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047
3부 165화
– 13 –
형황의 지시에 따라 나도 참석한 대책회의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연이어 들어오는 보고 내용을 들으니, 원각사가 탔을 뿐 아니라 동서 성벽과 남산에 인접한 일부 구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남촌 전체가 타버린 모양이었다.
다만 인명피해는 아직 확실하지 않았다. 많은 이재민이 동대문, 남대문, 광희문(남소문) 등으로 빠져나가 아직 집계되지 않은 탓이다.
“성친왕이 그리하였듯, 화재 현장에서 찾은 시신들에 발견한 위치를 적은 표찰을 달아서 나중에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하고 그 신원을 찾는 데도 유리하게 하여라. 또한 집을 잃은 주민들에게는 오군영이 보유한 군막을 내주어 임시로 머물게 하라.”
“예, 폐하.”
태황은 이 사태를 한성부가 아니라 의정부에서 담당해야 할 중대한 문제로 규정하고 모든 책임을 세 승상에게 맡도록 했다. 태평로에 있던 육부 관아가 모조리 불타거나 철거된 탓도 있어서, 당분간 조정의 다른 사무는 모두 중단되었다.
“폐하, 비변사를 여시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비변사는 전란 때나 여는 것이다. 지금은 조정에서 사태를 논하고, 상황이 다 정리되면 새로이 도성복건도감(都城復建都監)을 설치하고 재건에 관한 사무는 그쪽으로 옮기겠다.”
과연 그 역할을 누가 받게 되려나. 내가 유럽에서 형황에게 보낸 문서 중에 런던 대화재 당시 영국인들이 수립했던 런던 재건 계획 청사진도 있었던 걸 생각하면 나한테 시킬 수도 있겠지만, 그 문서를 그동안 누가 얼마나 연구했을지 모르니 확실하지는 않다.
‘공부나 이부에서 누군가를 발탁해서 옛 모습 그대로 다시 만들라고 할지도 모르지.’
그렇게 되면 적어도 몇 가지라도 건의해야지. 신분 때문에 대놓고 끼어들기는 곤란하지만 방화대를 넉넉히 확보하라거나, 순 목조로 도시를 건설할 게 아니라 이제 석조나 벽돌조로 만든 도시를 고려할 때가 되었다거나 등등 말이다.
“성친왕은 이만 들어가도록 하라. 동궁에 있는 것도 아니니, 밤새 궁에서 지샐 수는 없지 않으냐. 내일 다시 입궐하도록 하라.”
“예, 폐하.”
아직 ‘동궁에 있는’ 게 아니라…게임 끝났군. 조만간 태제로 책봉하겠다고 대놓고 언명한 거나 마찬가지다. 나와 같은 생각인지, 몇몇 중신들도 낯빛이 변했다.
“동궁을 언급한 시점에서 이미 다 끝난 거 맞네.”
상희가 내 붕대를 갈아 매면서 속삭였다. 많이 아물었다면서, 한 이틀 정도만 연고를 더 바르자고 했다.
“너무 큰 사고가 터졌으니 혼자 수습하기 힘들다, 나이도 있고 경험도 충분한 성친왕에게 짐을 일부 넘겨야겠다…라고 선언하려는 게 아마 폐하의 계획일 거야. 조용히 있다가 주면 네, 하고 받으면 되겠네.”
우리 둘 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말의 불안감과 함께 지내던 그 오랜 세월이 드디어 끝났으니까 말이다. 과거보다 영토가 넓어진 만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업무가 쏟아지겠지만, 그래도 못할 일은 아니리라고 생각했다.
“반대파였다고 싹 처형하고 그러지는 마. 가뜩이나 힘든 일 겪고 올라가는 자린데, 공연히 분위기 살벌하게 만들 필요 없잖아.”
“당장 즉위하는 것도 아닌걸. 물려주기 전에 형황이 웬만큼은 정리해 줄 거야.”
태황의 건강이 안 좋기는 하다. 하지만 나한테 자리를 물려주기 전에 껄끄러운 놈들을 싹 쓸어내지 못할 정도로 나쁘지는 않을 거다. 태종이 세종에게 양위하기 전에 위협이 될 만한 세력은 자기 선에서 처리한 것처럼 말이다.
“참. 그 애 집에 들이는 건 괜찮아?”
“문제없어. 나 고아원도 설립했었잖아. 당연히 돌봐줘야지.”
