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089
3부 207화
궤도마차에 들어가는 레일은 주철제다. 장조 시절에 처음 만들던 궤도마차는 목제 레일인 목궤(木軌)를 사용했지만, 아무래도 목제는 파손되기 쉽다 보니 얼마 안 가 주철로 제작한 철궤(鐵軌)를 쓰게 됐다. 그러면서 철도(鐵道)라는 용어도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애초에 철도라는 명칭은 거의 쓰지 않았다. 광산이나 공장 같은 곳에 처음 레일을 깔았을 때는 다 목궤였기 때문이다. 한양과 개성, 평양, 인천 등 주요 도시 거리에 부설한 궤도는 이제 다 철궤지만, 공장이나 광산에 쓰는 구내열차 같은 것들은 아직 목궤도 많다.
궤도 폭은 다섯 자, 1.5m로 정했다. 미터법으로 쟀을 때 딱 맞아떨어지지 않고 소수점 아래로 내려가는 표준궤 구간이 원래 세계에 있을 때부터 정말 마음에 안 들었었는데, 이쪽 세계에서는 그런 건 없게 만들 테다. 조금이라도 넓어졌으니 더 안정적이고 좋겠지.
다만 이 궤간이 국제 표준궤로 자리 잡게 하려면, 산업용 증기기관 수출은 금지하더라도 증기기관차와 객차, 화차 수출은 최대한 확대해야겠구나. 그래야 열차 시장을 우리 규격에 맞출 수가 있으니까.
“이번 철도선, 경인선 부설에는 철재 백만 관이 들어갔습니다. 1년에 조정에서 사용하는 철이 10만 근에 불과했던 국초에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양이니, 우리 대한이 정말로 큰 나라가 되었음을 실로 실감할 수 있겠습니다.”
“공부대신의 말이 옳다.”
최석정이 한 말마따나, 조선 초에 호조에서 매년 공납으로 걷어 국용으로 쓰는 철이 대략 10만 근, 60톤 내외였다. 동래에 있는 용광로 1기가 1년에 철 200톤을 생산하니까, 용광로 하나가 생산하는 철의 30%만 해도 세종대왕 시절 나라에서 필요한 철을 다 대는 셈이다.
수사적인 표현이지 꼭 그만큼이라는 건 아니지만, 철재 백만 관은 3,750톤에 해당한다. 대한에서는 ‘톤’은 배 크기를 재는 단위로만 주로 쓰고, 일상에서 무게를 잴 때는 여전히 척관법에서 유래한 단위 쪽을 일반적으로 쓰고 있다.
“장조께서 일찍이 철장(鐵匠)들을 육성하시어, 동래에 철소(鐵所)를 두고 그 생산을 크게 권장하셨으니 오늘날 우리가 필요한 철을 조달할 수 있는 게 아니겠느냐. 조상께서 베푸신 은덕에 크게 감사할 일이다.”
대한에서 제철 산업 최대 중심지는 지금도 동래다. 장조 시절에 터를 잡은 잉글랜드 출신 제철업자들이 대를 물려 가며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일부 풍속을 제외하면 거의 조선에 동화한 거나 마찬가지다. 영어도 별로 안 쓰고, 본국에 그다지 큰 유대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혼혈을 거듭하면서 외모도 흡사해져서, 조선인 철장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별 차이도 안 난다.
이에 반해 부안에 사는 네덜란드인들은 백 년 전 그대로다. 혈통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말과 풍습도 이주해온 시기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마포에 있는 프랑스계 백성들도 피는 좀 섞였어도 풍속은 지키고 있다. 백룡인, 즉 백룡군 출신 우크라이나계도 마찬가지고.
하다못해 금군에 있는 스코틀랜드계 후손들도 혼혈은 되었을지언정 행동하는 꼴은 여전히 하이랜더 그대로였다. 술 퍼먹고 싸움질하고 축구 좋아하고 잉글랜드계를 싫어한다.
주요 유럽계 중에 유독 동래에 있는 잉글랜드인들만 정체성이고 뭐고 갖다 버리고 대한에 동화되고 있었다. 제위에 오른 뒤에 그런 변화가 있음을 알고, 아직 내각승상 자리에 있던 김세룡에게 이유를 질문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김세룡은 이렇게 대답했다.
‘백룡인과 내달인들은 종교를 핵으로 굳게 뭉쳐 있고, 불랑국인들은 국왕이 파견한 고급 기술자라는 자부심이 있으며, 숙호인들은 동향인으로서 갖는 끈끈한 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잉글인들은 애초에 어중이떠중이들을 마구잡이로 모았으니, 그런 게 어디 있겠습니까.’
