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052
3부 170화
– 11 –
동촌에서는 불길이 일고 돈화문 밖에는 군사가 집결했다. 상황을 파악해보겠다고 나갔던 오군대총관은 시신이 되어서 돌아왔다. 대궐 안에 남아 있던 신하들은 발칵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입직승지의 급보를 받고 이레 만에 침전에서 뛰어나온 태황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도성에서 변란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신하들로서도 황망하기 그지없는 일인지라 대답이 나올 수가 없었다. 이들 모두 종친 중 누군가가 변란을 일으킨다고 하면 당연히 성급한 본성이 발작한 성친왕일줄 알았지, 예왕 같은 선비가 거병하리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금위사장은 어디 있느냐!”
“궐 밖에 있다는 것밖에 모르옵니다.”
화재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도성이 아무 낌새 없이 평온했던 만큼 금위사도 별다른 경고를 내지 않았다. 게다가 화재 때문에 보신각 앞에 있던 의금부 관아가 잿더미가 되었고, 같은 경내에 있던 금위사 역시 홀라당 타버리고 말았다.
금위사에서 보관하던 주요 문서는 모두 창덕궁으로 대피했다. 하지만 화재로 도성 전체가 뒤집힌 데다 금위사 자체가 전소된 상황이니 금위사가 제대로 굴러가지 못했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김창균이 밖에 나간 것도 금위사 조직 복구 때문이었다.
하지만 변란이 일어나 버렸다. 금위사장 김창균은 이를 미리 파악하지 못한 죄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분노한 태황 앞에서 이부대신 박종훈이 부들부들 떨며 보고했다.
“지금 궁문 앞에 진을 친 족친위 군사들이 외쳐 고하기를, ‘성친왕이 폐하를 해하려 하여 예왕께서 기의하셨다’라고 하였습니다. 그 진위는 신들이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이제 곧 정식으로 태제가 될 내 아우가 왜 짐에게 독을 먹인다는 말인가! 이는 난적들이 함부로 꾸며댄 말에 불과하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당장…!”
치미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용상에서 벌떡 일어서던 태황이 갑자기 말을 멈췄다.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에서 썰물처럼 핏기가 빠져나가더니,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며 눈이 뒤집혔다. 그리고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폐하!”
중신들이 경악하는 순간 대기하던 태의가 뛰어 들어왔다. 화병이 재발했다는 진단을 내린 태의는 급히 태황을 침전으로 모시게 했고, 편전은 혼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이럴 때 정승 중 두 분이나 자리를 비우시다니!”
당황한 예부대신 남지원이 탄식했다. 승상 김세룡은 계단을 헛디뎌 구르는 바람에 허리를 다쳐 내의원으로 실려 가서 아직 일어나지 못하고 있고, 우승상 민성윤은 잠시 집에 다니러 간다고 나갔는데 궁이 봉쇄되면서 소식이 끊겼다.
하기야 이들은 자리에 있어도 함부로 입을 열 형편이 아니었을 거다. 사위들이 서로에게 활을 겨누면서 역적이라고 싸우고 있는 판이니, 일단 연루 여부부터 해명해야 했을 테니까.
“다들 진정하시오. 바깥 사정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확실히 알 수가 없으나, 차라리 잘된 일일 수도 있소.”
편전에 있는 유일한 정승, 강기석의 일성은 주변에 있는 신료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두 황자가 패를 갈라 내란을 벌이는 참인데 뭐가 잘된 일이란 말인가? 게다가 강기석은 이 사태를 보고도 태연했다. 아무리 침착한 성품이라지만 주변에서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친왕 전하의 본래 품성을 다들 몰라서 하는 말이오? 이번에도 다들 보셨잖소? 관복을 입은 판관을 노상에서 구타하다니, 그게 어찌 감히 할 수 있는 일이오?”
태황이 살아있는 지금도 그 지경이다. 대리청정을 거쳐 장차 보위까지 물려받고 나면 그 패악이 어디까지 미칠지 상상도 안 된다. 이제껏 대한에서 그런 군주는 없었다. 원나라에서 책봉하고 통제하던 고려 때 ‘충(忠)’자 돌림 허수아비 임금들이나 하던 짓이 아닌가.
“성친왕께서 등극하면 혹형을 남발하고 국법을 함부로 행하는 폭군이 되실 공산이 높소. 본관은 오래전부터 그런 사태를 심히 우려하였소.”
“좌상…지금 예왕 전하와 손을 잡았다고 자인하시는 것입니까?”
