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025
3부 1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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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목숨을 함부로 했다고 질책할 때는 서릿발 같던 목소리가, 조카를 대할 때는 마치 봄날의 산들바람처럼 부드러웠다. 두 목소리가 같은 입에서 흘러나온 게 맞나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을 정도였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나이는 몇 살이고?”
“이름은 기뻐할 은(?) 자 외자입니다. 나이는 임신(1692)생입니다.”
다행히 은이는 주눅이 들거나 하지 않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다만 임금 앞에서는 고개를 들면 안 된다는 주의는 깜박 잊어버렸는지 고개를 들어 용상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 무엄한 꼴을 보고서도 형황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글은 읽을 줄 아느냐?”
“국문은 읽을 줄 압니다. 한문은 아직 안 배웠습니다.”
나나 상희나, 은이의 교육에 있어서 그다지 열성적이지는 않았다. 장차 보위에 오를 것도 아니고 과거를 볼 것도 아닌데 철저한 조기교육 따위는 시켜봤자 뭣에 쓰느냐는 데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바보 취급만 안 받아도 된다.
은이의 교육을 담당한 이형준과 아라미츠는 우리와 생각이 달랐다. 하지만 애초에 은이가 아직 어리다 보니 많은 것을 가르칠 수도 없었다. 이형준은 자기가 만든 교본으로 은이에게 한글부터 가르쳤다. 덕분에 이제 한글로 된 책은 능숙하게 읽는다.
물론 읽는다고 해서 뜻까지 다 아는 건 아니다. 책을 읽다 말고 이게 무슨 뜻이냐고 주변 사람들을 하도 귀찮게 해서, 지난봄에 사전청에서 낸 국어대사전을 은이 전용으로 본국에다 주문했었다. 아마 그놈은 지금 미주에 도착해 있겠지.
“네 아비가 왜 미주에 있었다고 생각하느냐?”
잠깐, 여기서는 그동안 어떤 책을 읽었느냐는 질문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번쩍 쳐들 뻔했다. 이건 뭐지? 순진한 어린아이 입을 통해서 내가 그동안 형황에게 얼마나 불만을 드러냈는지 캐려는 건가?
순간적으로 인정전 앞마당 전체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앞마당을 채우고 있던 조정 중신들 모두 바짝 얼어붙어 어떤 소리도 내지 못했다.
수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은이 입 하나만 쳐다보았다. 만으로 다섯 살밖에 안 되는 이 어린아이의 혀가 어떤 말을 뱉느냐에 따라서 황실에 피바람이 부느냐 불지 않느냐의 여부가 결정될 참이었다.
“그건 폐하께서 정하신 일이지요.”
은이는 주변 사람들 시선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천진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제껏 자기 부모를 포함해서 주변 사람 모두에게 사랑만 받고 자란 은이는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태황, 말로만 들은 큰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폐하께서 아빠를 미주에 있으라고 하셨어요. 아빠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많아서요. 아빠는 폐하가 시키신 일을 열심히 하셨어요. 그런데 너무 바빠서 집에 자주 못 오셨고요, 저랑 책을 읽거나 놀아주지도 못하셨어요. 오셔도 맨날 일이 안 끝났다고만 하시고요.”
아이고, 혹시나 모를 이 순간을 대비해서 배 안에서 석 달 동안 가르친 예의범절은 대체 어디로 날아갔단 말인가. 은이의 말투는 평소 나나 상희를 대할 때 그대로였다.
“본국으로 돌아온 건 어떠냐?”
“저는 지선성에 있는 집이 좋은데 아빠는 본국에 우리 진짜 집이 있다고 하셨어요. 아직 못 가봐서 지선성 집보다 좋은지는 모르겠어요. 배 타는 건 재미있었어요.”
은이는 평소에 바쁘다고 놀아주지 않던 아빠랑 배 위에서 책도 읽고, 놀이도 하고, 뱃전 너머로 낚시도 하던 이야기를 신나게 늘어놓았다. 하와이에 들러서 해변에서 물장구를 치고 모래 놀이를 했던 일도 빠트리지 않았다.
“큰아빠, 태황 폐하께서 아빠를 불러 주셔서 그렇게 신나게 놀았어요. 폐하께서 아빠한테 일하지 말고 계속 집에 있으라고 해주시면 좋겠어요. 매일 저랑 준이한테 책 읽어주고 같이 놀아주시게요.”