쉽게 말하면 다른 나라 출신들이 가진 구심점이 잉글랜드인들에게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하기야 잉글랜드 왕실도 아니고 개인인 월터 롤리가 죽을 똥을 싸면서 모아 보낸 이들이고, 본국에서 딱히 지원해준 것도 없으니 애착이고 뭐고 다 날아갔더라도 이상하지는 않다.
‘게다가 잉글랜드에서 여자들을 데려온 것도 아니니.’
애국심도 애착도 없는데 현지인들과 혼인하기까지 했으니 정체성이 유지되면 그게 도리어 기적이긴 하겠다. 뭐, 나도 부산에 잉글랜드계 공동체가 없는 게 딱히 아쉽지도 않다.
아무튼, 잉글랜드-조선 합작업체가 된 동래철소는 지금은 용광로 30기를 가동하면서 6천 톤이 넘는 철재를 매년 생산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 하나가 생산하는 철이 조선 초기 국가에서 사용하던 전체 철 사용량의 100배라는 이야기다.
물론 철 생산지가 여기 하나는 아니다. 전국에 산재하는 각 철소에서 전통 방식과 동래식 두 가지 방법으로 생산하는 철을 합치면 대략 1만 톤에 달한다. 나머지 철소에서 생산하는 철의 양 전체보다 동래철소가 생산하는 철이 5할 더 많은 셈이다.
동래철소에서 쓰는 철광석은 지금도 양산에서 주로 조달한다. 하지만 연료인 소탄(燒炭, 코크스)은 규슈에서 들여온 역청탄을 구워서 만든다. 안정적인 원료 조달이라는 부분에서는 다소 불안정한 요소인 셈이다.
장차 철 수요가 더 많아지고 여건이 충족된다면 그 점에서 유리한 북방, 만주에 제철소를 지을 생각이다. 만주에는 철광과 역청탄이 풍부하며, 공부 소속 탐광꾼들 ? 이 분야에서는 장조 때 데려온 체코계 가문들이 여전히 주도권을 잡고 있고, 이들 역시 종교와 폐쇄적인 혼인으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 이 이미 이런 광맥을 여러 곳에서 찾아두고 있다.
‘나중에, 철도가 제대로 놓이게 되면….’
원료인 철광석과 석탄과 석회석을 나르고, 완제품인 철재를 수송하기 위해서도 철도가 꼭 필요하다. 그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만주에서 제철소를 운영하다니, 그게 될 일인가?
그러니 철도가 생길 때까지는 바닷가에 있어서 배를 이용할 수 있는 동래철소가 제철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국가의 핵이라고 할 전략시설이다.
그리고 이 철도 부설을 하기 위해서라도 연철이나 강철을 대량생산해야 한다. 지금까지 사용하는 주철 궤도는 수명이 짧다. 지금 사용하는 궤도마차용 레일도 한 10년 정도만 쓰면 뜯어내고 다시 만들어 깔고 있다.
제대로 된 철도를 부설하려면 연철이나 강철로 레일을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칼과 갑옷 생산에 쓰던 정도 양으로는 턱도 없다는 거다. 내가 금속공학과 같은 거 나왔으면 이럴 때 대량생산체계 구축에 좀 유리했으려나. 이건 철장들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겠다.
그 위를 달릴 기관차 쪽은…꿈과 역량을 가진 사람에게 발휘할 기회를 줘야지. 과거 내가 미주에 있을 때, ‘원미주를 정벌한 뒤에 증기로 움직이는 수레를 만들어 원미주에서 생산한 쌀을 지선성까지 실어 오자’고 주장한 장성준이 있지 않은가.
같이 사퇴했던 이완이 미주로 떠났을 때, 장성준은 중랑천 옆에 위치한 열기창으로 갔다. 그리고 열기창 도제조로서 증기기관 개량에 전념하게 되었다. 아직 뭔가 성과가 나오기에는 시간이 없었지만, 앞으로 기한은 넉넉히 줄 생각이다.
앞으로 20년? 그 안에야 증기기관차가 나오겠지. 그리고 그때쯤이면 레일 제작에 사용할 연철도 대량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그러면 전국을 누비는 철도망 건설을 시작할 수 있고, 대한을 본격적인 산업혁명의 시대로 몰고 갈 수가 있다.
“이번에 경인선을 다소 서둘러 부설한 건, 경인운하를 파기 위한 준비임을 그대들도 모두 알고 있으리라. 내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공사를 할 터이니, 준비에 모자람이 없도록 하라.”
“예, 폐하.”
강조해서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한강 하구는 정말 지저분한 뱃길이다. 여울과 모래톱이 사방에 널려 있고, 숙련된 수로안내인 없이는 좌초하기 딱 좋다.