다행히 상희는 흔쾌히 허락했다. 그리고 형황이 ‘왕비에게 꼭 허락을 받으라’라고 했다는 이야기에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폐하도 황후마마 말씀을 잘 들으신다고 하더라. 짐짓 안 듣는 척하시면서도 다 들으신대. 그러니 두 분 사이도 화목하고, 내명부에서도 황후마마의 영이 제대로 서는 거겠지.”
“그러니까 나도 네 말 잘 들으라고?”
“글쎄? 뭐 꼭 그러라는 이야기는 아닌데.”
상희가 슬쩍 눈길을 피하며 딴청을 피웠다. 으, 역시 사람 다루는 솜씨는 상희가 나보다 몇 수 위인 것 같다.
– 14 –
내가 아침에 입궐할 때까지도 김종건은 나타나지 않았다. 상희에게 우리 집에서 머무르는 이재민들을 잘 돌봐달라고 부탁하고 피곤한 머리로 입궐하면서도 계속 걱정이 되었다.
‘혹시 화재 때문에 어디서 죽거나 다쳤나? 설마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예왕 부하들한테 들켜서 잡혀가거나 한 건 아니겠지.’
입궐해야 하니 내가 직접 찾으러 다닐 수도 없고, 하인들은 전부 집에 수용한 이재민들을 보살피느라 여력이 없다. 박수원을 불러다 김종건의 가족부터 찾아보라고 지시하긴 했는데, 과연 찾더라도 거기 같이 있을지 모르겠다. 제발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다.
“오셨습니까, 전하.”
내게 처음으로 인사를 건넨 사람은 뜻밖에도 김세룡이었다. 민성윤보다도 먼저 다가와서 냉큼 인사를 올리는데, 너무 생각지 못한 일이라 잠시 당황했다.
“승상이 고생이 많으시오. 간밤에는 좀 쉬셨소?”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 눈은 붙였습니다.”
주요 중신 중에서 퇴근했다가 다시 나온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죄다 궁궐 내에서 적당히 틈을 봐서 눈만 잠깐 붙이고 밤새워 바쁘게 일했다. 대화재가 쓸고 지나간 후폭풍이 그만큼 컸다.
“그런데 종친으로 출석하는 사람은 본왕뿐이오? 현왕이나 예왕께서 보이지 않는데….”
혹시나 했지만 확인할 겸 물어보았다.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성친왕 전하를 제외하고, 다른 종친은 아무도 부르지 않으셨습니다. 종친은 국정에 손댈 수 없음이 법도이니, 어찌 현왕 전하나 예왕 전하께서 편전에 오시겠나이까.”
김세룡은 전에도 내게 늘 예의를 지켰다. 하지만 오늘은 느껴지는 격이 다르다. 간단하게 표현하자면…꼭 황태자라도 대하는 것 같은 태도다.
‘김세룡이 예왕이나 경평공을 옹립하기를 단념했다면 다행한 일이지.’
장차 내 입맛대로 움직일 수 있는 새 인재를 발탁하는 것과는 별개로 지금 멀쩡히 일하는 사람을 쫓아낼 건 없다. 함께 갈 수 있는 만큼은 함께 가는 게 서로 편하리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금위사가 있지 않은가? 만약 예왕과 김세룡이 보위라는 감나무 밑에 누워서 입을 쩍 벌리는 이상으로 뭔가 행동한 게 있다면, 분명히 금위사가 포착했을 것이고 진작에 목을 날렸을 거다. 그런 사건도, 경고도 없는 이상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다.
“태황 폐하 듭시오~!”
내관이 문을 열자 파리한 안색을 한 형황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들어왔다. 아무래도 형황 역시 나처럼 밤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정확히 어느 자리에 서 있으라는 지시를 전달받지 못한지라, 일단 6부 대신들 옆에 서서 절을 올렸다. 형황은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보고도 당장 바꾸라고 하지는 않았다.
“다들 앉으시오. 좌승상, 피해는 집계가 되었소?”
“예, 폐하.”
자리에서 일어선 강기석이 가지고 있던 두루마리를 펼쳐 들었다. 그 표정이 매우 어두워 마치 진한 먹구름이 낀 것 같았다.
“어제 한성판윤이 보고드렸듯이, 남대문 앞에서 밀고 밀리다 밟혀 죽은 백성만 482명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불에 타 죽고 질식해 죽은 백성의 수는 적어도 4천여 명에 달하고, 그 행방이 묘연한 이도 2천 명은 됩니다. 피난하는 와중에 떠밀려서 다쳤거나 화상을 입은 백성은 적어도 3만 명은…폐하!”