병부대신 이완이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강기석이 딸의 일로 성친왕에게 품은 원한이 아무리 크다 해도, 예왕과 한패가 되어 반기를 든다는 건 도를 지나친 일이었다.
하지만 강기석은 이완의 질문에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만사를 해탈했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지금 누가 역적인지 어찌 알겠소? 기왕 벌어진 일을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려 할 뿐이오. 폐하께서는 지금 어환 중이시고 지금 궐 밖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니, 금군에 영을 내려 궐문을 모두 닫게 하고 일단 해가 뜰 때까지 상황을 살피는 것이 좋을 것 같소.”
강기석이 대놓고 자기가 예왕과 한패라고 인정했다면 성친왕을 지지하는 신하들도 차라리 대응이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기석이 보이는 태도는 상당히 애매했다. 게다가 조정에서 지금 가장 높은 사람이 강기석인 것이다.
잠시 망설이던 이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금군 총관을 불러 창덕궁, 창경궁에 대기하고 있는 금군을 총동원하여 궐문을 수비하고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드나들 수 없도록 막으라고 명했다. 강기석의 말마따나 아침이 왔을 때 상황이 어떨지 알 수 없었다.
– 12 –
한숨도 자지 못한 상태로 지휘를 위해 만든 임시 누각 계단을 내려섰다. 차가운 공기가 내 폐를 식히고, 눈앞이 희끄무레하게 밝아 온다. 아침이 다가오고 있었다.
“반군 약 1만이 우리 전방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중앙에 수어청이 있고, 양익에 한성부가 있으며 금화도감이 후진에 있는 듯합니다.”
훈련도감은 말 그대로 훈련을 맡은 부대다. 그 말인즉슨, 정규 군영에 배치되기에 부족한 신병이 상당수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들을 가르치는 교관들은 평균보다 훨씬 뛰어난 전문가 레벨이다. 어설픈 반군 따위에게 들키지 않고 적세를 정탐하는 정도는 떡 먹기보다 쉽다.
“저만한 대군이 이리로 몰려온 것을 보니 저놈들이 감히 범궐까지는 못한 모양이로구나. 태후마마와 폐하를 비롯한 황실이 무사하여 다행이다.”
저따위 군대로는 황궁을 봉쇄는 해도 공격까지는 할 수 없었겠지. 그 벽을 어떻게 넘어.
“수어청만 무찌르면 간단히 끝날 싸움이군. 후방에 있는 금화군과는 싸울 것도 없겠고.”
금화군은 단순한 소방관이 아니다. 대부분 오군영 공병대 출신들이라서, 웬만한 현역병과 맞싸워도 지지 않는다. 예비대 노릇을 하는 동원예비군 소속 대원들도 한 사람 몫은 충분히 한다. 하지만 애초에 전투부대가 아니기 때문에 무장이 부족하다. 그래서 후방에 둔 듯하다.
“측면은 전혀 경계하지 않고 있습니다. 놈들은 용호청이 자기들 편을 들어서 우리 측면을 치거나, 아니면 중립을 지킬 줄 알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용호청 총관 윤승묵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나마 이원기가 힘을 쓴 덕분에 겨우 내가 가만히 있는데도 공격하지는 않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예왕이 보낸 격문을 받고는 그쪽 의견에 솔깃해서 내가 정말 역모를 꾸몄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휘하 장수들은 달랐다. ‘성친왕께서 진정 역모를 일으켰다면 동촌에 번진 불을 끄기보다 자기 진영에 가세하라고 명했을 게 아닌가?’라는 너무도 당연한 의문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만약 반정군이 습격에 성공해서 나를 붙잡았다면 용호청 장수들도 그냥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무사히 포위를 벗어났고, 도감군과 합류했다는 사실을 그들도 알았다. 게다가 내 능력을 잘 아는 홍상훈이 용호청 대대장으로 복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승묵이 예왕의 격문을 받고 그쪽에 넘어갈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 이에 반발한 장수들은 총관을 상대로 설득에 나서서 끝내 내 편에 서겠다는 대답을 얻어낸 뒤에 연락을 보냈다. 이로써 측면이 안전해졌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사자로 온 권훤에게 불을 끄느라 지친 군사들을 쉬게 하다가 때를 보아 반란군의 측면을 공격하라는 지시를 줘서 보냈다. 윤승묵이 중립을 지키려는 기색만 보여도, 예왕 측은 분명 용호청이 자기편인 줄 알 거다.
“정면으로 싸우기보다 불시에 측면을 치는 편이 훨씬 적을 무너뜨리기 쉽다. 그렇게 해야 사람도 훨씬 적게 죽겠지.”
