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
1부 001화
– 1 –
“야, 이제 겨우 두 번 떨어진 자식이 뭐 그리 울상이야? 게다가 넌 아직 졸업도 안 했잖아! 졸업하고도 한 세 번은 떨어져 봐야 아, 내가 공시족이구나 하는 거지!”
학부생 때 시작해서 졸업하고도 4년째 공무원 시험에 도전중인 진성이 형이 기세 좋게 웃음을 터트렸다. 진성이 형은 처음에는 행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재학 중에 패스를 하지 못하자 졸업 후에는 7급, 9급으로 계속 낮춰가며 시험을 치고 있었다.
“형, 나 안 울고 있거든요? 그리고 서른도 안 됐는데 벌써 원형탈모가 와서 모자 쓰고 다니는 사람이 마음 편하게 먹으라고 해 봐야 전혀 설득력 없어요.”
“자식이 남의 약점을. 이건 가족력이야, 가족력!”
진성이 형이 인상을 팍 쓰며 모자를 눌러 썼다. 진성이 형은 작년부터 원형탈모가 왔다. 원래 가족들이 다 대머리라 빠졌다고 주장했지만, 본인 혼자만 그렇게 말할 뿐이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생긴 질환이라고 봤다.
“자, 마셔, 마셔. 오늘 마시고 내일부터 또 공부해야지.”
주위에서 잔 부딪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공무원시험 발표가 나는 날이면 이 술집은 늘 시끌벅적하다. 합격자는 합격자대로, 불합격자는 불합격자대로 마시러 오니까 말이다.
“근데 재석아, 너 점수 괜찮지 않았어? 어떤 과목에서 점수를 못 받은 거야?”
“영어. 영어 점수가 모자랐어요. 그거만 아니면 합격이었는데.”
“다른 녀석들은 이번 시험 영어 어렵지 않았다고들 하던데. 너 할아버지 초상 치르느라 한 보름 공부 못한 것 때문 아냐?”
동기인 현승이 녀석이 의문스러운 듯 물으며 술잔에 소주를 채워 주었다. 이 녀석은 공시족은 아니지만 술 마신다는 이야기만 들으면 서울 어디든 찾아온다. 힘들 때 상대가 되어주는 고마운 녀석이다.
“보름 공부 쉬었다고 과락…맞을 리가 있냐.”
“과락? 너 과락 먹었어? 그 쉬운 영어를?”
그대로 폭소가 터졌다. 남자 다섯이 웃어대자 주변 사람들이 인상을 쓰며 쳐다봤다. 개중에는 그 앞에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들었는지 키득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그냥 고개를 처박았다. 진성이 형이 억지로 웃음을 참으면서 물었다.
“야, 상대평가니까 커트라인에서 몇 점 모자랐다는 정도는 이해가 되는데 과락? 과락? 그게 가능한 거야?”
“아, 몰라요!
신경질을 내며 소주잔을 들어 목구멍으로 넘겼다. 전에도 좋은 점수는 아니었지만 과락은 면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마가 낀 것 같았다. 다른 과목은 전부 합격선을 넘었는데 영어 하나가 과락을 맞아서 불합격하다니.
술 같지도 않은 싱거운 소주지만 넉 잔을 연이어 부어넣자 취기가 돌았다. 괜히 객기가 솟자 나도 모르게 푸념이 나갔다.
“영어보다 차라리 한자를 보면 좋겠어요. 행정 용어에 안 그래도 한자 많잖아요? 한자 1급 정도면 토익 950점이랑 같은 급으로 인정해 줘도 되는 거 아닌가?”
“야, 안 그래도 빡센데 우리 보고 한자 공부까지 하라고? 현승아, 먹여라.”
사방에서 소주잔이 밀려왔다. 줄줄이 밀려오는 술잔을 감당하다 못해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잠시 나갔다가 돌아오니, 어느새 화제가 바뀌어 있었다.
“가끔 이런 생각 안 해? 이렇게 경쟁 심한 헬조선에 사느니, 차라리 옛날 진짜 조선 시대에 살았으면 이런 경쟁도 없이 편하게 살았겠다 같은 거?”
동기인 현수 녀석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녀석은 공시 쪽은 잠깐 들여다보더니 얼마 안 가서 포기하고 교육대학원 쪽을 준비하고 있었다. 교사자격증 따서 임용시험 준비를 하겠다나. 일반 공무원보다 교사가 되어서 학생들 상대하는 쪽이 낫다고 했다.
“미친! 너 과거시험 경쟁률이나 알아? 조선시대는 진짜 헬조선이었거든? 선비야말로 진짜 원조 공시족이라고!”
