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053
3부 171화
– 13 –
훈련도감에 항복을 권유해야 한다는 건 예왕의 고집이었다. 서이혁은 ‘송양지인’이 될 수 있으니 그런 건 생략하고 그냥 들이치자고 했지만, 예왕은 싸우지 않고 도감군을 무릎 꿇릴 수 있다면 시도해야 한다면서 고집을 피웠다. 서이혁은 부득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쓸데없는 짓이건만.”
예상대로 예왕이 보낸 사자는 욕만 실컷 먹고 쫓겨왔다. 임시로 반정군 전군의 지휘권을 쥐게 된 서이혁은 즉시 진군 명령을 내렸다.
“반적들을 토멸하라! 적의 목을 베는 자는 그 수에 따라 포상하리라!”
전장에서 거둔 적의 수급 개수에 따라 포상하는 제도가 폐지된 지도 백여 년이 되어간다. 하지만 수급을 거둔다는 표현은 멀쩡히 살아있다. 그리고 당장 싸움터에서 사기를 높이기에 그만한 구호도 없었다.
지금 반정군에서 동원한 군사들은 사기가 높지 않다. 성친왕이 역모를 꾸몄으니 토벌해야 한다는 장수들의 말을 듣고 나서기는 했지만, 영문도 모르는 사이 느닷없이 시작된 싸움이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저들을 분기시키자면 물욕이라도 부추겨야 했다.
예왕은 성친왕을 따르는 군사 한 명에 은 열 냥, 군관은 한 명에 금 석 냥이라는 막대한 포상을 내걸었다. 성친왕의 목에는 금 백 냥을 걸었다. 처음엔 주저하며 따라나선 군사들이 태도를 바꿔서 눈에서 빛을 내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액수였다.
“앞으로!”
신호기가 휘날리자 중군인 수어청과 좌우 양익을 맡은 한성부 군사들이 일제히 진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기세는 오래 가지 않았다. 도감군이 방책 뒤에 몸을 숨긴 채로 야포를 쏘아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총관 나리! 양익에 있는 한성부 군사들이 포격에 겁을 먹고 나서지 않아 우리만 돌출될 지경입니다. 자칫 집중사격을 받을 수 있으니, 잠시 진군을 멈추게 해주십시오.”
“겁쟁이 놈들!”
한성부 군사들은 말이 좋아 군사지, 순라 도는 나졸 수준이다. 무장도 취약해서 총을 든 병력은 전체의 불과 2할 정도, 그것도 군용으로는 이제 쓰지 않는 화승식 조총이다. 나머지 군사들은 대부분 창검으로 무장하고 있다.
게다가 평소에 대열을 이루어 적과 교전할 일이 없으니 당연히 그런 훈련도 하지 않는다. 그런 자들을 재물로 꼬드겨 급하게 끌어냈으니, 실제 포화를 뒤집어쓰자 발이 멈추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럴 거면 선두에는 왜 나섰나! 닥치고 돌입하라고 해!”
서이혁은 양익에 있는 한성부 장수들에게 전령을 보내 진격하라고 독촉했다. 아직 도감군 소총 사거리에는 들어가지 않아서 총탄은 날아오지 않지만, 앞으로 나가지 않고 머뭇거리면 계속 포에 맞아 피해가 누적될 뿐이다. 당연히 사기도 더 떨어진다.
“당장 전진하지 않으면 군율로 다스리겠다! 사전에 정한 대로 적진에 돌입하라!”
이런 혼선도 반정군 수뇌부가 공을 다투느라 벌인 알력다툼의 결과다. 서로 자기 군사를 선봉에 내보내려고 하면서도 정작 싸움에 이기려면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에 대한 합의는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금화도감은 군사 수도 가장 적고 무장도 빈약하니 후진을 맡는 게 좋겠소.’
‘우리 한성부가 양익을 맡아 적을 에워싸겠소.’
‘전체 지휘는 서 총관이 맡는 편이 좋겠소. 아무래도 가장 고위 무관이니….’
입이 많으면 조정이라도 되어야 한다. 하지만 군무라고는 영 알지 못하는 예왕은 이들의 사이를 조정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런 소리나 할 뿐이었다.
‘우리는 이미 확보한 병력만 해도 적의 두 배가 넘고, 광희문을 적이 막아 수어청 본진이 입성할 수 없게 되었다 하나 용호청이 측면에서 공격에 나설 테니 반적들은 곧 무너지리라. 그러니 위압만 해도 충분하지 않겠느냐?’