진땀이 흘렀다. 어딘가에서 풋 하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땅에 엎드려서 고개를 처박고 있으니 누가 웃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 위신은 완전히 바닥에 떨어진 셈이다.
“너도 글을 읽을 줄 아니 책은 너 스스로 읽어도 되지 않느냐?”
“아빠가 읽어주시는 편이 훨씬 좋아요. 아빠는 제가 못 읽는 책도 읽어주시고,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잘 풀어서 설명해주시거든요.”
태황 앞이라서 대놓고 웃지는 않았지만, 줄지어 선 중신 중에 키득거리는 인간들이 계속 조금씩 나타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웃음소리는 비웃음이었다.
“미주에 다시 가고 싶으냐?”
“좀 가고 싶지만, 아빠가 여기가 진짜 우리 집이라고 하셨으니까 여기서 살래요. 여기에는 큰아빠인 폐하 말고도 황후마마, 할마마마랑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도 살고 계신다고 했어요. 다른 큰아빠들이랑 외삼촌들도 있다고 했고요. 모두 만나서 여기서 같이 살고 싶어요.”
은이는 아주 천진하고 순수한 어린이로서의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내 보였다. 왕위계승자 후보라고 하면 다들 흔하게 기대할, 어려서부터 책을 줄줄이 읽고 예법에 통달하며 상하에 위엄을 보이는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역시, 벼락치기는 안 되는 건가….’
배를 타고 오면서 석 달 가르친 정도로는 역시 부족한 모양이다. 사실 그 도중에도 은이 말처럼 딴책 보고 낚시나 물장난하면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으니 당연하겠구나 싶다.
세자가 죽어서 부르는 줄 알았으면 달랐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왜 불러들이는지 사정을 몰랐으니 어쩔 수 없다. 은이가 어떤 아이인지는 그대로 보여줬으니까 이게 형황에게 좋게 보이기를 기대할 수밖에.
“성친왕은 고개를 들라.”
뜻밖이었다. 형황이 즐겁게 웃는 게 아닌가. 형황이 웃자 신하들 사이에서 나오던 비웃는 소리는 쑥 들어갔다. 형황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나를 불렀다.
“왕자가 부모와의 정이 무척 깊구나.”
“송구하옵니다.”
성친왕의 기억 속에 있는 형황은 늘 까다로운 존재였다. 태자 시절의 형황은 성친왕에게 늘 차갑고 엄격했다. 궁궐 안에서 장난을 치면 늘 형에게 들켰고, 어떤 변명을 해도 통하지 않았다. 형황은 자기가 직접 본 증거 외에는 어떤 말도 믿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런 형황이 웃으면서 내게 말을 건네다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성친왕의 기억에도 저리 밝게 웃는 형황의 모습은 없었다.
“태후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왕자를 데리고 만수전에 가서 인사를 드리도록 하라. 인사를 다 마치면 양화당으로 오너라. 먼 길을 다녀왔으니 밥이나 한 끼 같이 해야 하지 않겠느냐.”
“예, 폐하.”
성친왕이 사라지자 신하들 사이에서 수군거리는 움직임이 있었다.
“왕자께서 영특해 보이긴 하는데, 성친왕께서 제대로 가르치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성친왕이 만수전으로 가고, 태황은 영화당으로 갔다. 성친왕을 위한 오늘 연회에 참석할 중신들은 태황을 따라서 영화당으로 이동했지만, 참석 대상이 아닌 자들은 이곳 인정전에서 각자 근무지로 돌아가야 했다. 이들 사이에서 살짝살짝 잡담이 돌았다.
“그냥 보통 여섯 살 아이 그대로가 아닙니까. 일반 사대부가 아이만도 못한 것 같습니다. 미주에서 낳아 키우셨다더니, 정말 야인들 틈에서 멋대로 자랐나 봅니다.”
“애초에 그 성친왕 전하의 아들 아닙니까. 제대로 황실 후손답게 자랐다면 그게 도리어 신기한 일이지요.”
나이 지긋한 관원 대다수는 17년 전 도성을 휩쓸고 다니던 말썽꾸러기 황자를 기억했다. 그때의 인상이 워낙 강하게 박혀 있는지라 유주와 미주에서 성친왕이 공적을 많이 세웠다고 해도 잘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영특하시긴 한 듯하니, 다잡고 잘 가르치면 훌륭하게 자라시지 않겠습니까? 고작 6살이니, 아직 많은 걸 바랄 수는 없지요.”