하지만 경인운하를 개통한다면 사정이 전혀 달라진다. 남쪽에서 오는 조운선을 비롯해서 온갖 배들이 안전하게 도성으로 올라올 수 있다. 소나 말이 기슭에서 견인하게 하면 바람이 잘 불지 않을 때도 늦지 않게 움직일 수 있고 말이다.
여기서 경인선이 맡을 역할은 공사에 필요한 물자와 인력 운반이다. 수로를 내기 위해서 발파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화약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필요한 물건이라면 뭐든 운반하도록 한다. 그냥 도로에서 마차를 움직이기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운하 공사가 완료되면 경인선은 폐기하시겠습니까? 운하가 있는데 굳이 나란히 움직이는 궤도마차를 두고 운영하실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아니다. 그대로 두고 신속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는 짐과 사람을 나르는 데 쓰겠다. 그냥 마차로 도성과 인천을 오가는 것보다는 안전하니, 계속 유지해서 나쁠 일은 없을 것이다.”
덤으로 추후 개발하는 증기기관차를 직접 운용하는 테스트용 선로로도 쓸 생각이다. 굳이 그 용도로 선로를 새로 부설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 13 –
방사를 마치고 나면 늘 온몸이 나른한 기분이 든다. 몸정도 정이라고, 처음에는 대하기 서먹하던 후궁들도 함께하는 시간이 늘다 보니 조금씩 가까워졌다.
“신첩은 폐하와 맺어진다고 들었을 때 정말 놀랐사옵니다.”
“그러냐.”
정빈 김씨가 내 품에 안긴 채 조그맣게 속삭였다. 새로 들어온 세 후궁 중 가장 얌전하고 소극적인 성품이다. 외모야 전에 말했듯이 상희에 비길만한 미인은 아니지만, 어디 나가서 빠지지는 않을 정도는 된다.
“그야 간택후궁이 되어 황궁에 들어온다고 하면 놀라는 게 당연하겠지.”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하면서 정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역시 여자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향내만큼 좋은 냄새는 없는 것 같다. 흠, 오늘은 장미향인가.
후궁들 침소에는 한 달에 각각 두 번쯤 드는데, 입궁한 지 1년 반쯤 되고 보니까 슬슬 세 후궁 사이에 차이점 같은 게 조금씩 보인다. 그동안 억누르고 있던 본래 성품이 드러났다고 하면 정확하지 싶다.
오늘 합방한 정빈 김씨는 얌전하고 소극적이다. 누가 먼저 말을 걸어주지 않으면 입도 잘 열지 않는다. 사람들이 와글대는 황실 잔치 같은 자리에서도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수줍은 소녀’라는 표현으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희빈 박씨는 활달하고 붙임성이 좋다. 문안 인사를 드린다면서 중궁전에도 자주 찾아가서 상희에게 친근하게 굴고, 혜민서나 광혜원에 의료봉사를 나갈 때도 꼬박꼬박 따라가서 조수 노릇을 했다. 그 덕분에 상희도 무척 좋게 보고 있다.
숙빈 홍씨는 학자 집안 출신이라 그런지 가장 박식하다. 가문의 뿌리가 울릉도라 그런지 토론할 때 태도도 거침이 없다. 이런저런 주제를 두고 대화하기에 꽤 괜찮은 상대다.
세 사람이 나를 대하는 태도도 다르지 않다. 평소 입을 잘 열지 않는 정빈이 무슨 의도로 말을 꺼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놀라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태황태후께서 태후마마의 도움을 받아 정하신 간택이라, 나도 그대들을 만날 때까지는 일이 어찌 되는지 알지 못했다. 그대들도 놀랐을 게 당연하지.”
“아니옵니다. 황궁에 들어오게 되어 놀란 게 아니옵고, 신첩과 맺어질 상대가 폐하이셔서 놀란 것이옵니다.”
정빈은 얼굴을 빨갛게 붉히면서 내 품에 파고들었다. 하지만 나는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둘 다 같은 말이 아니냐. 거기 어떤 차이가 있느냐?”
“황실과 깊은 인연을 맺는 일이야 숱한 사람들이 이미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배필이 되는 상대가 폐하시라니, 정녕 꿈 같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더더욱 무슨 소린지 이해가 안 됐다. 내가 입을 다물고 있으니 정빈이 고백을 시작했다.
“신첩이 열두 살 때, 책쾌가 들고 온 로망스에서 폐하를 처음 접했사옵니다. 폴희를 얻기 위해 십만 대군에게 단기필마로 뛰어드시고, 적장의 목을 베어 공주를 하사받고 폴수국에서 부마가 되어 아들이 없는 임금의 후계자가 되는 왕자의 이야기였사옵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건 또 내가 모르는 버전의 이야기로구나. 도대체 내 유럽 유람기는 아류작이 몇 개나 되는 거지?
