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110
3부 228화
– 8 –
당연하겠지만, 두 사람과의 접견은 다소 냉랭한 분위기에서 시작되었다. 이들 두 사람은 처음부터 내게 전쟁 대신 평화적인 수단으로 스페인 측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라고 권했고, 중재자를 자처했었다. 이를 무시하고 전쟁을 개시했으니 반응이 좋을 리 없다.
“폐하의 해군이 거둔 첫 승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고맙다.”
그래도 첫인사는 축하의 말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스페인과의 전쟁은 그만둬 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루손에서 백여 개가 넘는 마을을 스페인 총독부의 통제로부터 빼앗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해전에서도 승전을 거두었으니 이만하면 설욕은 충분히 하신 터, 그만 진군을 멈춰 주시지 않겠습니까? 이제라도 아량과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이들은 내가 출정 명령을 내릴 때까지만 해도 이번 전쟁이 무력시위로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루손에 상륙한 우리 육군이 순조롭게 진군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으면서 말이다.
“스페인군은 폐하의 군대와 맞서지 못하고 계속 물러나고 있습니다. 이는 양측의 전력이 부동(不同)함을 저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이미 폐하께서는 가진 힘을 충분히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이쯤에서 중단하셔도 되리라고 봅니다.”
판 헴스케르크는 여기서 전쟁을 멈춰도 대한은 충분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되풀이해서 주장했다. 보상금 말이다.
“필리핀 총독에게 책임을 묻지 마시고 새 스페인 국왕에게 직접 사자를 보내 항의하시면 분명 만족스러운 답변이 돌아올 겁니다. 스페인 본국은 지금 프랑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어 굳이 조선과 적대관계를 수립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사태에 책임이 있는 누에바 에스파냐 부왕과 필리핀 총독 해임, 죽거나 다친 조선인들이 입은 피해, 조선군이 출병에 사용한 전비 등 이번 사태로 인해서 발생한 모든 손해에 대한 보상을 받아낼 수 있으리라고 했다. 자신이 맹세코 주선하겠다며 말이다.
“지금 스페인 국왕은 폐하의 요구를 거절할 입장이 못 됩니다. 금은으로 내라면 금은으로, 땅으로 내라면 땅으로 낼 겁니다. 루손 북부에 조선인들이 자유롭게 이주해 거주할 수 있는 자치령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해전에서 스페인 측 함선 두 척을 나포하셨고, 그 배들에 실려 있던 14만 페소에 달하는 재보도 손에 넣지 않으셨습니까? 그만한 돈이면 이번 사태를 마무리할 배상금으로는 충분하지 않으신지요.”
두 사람은 번갈아 가며 스페인 측이 받아들일 만한 조건들을 제시했다. 잠시 들어주다가 천천히 반론을 제기했다. 나중에 헌팅턴이 한 배상금에 관한 언급부터 반박했다.
“우리가 나포한 함선에 실려 있던 그 돈은 정당한 전리품이다. 배상금으로 받은 셈 치고 넘어갈 물건이 아니지. 배상금은 엄연히 별도로 받아야 한다.”
은으로 10만 냥에 해당하는 그 보물 대부분은 스페인 선원들의 급여와 원주민 추장들을 매수하기 위해 필리핀 총독부가 보내는 돈이었다. 우리 편에 붙지 않고 계속 스페인 국왕을 위해 싸우라는 뇌물인 셈이다. 여기에 배에 붙은 장식, 성구(聖具) 등도 포함했다.
“그대들의 뜻은 알겠다. 헌데, 그대들이 그토록 이번 전쟁을 끝내고자 화평을 주선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스페인은 그대들에게도 오랜 적국이 아닌가. 게다가 우리가 스페인 외에 그대들을 적대하는 것도 아닌데?”
“전쟁은 교역을 발전시키고 풍요를 쌓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막대한 전비를 소모하면 당사자 모두가 손해를 볼 뿐입니다.”
지금 시대에 누가 전비 지출 걱정하면서 전쟁하나? 자기가 들인 전비보다 많은 전리품을 얻어서 메울 심산으로 뛰어드는 거지. 헌팅턴의 지금 발언은 마치 21세기 평화운동가들이나 주장할 법한 내용이었다. 17세기, 아니지 18세기에 나올 만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대들은 스페인 편에 서기로 한 것인가? 우리를 필리핀에서 몰아내기 위해 전쟁이라도 감수할 생각인가?”
