가 깜짝 놀라 하늘을 보았다.
“에, 엘리자!”
“누님! 저희를 구해주러 오셨군요!”
“엘리자! 엘리자! 엘리자!”
“방해할 생각인가, 엘리자 헤르긴.”
듀란이 짜증스럽게 묻자 최상급 환수인 윈드 와이번에 탑승한 엘리자는 자신의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학과대항전인 만큼 학과 학생을 돕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엉! 엉! 언니! 절 가지세요!”
“엘리자! 엘리자!”
소환학과 학생들은 계속해서 엘리자를 부르짖으며 찬양했다.
평소에 항상 콧대가 높은 엘리자지만 그만큼 소환학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학생이었다.
잘난 척하면서도 학과 일에는 적극적이었기에 소환학과 학생들 사이에서는 인망이 매우 좋았다.
손톱에서 시선을 뗀 엘리자가 듀란을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뭐, 꼬랑지를 말고 도망치는 게 싫어서 굳이 싸우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어요. 호호호호호!”
“후후후. 이것들을 믿고 까부는 거라면 넌 잘못된 선택을 한 거다. 엘리자 헤르긴.”
듀란이 웃음을 터트렸다.
고오오오오-!
1학년 중 오만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두 사람의 기 싸움에 쥬레든 파티가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 이거 잘못하다가 휘말려서 피 보는 거 아니야?”
“에, 엘리자를 도와야 할 것 같지만…… 괜히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것 같기도…….”
삐질삐질 식은땀을 흘리며 소환학과 학생들이 뒷걸음질 칠 때였다.
듀란이 눈을 꿈틀거리더니 엘리자가 있는 반대편 방향의 상공을 바라보았다.
“크르?”
“왜 그래, 삐삐. 뭔가가 다가와?”
바람의 움직임에 민감한 윈드 와이번이 듀란이 바라보는 쪽을 보자 엘리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듀란을 향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잠시 후, 무언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게 보였다.
그걸 인지한 순간…….
화악!
“꺄아아악!”
순식간에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간 학생.
그리고 미처 대비도 하기 전에 그 후폭풍에 휘말린 엘리자가 안장에서 굴러떨어졌다.
윈드 와이번의 등에 처참하게 엎어진 엘리자의 얼굴이 분노로 물들었다.
지상으로 추락한 건 아니지만 환수술사에게 자신이 타고 있는 환수의 안장에서 떨어지는 건 엄청난 굴욕이었다.
“훗.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은 몰랐군! 지금 이 자리에서 결판 내주마!”
기사학과에서 가장 빠른 그는 레오의 뒤를 쫓아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편 안장에 기어 올라온 엘리자가 도끼눈을 뜨고 레오가 사라진 방향을 노려보았다.
“또! 또! 또! 레오 플로브! 당신인가요!”
“히익! 화났다! 화났어!”
“에, 엘리자! 지금은 쟤들 신경 쓰지 말고 중앙 성터로…….”
“용서 못 해! 이번에는 절대 용서 못 해! 삐삐! 레오 플로브를 쫓아!”
“캬륵!”
날개를 활짝 펼쳐 윈드 와이번이 엄청난 속도로 하늘 위로 치솟았다.
그리고 레오가 날아간 방향으로 하강했다.
순식간에 세 사람이 사라지자 소환학과 여학생이 얼떨한 표정을 지었다.
“저긴 중앙 성터랑 완전 반대 방향이잖아? 어쩌려고 저러는 거야?”
그 말에 쥬레든이 한숨을 쉬었다.
“명색이 우리 학교 탑이잖아. 생각이 있겠지.”
“레오는 몰라도 엘리자랑 듀란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레오를 쫓아간 것 같은데.”
“그 단무지들은 냅둬.”
“응? 단무지? 그게 무슨 뜻이야?”
“단순 무식 지X들.”
“어! 딱이다!”
쥬레든 파티가 깔깔 웃었다.
“내가 그런 말 했다고 하지 마라.”
“너 하는 거 봐서!”
“어서 이동하자. 또 괜한 싸움에 휘말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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