“그것도 행시부터 7급, 9급까지 한 방에 보지!”
내가 끼어들어 한 마디 하자 진성이 형이 거들면서 키득거리고 웃었다. 왠지 기분이 들뜬 내가 계속 주절거렸다.
“그것뿐인 줄 알아? 시험은 3년에 한번! 지방직도, 경찰도, 소방도, 법원도, 국회 공채도 없어! 교원도, 군무원도 없다고!”
“그렇지! 3년에 한 번 있는 국가직 시험에 목을 매야 하는데, 니미 최종 합격 정원은 겨우 33명이야! 아무리 작은 정부가 이상이라지만 너무한 것 아냐?”
진성이 형이 맞장구를 쳤다. 우리 둘은 신나서 떠들어댔다.
“형, 그래도 명문 양반가 후손이면 벼슬 따위 안 해도 먹고 살잖아요?”
“조까! 지금도 금수저면 취직 따위 안 해도 돼. 까놓고 말해서 조선 시대 진짜 양반으로 떵떵거리던 사람 수가 많을까? 지금 세상 금수저가 더 많을까?”
“하긴 그래요. 정말 조선시대에 태어나서 만사 걱정 없이 살려면 왕 정도는 되어야겠죠.”
“에이, 새꺄! 왕? 왕도 골아픈 거 많을 걸? 뭐 하나 마음대로 하려면 ‘전하, 아니되옵니다!’ 하는 소리나 듣고 살잖아? 크크크.”
“아아, 역시 조선시대에도 땅 많은 집 금수저로 태어나 벼슬 따위 포기하고 땅세나 받아서 니트질하는 게 최고인가!”
“물려받은 땅 없으면 정말 거지, 유민 신세인 게 당연하니까.”
한국사 공부하느라 집어넣은 온갖 지식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병작반수제, 화전민의 증가, 삼정의 문란. 조선시대 백성으로 살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왕은 살만한 자리 아닐까? 현수 녀석이 이 화제에 꽂혔는지 열을 올렸다.
“아 근데 진짜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왕이면, 정말 하고 싶은 대로 살지 않았을까? 물론 평균적인 생활수준이야 지금이랑 비교하면 거지같겠지만, 그래도 왕이면 그 시대 수준으로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즐겁게 살았을 텐데.”
제약은 좀 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절대 권력자, 기술적 한계가 허용하는 한은 한껏 즐기며 살 수 있을 게다. 복잡한 정치는 힘들지 몰라도 내 인생 하나 편하게 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면 신하들한테 몽땅 맡겨 놓으면 되고.
“아니면 뭐 절대군주가 되어서 만주벌판을 호령할 수도 있잖아, 하하.”
폭소가 터졌다. 만주벌판을 호령한다고? 조선이 그만한 능력이 있기는 했었나?
그보다, 조선에서는 어느 왕도 군대를 지휘한 적이 없다. 용장으로 유명한 이성계도 위화도 회군을 한 후에는 직접 군대를 지휘한 적이 없을 거다. 그 뒤 왕들은 말할 것도 없다.
광개토대왕 같은 삼국시대 왕들은 자주 전쟁터에 나갔고 전사한 왕도 있다. 몽골은 물론이고 명나라나 청나라 같은 중국 황제들조차 가끔 친정을 했다. 유럽 왕들은 전쟁에 나가는 게 일상이다. 하지만 고려나 조선 왕들은 절대 군대를 지휘하지 않았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유교 문화 때문인가? 젠장, 나 같으면 뭐가 되든 군대 끌고 만주벌판에 도전 한 번 정도는 해 봤겠다. 왜구도 때려잡아 보고.”
현수 녀석이 툴툴거리며 술잔을 들이켰다. 나도 피식 웃으며 잔을 마주 들었다.
– 2 –
“전쟁만 하나. 기왕이면 후궁도 차려 놓고 팔도에서 미인을 뽑아다가 죽 채워 놓으면 어떨까? 궁녀도 미녀로 골라 뽑고, 아방궁은 아니더라도 한 달 동안 여자를 매일 바꿀 정도로 후궁을 들이는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이루어질 리 없는, 현실적이지 않은 상상이다. 혼자 키득거리며 걷다 보니 어느새 집으로 가는 골목에 접어들었다. 이제 곧 집인데 문득 짙게 낀 안개가 눈에 들어왔다. 내일 비가 오기라도 하려는지, 손을 뻗으면 만져질 정도로 짙은 안개였다.
“뭐야? 이거.”
신경 쓰지 않고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었다. 그대로 신발을 벗어 던지고 쓰러지듯이 침대에 누웠다. 아까 현승이 녀석이 지껄이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할아버지…할아버지 초상 때문에 공부를 못하긴 했지.”