확 질러 봤다. 헌팅턴이 쩔쩔매며 꼬리를 뺐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폐하. 저희는 그저 세계가 평화를 유지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대들의 본국은 공격을 받지도 않았는데 전쟁에 뛰어들었잖은가.”
잉글랜드와 네덜란드는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의 이번 전쟁에서 확실히 스페인을 택했다. 선전포고도 했고, 유럽에서는 이미 전투도 시작됐다고 한다.
직접적인 명분은 루이 14세의 지나친 요구다. 루이 14세는 자기 손자 앙주 공작 필립을 스페인 왕으로 세우겠다는 요구를 내세움과 동시에 스페인령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의 모든 스페인 외부 영토를 프랑스가 차지하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프랑스가 스페인령 네덜란드, 즉 플랑드르를 차지하면 네덜란드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루이 14세는 이미 몇 차례나 네덜란드를 침공했고, 윌리엄 3세는 그에 맞서 싸우느라 죽을 고생을 했다.
잉글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도버 해협 건너 네덜란드가 프랑스의 손에 들어가면 잉글랜드 역시 무사하지 못한다. 게다가 루이 14세는 명예혁명으로 쫓겨난 제임스 2세와 그 후손의 잉글랜드 복귀를 여전히 후원하고 있다.
이런 사정이 있으니 잉글랜드와 네덜란드가 전쟁에 뛰어들 이유는 충분했다. 그래서 이들 양국은 카를로스 2세의 유언을 빌미로 스페인 편에 섰다.
심지어 오스트리아의 레오폴트 1세도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레오폴트 1세는 새로 스페인 국왕으로 즉위한 호세 페르난도 1세를 승인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이상할 게 없는 게, 호세 페르난도는 레오폴트의 외손자이기 때문이다. 정말 저놈들 족보는….
바이에른 선제후 막시밀리안 2세의 아내였던 마리아 안토니아는 카를로스 2세가 정말로 예뻐한 누이의 딸인데, 그녀의 아버지가 바로 레오폴트 1세다. 마리아가 낳은 아들 셋 중에 태어나자마자 죽지 않은 유일한 아들이 셋째 요제프 페르디난트(호세 페르난도)였다.
고로 레오폴트에게 있어서 호세 페르난도 1세는 최선책은 아니어도 차선책 정도는 되는 후보였다. 그래서 카를로스 2세가 죽기 전까지는 아들인 카를 대공을 계속 밀었지만, 일단 승패가 나자 잠시 상황을 살피다가 외손자인 호세 페르난도를 지지하는 편에 선 거다.
물론 그 지지는 공짜가 아니리라. 지금 내가 알 수는 없지만, 호세 페르난도는 스페인이 보유한 영토나 현금을 외조부에게 일부 내놓을 수밖에 없을 거다. 자신의 즉위를 지지하고 본가인 바이에른이 통째로 프랑스에 정복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말이다.
고로 지금 프랑스는 자기편이라곤 독일과 벨기에의 몇몇 소영지들을 제외하면 단 하나도 없다. 말 그대로 사방에서 포위당한 신세다. 다른 나라들과는 원체 체급이 차이가 나는지라 아직 밀리지는 않고 있지만, 원래 역사에서보다 훨씬 처지가 좋지 않다.
“루이 국왕은 자기 손자의 권리를 내세웠을 뿐, 잉글랜드나 네덜란드를 직접 공격하거나 공격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도 귀국은 장래 그럴지도 모른다는 위험성을 명분으로 내세워서 전쟁을 선언했지. 그보다는 우리가 훨씬 정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디 그뿐인가. 지난 백여 년,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 지방에서 향신료를 독점하기 위해 점령지를 넓히면서 원주민들은 물론이고 스페인, 포르투갈, 잉글랜드 등 경쟁자들을 상대로 숱한 폭력을 행사했다. 그 학살로 인한 피해자 규모가 만 단위는 되지 싶다.
“프랑스는 세력을 키워 네덜란드를 침공하고 잉글랜드 왕위에 폐주를 다시 올려서 자기들 세력을 넓히려는 기도(企圖)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싸울 이유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스페인은 조선을 위협할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 그 사건은 우발적인 사고였습니다.”
“그 ‘사고’에 대해서 우리가 아무 반발 없이 그대로 넘긴다면 같은 ‘사고’가 계속 반복되는 사태가 일어날 텐데, 그건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차후 스페인은 물론 어떤 나라도 우리 한인을 상대로 그런 ‘사고’를 일으키지 못하게 하겠다고 짐은 결심했느니라.”