강기석이 지른 찢어지는 듯한 고함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드니, 낯빛이 창백해지며 용상 위에서 풀썩 쓰러지는 형황의 모습이 보였다. 삽시간에 편전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태의! 태의를 불러라!”
“폐하를 침전으로 모셔라!”
누구랄 것 없이 외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나는 앞뒤 가릴 것 없이 앞으로 뛰쳐나가 형황의 손을 잡았다.
“폐하! 폐하! 들리십니까? 아우가 여기 있습니다, 폐하!”
상희가 여기 있었다면! 하지만 의술을 모르는 나로서는 손을 잡고 소리를 지르는 수밖에 없다. 답답해 미칠 지경인데 대전내관이 달려와 형황을 둘러업었다. 손을 잡은 채 침전으로 따라가며 애타게 불렀지만, 형황은 눈을 뜨지 않았다.
침전으로 옮겨진 태황은 한참 만에야 눈을 떴다. 십여 명이나 되는 태의가 달라붙어 침을 놓고 뜸을 뜨고, 할 수 있는 처치라면 다 한 끝에 겨우 거둔 성과였다. 아직 돌팔이인 유럽 의사들처럼 피를 뽑지는 않았다.
눈을 뜬 태황을 보자 중신들은 안도했고 황후는 머리맡에서 눈물을 흘렸다. 전갈을 받고 창경궁에서 막 달려온 태후는 문지방 위에 엎어져서 오열했다. 하지만 태황은 이런 광경을 보면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내가 왜 정신을 잃었느냐?”
“급히 진단하여 정확하지 않을 수 있사오나, 아무래도 화병이신 것 같습니다.”
태의가 고개를 조아리며 설명했다. 작년 4월 ? 태자가 죽은 때다 ? 이후로 태황의 마음에 계속 울화가 쌓였고, 그것이 이번 화재 사건을 계기로 폭발한 것 같다고 했다.
“내가 또 쓰러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구나.”
“소인으로서는 감히 폐하의 옥체에 관하여 함부로 말씀을 드릴 수 없습니다. 하오나 장차 장수를 누리고자 하신다면, 침과 뜸을 병행하면서 적절한 탕약을 드셔야 합니다. 또한, 화가 더 쌓이지 않게 하려면 마음을 편히 먹으셔야 합니다.”
태의는 참으로 하나 마나 한 소리를 처방이라고 내놓았다. 형황 역시 나랑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내가 던져주고 싶은 말을 그대로 했다.
“용상에 앉아서 마음 편히 지내는 사람이 있을 줄 아느냐?”
“소, 송구하옵니다.”
태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눈물을 줄줄 흘리던 태후가 다가와서는 형황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간곡하게 형황을 타일렀다.
“주상, 그래도 태의가 하는 말을 따르셔야지요. 주상마저 이 어미를 남겨두고 먼저 떠나는 불효를 하실 셈입니까? 제발 마음을 편히 먹고 태의가 하는 말을 들으세요.”
“어마마마.”
형황이 잠시 태후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더니 시선을 돌려 입구 쪽에 무릎을 꿇은 신하들 쪽을 보았다. 나는 중신들과 떨어져 형황의 발치에 있었다.
“그대들은 들으라. 지금 태의가 진단한 바도 있고, 어마마마께서 간곡히 원하시기도 하니 짐은 아무래도 잠시 국사에서 손을 떼고 정양해야 할 듯하다. 이에, 성친왕에게 대리청정을 명하려 하니 그대들은 그리 알고 받들라.”
아까 편전에 폭탄을 던졌어도 이런 반응이 나오진 않았을 거다. 병이 난 임금을 앞에 둔 상황이라 야단법석이 벌어지진 않았지만, 표정과 태도만으로도 중신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놀랐다. 형황이 화재 수습 정도를 시키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했지만, 설마 내게 대리청정을 명해서 제위 계승을 공언하고 국정 주도권까지 내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폐, 폐하! 폐하께서 성친왕께 대리청정을 명한다 하심은…!”
“뭔가, 대사헌. 그대는 내가 계속 국사를 살피다가 또 화병이 발작하여 아예 못 깨어나는 날이 오기를 바라기라도 하는가?”
“그,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대사헌 유진승이 방바닥에 고개를 처박았다. 저 양반도 아직 파란 점을 찍지 않은 확실한 예왕파, 아니 내 반대파다. 유진승이 단박에 제압되자, 아무도 내 태제 책봉에 감히 나서서 반대하지 못했다. 형황이 차분히 자기 할 말을 계속했다.