이번 싸움은 최대한 적게 죽이고 끝내겠다고 결심했다. 적군이 예전에 싸웠던 여진군이나 왜군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 ‘반란군’들은 진짜 반란군이 아니다. 자기 모가지가 위태롭다는 이유로 반란을 획책한 윗놈들에게 속아서 끌려 나온 백성들일 뿐이다.
내실로 상희를 찾아갔을 때, 상희는 두 아이를 끌어안은 채 꼼짝도 안 하고 앉아있었다. 애들을 불러내서 올렝카에게 맡긴 뒤 다시 방으로 들어가자 상희가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심하게 몸을 떨었다.
“나, 사람을 쐈어.”
“…어쩔 수 없었어. 애들을 지키려고 한 거잖아.”
“그 사람들도 집에 가면 처자식이 있을 텐데. 아빠 오늘은 언제 집에 오느냐며 엄마한테 칭얼대는 어린애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훨씬 더 많이 죽였다는 말 따위는 전혀 위로가 안 될 게 분명했다. 상희가 백 년을 넘게 살았다고 해도 직접 사람을 해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애초에 하는 일이 사람 살리는 일이다. 그러던 애가 자기 손으로 사람한테 총을 쐈는데 태연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 나 어쩔 수 없었던 거지? 그, 그런데 말이야, 다지는 어떻게 그렇게 서슴없이 사람을 쏘고 찌를 수 있었을까? 걔도 여자잖아. 나는 딱 3명 쏘고도 지금 너무너무 무서운데….”
“다지는 원래가 사냥꾼이었잖아. 적을 사냥감으로 생각하면 어려울 게 없지. 애초에 너랑 사는 세계가 달랐어.”
사람을 죽인 데서 오는 충격을 어서 가라앉게 해주고 싶었다. 한참을 끌어안고 위로해준 뒤에야 겨우 상희가 몸을 떨지 않게 되었다. 예왕에게 속았다고는 해도, 반란군은 명백하게 우리를 죽이려고 했으며 우리는 자신을 지켜야 했다고 몇 번이나 되뇐 뒤였다.
“네가 나를, 은이랑 준이를 살린 거야. 올렝카랑 루시아도. 그러니까 기운 차려. 응?”
“그래, 알았어. 저기, 나 부탁이 있어.”
상희가 마지막으로 몸을 크게 떨었다.
“주범들은 어쩔 수 없겠지만, 속아서 끌려온 병사들, 병사들의 가족들은 용서해줘. 응?”
“알았어, 그 정도야.”
꼭 상희가 부탁해서는 아니다. 화재 때문에 악화한 도성 인심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처벌은 적을수록 좋다. 그리고 처벌을 적게 하려면 반란을 오래 끌지 않고, 사상자를 적게 내고 끝내야 한다. 그래야 관련자들을 사면하기도 쉬워진다.
다만 이런 생각은 벌써 입 밖에 낼 건 아니다. 지금은 눈앞까지 다가온 싸움에 집중해야 한다. 싸움에 이겨야 사면도 할 수 있으니까.
“총융청에서는 아직 연락이 없나?”
“예, 전하. 적이 워낙 많다 보니 사자를 보내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황궁에 사자를 못 보냈지. 총융청이 늦는다고 해도 적을 막아내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화력에서 우리가 훨씬 우세하고, 용호청이 측면을 공격할 예정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반군을 일거에 패주하게 하려면 역시 총융청이 배후에서 적을 공격해 줘야 한다.
“전하! 저희에게 싸울 기회를 주시면 총융청의 부재쯤은 단박에 메울 수 있습니다. 부디 기회를 주십시오.”
내 뒤를 따라오는 현왕의 장남 영해공은 아주 기세가 등등했다. 반군으로 돌아선 족친위 동료들과 이미 한바탕하고 군영을 빠져나온 터라, 어깨에 힘이 아주 단단히 들어가 있었다. 이들은 창덕궁 북쪽을 돌아 이리로 오면서 본가에 들러 부친 현왕까지 데리고 왔다.
다만 현왕은 여기에 없다. 굳이 자기까지 나서서 돌아다닐 필요는 없지 않겠냐며, 진영을 돌아다니는 대신에 지휘대 위에서 무게를 잡고 있다.
“그대의 의기는 기쁘네만, 지금은 안 되겠네. 적진에 정면으로 뛰어들기에 겨우 1백 기는 너무 적어. 적이 패주하면 추격할 테니, 그때 나가게.”
“알겠습니다, 전하.”