할아버지는 두 달 전에 돌아가셨다. 사실 할아버지 상을 치르느라 시험 막바지에 집중하지 못하긴 했다. 하지만 지금 떠오르는 건 그보다는 할아버지와 나눴던 마지막 대화였다.
“이건 뭔가요, 할아버지?”
“보물이다. 벌써 잊어버렸냐.”
할아버지는 크게 아픈 곳은 없으셨다. 하지만 나이가 드시다 보니 노환으로 몸이 약해지셨고, 그 좋아하던 한학(漢學)도 거의 하지 못하시고 누워만 계셨다. 아끼는 손자가 찾아와도 일어나기 힘들어하실 정도였다.
“비싸 보이긴 하네요.”
까만 유리 같은 돌 – 내가 보기에는 흑요석이 아닌가 싶다 – 로 만들어진 이 연적은 집안 대대로 물려오는 물건이라고 했다. 바닥에 놓인 연적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예전에 붓글씨 쓰다가 물어본 기억이 났다. 누구한테 물려받았다고 하셨더라.
“그 물건은 그저 값만 비싼 게 아니야. 값을 따질 수 없는 힘이 있다.”
“아, 그 옛날 몇 대조인지 할아버지한테 우물 속 귀신이 주고 갔다던 물건이 이거예요?”
“예끼! 우물 속 귀신이라니. 옥황상제가 보낸 천녀라고 이야기해주지 않았더냐.”
할아버지는 눈을 감은 채 이야기하셨다. 꾸짖는 것처럼 말씀하셨지만 표정은 평온했다. 나는 웃으면서 할아버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 연적은 네 13대조 조부님께서 천녀에게 받으신 물건이다. 아버지를 위해 손가락을 잘라 피를 낸 그분의 효성에 감복한 옥황상제께서 이 연적을 하사하셨다. 그리고 전하시기를, 안개가 짙게 낀 날 연적을 문지르면 천녀가 내려와 소원을 한 가지 들어줄 거라고 하셨다.”
“소원 하나예요? 고작? 옥황상제가 통이 작네.”
“끝까지 들어라. 허락된 소원은 여섯 개, 그리고 한 가지 들어줄 때마다 모서리가 하나씩 둥글어진다.”
육각형인 연적의 다섯 모서리는 둥글고 매끈하게 닳아 있었다. 하지만 여섯 번째 모서리는 방금 끌로 깎아낸 것처럼 각이 져 있었다. 궁금증이 생겼다.
“13대조 할아버지는 무슨 소원을 비셨어요? 그리고 왜 한쪽 모서리만 뾰족하죠.”
“이놈, 그것도 일전에 이미 다 이야기해 줬건만.”
할아버지는 눈을 감은 채 인상을 찌푸리셨다. 하지만 그 시간은 짧았다.
“네 13대조 조부께서는 예쁜 색시, 넉넉한 재산, 부모님의 무병장수, 많은 후손, 좋은 친구들을 달라고 소원을 비셨다. 둥글어진 다섯 모서리가 그 흔적이야.”
“호색한 할아버지, 역시 여자가 먼저군요? 과거 합격은 안 비셨어요?”
내가 키득거리자 할아버지는 점잖게 손을 위로 올리셨다. 뭘 잡으시나 하는데 갑자기 쇳덩어리가 번개 같은 속도로 내 정수리를 후려쳤다.
“아야!”
“고얀 놈. 조상님께 하는 말뽄새하고는.”
할아버지는 웅얼거리면서 놋쇠로 된 대통이 붙은 장죽을 뒤로 던지셨다. 내가 눈물을 글썽이며 맞은 이마빡을 문지르고 있으려니 이야기가 다시 시작됐다.
“과거 정도는 실력으로 붙어야 하는 법이다. 하여튼, 여섯 번째 소원은…좀 엉뚱했지. 전해 내려오는 바에 따르면….”
할아버지는 말을 망설이셨다. 나는 이마를 문지르며 기다렸다.
“네 13대조께서는 천녀를 불러 청…하셨다. 천의(天衣)의 소매를 잡으며 말씀하시길, 여섯 번째 소원으로…그대와 한번 동침해서 하늘의 맛을 보고 싶다…고 하셨다고 한다.”
“풋!”
순간적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웃고 나서야 놋쇠대통 생각이 나서 급히 머리를 가렸지만 할아버지는 장죽을 휘두르시지 않았다.
“당연히 천녀가 화를 냈지. 소매를 뿌리쳐 할아버지를 쓰러트리고는 일갈하기를, 옥황상제께서 일을 맡기신 면을 보아 이제까지 준 복을 도로 빼앗지는 않겠으나 앞으로 네놈을 다시는 보지 않겠다, 오늘 소원은 안 받은 것으로 하겠다고 그대로 떠났다고 한다.”