하지만 훈련도감은 위압 정도로 무너질 군영이 아니다. 장조 시절 친정하는 임금과 함께 남북을 오가며 전장을 휩쓸었던 바로 그 군영이 훈련도감이다. 더구나 자기들이 관군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터, 오합지졸인 반정군 따위에게 쉽게 무릎을 꿇을 리가 없었다.
더구나 용호청은 예왕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전투가 시작됐는데도 꼼짝도 안 하고 있다. 승패가 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심산인 모양이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금화군을 앞으로 내세우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었다. 금화군은 불과 싸우는 게 일상인 데다, 애초에 공병의 임무가 포화를 무릅쓰며 적진으로 돌격하는 것이다 보니 돌격대로는 딱 좋았다.
“하지만 금화군은 무장이 취약하지 않습니까. 무기는 진화도구인 도끼와 몽둥이가 고작에, 갑옷도 없지요. 그렇다고 거추장스러운 도롱이를 입고 싸움에 나설 수도 없지 않습니까.”
“부장, 자네 말이 옳으이. 역시 한성부 군사들이 가진 병장기를 금화군에게 넘기고 한성부 군사를 뒤로 빼는 편이 나았겠지만….”
그 제안을 들은 심영준은 절대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았다. 상황을 조정해야 할 예왕은 한성부의 의기가 높다며 좋게 볼 뿐이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이렇게 싸울 각오를 했다면 사정이 달랐을 텐데.”
반정군 수뇌부는 성친왕저 습격으로 정변을 끝낼 수 있을 줄 알았다. 일이 꼬여 도감군과 싸우는 상황까지 올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니 마구잡이로 전투에 임하고, 조정도 제대로 안 될 수밖에 없었다.
서이혁이 이를 가는 사이 반정군이 다시 진격을 재개했다. 군율을 내세운 보람이 있는지 한성부 군사들도 진격을 계속했다. 날아온 포탄이 궤도 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쓰러트리고, 척탄이 터져 사방으로 파편을 흩날리는데도 멈추지 않았다.
“그나마 도감군에도 화포라곤 야포 4문뿐이라 다행인가.”
도감군에는 야포만 있는 다른 군영과 달리 신기전이나 공성포, 대완구 따위를 보유하는 중포대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부대들은 죄다 도성 바깥에 흩어져 배치되어 있어 지금 상대할 필요는 없었다.
헌데 분명히 포탄이 날아오지 않는데 혼자 풀썩 쓰러지는 기수나 군관들도 있었다. 적이 강선총으로 무장한 선방포수를 동원해서 원거리에서 저격을 가하고 있었다. 수어청은 선방포수들을 남한산성 본영에 두고 온 탓에 똑같이 대응할 수가 없었다.
“80보입니다!”
“방포!”
포화를 무릅쓰며 전진한 반정군의 전열이 도감군 방책에서 80보 거리에 도달하자 수어청 군사들이 자리에 멈췄다. 그리고 총을 들어 일제히 발포했다. 한성부 군사 중에 총을 가진 이들도 함께 발포했다.
물론 도감군도 그대로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방책 뒤에서 구름 같은 연기와 함께 일제히 총성이 울렸다. 양쪽에서 쏘아대는 탄환 수천 발이 허공을 가르고, 재수가 없어 총에 맞은 군사들이 휘청거리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몇몇 도감군도 방책 위에 걸치듯 쓰러졌다.
“수어청, 계속 방포! 한성부, 전진하라!”
수어청 병력이 사격을 가하는 동안 창검을 든 한성부 군사들이 도감군 진영에 뛰어든다. 그리고 백병전이 벌어지면서 도감군이 혼란에 빠지면 수어청이 2진으로 돌입하여 도감군을 무너뜨리고 성친왕을 붙잡는다. 병력이 2배니, 확실히 이긴다.
“돌격하라!”
포화 세례를 받으면서 50보 거리까지 접근한 한성부 군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 기세에 겁을 먹었는지, 방책에 붙어 있던 도감군 군사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건 속임수였다. 함성을 지르며 달려간 한성부 군사들이 방책 위로 올라간 순간 콩 볶는 듯한 총성이 울리며 탄환이 쏟아졌다. 방책 안쪽에 대기하고 있던 도감군 제2열이 방책을 넘으려는 반정군을 향해 코앞에서 방아쇠를 당긴 게 분명했다.