“어느 세월에 그걸 기다린단 말이오? 시간이 없는데….”
누구도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시간이 없다는 말의 의미는 명확했다. 태황의 명이 얼마 안 남은 만큼, 너무 어린 후계자는 곤란하다는 뜻이다.
김세룡의 장남 김희권은 그런 말을 나누는 관원들 옆을 조용히 지나치면서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저들도 아마 경평공 이종이 가장 적합한 태자감임을 곧 인정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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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는 황위를 물려받을 후계자로서 어울리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형황에게 화를 내게 하지는 않았고, 그럭저럭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됐다.
“폐하께서 진노하지 않으셨으니, 이제까지 있었던 모든 일은 용납하신 셈입니다. 전하께선 이제 한시름 놓으셔도 되겠습니다.”
어전에서 물러나자 이형준이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속삭였다. 나는 이들과 헤어져 태후가 있는 만수전에 가야 했기에, 길게 이야기할 시간은 없었다.
“만약 폐하께서 어떤 명목으로든 전하를 꾸짖으려고 하셨다면, 오늘 식장에서 나무라셨을 겁니다. 귀환 보고 자리야말로 그동안의 잘못을 질책하기 가장 좋은 자리니까요. 하지만 이 자리를 그냥 조용히 보내셨으니, 앞으로는 지나간 일 때문에 질책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다행이구려.”
사실 나뿐만이 아니라 이형준이나 정호찬에게도 수많은 질문 세례가 떨어지리라 생각하고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하지만 형황은 이미 알고 있어서인지, 알 필요가 없어서인지 몰라도 이들에게는 질문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오직 은이와 대화를 주고받았을 뿐이다.
“그럼 태후마마를 뵙고 오시옵소서. 이따가 영화당에서 뵙겠습니다.”
“알겠소.”
여기는 궁궐 안,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절대로 주고받을 수 없는 곳이다. 오늘 일에 대한 분석 같은 건 나중에 내 집 안에다가 밀실이라도 만든 뒤에 주고받아야 하리라. 아니면 저 북한산 산속 산골짜기 같은 곳에 들어가든가.
“현아!”
체통이고 뭐고 없었다. 태후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내가 엎드려서 큰절을 올리기도 전에 그대로 달려와서 끌어안았다. 17년 동안 참고 참았던 모양인지, 눈물이 샘처럼 솟아 내가 입은 조복 가슴을 적셨다.
“어마마마, 어마마마….”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십여 년 동안 편지로만 만나던 ‘엄마’가 내 눈앞에 있었다. 그동안 나는 태후에게 현대에 계시는 우리 엄마를 투영하고 있었고, 석 달에 한 통씩 쓰는 편지로 그리움을 달랬다. 그러던 어머니를 드디어 만나게 된 거다.
“네가, 네가 왔구나. 네가 살아서, 살아서 왔어….”
태후는 울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대한의 태후로서 가져야 할 체통 따위는 내던져버린 듯, 정말 하염없이 통곡했다. 계속 울면서 점점이 하소연을 토했다.
“나 때문에 네가 죽은 줄만 알았다. 나 때문에 네가 죽은 줄 알고, 얼마나 울었는지….”
“소자가 정말 큰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어마마마께 백번 천번 절을 올려도 그 죄를 씻지 못할 겁니다.”
끝내 내 목소리에도 울음이 섞였다. 옆에 있는 상희나 올렝카, 권훤의 처 이씨 부인도 이 모습을 보고 모두 눈시울이 붉어졌다. 중전도 애써 눈물을 참는 모습이 보였다.
“아빠, 이분이 할마마마세요?”
여기서도 두 눈을 말똥거리면서 태후를 가리킨 은이가 상황을 바꿔놓았다. 나를 끌어안고 통곡하던 태후의 눈에 그제야 은이의 존재가 들어갔다.
일부러 숨긴 건 당연히 아니다. 내가 만수전에 들어올 때 은이도 바로 뒤에 붙어서 따라 들어왔다. 태후가 날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리느라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뿐이다.
“이 아이가 은이로구나…? 그래, 내가 네 할미란다. 할마마마라고 부르렴.”
옷소매로 눈물을 훔친 태후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두 팔을 벌렸다. 잠시 부모의 눈치를 살핀 은이는 상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살금살금 다가가서 태후의 품에 슬며시 안겼다. 나는 넘치는 눈물을 닦느라 봐줄 수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할마마마! 저는 은이예요. 임신생입니다.”