“그럼 한 가지 소원이 아직 남은 거네요?”
“어떤 운 좋은 후손이 천녀의 비위를 잘 맞춘다면 말이겠지.”
여기까지 이야기한 할아버지가 살짝 웃으며 일어나 앉으셨다.
“선물이다. 이제 네가 가지거라.”
“예?”
정말 깜짝 놀랐다. 이걸 왜 나한테 주시지?
“할아버지, 이건 우리 집안 보물이라면서요. 왜 재식이 형한테 안 주고 저한테 주세요?”
사촌형은 장손이다. 어려서부터 뭐든 다 가지고 있었다. 집안에서 내려오는 재산도 다 자기 몫이라고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솔직히 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집안에서 내려오는 땅이나 건물은 이미 옛날에 큰아버지 앞으로 다 명의이전한 터라 사실이 될 터였다. 그나마 큰아버지가 재산 물려받았으니 볼일 끝났다고 할아버지를 박대하는 인간 말종은 아닌 점이 다행이랄까.
“우리 집안 재산이야 다 그놈에게 가겠지. 하지만 네게도 이 할애비를 추억할 물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 그래서 너랑 같이 붓글씨 쓸 때 쓰던 이 연적을 주는 거니, 잘 간직해라.”
내가 웅얼거리는 사이 할아버지는 도로 누우셨다. 그리고 그날 밤 돌아가셨다.
“운 좋은 자손, 짙은 안개. 글쎄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실험해 보셨나요? 천녀가 나타나는지?”
4백 년 전에 사셨던 13대조 할아버지의 물건이라…본래대로라면 14번째겠지만, 아버지 대를 뛰어넘어 나한테 주셨으니 나는 13번째 주인인 셈이다. 그동안 이 연적을 받은 조상님들은 할아버지를 포함해서 11분. 과연 그분들이 이 연적으로 소원을 안 빌어 보셨을까.
“마침 안개는 꼈지만….”
몸을 일으켜 침대 위에 앉았다. 연적은 손 뻗으면 닿는 책상 위에 있었다. 날카로운 마지막 모서리를 손가락 두 개로 가볍게 쓰다듬었다.
“진짜일 리가 없지. 이게 진짜라면 4백 년 동안 아무도 성공 못 했을 리가 없어. 다 거짓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일 뿐이야. 그리고 13대조 할아버지는 뭐 그리 간이 작담. 적어도 왕 자리에 오르고 싶다는 소원 정도는 빌어야지.”
술기운 때문인지 졸렸다. 책상에 엎드린 채 잠이 들려는데, 문득 사방이 축축하고 뿌연 기운으로 차올랐다. 마치 안개가 방 안에까지 낀 느낌이었다. 내가 창문을 열어놨었나?
몸이 무거워서 일어나서 창문을 살피기도 귀찮았다. 하룻밤쯤은 괜찮겠지 싶어. 그대로 잠들려는데 문득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건넸다.
– 그대는 정녕 왕이 되고 싶은가?
매우 은은하게, 머릿속에서 울리는 듯한 여자 목소리였다. 아마 꿈인 모양이다. 나도 되는 대로 지껄여서 답해 주면 되겠지.
“되면 좋지. 취업 걱정 없이, 고민 없이 편하게 살면서 멋대로 놀아보고 싶다.”
– 진심인가? 왕이 되어 멋대로 하고 싶다는 게?
“진심이야. 그러니까 말 걸지 마. 어지럽거든.”
안 그래도 술기운 때문에 어질어질한데 머릿속에서 말소리가 들리니 더 머리가 아팠다. 책상에 고개를 박고 있는데 여자의 웃는 소리가 들렸다.
– 좋다. 그동안 나를 부른 녀석들은 죄다 영 마음에 안 들었는데 넌 꽤 재미있구나.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주지. 아주 질리도록 이루어주마.
소원을 이루어주느니 어쩌느니 하는 멍청한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확실히 꿈인 모양이다. 고개를 슬쩍 들었더니 뭔가 하늘거리는 천 같은 게 눈에 들어왔다. 치맛자락?
에이, 내 방에 여자 따위가 들어올 일이 없잖아. 아마 커튼자락이겠지. 창문이 열려 있으니까 바람이 들어와서 커튼이 펄럭이나 보다. 아, 그러고 보니 내일은 낮에 검도부 선배 결혼식에도 가야 하는데…좀 더 일찍 들어와서 잘 걸….
나는 그대로 엎드려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