“그렇다면, 폐하께서는 어디까지 진격한 후에야 전쟁을 그치실 생각이십니까? 마닐라를 함락하고 필리핀 총독령 전체를 빼앗을 때까지 계속 싸우시겠습니까?”
“그건 지금 단언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싸움이란 결판이 나는 그 순간까지도 그 승패를 알기가 지극히 힘든데, 어찌 지금 섣불리 입 밖에 낼 수 있겠는가.”
스페인 측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어디까지만 진격하고 말 거라고 정했다면 그렇게 말하고 끝냈으리라. 내 대답은 판 헴스케르크의 말이 맞는다고 간접적으로 시인한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리고 종전 후에 반환하지 않을 심산이라는 것도 말이다.
“학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서 필리핀 총독령 전체를 점거하는 건 지나칩니다. 저희는 스페인 측에 대한 폐하의 너무 과도한 대응에 항의하는 의미로 제물포에 있는 저희 상관을 폐쇄하겠습니다.”
“교역을 중단하고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말인가?”
두 나라 동인도회사 모두 본국 정부와 별개로 외교 및 군사권을 일정 정도 가지고 있다. 물론 본국 정부를 정면으로 거스를 수는 없고, 본국 정부가 내린 지침 내에서 혹은 확실한 지침이 없는 부분에서 임의로 행할 수 있는 정도다.
“그건 아닙니다. 저희는 그런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습니다. 저희는 일단 교역을 중단하고 바타비아에 보고하겠습니다. 그리고 그쪽에서 내려오는 결정을 기다리겠습니다.”
“좋도록 하여라. 헌팅턴 공, 그대는 어찌할 생각인가?”
“저도 인도에서 지시가 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지금 잉글랜드 동인도회사는 인도보다 동쪽에는 상관이 하나도 없다. 향료 독점권을 놓고 네덜란드와 치열하게 싸운 끝에 몽땅 빼앗겨 버렸기 때문이다. 대남도와 제물포에 보유하고 있는 상관 2개가 동아시아에 있는 거점 전부다. 대신 인도와의 교역에 주력하고 있다.
“그대들이 창고를 봉인해 놓고 떠난다고 해도 돌아올 때까지 물품의 안전은 보장하겠다. 다만 우리 쪽 상인들과의 계약이 연기되는 데 대한 위약금은 지불해야 하리라.”
괜히 부수입 좀 얻겠다고 동인도회사 창고 따위 약탈해 봐야 장기적으로 내게 유리할 건 하나도 없다. 언젠가는 전쟁 끝날 텐데 그러면 외교 회복하고 교역 재개해야 할 거 아닌가. 그런데 내가 도둑놈이나 마찬가지라는 인상을 줄 필요는 없다.
물론 외수사나 기타 상선들이 저놈들의 사략질로 피해를 본다면야 그 피해를 동인도회사 자산으로 보상하도록 하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아직은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았다. 그러니 전쟁이 끝나서 정산할 필요가 생길 때까지는 저들의 재산권을 존중해주도록 한다.
“그야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럼 돌아가 보겠습니다.”
“잘들 가게나.”
– 9 –
며칠 안에 네덜란드, 잉글랜드 상관이 업무를 중단했다. 사람도 꼭 필요한 인원 두어 명 정도만 빼고 제물포에 정박해 있던 네덜란드 배를 타고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이제 예수회 성직자들을 제외하면 대한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프랑스인들밖에 안 남은 셈이다.
“폐하, 정녕 저들이 적으로 돌아선다면 어찌 대하시겠습니까?”
예부대신 윤시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동안 관직에 있으며 외교를 담당한 지 수십 년, 그에게는 이 문제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
“싸움을 걸어온다면 싸우는 수밖에 없다. 예로부터 우리 대한이 상대가 걸어오는 싸움을 회피한 적이 어디 있었느냐?”
태조 이성계 때부터 내려오는 무패행진이다. 무종 때, 장조 때를 제외하면 적들의 수준이 도적 떼 정도긴 했지만, 어쨌든 걸어오는 싸움을 사절한 적 없고 싸워서 패배한 적도 없다. 딱 한 번, 무종 때 규슈 원정이 걸리긴 하지만 그것도 싸워서 패한 건 아니었잖은가.
스페인 함대에게 승리를 거두고 나니 잉글랜드, 네덜란드 함대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벅찬 상대는 아니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생각이 든다. 양국 동인도회사가 보유한 함대라고 해 봐야 이번에 물리친 스페인 함대처럼 무장상선에 사략선 아닌가.