내 짜증과는 별개로 정빈이 털어놓는 자기 과거에 대한 고백은 계속 이어졌다.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정빈은 내 찡그린 얼굴을 볼 수 없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순전히 지어낸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에게 듣고 그 이야기가 정말 있었던 이야기고 그 왕자가 폐하이신 줄 알았습니다. 그날부터 신첩의 가슴 한복판에 폐하께서 자리를 잡으시고 사라지지 않으셨습니다.”
“…참으로 놀랍구나.”
예전에 예왕비가 내 이야기를 소재로 한 로망스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면서 그렇게 눈을 빛내더니, 정빈은 아예 그 이야기에 홀딱 빠져서 나를 동화 속 주인공으로 여기고 동경했던 모양이다. 나를 아는 세대와 내가 유럽에 갈 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세대의 차이일까.
“신첩만 그런 게 아니옵니다. 신첩 또래 양반가 여식 중에는 폐하께서 나오시는 로망스를 읽고 설레는 한편으로 슬퍼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저희가 사는 현실에서는 나를 위해 목숨을 거는, 그런 정인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 다들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자신만은 동무 중 누구도 이루지 못한 그 꿈을 이루었다며, 정빈이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 귀여운 얼굴을 보고 있으니 왠지 쓴웃음이 났다. 나, 정말 본의 아니게 수많은 조선 소녀들의 왕자님이 되어있었단 말인가?
꿈이 현실로 이루어져 크나큰 환상을 품고 입궁했을 정빈을 내려다보려니, 되도록 그녀가 품은 환상을 깨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부드럽게 살짝 안아주었다.
– 14 –
해가 바뀌었다. 하지만 후송과 국교를 트면서 통상을 시작할지, 그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답을 보내지 않았다. 우리가 후송 측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 서로를 어떻게 대우할지도 조정해야 할뿐더러, 주변국의 반응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하는 탓이다.
“일본이야 논외입니다. 아무 관심이 없겠지요. 저들은 정치적인 문제 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후송이 개항하면 자기들도 배를 보내 교역할 생각만 하고 있을 겁니다.”
과거 후송 태조 조승복은 일본에도 사신을 보내 입조하라고 요구한 전례가 있다. 그때는 아직 명나라에서 일본국왕으로 책봉을 받고 인수까지 받은 아소 씨가 건재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일본국왕으로 책봉된 아소 씨는 사라져버렸고, 일본은 또 전통적인 동아시아 조공-책봉 관계에서 빠져나갔다. 즉, 후송이 우리 대한을 중원 밖에 거주하는 명백한 타자(他者)로 인식하기로 했다면 일본도 그렇게 대해야 한다는 말이다.
“문제는 유구다. 유구가 후송에 입조하게 놓아둘 수는 없다. 행여라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유구첨사진에 전비태세를 늘 갖추라 명하고, 예부는 유구국왕에게 서한을 보내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이인지 잊지 못하게 똑똑히 전하도록 하라.”
“예, 폐하.”
유구는 북태평양을 우리 대한의 내해로 만들고 말겠다는 내 계획의 핵심적인 주춧돌 중 하나다. 유구 ? 대남 ? 하와이 ? 미주 ? 빙주 ? 연해주로 이어지는 모든 육지가 내 땅이고, 이는 북태평양을 대한의 ‘마레 노스트룸(Mare Nostrum, 우리들의 바다)’으로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이제 여기에 필리핀이 추가될 거고 말이다.
그동안 유구 측에서 애걸하던 저탄소도 마침내 짓기로 했다. 그래서 올여름부터 규슈에서 사들인 석탄이 범선에 실려 나하로 보내지고 있다. 일부는 운반에 들어간 비용을 일부라도 벌충할 겸 해서 유구인들에게 연료로 팔고, 나머지는 비축하는 중이다.
그렇게 우리가 공을 들인 유구가 인제 와서 진짜 중원 천자네 뭐네 하면서 후송에 조공을 바치고 칭신한다면 그동안 우리가 보여준 후의에 대한 배신이다. 절대 넘어갈 수 없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면, 당장 유구첨사진을 움직여 유구왕을 축출한다. 그리고 우리 말 적당히 잘 듣는 왕손을 한 명 골라서 보위에 올린다. 그리고 그 허수아비한테 우리 대한에 칭신하라고 요구하면 일은 간단히 끝나는 거다.
그리고 필리핀…내 북태평양 확보 계획의 마지막 포인트가 될 장소가 필리핀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타이밍에 필리핀 총독이 바뀌고 말았다. 새 총독은 과연 어떤 성품일까? 우리가 필리핀을 얻는 데 도움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