“그러나 당장은 동궁에 아직 덕비가 살고 있으니, 이 엄동설한에 덕비를 출궁시키고 새로 태제를 들일 수는 없다. 그러니 거처를 마련하여 덕비를 내보낼 때까지는 정식으로 태제를 책봉하지 않을 것이며, 당분간은 성친왕이 사저에서 궁을 오가며 집무토록 하라.”
덕비(德妃)는 태자가 죽고 홀로 남은 태자비에게 형황이 내린 칭호다. 자식도 없이 홀로 남은 며느리를 불쌍하게 여긴 형황이 그동안 동궁에 계속 살게 해주었다.
오늘 형황의 선언으로 나는 명실상부한 제위 계승자가 되었다. 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일이 진행되니 어지러울 지경이다. 이번 3회차에는 대체 어떤 사건들이 아직 남아 있을까.
– 15 –
창덕궁에서 날아온 소식은 예왕을 절망 속에 빠트렸다.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하려고 했던 최악의 상황, 성친왕의 태제 책봉이라는 결과가 실현되고 말았다.
“그놈의 불, 그놈의 불 때문에!”
장인 김세룡은 사자를 보내 이 소식을 알리며 아직 다 끝난 건 아니니 절대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했다. 아니, 이게 끝난 게 아니면 대체 어디까지 가야 끝난 거란 말인가?
“승상께서는 성친왕 전하를 다음 임금으로 받들면서 계속 부귀영화를 누리실 생각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전하께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시는 걸 수 있지요.”
“승상이 나를 배신했다는 뜻인가?”
“승상께서 배신했다면 이미 전하께서 의금부에 끌려가셨겠지요. 그냥 전하께 손을 떼기로 했을 수는 있습니다.”
최신원은 이번 화재가 예왕에게 호재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사태가 파악되는 대로 궁궐에 들어가 태황에게 막대한 의연금을 내겠다고 선언하고, 이로써 애민의 자세를 인정받고 또한 도성 백성들에게 민심을 더 얻을 수 있었다.
그 정도 이익이 생긴다면 화재보험 사업에서 입게 될 막대한 손실 정도는 참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으랴?
“설마, 성친왕께서 몸으로 나서서 그런 일을 벌이실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성친왕이 얌전히 불을 끄고 사람만 구했으면 도리어 별로 화제가 안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놈이 도적을 잡는 판관을 구타하고, 한성판윤이 그 사실을 태황 앞에서 고발하는 바람에 주목을 더 받게 되어버렸다. 차라리 구타 사건을 묻어버린 것만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잘된 것도 있지 않습니까. 성친왕 전하가 옛 본성을 그저 숨기고 있을 뿐, 완전히 사람이 달라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천하에 드러냈으니 말입니다. 이제 대리청정을 맡아서 권력을 쥔다면, 그 흉포한 성질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고 폐하의 눈 밖에도 날 겁니다.”
화재 사건 처리 때문에 궁을 벗어날 수 없는 부친 대신 예왕을 찾아온 예왕의 둘째 처남, 김희준이 희망 섞인 예측을 했다. 그의 나이는 올해 마흔 하나, 지금은 족친위 연대장이다.
“아니오,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당장 손을 써야 합니다.”
최신원이 고개를 저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두 사람 앞에서 최신원이 폭탄을 터트렸다.
“자객 김가의 집 식구를 감시하려고 제가 포섭한 김가의 옆집 아낙이 알려 오기를, 사흘 전에 자혜원에 김가가 가족을 만나러 나타났다고 합니다. 필시 성친왕께서 장차 증인으로 쓰고자 숨겨두었던 놈이 자기 동리가 불타자 가족의 안위를 살피러 온 겝니다.”
미주에서 실종, 죽은 줄만 알았던 김종건이 살아서 도성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소식은 말 그대로 청천벽력이었다. 경악하여 말을 잇지 못하는 예왕과 김희준을 향해 최신원이 빠르게 설득에 나섰다.
“성친왕께서 왜 비밀로 하고 김가 놈을 쥐고 있겠습니까? 보위에 오르는 그 날로 도성에 피바다를 만들 심산인 겁니다. 살아날 기회는 지금밖에 없습니다. 성친왕께서 아직 동궁에 들어가지 않으셨고, 금위사가 화재 때문에 완전히 마비되었을 이 며칠뿐입니다.”
세 사람이 눈을 마주쳤다. 이들이 낼 수 있는 결론은 하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