“그래그래, 우리 손자. 똘똘하기도 하구나. 어쩌면 이리 잘 생겼니. 정말 부모를 골고루도 닮았구나.”
태후의 두 눈에서 잠시 그쳤던 눈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기쁨과 슬픔이 모두 뒤섞여 참으로 복잡한 표정이었다. 멀리 떠났던 아들과 손자를 다시 만난 기쁨에다 최근에 장손을 잃은 슬픔이 겹쳐져 저런 표정을 짓게 된 것 같았다.
“할마마마는 아빠의 엄마지요?”
“그래. 내가 네 아비를 낳은 어미란다. 네 조부님은 선대 태황이셨고, 지금은 돌아가셔서 안 계시단다. 수일 내로 꼭 네 아비와 함께 조부님께 가서 인사를 드리렴. 그래야 한단다.”
“네, 할마마마.”
은이는 처음 안겨보는 태후의 품에 안겨서도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이 사람이 세상 누구보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라는 걸 아는 듯이 폭 파묻혀서 그 포근함을 편안히 만끽하고 있었다.
“미주는 난폭하고 거친 땅이라, 아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할까 봐서 걱정이 컸다. 그런데도 너희가 이토록 예쁘고 똑똑한 아이를 키워냈으니 너희가 정말 장하다, 정말 장해.”
태후는 장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중전이 다가와서 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면서 천천히 태후를 다독였다.
“태후마마, 인제 그만 친왕을 놓아주시옵소서. 무사히 돌아왔으니 앞으로 만나고 싶으시면 언제든 불러 만나실 수 있지 않으시옵니까? 지금 주상께서 영화당에다 잔칫상을 차려 놓고 친왕이 오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긴 이야기는 나중에 하시고, 이만 보내주시옵소서.”
“아, 그렇지. 환영연을 열어줄 거라고 했지.”
태후가 두 눈을 질끈 감아 남은 눈물을 짜냈다. 그리고 애써 웃었다.
“그럼 가보거라. 나라의 중요한 일을 맡아서 나갔다가 왔으니, 마땅히 주상께서 베푸시는 연회에 나가 치사를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예, 어마마마.”
아까 올리지 못한 큰절을 비로소 올렸다. 태후는 은이를 품에 안은 채 그 절을 받고서는 아직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애써 웃어 보였다.
“그럼 다녀오너라. 다만 여기 아녀자들은 굳이 영화당에 갈 것 없이 여기서 점심을 먹는 편이 좋겠다. 은이도 두고, 너만 다녀오너라. 중전, 권씨 자제도 여기로 데려오시오.”
“예, 태후마마. 당장 상궁을 보내겠습니다.”
사실 안내하는 내관이 귀띔해준 바에 따르면, 영화당에서 열리는 연회는 애초에 여자들은 참석 대상이 아니긴 했다. 아무래도 그 자리에는 남자들만 잔뜩일 테고, 상희나 올렝카나 이씨 부인이 편히 앉아 즐기기는 어려울 테니 말이다.
다만 형황도 상희에게 이런저런 공적이 있는 건 안다. 미주에서의 의학교 설립이나 기근 구제를 위한 기부 등등 말이다. 당장 패물도 털어서 보내지 않았는가? 그 내관이 말하기를, 아마 나중에 음식상을 하사해서 집으로 보내줄 거라고 했다. 그것도 물론 큰 은혜다.
“엄마가 있는 세상이 좋기는 좋구나.”
태후전을 나와 영화당으로 가면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쨌든 힘든 과정을 거쳐 딱 15년 만에 본국에 돌아왔고, 그동안 정말 갖고 싶었던 어머니를 얻었다. 권력은 없긴 해도 보다 발전한 세상에서 숨돌릴 여유를 얻었다.
다만 이제부터 벌어질 ‘왕좌의 게임’을 생각하자면 앞날이 불안하고 심장이 조여들기는 한다. 패한다면 나와 내 가족들이 어떤 위험에 처하게 될지 모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투쟁의 날은 적어도 지금 오늘은 아니다. 예왕이 아무리 간이 부었어도 형황이 보는 눈앞에서 날 독살한다거나 하지는 못할 테니, 오늘은 해후를 축하하면서 형제가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 보는 날로 삼아야겠다.
잠깐, 그런데 아직 기근이 다 안 끝났는데 참석자들이 실컷 먹고 마실 만큼 음식과 술이 넉넉하게 나오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