“후퇴, 후퇴하라!”
“후퇴하지 마라! 물러나면 군율로 다스리겠다!”
총격에 겁에 질린 한성부 군관들의 후퇴 명령과 절대 물러나지 말라는 서이혁의 노호가 교차했다. 서이혁은 지금 물러난다면 대대적인 재편성 없이는 다시 공격에 나설 수 없다고 판단했고, 반정군에는 그렇게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도감군 제압이 늦어지면 다른 군영들이 성친왕에게 합류할 거다. 그럼 끝장이다.
“총관 나리! 용호청이 움직입니다!”
“드디어 우리를 지원할 셈인가?”
용호청 군사들이 청계천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오는 모습이 보이자, 서이혁은 잠시 기대를 품고 그쪽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용호청은 보다 결정적인 순간에 숟가락을 얹으려고 일부러 늑장을 부렸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뜻밖의 비명이 귓가를 울렸다.
“배후에 총융청이 나타났습니다!”
“무엇이? 총융청?”
총융청은 호위청이 잡아놓고 있을 터인데? 호위청 총관 장희재는 예왕의 애첩인 장옥정의 오라비다. 혈연도 이어지고 막대한 포상도 있는데 동참하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고민할 여유도 없었다. 총융청이 사격대형을 펴고 발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용호청도 우리 쪽으로 발포하고 있습니다!”
“이 배반자 놈들!”
반정군 수뇌부는 도감군을 삼면으로 포위해 도성 성벽으로 몰아붙일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제 역으로 반정군이 삼면으로 포위당해 남산 방면으로 몰리게 되었다. 서이혁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 14 –
정호찬은 휘하 군사들을 동촌으로 기동시켰다. 아무리 조용히 움직여도 반군의 바로 뒤를 따라간다면 도중에 들킬 게 뻔했기 때문이다. 반군은 명례방에서 곧바로 동쪽으로 직진했고 정호찬은 종묘 앞을 지나 청계천 북쪽 가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며 반군을 추적했다.
그러던 중에 염초청 터 건너에서 홍상훈이 지휘하는 용호청 군사들을 만났다.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언제쯤 적을 협공할까를 두고 의논했다. 홍상훈은 선임 대대장으로서 반군 토벌을 개시할 권한을 위임받은 상태였다.
“반적은 우리 용호청이 호응할 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남쪽으로 내려가서 반적의 주의를 끌면 적은 우리가 도우러 가는 줄 알고 안심할 테니, 그때 등을 찌르십시오.”
“홍 정령의 제안이 참으로 적절하오. 그대로 따르리다.”
정호찬은 보리스와 이고르를 성친왕에게 돌려보내 자신이 전장 인근에 도착했음을, 또한 홍상훈과 힘을 합쳐 적을 쓸어낼 준비를 마쳤음을 전하게 했다. 또한, 종묘와 황궁 입구는 모두 금군이 철저하게 막고 있으며, 반군이 범궐하지는 않았다는 사실도 알리게 했다.
“호위청의 장 총관이 적에게 붙지 않았다는 것도 꼭 알리게. 꼭 달팽이처럼 깍지 속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다고 말이야.”
“예, 서장관 나리.”
두 카자크를 홍상훈에게 딸려 보내고 정호찬은 자신의 본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전투가 시작되어 반군의 주의가 오직 도감군 쪽에 쏠리기를 기다렸다. 그 전투는 대한의 도성에서 처음으로 벌어지는 전투가 될 터였다.
“난전을 벌일 필요는 없다! 사격으로 제압하여 적이 혼란에 빠지게 하라!”
정호찬은 휘하 군사들이 소대 단위로 일제사격을 반복하게 했다. 반군의 후진은 금화군이 맡고 있는데, 저들은 총 한 자루가 없으니 일방적으로 탄환 세례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뒤섞여 난전이 벌어지면 아군도 피해를 보겠지만, 멀리 떨어져서 총격만 가한다면 아군은 전혀 피해 없이 적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정호찬은 이따위 싸움에서 휘하 군사들을 잃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꼭 명중시키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신속하게 쏘는 데 집중하라!”