조카들이 나름 활약해주는 건 좋다만, 일이 끝난 뒤가 걱정이다. 진압에 공 좀 세웠다고 거들먹거리면서 위세를 부리면 그것도 골치 아픈 일인데. 어휴, 이 문제도 일단 싸움이 다 끝나거든 고민하자.
“전하, 역적들이 사자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진영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군사들을 격려하는데 전령이 급히 달려와서 알렸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호기심이 동했다.
“가까이 오게 놔둬라.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나 보자.”
여명을 기해서 기습할 줄 알았는데, 예왕이 나름 자비로운 군주로 보이고 싶은 모양이다. 항복 권고씩이나 하려는 걸 보니. 급히 지휘대 위로 올라가자 말을 탄 사자가 보였다.
“역도 성친왕에게 고한다! 예왕 전하께서 특별히 그대에게 자비를 베푸셨으니, 당장 진영 앞으로 나와 순순히 오라를 받아라! 그리하면 목숨은 건질 수 있을 것이고, 영문도 모르고 가망 없는 역모에 끼어든 훈련도감 군사들도 살아날 수 있으리라!”
도감군이 구축한 방책 바로 앞에까지 온 예왕의 사자는 예왕이 군사 2만 명을 거느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감군은 훈련원에 완전히 고립되었으며, 전투가 시작되면 반나절 안으로 전멸하고 말 거라는 협박도 덧붙었다.
적반하장으로 외치는 소리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내가 소리 내서 웃기 전에 영해공이 먼저 폭소를 터트렸다. 그리고 내게 양해를 구하려는 듯이 살짝 고개를 조아리더니 예왕이 보낸 사자와의 대화를 떠맡았다.
“진짜 역적은 네놈이 받드는 역도 이환이다! 제위가 탐나서, 화재 때문에 처벌을 받아야 할 관리들을 꼬드겨 반란에 동참하게 한 역도 주제에 감히 누구한테 역적을 운운하는 거냐? 네놈들이야말로 그 목을 잃고 싶지 않으면 당장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어라!”
여기까지는 그래도 점잖은 부분이었다. 곧이어 영해공은 시정잡배들이나 입에 담을 온갖 저속한 말로 예왕과 예왕 편에 선 고관들, 즉 한성판윤과 금화도감 제조와 수어청 총관에게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얼마나 낯뜨거운 욕설인지 옆에서 듣는 내가 다 민망할 지경이었다.
“네, 네, 네 이놈 역적이!”
예왕이 보낸 사자가 얼굴이 새파래져서 분노로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 마치 손에 잡힐 듯 보였다. 저놈은 아무래도 진심으로 예왕 편에 선 녀석인 모양이다. 영해공에게 그만 멈추라 하고 내가 나섰다.
“가서 역적 이환에게 고하라.”
내게 누명을 씌운 예왕에게 보내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그대로 전할지는 모르겠다만.
“누가 진짜 역적인지, 이환 그놈도 나만큼 잘 알고 있을 거다. 돌아가서 내가 말한 그대로 이환에게 전해라. 처자식의 목숨이라도 살리고 싶거든, 스스로 오라를 지고 오라고 말이다!”
사자는 우리 군사들의 폭풍 같은 비웃음을 뒤에 두고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말머리를 돌려 자기네 진영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군사들은 환호성을 올렸다.
“위협이 실패했으니 곧 싸움을 걸어오겠군.”
“예, 전하.”
도감군 4천 명은 충분히 싸울 태세를 갖추고 있다. 무장도 빈약한 1만 명 정도는 간단히 상대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는 반란군에 맞서는 관군이다. 당연히 한층 더 사기가 올랐다.
“훈련대장, 내가 나가서 군사들을 한 번 더 격려하면 어떻겠나?”
“참아주십시오, 전하. 전하는 일개 장수가 아니라 보위에 오르셔야 할 귀하신 몸입니다. 싸움은 일선에 있는 장졸들에게 맡기시고 몸을 소중히 하십시오. 태후마마와 폐하께 걱정을 끼치셔서야 되겠습니까?”
“알겠소.”
일단 대답은 했지만, 이대로 싸움이 끝날 때까지 안전하게 뒷전에 머물러 있기만 할 수는 없다. 반적을 진압하는 데 있어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공적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불쌍한 병사들 목은 몇 개를 베어도 소용없다. 적괴, 예왕의 목이 필요하다.
‘적이 물러날 때 족친위 기병들을 거느리고 돌입하면…?’
패주하는 적 대열이 흐트러지는 틈을 노려보자. 마음속으로 계획을 세우는 중에 반란군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반적들이 옵니다!”
“쏘아라!”
방책 사이사이에 배치해둔 무종야포 4문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