물론 스페인보다는 잉글랜드나 네덜란드 배들이 강력하기는 할 거다. 하지만 우리 수군도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을 듯하다. 비슷한 싸움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혹시 잉글랜드나 네덜란드 본국에 있는 전열함 함대가 들이닥친다면 환장할 일이겠다만, 그놈들이 올 걱정은 안 해도 될 거다. 당장 프랑스 해군이랑 박터지게 싸워야 할 놈들이, 일부러 지구를 돌아 세상 반대편까지 올 리는 없지 않겠는가.
“밥때가 되었으니, 일단 낮것을 먹고 회의를 계속하도록 하자. 여봐라, 내관! 주방에 일러 오늘 낮것은 여기서 중신들과 함께 먹겠으니 비변사로 상을 가져오라고 일러라. 오늘 짐은 초탕면을 먹을 생각인데, 그대들은 무엇을 먹겠느냐? 어서 말하라.”
잠시 신하들이 서로 눈치를 봤다. 다만 이형준은 그런 거 없이 먼저 입을 열었다.
“신은 흑장면을 먹겠사옵니다.”
“시…신도 흑장면을 먹겠사옵니다.”
신하들이 줄줄이 흑장면을 골랐다. 아니, 내가 이런 거 가지고 눈치 준 적은 없는데 왜들 그러나 모르겠다. 아직 양력 5월인데 더워서 안 먹는 것도 아닐 것이고.
흑장면(黑醬麵)과 초탕면(椒湯麵)은 뭐 대단한 요리가 아니다. 짜장면과 짬뽕이다. 이런 게 어떻게 있느냐고? 그야 당연히 내가 만들었지.
형황의 상이 끝나고, 맛있는 음식 좀 찾아 먹는다고 누가 뭐라고 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을 때 일이다. 상희와 함께 먹고 싶은 현대 음식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짜장면, 그거 원래 산동 음식 아니었어?”
“그러게. 소명동에 사는 산동 유민들 데려다 시키면 만들 수 있겠는데.”
“짜장은 춘장을 못 만든다고 그동안 시도도 못 했지만, 짬뽕은 우리가 아는 대로 적당히 육수 내고 양념 조합해서 만들어도 되고. 면은 수타면 뽑고.”
“탕수육은 고기튀김에 소스만 적당히 만들어 곁들이면 되니까.”
장조 때도 만들려면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때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든 상희든, 이번 생에서 확실히 사는 데 여유가 생겼나 보다. 짜장면 만들 생각도 하고.
다만 그게 바로 되진 않았다. 소명동에서 불러온 중국인 요리사는 우리가 아는 짜장면과 확실히 다른 물건을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맛도 다를뿐더러 색깔도 갈색이라, 우리가 먹고 싶은 그 짜장면은 확실히 아니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들어가는 첨면장(甛?醬)이라고 하는 장이 새것이면 황갈색이고, 오래 묵으면 검어진다고 하여 소명동을 뒤집어 가면서 묵은 장을 구했다. 계속 맛을 보고 돌려보내기를 반복하면서 몇 달 동안 요리사를 쥐어짠 결과 그럭저럭 우리가 아는 그 음식과 비슷한 게 나왔다.
어쨌든 근 60년 만에 짜장면과 짬뽕을 먹게 되니 참으로 즐거웠다. 한동안 매일 점심으로 둘 중 하나를 먹었을 정도다. 지금도 업무 중에 종종 이것들을 ‘시켜’ 먹다 보니, 중신들도 이 두 가지 면에 조금씩 맛을 들이고 있다.
다만 메뉴 선택은 좀 요상하다. 오늘도 그렇지만, 내가 먼저 메뉴를 고르면 그건 죽어도 안 먹는 이들이 태반이다. 임금이랑 같은 음식을 고르는 게 불경스럽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거, 어차피 밥값 내라는 것도 아닌데 왜들 그러는지.
덤으로 탕수육을 놓고 벌이는 부먹과 찍먹 논쟁 같은 것도 없다. 내가 찍어 먹으니 모두 당연히 찍어서 먹는다. 부어서 먹는 사람은 궁궐 안에서는 상희뿐이다.
김이 나는 탕수육을 곁들여 면으로 후딱 식사를 마치고 회의를 계속하는데 대남도에서 새 장계가 도착했다. 또 승전보인가 했더니 그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을 통해 필리핀을 빼앗아야 할 당위성을 크게 끌어올리는 내용인 건 분명했다.