북쪽에 있는 용호청도 마찬가지로 움직였다. 훈련원을 향해 돌입하다가 측면에서 총격을 당한 한성부 군사들이 마구 무너지는 광경이 보였다.
– 15 –
배후에서, 측면에서 공격을 당한 반란군은 삽시간에 혼란에 빠졌다. 저들의 계획대로라면 제2진으로 달려왔을 수어청은 돌격 개시선 직전에서 어쩔 바를 모르고 있고, 훈련원 전방에 설치한 방책에 매달리던 한성부 군사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적이 혼란에 빠졌다. 쳐라!”
도감군이 정면에서, 용호청이 측면에서 퍼붓는 집중사격을 뒤집어쓴 반란군 좌익이 먼저 무너졌다. 우리 예비대가 곧바로 역습을 개시, 이미 방책을 넘어온 한성부 군사들에게 총알 세례를 퍼붓고 총창과 개머리판으로 무자비하게 후려쳤다.
“항복하는 자는 죽이지 마라! 그들도 모두 폐하의 군사니라!”
“예, 전하!”
반란군 우익도 일제사격을 뒤집어쓰고 와해됐다. 방책을 넘어 도망치기도 포기하고 바로 무기를 버리고 손을 드는 이들이 많았다.
“좋아. 추격한다!”
여기까지는 계획대로 아주 잘 진행됐다. 반란군이 훈련원 공략에 매달리는 사이 용호청과 총융청이 적진의 측면과 배후를 들이쳤다. 그리고 적이 혼란에 빠지자마자 도감군이 역습을 가해 적을 완전히 밀어냈다. 이제 추격에 나설 차례다.
“진문을 열어라!”
방책 한쪽에 설치해둔 진문(陣門)이 활짝 열렸다. 자고로 추격이라면 원래 기병이 나가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전하! 이미 간밤에 위험을 무릅쓰셨는데, 또 나가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충성스러운 저희 족친위 군사들에게 맡겨주십시오.”
“영해공의 말씀이 옳습니다. 전하, 일선에서 칼을 휘둘러 적을 베는 행동은 필부지용이지 전하와 같은 고귀하신 분께서 하실 일이 아닙니다. 부디 여기 계십시오.”
다만 반대가 꽤 있었다. 김용상, 민지상 두 사람 모두 나를 말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도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
“황자로서, 황제로서 나라가 베푸는 그 많은 은혜를 받았으면서도 감히 모반한 그 역적을 내 손으로 치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다. 그대들은 내 뜻을 헤아려 앞을 막지 마라!”
“전하께서 정 그러시다면….”
족친위 기병들을 뒤에 끌고 달려 나가니, 반란군은 세 방향에서 쏟아지는 총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무질서하게 남쪽으로 밀리는 참이었다. 그 상황에서 내가 이끄는 기병들이 화살처럼 달려가자 그나마 유지되던 반군 좌익의 대열이 마구 무너지기 시작했다.
“잡졸은 필요 없다! 역괴! 역괴 이환의 목을 베어라!”
카자크 여섯을 거느리고 적진을 파고들었다. 사방에서 비명이 울리고 피가 튀었지만 나는 불필요한 살생은 하지 않고 예왕만 찾았다. 예왕도 대장으로서 체면이 있으니, 분명히 눈에 띄는 번듯한 옷을 입었을 터였다.
“젠장! 또 틀렸잖아!”
그럴듯해 보이는 장수 두엇을 쫓아가 잡았지만, 기껏 창질로 말에서 떨어트려 놓고 보면 예왕이 아니었다. 이를 갈며 쫓다 보니 어느새 남산 자락까지 도달했다. 반란군 패잔병들이 필사적인 몸놀림으로 산자락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더 이상 추격하기는 무리였다.
“멈춰라! 훈련원으로 돌아간다.”
안장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 보니 딱 9시였다. 첫 총성이 울리고 대략 2시간 정도 전투를 치른 셈이다. 안타깝게도 원흉인 예왕을 놓치기는 했지만, 대승을 거두었으니 남은 군사를 정비해서 추격하면 곧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안으로 끝낸다! 반적은 오늘 중으로 투항하여 폐하께 자비를 청하거나, 그 더러운 목숨을 염라대왕에게 바치게 될 거다.”
나를 따라온 족친위 군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다들 피 묻은 칼을 휘두르며, 말과 갑옷에 튄 피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